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66화 (6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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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중앙군이 철저히 훈련을 받은 정병이라도 무기가 빈약해서는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지금 중앙군의 편제를 보면 최 말단의 편제인 대(隊)에는 이 개의 오(伍) 10명에, 화병(火兵) 포함하여 11명으로 편재된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그러나 영(營), 사(司), 초(哨), 기(旗), 대(隊) 등의 편제에서, 위로 올라가면 편제가 달라졌다. 인원 구성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기와 초는 3개가 모여 각각 윗편제를 이루지만, 사(司)와 영(營)은 각각 5개 예하 단위가 모여, 사와 영을 이루므로, 이때부터 이진은 1개의 사와 1개 영에서, 하나의 예하 단위를 빼 화기중대 내지 화기대대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사단마다 별도의 영(營) 전체가 화기로 무장한 영(營)이 치중대와 함께 존재했다. 3, 3, 3, 3으로 이루어지는 좀 부족한 편제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것도 애초부터 이진이 이렇게 편제를 꾸릴 의도는 전혀 없었다. 이진 생각으로는 한정된 시간과 물자에서 수군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려 했다.

그러나 신립의 거센 항의와 뒤이은 사단장들의 읍소에 중앙군 또한 대거 포병 전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수군이 좀 미흡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 결과가 오늘 수군만으로도 박멸할 수 있는 전투를 아쉽게도 손 털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중앙군의 편제에 비해 지방군인 정군은 대(隊) 하나에 화병 한 명 외에는 전부 개인 병기인 칼과 창, 활 등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것도 궁 같은 경우 흑각궁은 물소 뿔은 수입을 해야만 되는 희귀한 재료라 없었고, 비교적 재료구하기가 쉬운 향각궁(鄕角弓), 죽궁(竹弓), 회목궁(檜木弓) 등으로 지급되어 있었다.

아무튼 지금 조선 수군을 지원하는 포병 전력은 바로 중앙군 각 사단 직할인 화기 영(火器 營)들이었다. 즉 각 사단 약 900명의 포병이 육지 가까이 다가오는 적선을 향해 각 종 포사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의 종류야 천지현황, 호준포, 불랑기포 등 각종 총통은 물론 신기전, 대완구, 중완구, 소완구에서 발사되는 크고 작은 비격진천뢰가 마치 밤하늘에 불꽃놀이를 하듯 온 하늘을 달구니, 왜의 전함들은 진퇴양난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래도 일부는 죽기 살기로 상륙을 감행해 조선 중앙군에 달려들었다. 이에 지금까지 심심해서 코나 쑤시고 있던 화기 영 소속의 기계노와 연노를 장착한 궁병들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피피 피피 융!

피융 피융!

수십 발, 아니 수백 발의 기계에서 웅크리고 있던 쇠뇌들이 왜적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자 (영화에서) 대역을 쓸 것도 없이 이들은 멋지게 죽는 장면을 연출했다.

스르륵, 스르륵!

영차, 영차!

다시 기계 노 감는 소리가 들리고, 그 공백을 이용하여 대, 중, 소완구들이 곡사포의 위력을 자랑하며 곡선비행을 하더니 왜적이 몰려 있는 곳만 골라 떨어졌다.

그러나 시간 조절 장치인 목곡이 있어 금방 터지지 않자, 모르는 놈들은 웬 쇠박? 신경도 쓰지도 않고 눈먼 화살에 더욱 신경 쓰는데, 아는 놈도 있어 발로 걷어차려는데, 하필 그때 진천뢰(震天雷)가 문자 그대로 천지를 떨어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폭발하는 바람에, 인근에 있는 놈들까지 깡그리 쓸어 해초의 거름이 되게 했다.

뿐만 아니었다.

어느 놈들은 전장에서 깨금발 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한발로 껑충껑충 뛰며 살려달라고 지랄을 떨고 있었다. 대기병용인 철질려를 군데군데 깔아놓았는데, 하필 전투 중에 게다짝도 잃어버린 놈이 그것을 밟은 탓이었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 뒤를 받치고 있던 지방군이 심심해 하품이라도 꺽꺽하고 있을라치면, 게중에는 여름날 베바지에 방귀 새듯 소리 소문도 없이 중앙군을 돌파해 나오는 놈들도 때론 있었다.

이에 향각궁(鄕角弓), 죽궁(竹弓), 회목궁(檜木弓) 등의 각종 활이 누가 성능이 더 우수한가 품평회를 하듯 서로 시위를 놓으니, 왜놈을 몇 발짝 더 앞으로 전진하는 듯싶더니 기어코 모래땅에 코를 박고 질식사 했다.

아무튼 이렇게 웃지 못 할 할리우드 액션 속에서, 전투는 조선군의 우세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 * *

혼각(昏角:아직 빛은 있으나 어둠이 몰려오는 시각)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투가 이제 삼경을 넘어 북두칠성의 국자모양이 바로 섰는지 거꾸로 섰는지 하여튼 시간이 많이 흐른 시각이었다.

그러나 해상은 밝기만 해서 현대의 조명탄 수백 개를 띄운 것보다도 훨씬 환했다. 불타는 적선들이 뿜어내는 휘황찬란한 광휘였다.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조선 수병들의 접근도 어려웠지만, 그나마 바다 한 가운데 빠져 목숨부지한 치들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글이글 타는 배의 열기에 통구이가 되던지, 계속 물속에 잠수해 있다가 질식사를 하던지 죽는 방법만은 자유였다. 거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조선 수병들은 느리지만 분명 그 넓게 펼친 그물망을 서서히 걷어 올리고 있었다.

대형 그물에 걸린 물고기 신세인 왜병들의 최후의 선택이 다가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육지로 기어오르려 개헤엄에, 판자를 부둥켜안고 몸부림치는 놈, 추악하게 배 이물 뒤에 매달렸지만, 마음속으로는 끝까지 사무라이라고 외치며 육지로 끌려가는 놈.

온갖 군상들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가운데, 무조건 항복한다고 두 손을 높이 치켜들다가, 꼬르륵 바다 속으로 잠수하는 놈 사이로, 백기를 올린 적의 전함 십여 척이 당당히 아군 진영으로 항진을 해왔다.

“위장 항복이다.”

“진짜로 항복하는 것 같다.”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모두 갑판에 나와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으니, 아무리 전시라지만

동방예의지국의 군 수뇌부가 일단 이들의 항복을 수용했다. 일단 모두 바다 속으로 뛰어들라는 조건 하에서였다.

이렇게 해서 대형 뜰채로 뜨고(?), 밧줄을 던져 구원한 자들이 자그마치 3천 명을 헤아리는데, 이 일이 시발이 되어 전선 째 항복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일단 살고보자는 식의 항복 같았다.

* * *

둥 둥 둥!

전고 소리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군의 전함들이 서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대북방송(?) 아니 대 왜적 방송이 시작되었다. 참모들이 이순신에게 긴급 제안을 한 것을 이순신이 받아들인 것이다.

“항복하라!”

“항복하라!”

그러나 조선말을 알아들을 왜구들이 몇 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왜인 7,500명이 입에 깔대기를 대고 나발을 불게 되었다.

“降伏する!”

“降伏する!”

7,500명이 함께 내지르는 소리는 위대했다. 고막에 통증을 느낄 정도의 소음인 120데시벨(db)의 전장 소음 속에서도 이곳저곳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희 편이 항복하고도 안 죽은 것을 본 왜의 전선 이곳저곳에서 백기가 내걸리는데, 심지어 육지까지 힘겹게 기어 올라간 놈들 중에서도, 느닷없이 두 손을 번쩍 치켜드는 놈들도 있었다.

그래도 전장의 원칙상 무기는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항복한다고 느닷없이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조총을 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다가, 같은 편인 왜적의 총탄에 숨지는 놈들도 발생할 정도였으니, 그 효험이 대단타 아니 할 수 없었다.

이래저래 왜적들의 사기가 반 동강 나기 시작하자, 고니시 유키나가는 더욱 광분할 수밖에 없었다.

“빠가야로! 무조건 돌격 앞으로!”

삼층 누각도 날아가 이층 전함으로 내려온 고니시의 발악에도 왜의 전투력은 계속해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아군들은 어디서 샘솟는지 없는 힘도 나서 펄펄 날았다. 벌써 몇 시간째의 전투인지, 이영남도 승전이 확실시되자 배가 고파 말을 아끼는 판에 말이다.

그러나 이때 아군의 정신세계(士氣)와는 달리 대 조선군은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다. 그렇게 맹위를 떨치던 포병 전력이 산발적 간헐적으로 아군을 후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했다.

이제 적의 숫자 채 5만을 헤아릴 즈음에 일어난 소리 없는 반전(?)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중앙군의 각 영에 속한 화기대대와 화기중대의 남은 화약에 의해 아직은 여전히 콩 볶는 소리가 나고, 비격진천뢰의 불꽃이 하늘 높이 솟구치고 있을 때였다.

또 하나의 반전이 소리 없이 왜의 전함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대장선인 대형 아타케부네 즉 조선말로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집이 설치되어 있는 안택선(安宅船)에서 자행되고 있었다.

“충성!”

“무슨 일이냐? 마고 토키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매서운 눈으로 부하를 노려보며 물었다.

“아군의 희생이 너무 큽니다. 대장님!”

“그래서?”

“아무리 부하들이라지만 사람의 목숨은 소중한 것입니다.”

“이 새끼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너 돌았어?”

“돈 것은 영주님이십니다. 이것은 전쟁이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학살되는 것입니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당장 이 새끼 끌고 가, 쏴 죽여! 아니 총알이 아까우니 밧줄로 묶어 바다에 던져!”

“네, 대장님!”

고니시 유키나가의 명을 받아 막 부관이 집행하려 할 때였다. 이때 소 안택선 하나를 비롯해 십 여척의 세키부네(關船)가 나타나 대장선의 진로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소 안택선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보고할 게 있습니다. 대장님!”

“무슨 일이냐? 사야가(沙也加)!”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님의 전언이 있습니다. 총사령관님!”

“그는 어쩌고?”

“적의 유탄에 맞아 장렬히 전사하셨습니다.”

잠시 고개 들어 대낮같은 하늘을 더듬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말했다.

“거기서 말해.”

“비밀리에 전하라 하셨습니다만.........?”

“제길.........! 올라와!”

“네. 총사령관님!”

이번 조선 정벌전의 한 축인 가토 기요마사의 유언이라는 말에 전투 중이었지만 잠시 정선이 되고, 곧 사야가라는 인물이 예하 부관 두 명을 데리고 대장선에 승선하게 되었다.

“무슨 말이야?”

“잠시 귀를 빌리겠습니다. 총사령관님!”

“에이.........! 냄새나게 시리........ 알았어.”

허락을 받은 사야가가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접근해 그의 귀에다 대고 말했다.

“잠시 몸을 빌리겠습니다. 총사령관님!”

“뭐?”

선뜻 이해를 못한 고니시 유키나가의 버럭에도 태연한 표정을 지은 사야가가 말했다.

“지금 이 시간부로 당신의 몸은 영어되었습니다. 똑바로 보십시오!”

사야가의 말에 자신의 옆구리에 대어진 비수를 바라보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번개 같이 몸을 틀 때였다.

어느새 자신의 몸은 자유를 잃었음을 알았다. 사야가를 따라온 부관이라는 놈들이 자신의 양팔을 등 뒤에서 틀어쥔 까닭이었다. 이를 형을 집행하러가다가 멈추어 서서 본 유키나가의 부관이 소리를 질렀다.

“네놈들도 반란을 획책하는 것이냐?”

“반란이 아니다. 다 같이 살자는 것이다.”

“여봐라! 이놈을 죽이고..........”

몇 마디 하려던 유키나가의 입이 금방 틀어 막혔다.

“밑을 잘 봐라! 내 부하들의 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두 바다 속에 수장되고 싶으면 반항해도 좋다!”

사야가의 외침에 대장선에 승선한 왜병들이 밑을 내려다보니, 정말 자신들의 배는 10여 척의 관선에 포위되어 그들의 포 앞에 노출되어 있었다.

“다 같이 살자는 짓이다. 이미 패전은 규정사실이다. 괜히 아까운 목숨들 버리지 말고 나를 따르라!”

사야가의 선동에 대장선에 있던 왜병들이 수군수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거듭했다.

“안 된다!”

이때 유키나가의 부관이 이를 제지하려는 순간이었다.

마고 토키로가 순식간에 몸을 빼치더니 역으로 그 자를 제압해 버렸다.

“와아..........!”

한 놈이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함성을 지르자 이에 호응하여 여기저기 자신의 무기를 버리며 항복 의사를 표시했다.

이렇게 전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급반전 되는 순간에도 삼군통제사의 명에 벗어나 있는 원균은 자신의 부하들을 닦달해 육전까지 참여하고 있었다.

* * *

이 조선 정벌전에서 3,000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선봉장으로 참여한 사야가(沙也加)). 그가 훗날 김충선(金忠善)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은 왜인이었던 것이다.

훗날 이진으로부터 ‘바다를 건너온 모래(沙)를 걸러 금(金)을 얻었다’며 김해 김 씨로 사성(賜姓)받았고, 이름은 충성스럽고 착하다는 ‘충선(忠善)’으로 지어졌던 것이다. 또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하 중 최초로 항명한, 마고 토키로는 ‘손시로(孫時老)’라는 성과 이름을 하사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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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감사드리고요!^^

늘 좋은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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