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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클리어 공식-65화 (47/201)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65화 짧은 휴식

“개방에서는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소이까?”

청성파 주목 장로의 말은 억지에 가까웠다.

모용세가로 떠났던 사단의 인원들이 돌아온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드넓은 중원에서 단단히 숨어 있을 배교를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당연하게도 개방에서는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였다.

“채근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면 세상 살기 얼마나 편하겠소.”

“어허, 물어보지도 못하오?”

“그게 물어보는 사람의 태도라고 생각하시오?”

“두 분 모두 잠시만 진정하시고······.”

비걸개의 특유의 상대를 얕잡아 보는 말투는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주목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허, 분명 저들의 귀에도 자신들이 계획했던 일이 실패했다는 걸 알아차렸을 텐데, 더욱 깊이 숨어들기 전에 찾아야 하지 않소이까!”

“그러는 주목 장로께서는 어디에 있는지 알기라도 하나 봅니다?”

비걸개의 말에 주목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듣기에 따라선 배교와 내통하냐는 걸로 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두 분 다 그만하시지요.”

“그러나, 지금 저 말은 본인을······.”

“주목 장로께서 먼저 개방을 운운하셨으니, 피차일반입니다.”

정진 대사가 주목을 향해 냉랭하게 말했다.

덕분에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비걸개 장로께서도 그런 도발적인 발언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비걸개는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시끄럽게 떠들던 두 사람이 입을 닫자, 꽉 들어찬 정론각 내부가 조용해졌다.

“그보다, 연락은 아직인가 봅니다.”

그 말에 비걸개는 입맛을 다셨고, 당패철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 면목이 없습니다.”

당패철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필이면 당가의 주요 인물들이 죄다 신의를 따라 운남으로 향했기에, 흑백선자가 말했던 고독과 강시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답답하긴 개방도 마찬가지였다.

운남은 사람이 극히 드문 곳이라서, 찾으려면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의를 비롯한 인물들이 운남 어디에 있는 줄 알고 뒤지겠는가.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곳곳에 존재하는 독물(毒物)들의 존재였다.

무작정 개방도를 많이 밀어 넣을 수도 없는 실정이었기에, 그들을 찾는 작업은 더욱 더뎌지고 있었다.

“쩝······. 그래도 사나흘 안엔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이제는 슬슬 발자국이라도 나올 때가 되었지.”

“그건 반가운 소식입니다.”

“아, 그리고 반가운 소식 하니깐 말인데······ 남궁세가가 내일이면 도착할 것이오.”

비걸개의 말에 정론각에 앉은 인원들의 얼굴이 확연히 밝아졌다.

팔대 세가의 맏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남궁세가가 참여하지 않는 건 아쉬웠었다.

게다가 모용세가까지 멸문당했다면 더욱이.

“쯧······.”

그들의 반응을 본 검후는 자신이 흑백선자의 목을 날렸을 때를 생각하며 낮게 혀를 찼다.

당시, 시후는 바닥에 떨어진 그의 머리를 주워들고 소금과 나무 궤짝을 찾아다녔다.

당시에는 ‘뭐 하는 미친놈인가’ 싶었다.

머리를 쥔 채로 주방을 들락거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후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제남을 지나며 시후는 표국에 서신 하나와 궤짝을 맡겼다.

수령지는 바로 남궁세가였다.

남궁무의 복수에 혈안이 되어 있던 남궁세가는 그 머리와 서신을 받고 지금쯤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시후를 떠올리자 검후는 기가 찼다.

“건방진 놈, 날 부려 먹을 생각을 하다니.”

검후가 탁자를 톡톡 두들기며 혼잣말을 하자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마주쳤다.

“무슨 말씀입니까?”

“있어. 내 이름을 팔아먹은 건방진 놈.”

검후는 시후가 한 부탁을 떠올렸다.

‘당분간 자리를 비울 텐데, 혹시라도 남궁세가에서 사람이 오면 그때 있었던 일과 대화를 전해 주십시오.’

제 놈이 불러 놓고 ‘혹시라도’라니.

다들 자신을 어려워하는데, 놈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돌아오면······ 손 좀 봐 줘야겠어.”

정론각에 앉은 인물들은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검후를 바라보곤 어깨를 으쓱거렸다.

누굴 손봐 준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 앉아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검후의 기분도 썩 나빠 보이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입꼬리가 올라갔을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 * *

시후는 바닥에 드러누워 가쁜 숨을 내쉬었다.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눈을 끔벅거렸지만, 알람은 사라지지 않았었다.

[‘용문석굴의 시련’을 완벽하게 통과하였습니다.]

“씨······.”

이제는 잊은 줄 알았던 욕이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장장 열흘이었다.

닷새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했던 시련은 그 두 배의 시간을 까먹었다.

시련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니, 힘들기보다는 너무 많았다.

아니, 시후의 욕심이 너무나도 과했다.

절반만 완료해도 괜찮지만, 1,352개의 석굴을 죄다 깨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시후는 숨을 다 고른 뒤 천천히 일어나 노사나불(盧舍那佛)로 다가갔다.

이 불상은 측천무후와 관련이 깊었다.

용문석굴에서 가장 거대한 불상이며, 측천무후를 본떠 만든 불상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얇네.”

불상 앞에 놓인 물건은 놓인 바닥이 비칠 정도로 얇디얇은 수투(手套)였다.

다만, 금빛으로 번득이는 게 어지간히 시선을 끌어모으겠다 싶었다.

[금사박투(金絲薄套)]

「위대한 여제 측천무후의 장갑입니다.

손을 통하여 펼치는 모든 무공의 진기 소모가 2할 줄어듭니다.

수많은 반대파를 처리한 여제의 위엄으로 ‘세력’을 상대할 시, 모든 위력이 2할 상승합니다.

살해 시, 일정 확률로 내공을 회복합니다.

수화불침(水火不侵)의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능력이 잠겨있습니다. (100)

능력이 잠겨있습니다. (10)」

“응?”

금사박투를 주워든 시후는 가장 마지막 두 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용문석굴의 시련을 성공적으로 완벽하게 통과하면 아주 좋은 보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능력이 잠겨 있다는 사실은 지금 알았다.

그러나 드러난 설정도 나쁘진 않았다.

안 그래도, 자운유성창의 연비가 좋지 않다고 느끼던 시후였다.

위력이 3할 늘어난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진기의 소모까지 늘어난다는 건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손’이란 건 창을 잡은 손도 마찬가지니, 진기 소모 감소는 반길 만한 일이었다.

게다가 ‘세력을 상대할 때의 위력 증가’ 효과에 자운유성창의 ‘혈혈단신으로 적을 상대할 시, 내공의 소모가 절반으로 감소’한다는 효과가 더해진다면.

시후 홀로 무쌍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살해 시 내공 회복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다만, 능력이 두 개나 잠겨 있는 건 상당히 골치 아팠다.

푸는 방법 또한 모르니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시후는 아쉬움을 달래며 금사박투를 손에 끼워 넣었다.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장갑이 피부에 녹아내리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엄지와 검지로 쭉 잡아당겨 보니, 피부가 딸려왔다.

“금사박투 해제.”

그제야 금사박투는 슬금슬금 피부 위로 밀려 올라왔다.

하긴, 이렇게 피부에 동화되지 않는다면 너무 눈에 띌 것이다.

시후는 금사박투를 다시 착용하고 곧장 낙양으로 들어섰다.

수많은 왕조가 도읍을 틀었었던 곳답게, 낙양 곳곳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했다.

시후는 기억을 더듬어 어느 대궐 같은 집으로 들어섰다.

“일은 다 본 게냐?”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가로이 정원을 손보던 후괴가 반겨 주었다.

옷차림부터 시작해서 확 달라진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럽니 뭐니 하더니, 이젠 자기 집처럼 관리하네요.”

후괴와 하오문을 이어 주는 선택은 주효했다.

하긴, 하오문에서도 고수의 존재가 절실할 것이고, 쌍괴는 어디 매여 있는 사람이 아니니 붙잡을 수 있다면 붙잡고 싶었을 것이다.

후괴는 시후의 말에 뻔뻔하게 대꾸했다.

“이놈아, 내 집이 아니니 더 열심히 관리해야 하는 법이다. 그게 이 집을 내준 하오문을 향한 예의 아니겠느냐?”

“하오문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쩔 거예요?”

시후의 말에 후괴의 동공이 얕게 흔들렸다.

그가 정원을 살짝 훑어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 나가라더냐?”

“아뇨, 그냥 하는 소리······.”

“이놈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거들랑 집어치워라!”

그의 호통에 시후는 슬쩍 뒤로 물러났다.

하긴, 혜아를 봐서도 낙양에 머무르고 싶을 것이다.

배움을 향한 혜아의 열정은 엄청날 테니까.

병약했을 때도 주야장천 책을 읽었던 혜아가 병이 나은 지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로선 하오문에서 당장 집을 비워 달라고 하면, 가진 돈으로 어디 머무를 수나 있겠는가.

시후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그들의 목줄이나 다름없는 혜아를 찾았다.

“혜아는 학당에 갔어요?”

“커험, 혜아는 지금 시독학사(侍讀學士)를 지낸 종 대인의 집에 갔지.”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걸 보니, 또 입이 간질간질한 듯 보였다.

시후는 모른 척 정원을 둘러보며 전혀 인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배치라고 칭찬했지만, 후괴는 자신이 공들여 관리한 정원보단 혜아 자랑을 늘어놓고 싶은 듯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다.

“그 집에는 왜 갔는데요?”

“으허허, 그게 말이야. 혜아가 학당에서 사고를 쳤지 뭐냐. 아, 사고라는 게 안 좋은 사고라는 건 아니고······.”

후괴의 설명은 길었지만, 간단히 말하면 혜아가 잘나서 시독학사를 지낸 종 대인의 귀에 들어갔다는 말이었다.

그로 인해 학당에 가지 않고 매일 종 대인의 집으로 가서 공부한다나 뭐라나.

후괴가 이렇게나 팔불출이라면, 필시 사방팔방 떠들고 다녔을 터.

귀 선생의 귀에 이야기가 전해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다만, 후괴의 자랑은 좀처럼 자랑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종 대인이 말하길, 혜아가 한 번 본 것을 잊지 않으며, 사고방식이 남들과 달라 자기도 배울 점이 많다고 하지 뭔가. 시독학사를 지낸 사람이 허튼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 혜아의 영특함은 이루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시후는 최선을 다해서 흘려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괴의 말이 끊겼다.

혹시 건성건성 듣는 게 화가 났나 싶어 그를 바라봤지만, 그의 시선은 시후가 아닌 문을 향해 있었다.

시후는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누군가 문 뒤에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괴물 같으니라고.’

문 너머 인물은 곧장 문을 두드렸다.

후괴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슬렁어슬렁 문으로 다가갔다.

“뉘슈?”

“하오문에서 왔습니다.”

하오문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후괴는 문을 열어 주었다.

조금 전, 시후가 하오문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쩔 것이냐고 했던 말이 떠오른 걸까.

후괴는 눈동자를 굴리며 하오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건 문 너머에 있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갑이라고 생각하는 둘의 모습은 묘하게 우스웠다.

“에, 어쩐 일로······.”

“아, 대협이 아니라, 여기 차 소협에게 전해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시후에게 향했다.

다른 것보다도 벌써 찾았을 리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혹시 정의맹 소식인가요?”

“네. 다름이 아니라, 어제 운남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그럼?”

“네, 늦어도 이레 뒤에는 신의가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 말은 그 뒤에는 슬슬 소림으로 돌아오라는 말과 같았다.

안 그래도 밖을 길게 나돌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얼굴을 오래 안 비춰서 좋을 건 없으니, 필요한 것들을 얻고 빠르게 돌아갈 생각이었으니.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그를 돌려보냈다.

시간은 충분하다.

고민했던 십팔나한의 시험을 봐도 충분할 정도로.

“방 있죠? 조금 눈 좀 붙일게요.”

‘일단, 잠 좀 자고.’

- 66화에 계속 -

< 개발자의 클리어 공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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