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87화 (87/210)

< -- 87 회: 십년대계(十年大計) 부국강병(富國强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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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진은 서둘러 조회를 마쳤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이진이 명하자 정여립과 함께 내 대방 이진열이 함께 등대하였다.

“전하! 소신 정여립 전하께 문후 여쭈옵니다.”

“천인 내 상 이진열 등대이옵니다. 전하!”

“마침 잘 왔소. 상행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때맞추어 잘 찾아 주었소. 헌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오? 통 안 들리던 사람이 과인을 찾아뵈러 오니 말이오?”

“신 정여립 교역을 해도 나라의 이익이 우선인바, 그간 우리의 면포와 골분도자기로 왜에서 주로 동과 유황 초석들을 교역하였사오나, 근래는 이 교역이 어렵게 되어 이제 유구까지 나아가 이를 구해오고 있는 실정이옵니다.”

“왜의 태합 수길이 그들 물자를 통제하는 것인가?”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사오나, 소신이 보기에는 그런 것 같사옵니다. 전에는 전쟁 중에도 이들 물자 수급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사오나, 지금은 히라도에서조차 양이의 상선이 아니면 구할 수가 없나이다.”

“흐흠.........! 그래서 유구까지 나가 양이들이 싣고 온 동과 초석을 구해온다는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문제가 심각하군.”

이진이 심각한 안색으로 말하자 내 대방 이진열이 자신의 소견을 피력했다.

“소인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이의 상선을 부산진에 다시 왜관을 열게 했듯, 그들도 입항을 허가하는 것이 어떠하시올 런지요. 그러면 원거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앉아서 쉽게 필요한 물품들을 입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집니다. 전하!”

“흐흠.........! 그래서 과인이 대마도는 개방했지 않은가?”

“그 보다는 부산까지 개방하시면 더 쉽게 .........”

“그것은 안 될 말이다. 그네들에게는 병균이 있어.”

“네?”

정여립과 이진열이 의아한 눈으로 묻자 오히려 이진이 되물었다.

“정 공은 왜상이나 양이들과 교역하면서 이상한 신앙을 믿으라 제의받지 않았는가?”

“교역하기 바빠 아직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자네의 입맛에 딱 맞을 그들의 종교인지도 모르겠네. 만인이 평등하다고 역설하니 말이야.”

“그런 종교도 있사옵니까?”

“암, 있다마다. 하지만 그 종교 세력 뒤에는 최신예 대포와 총으로 무장한 해적 세력이 있고, 그게 아니라도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상이 조선에 도입되면, 과인의 발치부터 흔들리는 것인데, 과인이 과연 이를 용납할까?”

이진의 하는 이야기의 내용도 놀랍지만 그의 모든 분야에 대해 박식함은 이들이 만날 때마다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도 모자라 숭모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비틀린 웃음을 짓고 있는 이진을 보고 등골이 오싹함을 느끼는 둘이었다.

“하니 어렵더라도 당분간 그대들은 유구에 나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략물자를 구해오게.”

“네, 알겠습니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두 사람의 대답을 들으며 만족한 표정을 짓던 이진이 돌연 엉뚱한 질문을 했다.

“자네들 눈에는 작금의 조선이 어떻게 비치는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대왕님의 즉위 후 나날이 조선이 발전하고 있사옵니다. 전하! 이는 전하께서 조선 백성들에게 베푸는 큰 덕이오니 천 천세 하기를 뵈옵나이다. 전하!”

이진열에 이어 정여립이 부복해 아뢰었다.

“이런 속도로 우리 조선이 계속 발전한다면 20년 내에는 쇠락하는 명국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전하!”

“정말 자네들 눈에도 그렇게 비치는 가?”

“조금 과장을 하면 한 번 교역을 나갔다 들어오면 뭔가가 틀려져 있을 정도로 조선의 문물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옵나이다. 전하!”

정여립의 말에도 이진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이래서 과인이 처음 경연에서 가르침 받은 것이 양신, 충신, 간신의 분별 법이었느니라. 그만큼 아첨이나 과인을 칭찬하는 말은 듣기가 좋다는 말이지. 폐일언하고 10년 내에 과인이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유구(琉球:현 오키나와)나 섬라(暹羅:태국)의 조공이 간악한 왜적들에 끊긴지 어언 백여 성상.........”

아련한 표정으로 잠시 천정에 눈길을 주던 이진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의 뱃길이 다시 이어지게 할 것이다. 또한 그 밑의 루손이나 조선보다도 수십 배 큰 영토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 잠들어 있기도 하다. 이런 영토들을 조선이 하기에 따라서는 아국의 영토화 할 수 있음이야. 정 공은 과인의 말을 믿는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번뜩이는 눈을 거느리신 주상의 말씀이라면 신 믿고도 남사옵니다. 전하!”

정여립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역모를 꿈꾸다 하루아침에 잡혀온 그로서는, 이진의 거느린 세작집단이 더 크게 느껴졌나 보다.

“하여 처음 과인이 그대에게 약속한 대로 그 시기가 도래한다면 그 너른 땅 중에서 어디 하나를 떼어주어도 떼어줄 터. 그곳에 나중에 이상향을 건설해보도록 하고. 단지 지금은 과인에게 충성을 다할 지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혹여 정여립이 무역을 행하다가 선교사들에게 감화되어 도중에 엉뚱한 짓이라도 벌일까봐 미리미리 단속하는 이진이었다.

잠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정여립을 무표정으로 내려다보던 이진이 시선을 갑자기 내 대방 이진열에게 돌려 물었다.

“과인이 한 가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커피나무라고 이것도 과인이 구황작물 구입 시 구해오라고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직 커피를 발견하지 못해서 말이야. 이 어찌 된 일이냐?”

“그 나무를 양이로부터 공급받아 함께 들여오긴 했사오나, 많지도 않은 묘목들이 토양이 맞지 않는지 다 죽은 것으로 아옵니다. 전하!”

“흐흠.........! 열대에서 잘 자라는 식생이니 그럴 수도 있겠군.”

그렇게 말하는 이진의 머리에는 ‘온실’ ‘유리’ 등을 떠올리다가 도저히 상품성을 갖추지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 추후에 어디 열대지방을 점령한 후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고, 이 문제는 일단 생각을 접었다.

생각을 정리하자 이진은 시선을 정여립에게 옮겨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누적된 이익금을 계속 배를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싶사옵니다. 전하!”

“하하하.........! 대 선단이라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인가?”

“한 번에 많은 물량을 거래하면 그만큼 이문도 많이 남으니 자꾸 욕심이 나옵니다. 전하!”

“윤허 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 대방은 과인에게 청할 말이 없는가?”

“천직에 종사하는 자들을 위해 화폐며 해금 정책 등 많은 시혜를 베풀어주시어 항상 성상의 은혜 뼈에 사무치거늘, 천것이 무슨 부탁이 있겠사옵니까? 단지 무지한 것이 부산포를 양이에게도 개항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사오나, 성상의 밝으신 헤아림을 듣고 보니 그릇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전하!”

“그래. 앞으로도 우리 조선의 발전에 진력하도록 하고, 과인이 어주(御酒) 한 병씩을 내릴 테니, 들고 가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곧 그들을 물린 이진은 편전을 나와 잠시 바람을 씌었다. 아직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이진은 오히려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잠시 뜰을 거닐었다.

이때 총총히 걸어오는 자가 있어 바라보니, 명에 왜구를 가장하여 노략질을 하러 갔던 부 군사 최담령이었다.

“전하.........!”

내버려 두면 맨바닥에 엎어질 것 같아 이진이 황급히 만류했다.

“과한 예는 거두어라!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대성공이었습니다. 전하!”

“거 기쁜 일이로구나! 대전 안으로 들어가 듣자.”

“네, 전하!”

그를 데리고 사정전 안으로 들어간 이진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와 마주앉았다.

“전공을 보고하라!”

웃음 띤 이진의 말에 최담령은 겸양으로 입을 열었다.

“노략질하는 것이 무슨 전공이겠습니다만, 왜선 10여 척에 말썽분자 왜구 200명을 승선시켜 절강 지방에 풀어놓은 바, 2개월을 절강, 강소, 안휘 일대를 들쑤시고 돌아다니고도, 50명이 갖은 귀중품을 약탈하여 생존해 돌아왔사옵니다. 또한 명의 부녀자들 수백 명을 함께 납치해온 바, 그들의 전리품으로 주었사옵니다. 전하!”

“하하하.........! 그런데는 아주 타고난 놈들이로구나! 그런데 명군과 치안이 그토록 허술하단 말이냐?”

“척계광이 왜적을 소탕한 이래 근래는 왜구의 침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방비가 아주 허술하고 치안 상태도 엉망이었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북쪽의 오랑캐들에게 전력을 경주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옵니다.”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처음이라 저들이 미처 대응을 못했지만, 지금 명 조정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런 가운데, 그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하니 다음에는 북방에서 누구를 내려 보내던 아주 유능한 인물을 내려 보내 제법 대비를 할 것이다. 그러니 다음에는 그쪽 방면이 아닌 더 내려가 복건이나 광동 지방 등을 약탈하도록 해라.”

“알겠사옵니다. 전하! 소신 또한 전하와 마찬가지로 방비하지 않는 곳을 항상 선제 기습공격하리라 마음먹고 있었사옵니다.”

“옳거니! 가만, 선제 기습 공격이라.........! 왜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되겠구나. 그들이 모든 병선이 준비되어 쳐들어오는 것을 꼭 내해에서 막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저들을 기습 공격해, 저들의 병선을 모두 해상에서 불태워버리는 거야. 그러면 저들이 어쩌겠어? 헤엄쳐 침략해오려면 오라고 하고. 아, 핫핫핫..........!”

무릎까지 두드리며 대소하는 이진의 모습은 십년체증이 내려간 듯 아주 시원하면서도 통쾌함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웃음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 이년! 단 이년 안에 속도가 빠른 침저선 200척을 더 건조하는 거야. 그 안에는 저들도 병선 준비가 안 될 테니, 우리가 먼저 건조해서 저들의 해역에서, 함포 포격으로 저들의 배를 모두 수장시키고 돌아오는 거야. 그런데 2년 내에 200척이 건조 가능할까? 임란을 대비할 때 마냥 집중지원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중앙군을 증원한다고 했으니 좀 힘에 부치겠는 걸?’

‘그래! 궁 즉 통(窮 卽 通)이라! 좀 부족한 부분은 판옥선을 개조해서 기존 왜선 250척하고 하고 해서 500척을 만드는 거야!’

자신이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지 이진은 무릎까지 쳐가며 아주 즐거워했다.

그의 생각인 즉슨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선 배는 건조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배 전체를 해체하여 새로 조립하여 수리하여 썼다. 이는 판옥선뿐만 아니라 조선 배 전체의 특징으로, 조선 배는 나무못 끼워 맞춤식으로 건조되었기 때문에, 일정 기간 경과 후 배를 해체 수리 하여 사용함으로써, 그 내구연한이 상당히 길었다.

일단 해체하며 밑바닥만 원양 항해에 적합한 침저선으로 개량해서 사용하고, 필요하면 돌아와 다시 개조하면 되니까. 이런 생각으로 이진은 2년 안에 250척 건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각이 일자 이진은 바로 자리를 옮겨 송익필을 불러 받어 적게하여, 이순신에게 파발로 특별 명령을 하달했다. 그 내용은 당연히 종전에 이진이 생각한 것들을 담고 있었다. 모든 일이 끝나자 이진은 이래저래 공을 세운 최담령을 위해 주안상을 봐오도록 해 그와 다시 마주앉았다.

“그런데 약탈한 물건은 어떻게 처리했지?”

일국의 군주로써는 좀 치사스러웠지만 물은 건 물어야 했다.

“일부는 포상으로 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대부분은 대장 의연이 배편으로 싣고 오는 중입니다. 전하!”

“하하하..........! 그걸로 배 건조하는데 보태 쓰면 되겠다.”

“네?”

“그런 일이 있어 너무 많이 알면 다치는 수가 있어. 하하하........!”

이진의 농담이었지만 최담령으로서는 뻘쯤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를 위해 술 한 잔을 쳐주며 이진이 말했다.

“앞으로도 상황을 봐가며 저들에게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 거야. 아주 피곤하게 하는 거지. 남에서 북에서.”

“네?”

“어허, 너무 알면 다친다고 하지 않았던가!”

“네, 네. 전하!”“쓸데없는데 너무 관심 갖지 말고, 맡은 일만 잘 하면 돼. 자, 한 잔 받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감사를 표하는 최담령에게 한 잔 술을 따른 이진이 말했다.

“과인은 이제 말썽피우는 왜구가 없을까봐 걱정해야 되겠는데.......?”

“그럴 리 없을 것입니다. 전하! 노역을 견디지 못한 놈들이 틀림없이 불거져 나올 것입니다. 전하!”

“꼭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놈들이 생기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야. 하하하.........!”

대소를 터트리던 이진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진중해졌다.

‘아무리 조선이 살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지만, 당한 명국 백성들을 생각하면 이는 군주가 마냥 즐거워할 만한 일은 아니지.’

이렇게 생각한 이진의 태도가 그 다음부터는 한결 진중해지고 웃음도 사라졌다.

그렇지만 군신 간의 분위기는 화기(和氣)가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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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세요!^^

후의에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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