소설리스트

광자임해-124화 (124/210)

< -- 124 회: 대항해시대의 서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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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 퉁, 퉁.........!

슉, 슉, 슉.........!

쾅, 쾅, 쾅, 콰쾅.........!

엄호사격이었다.

반파된 성벽에 의지해 조총으로 대항하는 적들을 멀리 쫓기 위한 엄호 사격의 효과는 지대했다. 아군의 함포사격에 놀란 치들이 일제히 꼬리를 말고 달아난 것이다.

이에 이순신은 500척의 전함에 분승한 김덕령의 보군을 일제히 상륙시키기 시작했다. 그동안에도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한 함포 사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마침내 일제히 상륙한 3만의 김덕령 군단이 새까맣게 반파, 완파된 성벽을 기어오르거나 타고 넘었다.

이들 또한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일제 사격을 가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마침내 적의 해안 요새 안으로 들어서자, 시내가 한 눈에 다 내려다 보였다. 3만 내지 4만 정도의 인구가 거주할 시가지가 오밀조밀하게 건설되어 있었다.

그러나 적의 그림자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않았다. 이래서는 곤란했다. 분명 일부 도망한 적이 있을 것이거늘, 이들이 시가지에 숨어서 아군을 노린다면 몰려있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판단이 든 김덕령은 제 군사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전령을 띄워 팔도수군통제사 이순신에게도 이 사실을 보고했다. 묘안을 짜내려하나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일일이 시가지를 뒤져 적을 색출해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데리고 온 3만 군사 중 원균에 의해 애초부터 잡혀온 한족이 2만, 조선 군 출신은 1만이었다. 대부분 지금까지의 전쟁으로 꽁꽁 숨었지만 일부 돌아다니는 자들 중에는 한족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어찌되었든 김덕령은 이들 주민들을 세 부류로 분리하기로 했다. 외모부터 다른 양이와 한족, 원주민 토박이들이니 외견상으로도 쉽게 분간이 가능하리라 보고, 3인1조로 된 아군 병사를 구획 별로 풀기로 했다.

즉 조선인 1인에 2인 한족 부하를 기본 단위로 해서 1만 명씩, 3개 권역으로 나누어 진주시키기로 한 것이다. 생각을 마치자 김덕령은 미리 황제로부터 명받고 준비한 역관 중 한 명에게 ‘항복하는 자는 여하한 경우도 살려준다.’는 문구를 쓰게 했다.

그리고 이것을 부대단위로 팻말을 만들어 들게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김덕령은 서슴없이 시가지 진주 명령을 내렸다. 곧 1만의 대부대 별로 각 구역을 맡아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직속 부하들과 함께 가장 후미에 쳐져가는 김덕령에게 곧 총성이 들려왔다. 보나마나 아군의 수색에 숨어 있던 누군가가 대항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수색을 진행하길 무려 한 시진.

갑자기 집단적으로 총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집단 교전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탕, 탕, 탕..........!따 다다 당 탕, 탕.........!

쾅, 쾅, 쾅..........!

김덕령은 곧 수하들과 함께 그곳으로 달려갔다. 뿐만 아니라 이쪽저쪽에서 아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김덕령이 도착한 곳은 유독 큰 건물 군이 밀집된 곳으로 마치 하나의 성채를 방불케 하는 대 저택이었다.

직후 심문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루손 섬의 총독 돈 로드리고라는 인물이 거주하는 성채였던 것이다. 이곳에 후퇴한 대부분의 적들이 모여서 집단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 도착해 모든 상황을 파악한 김덕령은 성채를 멀찍이 포위한 상태에서 제 군사를 물렸다.

그리고 곧 김덕령은 화기 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일이 적과 대항해야 아군의 피해만 늘어갈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김덕령이, 화기 영의 포로 집중 포격을 가해 성채 일부를 허물고 진격할 속셈인 것이다. 곧 그의 명이 떨어졌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원거리에 선 화기영의 각 종 포들이 일제히 성문 쪽을 향해 집중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쾅, 쾅, 쾅........!

콰쾅, 쾅, 쾅........!

천통류 불랑기포, 호준포, 아군의 비격진천뢰 포탄들이 까맣게 하늘을 수놓자 곧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채가 부서지다 못해 터져나가며 푸른 잔디 깔린 정원이 훤히 드러났다.

그 안에는 아군의 화력에 놀란 양이들이 공포에 쩐 표정으로 숨을 곳을 찾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아군의 포격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제는 성문 쪽 만이 아니라 성채의 뾰족탑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 쪽의 맹폭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창문 하나가 열리더니 그곳으로부터 백기가 내걸린 것이다. 총독이라는 자가 건물 안에 숨어 있다가 생명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자 항복을 결심한 것이다.

곧 포격을 중지시킨 김덕령은 성을 에워싼 채 안의 동정을 유심히 살폈다. 채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일단의 무리들과 함께 두 손을 번쩍 들고 성채 안에서 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금발머리에 푸른 눈, 오뚝한 코에 하얀 피부가 전형적인 양이의 모습이었다. 역관을 앞으로 불러낸 김덕령이 그와 대화를 시도했다.

“항복하는 것이냐?”

“그렇소!”

“그러는 너는 누구냐?”

“루손 섬의 총독 돈 로드리고라 하오!”

“좋다! 항복을 받아주겠다. 그 대신 무조건 우리의 처분에 따라야 한다.”

“몇 가지 협상을 하고 싶소. 우선 군사나 물리고 이야기 합시다.”

“쓸데없는 소리 마라. 조건이란 있을 수 없으니 무조건 항복을 하던지 이 자리에서 다 죽던지 택일하라.”

어쩔 수 없음을 안 돈 로드리고가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의 항복이 받아들여졌다. 아니 루손 섬에 주둔하고 있던 에스파냐 군대가 전원 항복을 하게 된 것이다. 곧 아군에 의해 저들 전부가 무장해제 되기 시작했다.

무장해제가 끝나자 김덕령은 이곳 상황을 신속히 이순신에게 보고했다. 보군과 수군. 군은 달라도 엄연히 이순신이 상급자였기 때문이었다. 제1군단장인 이일보다도 높은 사람일진데 함부로 태만할 수 없어 신속히 보고한 것이다.

2각이 지나지 않아 이순신이 일단의 부하들을 데리고 총독 관저로 들이닥쳤다.

“수고 했소!”

“별 말씀을 요. 장군님 덕분에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이순신의 치하에 겸양하는 김덕령이었다.

이를 들은 이순신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끼리의 공치사는 그만두고 총독이라는 작자는 지금 어디 있소?”

“연금해 두었습니다만.”

“데리고 나와 보시오.”

“네, 장군님!”

김덕령은 곧 부하들을 시켜 그를 끌고나오도록 했다.

또 한 눈치 하는 김덕령이 재빨리 역관마저 대기시켜놓았다.

푸른 눈의 돈 로드리고가 초췌해진 얼굴로 이순신 앞에 섰다.

“당신에게 몇 가지 물어볼 말이 있소?”

“네, 장군!”

척 보아도 김덕령보다는 이 자가 상급자라는 것을 안, 로드리고의 말이 한결 공손해졌다.

“본인이 알기에 주교역 노선이 이곳에서 신대륙인 아카풀코라 들었소. 맞소?”

“그렇습니다. 장군!”

“또 이곳을 기점으로 명국은 물론 왜, 유구, 섬라 등 근동의 모든 물동량이 모여든다 했소. 맞소?”

“그렇게 된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장군!”

“좋소! 우리 대 조선제국의 황제 폐하께서는 이 교역노선에 동참하길 원하시오.”

“그럼, 이 땅은........?”

“당연히 우리 차지지요. 하지만 합의가 잘 진행되면 아카풀코까지 점령할 의도는 안 계시오. 그러나 우리의 뜻에 응하지 않으면 신대륙의 제 항구들도 우리 대 조선제국의 수군의 위력을 보게 될 것이오. 하고 우리의 수군력이 이것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오. 곳곳에 산재해 있소. 제 전력의 1/5밖에 동원하지 않은 것이오.”

“들어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 장군!”

“그렇다면 이야기하기가 쉽겠군.”

한 호흡 쉰 이순신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가 이 땅을 차지하지만 신대륙까지는 손대고 싶지 않다는 것이 대조선 제국 황제 폐하의 의중이시오. 단 지금의 교역노선에 조선이 함께 할 것이고, 또 제상선도 수군력으로 보호해주겠소. 그 대신 귀국의 해군도 함께 제 상선의 보호에 합동으로 나서주고, 이 항구와 그쪽 항구를 사이좋게 이용하자는 제안이오. 어떻소?”

“이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국왕 폐하의 승낙을 얻어야 할 사안입니다.”

“알겠소. 우리의 조건을 보고해 승낙을 얻도록 하시오.”

“만약 결렬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단언컨대 신대륙의 항구까지 조선 수군이 출동할 것이오.”

“허허........! 이런 일이..........!”

허탈하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는 돈 로드리고 루순 총독이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에스파냐 전 수군력을 동원해도 절대 조선 수군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지, 자조적인 웃음의 성격이 짙은 웃음이었다.

“그러니 잘 보고해, 대 조선제국 황제 폐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소.”

“일단은 모든 상황을 그대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장군!”

“좋소!”

돌아서 이순신이 김덕령에게 말했다.

“저들을 비무장이되 자유를 좀 주고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도록 하오. 그리고 곧 시내를 완전 장악해 치안을 유지하도록 하오.”

“네, 장군님!”

이순신의 명을 받은 김덕령이 신속히 제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군사를 남겨 이곳을 정돈하도록 하는 한편 다시 군사를 시내로 풀어 불순분자들의 검거에 나선 것이다. 이를 바라보며 낮게 한숨을 쉰 이순신은 곧 이진의 명을 떠올렸다.

‘우리가 루손 섬을 점령하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 보오. 문제는 저들이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요. 즉 저들의 신 교역 노선이 우리도 탐이 나긴 하나, 신대륙까지 점령하면 문제가 있단 말이오. 한 번 항해하는데 4개월이 걸리는 긴 노선이므로, 아직 명과 왜의 일전이 남아 있는 우리 조선으로서는 그곳에 군사력을 주둔시킨다는 것은 큰 전력적 손실이 아닐 수 없소. 그래서 짐의 뜻은 서로 잘 상의하여 교역노선에 동참할 수만 있으면 가장 이상적인 안이 아닌가 하오.’

황제 이진의 의중에 따라 진행된 것이 종전 루손 총독에게 제안한 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저들이 본국의 훈령을 받으려면 또 장시간을 요할 텐데, 그동안의 군량미가 문제였다.

6만 군대가 소모하는 군량 또한 어마어마한 바가 있어서, 해남도에서 추가로 실은 군량 가지고는 채 보름이 가지 않아 동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현지 조달이 가능하면 가장 이상적인 안이나, 정 안될 것 같으면 고산도나 해남도에서 실어오더라도 한동안은 이곳에 주둔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일단은 이쪽 해상권을 완전 장악할 필요가 있었고, 또 그간에도 아무것도 모르고 올 저쪽 무역선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무역선이 온다는 것은 저들의 군함까지 온다는 소리니 그들마저 제압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군량미 걱정으로 이마를 찡그리고 있는 이순신에게 다가오는 인물이 있어 바라보니 루손 총독이었다.

“무슨 일이오?”

“우리의 처지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협상이 잘 되면 풀어줄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아마 다른 조치가 있을 것이오.”

“영영 고국으로 못 돌아간다는 소리입니까?”

“그렇소! 다시 일전을 결할 장수와 군사를 놓아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알겠습니다. 장군!”

풀 죽은 목소리로 답하고 축 쳐진 어깨로 돌아서는 돈 로드리고였다. 그런 그를 이순신이 다시 불렀다.

“루손 총독!”

“네, 장군님!”

기대를 걸고 ‘님’자까지 붙이는 돈 로드리고였다.

“군량미는 좀 있소?”

“조금은 있습니다만 충분치는 않습니다.”

실망한 표정이나 또박또박 대답하는 루손 총독이었다.

“이곳은 벼농사를 안 짓소?”

“짓지만 넓지 않은 면적입니다. 장군.”

“흐흠........! 둔전이라도 일궈야 하는가?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해야겠지?”

혼자 중얼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이순신이었다.

아무래도 일부의 군선을 풀어 계속해서 군량미를 실어 와야 할 것 같은 예감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순신이었다. 일단 그것은 나중의 일이라고 판단한 이순신이 머리를 털어내며 아직도 서 있는 루손 총독에게 물었다.

“이곳의 인구는 얼마나 되오?”

“이 시가지는 3만이 조금 넘습니다. 섬 안 깊숙이 들어가면 일부 원주민이 있기는 하나, 그들의 숫자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모릅니다. 이곳 마닐라만 점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주민들과의 마찰은 없었소?”

“웬걸요. 초장기에는 많이도 싸웠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의 전력을 알고는 별로 덤비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면 언제든지 원주민들의 습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일정 이상의 전투태세는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소탕하지 그랬소?”

“우리 군사 5천 남짓이었습니다. 이곳 치안유지하기도 바쁜 병력을 가지고........”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소. 그렇다면 우리도 군을 늘려야할지 검토해 보아야겠군.”

역관을 통해 이순신의 중얼거리는 말까지 전해들은 로드리고의 안색이 흐려졌다. 저들이 이 땅을 확실히 손에 넣으려고 작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순신이 말했다.

“배가 고프니 먹을 것 좀 내와 보오.”

이순신의 뜬금없는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루손 총독 돈 로드리고의 표정은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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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감사드리고요!^^

늘 좋은 날 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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