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3 회: 대항해시대의 서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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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이 루손 섬 출진을 앞두고 보다 세밀한 정보를 모으는 동안 조선 내에서는 거센 검거 선풍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었다.
즉 서얼허통은 건드려 놓은 것이 원인이 되어 많은 사대부들이 상소를 올리는 것도 모자라 영남에서는 집단 상소도 올라왔다. 물론 서얼허통을 반대하는 상소였다.
이에 이진은 기 언명한 대로 강경대응에 나섰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를 반대하는 자는 의금부, 포청, 지방관아를 동원해 모두 잡아들이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는 별도의 재판 없이 불문곡직하고 그 가족까지 전원 유배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저 혹한의 연해도 즉 시베리아 땅이나 사할린, 북해도 아니면, 저 열대의 해남도 등으로 검거되는 족족 보내니, 산을 이루던 상소가 금방 수그러들었다. 이 가운데는 전 현직 고관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정철과 정인홍, 김우옹이 그들이었다.
서얼허통이 조보에 보도되었듯이 오늘은 누가 어디로 방귀전리 되었다고 연일 보도되니, 어마 뜨거라 놀란 유생들의 상소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뼈대 있다고 자부하는 자들도 있으니, 일신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소신이 우선인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 역시 일체 봐주는 법 없이 모두 인구가 부족한 곳으로 보내니,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상소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비로소 마냥 어질기만 줄만 알았던 현 황제의 무서움을 똑바로 인식한 사대부들의 상소와 언동이 조심스러워지는 바가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었고. 그런 자들은 추가로 혹한의 땅으로 강제 이주 당했다. 이렇게 봄꽃이 시들을 무렵 이진은 드디어 이순신에게 루손 섬의 출전 명령을 내렸다.
* * *
황제 이진으로부터 로손 섬의 마닐라 점령을 명받은 이순신은 즉각 대 전단을 꾸렸다. 새로 건조한 대형 전함 3척에, 2천 톤급의 갈레온 선 50척, 원양전함 500척 여기에 군사 3만을 승선시켜 조선을 떠났다.
이들은 고산도를 거쳐 해남도의 거점인 북부 해구(海口)에 일시 하선했다. 이곳에서 이순신은 7만으로 불어난 김덕룡 군단 중, 다시 3만을 태워 루손 섬의 마닐라로 향했다. 육상 군으로 점령했을 시 이곳에 주둔할 병력인 것이다. 대장으로는 군단장인 김덕령이 직접 승선했다.
이들이 근 20일의 긴 항해 끝에 깊숙한 마닐라 항구 인근 해역에 다다라 에스파냐 대 선단을 만났다. 갈레온 선 80척으로 구성된 상선과 해군 복합 전단이었다. 즉 상선을 호위하기 위한 에스파냐의 군선 20척이 가세한 대 전단이었다. 마닐라에서 현 멕시코의 아카풀코로 긴 항해를 떠나는 무역선이었다.
천리경으로 이를 확인한 이순신이 아군 전함 전부에 정선을 명하고 이들의 동태를 살폈다. 저쪽도 이쪽을 발견한 듯, 대 전함의 위력 앞에 이를 피해 달아나려는지 속도가 빨라졌다. 방향은 그들이 출발해온 마닐라 쪽이었다.
이순신은 이의 추격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곧 씨줄과 날줄로 엮인 돛이 조정되고 지금까지 한가했던 격군들의 몸짓이 격렬해졌다.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둥!
전고 소리가 평소보다 배가 빨라지며 격군들의 움직임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점점 적의 전함과 거리가 좁혀졌다. 당황한 적선에서 무조건 대포를 먼저 발사했다. 아직 사거리가 미치지 못해 앞의 먼 바다에, 연속으로 높은 물기둥을 치솟게 했다. 딴에는 경고 사격의 의미도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조선 수군은 아랑곳없이 거리를 좁혀나갔다. 저 멀리 마닐라로 보이는 도시가 들어오는 즈음에는 기어코 적 선단이 아군의 유효사거 내에 들었다. 즉 100보(1.8km) 이내로 따라잡혔던 것이다.
지금과 같이 마이크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육성으로 ‘정선’을 명한다고 해서 들릴 거리가 아니었다. 이순신은 무조건 명했다.
“적의 군선을 향해 방포!”
“방포!”
복창한 이영남이 제 전함에 명했다.
“적의 군선을 향해 일제 방포!”
“방포!”
곧 수기가 바뀌며 선저에 설치된 개량된 후장식 대포들이 일제히 불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퉁, 퉁, 퉁!
쾅, 쾅, 쾅!
콰광, 쾅, 쾅!
뱃전을 진동하는 거함의 발사음과 함께 곧 적의 군함 및 인근에 거대한 물기둥과 함께 드디어 적함이 연속 피격되며, 우지끈 뚝딱 돛이 부러지고 선체 일부가 파손되기 시작했다. 일부는 벌써 온통 화염에 휩싸여 전투고 나발이고 불을 끄느라 온통 난리법석을 떠는 전함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된 아군의 일제 사격에 곧 적함은 물론 일부 상선마저 피격되어 항해가 불가능해졌다. 아니 어느 전함은 벌써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갈팡질팡하던 상선들이 다시 항구 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그대로 두었다. 적진에 상륙할 경우 적의 군함이 위협이 되는 것이지 상선이야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적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측면이 있으나, 이미 해안에서도 천리경으로 관측 가능한 거리였기 때문에, 그들의 도주는 군사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아무튼 짧은 사거리와 가벼운 포탄으로 저항하던 적함들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지만 이순신은 일제히 방향을 틀어 그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일부 살아남은 적들의 포탄에 한 발이라도 아군 전함이 맞으면 그만큼 손해이기 때문에, 적함을 전투불능으로 만든 것에 만족하고 방향을 튼 것이다.
이에 따라 약간은 돌아가는 거리가 되었지만 그것은 아군이 입을 피해에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한 이순신의 이런 성격으로 인해 항상 아군은 그만큼 피해를 덜 보았다.
긴 화염을 남기며 침몰하는 적함을 멀리 두고 아군의 배는 서서히 항구를 향해 접근해 가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천리경 상에도 항구에 정박 중인 선박들은 물론 요새의 해안포도 잡혔다.
상선 백 여척에 적의 전함 80여 척 내외, 그리고 요새에 설치된 해안포에는 몇 문의 대포가 있는지 몰라도 이쪽을 향해 거치되어 있는 대포도 보였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접근하는 동안 요새에서 몰려나온 적들이 급히 전함에 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먼저 승선을 완료한 배들도 바깥쪽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항구 쪽으로 더 접근하며 일자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저들도 함포의 사정거리가 우리보다 짧은 것을 전해 듣고 해안포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작 같았다.
이를 판단한 이순신 또한 쉽게 접근하지 않고 한동안 적의 동태를 살폈다. 곧 저들도 전투 준비가 끝나고, 상선에서는 모든 사람이 빠져나간 듯 바다는 폭풍 전야의 고요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지켜보아도 적이 바깥쪽으로 나올 것 같지가 앉자 이순신도 아군의 진형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어린진에서 일자진으로 바꾸며 함포 사격을 하기 좋은 진형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아군을 전진시켜 보았다.
그러자 적진에서 위협사격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적의 전선에서 일제히 함포 사격을 개시하기 시작했는데 아군 전함의 삼분의 이쯤에서 모든 포탄들이 수장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군은 충분한 사거리를 확보한 상태였다. 그 상태로 잠시 더 지켜보니 몇 가지 더 특이한 사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리가 가장 먼 요새의 해안포가, 보다 가까운 적함의 가장 먼 사거리와 비슷했다.
이는 해안포가 더 위력적이라는 방증이었다. 또 적함도 두 종류의 대포가 있는 것인지 포탄이 틀린 것인지는 몰라도 사거리가 달랐다. 먼 곳까지 날아오는 놈은 퐁 퐁 거리며 물기둥이 현저히 낮았고, 거리가 짧은 것은 그만큼 덜 날아가는 대신 강력한 포탄인지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치고 있었다.
모든 적의 실정을 파악한 이순신은 적의 해안포 위치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아군 함포의 유효사거리 끝에 걸릴 정도라 이곳에서 직접 해안포를 때린다는 것은 괜한 포탄 낭비라 생각하고 우선 적함보다 수장시키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조금 더 전진해 적의 진지를 때리면 그 때는 적의 포탄은 미치지 못하지만 아군은 충분한 유효사거리 내에 둘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판단이 서자 이순신은 곧 실행에 옮겼다.
“적의 전함에 대해 방포하라!”
“방포하라!”
이영남의 복창과 함께 수기가 바뀌며 전고 또한 급박하게 울기 시작했다.
둥 둥 둥 둥........!둥 둥 둥 둥........!
이에 따라 제일 먼저 건조된 500여 척의 원양전함에서 일제히 아군의 총통류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쾅, 쾅, 쾅.........!콰광, 콰광, 콰과광........!
이어 50척의 갈레온 선의 후장식 대포. 이어 세 척의 초대형 전함 3척에서도 수십 발의 포탄이 적함을 향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적들도 일제 사격으로 응사해오나 사거리 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어, 적들은 괜히 포탄만 낭비하고 있었다.
결과는 곧 드러났다.
적선이 연이어 화염에 휩싸여 가라앉는데 반해 아군 함정들은 전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적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계속 전투를 벌인다면 일방적인 개죽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곧 적선에서 하선 러시가 이루어졌다. 모두 배를 버리고 육지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완전 무방비 상태에 놓인 적함들이었다. 그러나 일부 군이 남아 아군에 사격을 가하면 그만큼 아군의 피해라 생각한 이순신은, 가라앉는 적함이 아깝긴 해도 인정사정 두지 않고 계속 맹폭을 했다.
결국 적의 모든 전함들이 수장되거나 화염에 휩싸여서야 아군의 대 선단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군의 전진에도 적의 해안포 진진에서는 이제 적들도 함부로 포탄을 낭비하지 않았다. 즉 전혀 응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들도 이미 자신 해안포의 사정거리를 좀 전의 포격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이순신은 이제 아군 함정들의 위치를 바꾸었다. 사정거리가 가장 긴 대포를 실은 초대형 전함 세 척을 선두에 세우고, 바로 그 뒤로 갈레온 선 50척을, 그리고 맨 뒤로 주력 전투함 500척을 배치했다.
그리고 사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곳에 일제 정선을 명하고 초대형 전함부터 발포를 명령했다.
“선두 열 전함부터 순차 방포!”
“순차 방포!”
곧 아군 대포들이 불꽃과 함께 굉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퉁, 퉁, 퉁..........!쾅, 쾅, 쾅, 콰광.........!
곧 적의 요새가 아군 전함의 포격에 부서져나가기 시작했다. 풀썩 이는 먼지와 함께 성채 일부가 떨어져나가며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성채 중간에 맞은 것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구멍만 움푹 움푹 파놓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곧 고각을 보정한 아군 전함들이 적의 성채 가장 높은 부분과 대응사격에 나선 적의 해안포가 설치된 곳을 집중타격하기 시작했다.
53척에 거치된 수 백 문의 대포가 일제 포격전을 전개하니 곧 적진은 화염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로 인해 뿌연 안개에 휩싸인 듯했다.
퉁, 퉁, 퉁.........!
슉, 슉, 슉.........!쾅, 쾅, 쾅, 콰쾅.........!
적도 질세라 연속해서 해안포를 가동하나 자신들의 위치만 노출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다. 수십 미터 전방에서 물기둥만 피어 올릴 뿐 전혀 아군 전함에는 피해를 끼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퉁, 퉁, 퉁.........!
슉, 슉, 슉.........!쾅, 쾅, 쾅, 콰쾅.........!
이렇게 일각 정도를 맹폭하고 나니 적의 성채가 거의 알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체가 부서진 것이 아니라 성채 윗부분만 부서져내려 그 안에 설치된 해안포들이 일제히 맨몸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이제는 해안포가 좋은 먹잇감이 되어 아군의 정밀 타격에 노출되었다. 정밀 타격이라고 해서 현대와 같은 정밀도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마치 영점을 잡듯 부근에는 떨어지니 개중에는 정말로 해안포를 박살내는 놈도 생기게 된 것이다.
이렇게 또 1각을 포격하고 나니 이제 육안으로는 적의 해안포가 하나도 눈에 잡히지 않았다. 이 포격에 해안포만이 아니라 성채 또한 더 허물어져 반파 상태가 되었다. 이를 본 이순신은 비로소 사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한동안 적의 동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제 해안포도 파괴된 적들이 반파된 성벽에 의지해,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군의 사격이 끝나자 일제히 몰려든 것이다.
“허허허........!”
만족한 웃음을 흘린 이순신이 제 함대를 서서히 앞으로 전진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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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