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2부 73화 적은 내부에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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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73화 적은 내부에 있다 (1)
드림관리재단에 같은 조원이었던 소혜와 호선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천귀령을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왜 갑자기 존댓말을.."
천귀령의 물음에 호선이 답했다.
"아.. 그동안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최희님보다 등급이 높으신 분이었다니 몰랐습니다."
호선과 소혜는 일어나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천귀령은 꽤나 당황스러운 눈치인 듯 했다.
"아니, 등급이랑 상관은 없어. 한 번 친구면 영원히 친구지. 등급이 뭐가 중요해?"
천귀령은 최희와 우범, 효진이에게 도와달라는 눈치를 보냈고, 보다 못한 최희가 말을 이어갔다.
"여기 천귀령은 우리보다 등급이 높지만, 이미 우리와 말을 편하게 텄어. 이제 우리는 드림관리재단의 소속이 아니니, 호선과 소혜 다 같이 말을 편하게 놓자."
최희의 말에 호선은 꽤 상황이 난처 한 듯 말끝을 흐렸다.
"아니.. 그래도.. 그건.."
그러자, 최희는 호선과 소혜를 번갈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게.. 감시자 선배로서 너희에게 마지막 부탁이니 들어주라."
최희의 진지한 부탁에 호선과 소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답했다.
알겠어..
그래, 그러자..
천귀령은 머슥한지 헛기침을 한 번 내뱉은 뒤 말을 이어 나갔다.
"소혜랑 호선이도 이미 최희에게 모두 들었지?"
응.
응.
"그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고, 이제부터 최희와 우범, 그리고 효진이는 이곳에서 조원들을 맡아서 지휘를 해줘."
그러자, 최희는 당황한 듯 천귀령을 바라봤다.
"우, 우리가?"
"응. 너희 말고 여기서 드림관리재단을 잘 아는 사람이 어딨어?"
"자, 장백님과 소희님도 오신다고 들었는데.."
"장백이랑 소희님은 다른 부탁을 하려고."
"근데 우리는 A급이라.. 흑협들중에서도 S급이 있을 텐데.."
천귀령은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금호를 불렀다.
"금호야,"
"네. 말씀하세요."
"지금 이곳에 있는 흑협들이 전체 인원이야?"
"그렇습니다."
"네가 일 좀 해야겠다."
"왜 그러십니까?"
"모여다니면서 자각력을 뺏는 짓을 했었던 흑협들은 용서해줄 수 있지만, 겁탈 같은 더러운 행동했던 흑협들과는 같이 활동할 수 없어."
"그렇다면..?"
"금호, 귀속 아이템 스킬 중에 진실과 거짓이 있지?"
"그렇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런 행동을 한 번이라도 했던 애들은 모두 걸러 내줘."
천귀령의 말에 금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런 행동을 한 인원들은 자각력을 뺏으실 겁니까?"
"아니, 그냥 무소속으로 풀어줘. 얼마나 남을 것 같아?"
"3/1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래. 알겠다. 그래야지 이곳에 남는 감시자들도 흑협들과 어울릴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줄어든 인원들 중에 A급부터 S급은 조만간 한자리에 모여서 지휘 문제에 대해 이야기 좀 하자."
"알겠습니다."
천귀령은 회의실내에 있는 모두에게 외쳤다.
"이제부터 금호가 걸러낸 흑협들과 내일 이곳에 남는 감시자들은 같은 식구니까, 너희들도 그렇게 알고 있도록."
그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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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 세상으로 들어온 넘버원은 회의실안에 자각력을 잃은 제논과 화타의 빈자리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칼은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넘버원님, 금호에게 메세지가 왔습니다."
넘버원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스칼을 바라봤다.
"뭐라고 왔지?"
"자신의 꿈속에서 남고 싶지 않는 감시자들은 내일 이곳으로 돌려보내겠답니다."
스칼의 말에 넘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금호.. 거, 건방진 새끼.."
"그리고 본부도 제법 방어 체계가 잘 잡히고 있습니다. 힘을 내셔야 합니다."
"알고 있다."
"그리고.."
스칼의 머뭇거림에 넘버원이 물었다.
"무슨 일이지?"
"오마멀이.. 장백과 소희랑 같이 떠난 것 같습니다."
"그 새끼... 그럴 줄 알았어. 아마 금지구역에 대해 알고 나서 떠나버렸겠지."
"오마멀은 곧.. SS급으로 승급할 수 있는 인재였습니다."
"그러면 뭐 해? 고지식한 새끼. 그 새끼가 배신을 안 했어도 언젠가는 내가 자각력을 뺏으려 했었어."
"스파이가 오마멀이었을까요?"
"그건 아닐 거다. 금지구역을 알게 됐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녀석이지, 스파이 짓을 하며 우리 비위를 맞출 녀석은 아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스칼 너희 제자가 채린, 장백, 소희였지?"
넘버원의 물음에 스칼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병신 새끼.. 제자 교육 한번 잘 시켰군."
"죄송합니다."
넘버원과 스칼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누군가 급하게 회의실 문을 노크도 없이 열었다.
덜컥
넘버원과 스칼의 시선이 문 쪽을 향하자, 로드완이 급하게 회의실 안으로 뛰어왔다.
"로드완, 지금 아주 개판이라고 노크도 없이 회의실 안을 들어와?"
"죄, 죄송합니다. 워낙 급한 일이라.."
"지금 이 상황에 안 급한 상황이 어디 있어."
"그것이.."
또각 또각
회의실 바깥에서 울려 퍼지는 구두 소리. 넘버원과 스칼은 로드완 뒤를 바라봤고, 로드완 뒤에서 소희가 나타났다. 스칼은 소희를 보고는 분노하며 귀속 아이템을 꺼냈다.
"이 배신자년이.. 기백의 창 생성!"
그러자, 넘버원은 스칼에게 소리쳤다.
"스칼, 그만!"
넘버원의 호통에 소희에게 달려가던 스칼은 멈추어 고개를 돌렸다.
"너, 넘버원님.."
"지금 내 앞에서 뭐 하는 거지?"
"이 년은.. 배신자.."
"배신자가 이곳을 왜 와?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나서 화를 내도 늦지 않아."
넘버원의 말에 스칼은 자신의 귀속 아이템을 집어넣고는 소희에게 물었다.
"네가 여기를 왜 왔지?"
그러자, 소희는 스칼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넘버원님을 뵈러 왔는데요?"
"거, 건방진 년이.."
넘버원은 의자에 일어나 스칼에게 소리쳤다.
"스칼, 이 새끼가.."
"죄, 죄송합니다."
소란에도 불구하고 소희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넘버원에게 물었다.
"앉아도 될까요?"
"그래. 앉아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소희는 여유롭게 의자로 다가가 착석을 했다.
"네가 여기를 왜 왔지? 장백이랑 떠난 것 아니었나?"
"장백이랑 떠난 것은 맞지만, 불청객이 한 명 있어서요. 그리고.. 지금 이 사건에 굉장히 깊이 관련된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게 누구지?"
"채린이요."
"채린..? 너랑 같은 조원이었던?"
"네. 맞아요. 지금 프란의 꿈속에 숨어 있어요. 거기에 공명님도 계시고요."
"채린이가 프란 소속으로 들어갔어?"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넘버원은 소희에게 말을 하다가 그만 실소를 터트렸다.
"푸, 푸하하하."
소희는 넘버원의 웃음에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왜 웃으시는 거죠?"
"너.. 장백을 좋아하는군."
넘버원의 말에 소희의 표정은 미세하게 일그러졌고, 넘버원은 그런 소희의 표정을 캐치하고는 다독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괜찮아, 사랑은 아름다운 법이지. 그니까, 네가 채린이를 이 사건에 깊이 관련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야?"
"이야기하기 전에 저랑 약속 하나 해주셨으면 합니다."
"말해봐."
"전쟁이 끝나면 저랑 장백이를 놔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디로 가려고?"
소희는 넘버원의 말에 해맑게 대답했다.
"프란도 좋던데요? 감시자 일도 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죠."
"크.. 그래. 넘버원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그런 구두 약속 말고 경판님의 계약 스킬을 쓰시죠."
"그래. 알았다."
넘버원은 서둘러 경판을 불렀고, 그 자리에서 드림관리재단은 장백과 소희의 자각력을 뺏지 않는다는 계약 스킬을 맺었다.
"만족해?"
"네. 만족합니다."
"그럼 이야기해 봐. 채린이가 깊이 관련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
"제논님의 자각력을 뺏은 사람이 채린이 친구입니다."
"뭐, 뭐라고? 금호의 꿈속에서 제논의 자각력을 뺏은 사람이 채린이 친구라고?"
"네. 맞아요. 게다가 그 사람은 공명님의 손자인 천귀령이에요."
"고, 공명님의 손자라면 분명.. 등급이.. 흠.. 제논이 천귀령을 본 적이 없긴 한데.."
"아마, 등급을 속이고 드림관리재단을 잠입한 것 같아요."
"등급이 어떻게 되지?"
"그건 알지 못하지만.. 제논님의 자각력을 뺏을 정도면 SS급 아닐까요?"
"귀속 아이템이랑 스킬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소희의 말에 넘버원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느 정도 퍼즐은 맞춰졌는데.. 그래도.. 아직 정보가 부족하군."
"채린이를 인질로 삼으세요."
"인질?"
"채린이를 인질로 삼는다면 반드시 천귀령은 이곳으로 올 거예요."
"어떻게?"
"채린이가 곧 금호의 꿈속으로 들어갈 것 같아요. 만약 금호의 꿈속으로 들어간다면 본부에서 드림홀이 생성이 안 되었던 것처럼 드림홀을 마음대로 생성할 수 없는 억제기 같은 게 있어요."
"알고는 있다. 그 스킬을 누가 쓰고 있는지는 모르나?"
"네. 아직 저를 확실히 믿지는 않는 것 같아요."
넘버원은 드림홀 억제기 스킬에 무언가 불안한지 손으로 탁자를 톡톡 치며 말을 이어갔다.
"혹시 제이슨과 리카엘은 들어본 적 없어?"
"네. 없어요."
"그렇군.. 근데 어떻게 채린이를 인질로 삼지?"
"채린이는 지금 프란 소속 찬휘라는 사람의 꿈속에 있는데 제가 채린이를 유인한 뒤 초대코드를 보낼게요. 그리고 저를 당분간 보호해주세요."
"그래? 그렇게 된다면.. 장백이가 알게 될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채린이가 꿈속에서 자각력을 잃고 시간이 지나면 장백이도 제 마음을 이해해 줄 거에요. 대신.."
"대신?"
"채린이를 납치했을 때 반드시 채린이의 자각력을 뺏는다는 계약 스킬은 한 번 더 하죠."
"조건은?"
"채린이를 이곳으로 납치한 날로 부터 꿈속 세상으로 정확히 한달안에 자각력을 뺏지 않으면.."
"않으면..?"
아까전 여유로웠던 소희와는 달리 긴장한 듯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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