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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155화 (155/163)

〈 155화 〉 152화

* * *

아아. 들립니까? 뤼네아. 뤼네아. 응답바랍니다.

수정구를 통해 잡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부로 돌아갔던 펠리컨 자작의 연락이다. 나흘이 지난 지금 처음으로 수정구가 푸르게 빛났다.

"예. 수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지만 충분할 정도로는 들립니다."

거리가 멀다보니 오랫동안 연락하기엔 상태가 좋지 않다.

하지만 목소리를 듣고 말은 겨우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동부의 정보를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펠리컨 자작의 목소리 어딘가 급해 보인다. 방금 전까지 뭔가를 하고 왔던 걸까.

정보를 얻자마자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얘기하셔도 됩니다. 들을 준비가 됐습니다."

그가 불러주는 정보를 받아 적을 준비는 이미 끝내둔 상태였다.

그렇다면 알아낸 동부의 정보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펠리컨 자작은 말을 이어나갔다.

저에게 붙은 악마는 크릴과 아크라는 녀석이었습니다.

크릴과 아크. 별 볼일 없는 중급 악마들이다. 선두에 설 정도의 실력은 있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죽는 엑스트라 악마였다.

"별 거 없는 녀석들이죠."

졸개 하수인에 불과한 것 같더군요. 별 저항도 못하고 저의 호위기사에게 제압당했습니다. 지금은 지하 감옥에 가둬놓고 교단의 사제들에게 감시를 맡겼습니다.

"일부러 죽이지 않았군요."

예. 혹시나 악마들의 죽음을 알아채고 상황이 바꾸리 수도 있으니까요.

그의 판단은 아주 신중하고 정확했다. 악마가 죽는다면 녀석들이 눈치 챌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 귀족답게 눈치가 빠르다 이건가. 알아서 잘하는 걸 보니 얻어온 정보가 기대된다.

"그 녀석들을 제외한 다른 악마는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펠리스에 대해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더군요. 합류한지 얼마 안 되기도 하고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겠죠.

준비가 되지 않은 군대로 공격하는 건 자살행위다.

아무리 쌈박질에 미친 마족들이라도 그건 아는 건가.

그래도 사티라를 공격하라고 하더군요.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아닌가. 역시 마족은 마족인가보다.

물론 공격하진 않을 겁니다. 사티라를 공격하는 척만 하고 병사들에게 훈련을 시킬 생각입니다.

"펠리스의 수비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혹시나 악마들이 펠리스로 향한다면 크게 골치 아플 테니까.

"공격은 언제입니까?"

정확히 사흘 후 이른 새벽입니다.

"사흘.."

강한윤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이 사흘이지 사실 이틀 반이나 다름없다.

지금 시간은 새벽이 아니라 오후니까. 오늘의 절반이 사라져버린 상태다.

조금 쓰라린데. 이동한 뒤 정비할 시간도 없이 공격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연락을 취했어야 했는데.

"아뇨. 괜찮습니다."

아마 그도 최대한 빨리 연락을 취했을 거다. 쉬는 시간도 없이. 자는 시간도 전부 이동에 사용했을 테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이 시간에 연락하는 게 불가능하다.

내일 연락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은 거리였다.

"다음은 어느 지역에 대한 정보입니까?

헬리에크에 관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뤼네아와 정면으로 맞대고 있는 도시다.

가장 궁금했던 정보를 듣기 위해 강한윤은 귀를 기울였다.

헬리에크에 대해 나불거리던 악마가 그걸 강조하더군요. 전면전을 한다면 확실하게 이길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전면전을 하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고? 강한윤은 머리를 굴렸다.

악마들의 정보를 떠올리며 그나마 전면전에 특화된 녀석들을 소거법으로 지워나갔다.

그렇게 줄여도 악마가 셋 정도는 남았다.

"악마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

가미긴이라고 하더군요.

"가미긴.

강한윤이 악마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예. 맞습니다. 다른 귀족들이 그를 숭배하면 싸움을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소리쳤습니다.

'역시 가미긴인가.'

가미긴은 사령술에 특화된 마족이다. 전투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면 그때부터 강해진다.

시체들을 조종하고 이용해서 전장을 헤집고 다니는 녀석. 꽤나 까다로운 악마였다.

그 외로 발레..발레포르? 부에르. 가장 기억나는 이름은 이들입니다. 그 외로 다른 악마들의 이름을 들었지만, 전부 기억나진 않습니다.

가미긴만 살아있으면 이긴다는 전제하에 이렇게 부대를 만든 건가.

시체를 부리는 녀석과 그를 호위하는 악마들.

마족 세력으로 활동할 때 가장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조합이었다.

다수 대 다수도 강하고 소수의 인원들과 싸워도 강하다.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까다롭지 않은 건 아니지.'

까다로운 만큼 미리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헬리에크에 대한 정보는 이정도면 됐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가이안의 정보를 말하겠습니다.

그가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리며,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가이안은 아몬이라는 악마가 점령한 상태라고 합니다.

"아몬.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가이안까진 시간이 부족해서 갈 수 없었지만 그곳에서 도망쳐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몬이라.'

악마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강한 녀석이다.

공포를 먹으며 성장하는 녀석인 만큼 도시를 개판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녀석들도 같이 뤼네아를 공격한다고 합니다. 뤼네아 남쪽을 공격한 뒤, 남부로 향할 예정이라 하더군요.

남부에서 지원을 오긴 했지만 그들을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강한윤은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내렸다.

무조건 에우제니아가 필요하다. 강한윤은 눈치를 줘서 작전 장교를 불렀다.

"헤이네라스에 최대한의 병력을 지원이 필요하다고 연락을 취해라. 아. 사티라에도 똑같이 보내도록."

엘프 작전장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정구로 연락을 취했다

'아몬도 까다로운데.'

상태저항 무시, 모든 속성 저항력을 지닌 녀석이다.

그냥 말 그대로 강한 게 녀석의 특성이었다.

싸우게 된다면 가장 강한 에리엘이 그 녀석과 싸워야 한다.

강한윤이 그녀를 슬쩍 쳐다보자, 눈이 마주친 에리엘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걱정되는 건가?"

아몬이라는 녀석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하지만 그 녀석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자신보다 1:1 전투에 특화된 이는 없었으니까.

에리엘이 걱정하지 마라는 듯이.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

"지지 않는다. 여태까지 잘 이겨오지 않았는가."

예전에 이기지 못했던 헨리크 공작을 이길 정도로 에리엘은 성장했다.

10번 싸워서 3번이기는 수준이지만, 에리엘은 확실히 강해진 상태였다.

"그래 당연하지. 당연히 이겨야지."

에리엘이 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강한 영웅이니까.

성장을 잘 끝마친 상태라 아몬이 약한 상태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강한윤은 마음속의 의심을 지워버렸다.

"그 다음은 베그시스인가."

예. 베그시스의 정보입니다. 이 곳은 아가레스라는 악마가 점령했다고 하고..

치직 하는 노이즈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모두가 그 악마를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손을 높이 올리며 그를 찬송하고 있었습니다.

"...교단의 인원들은?"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다. 매우 잔인한 모습으로 죽어있었습니다..

베그시스의 기억을 떠올린 것처럼 펠리컨 자작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피와 제물이 많이 필요한 아가레스가 도시를 그냥 내버려뒀을 리가 없다.

분수에는 물 대신 피가 흐르며, 모두가 벌벌 떨며 악마의 이름을 칭송했습니다... 공포에 먹힌 이들은 웃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망가져버린 도시의 끔찍한 모습을 설명하는 펠리컨 자작.

그의 목소리엔 공포가 서려있었다.

펠리스는 운이 좋았습니다. 만약 그 악마가 펠리스에 먼저 왔다면...

어떻게 됐을 지를 상상하는 건지 펠리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가레스...'

펠리컨 자작의 얘기를 들은 강한윤은 저절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군단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악마다. 악마를 조종하는 악마.

얼마나 많은 악마들을 거느리고 있을 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악마들은 보지 못했습니까?

아가레스와 눈이 마주치자 공포가 가득 몰려와서 기억이 없습니다...

확실히 무서운 녀석이긴 하지.

부대 지휘 능력을 가진 아가레스는 악마와 인간을 다루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이 정보면 충분합니다. 그만 쉬셔도 됩니다."

예... 조금 피곤하군요.

피로가 잔뜩 묻어있는 그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수정구의 빛이 사라졌다.

"전부... 막강한 상대네요.."

악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세리스가 중얼거렸다.

모두 이름이 알려진 악마들이다. 그들이 동부에 모여 있다니. 위험한 상황이었다.

"강한윤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가장 궁금했던 내용이다. 노아의 질문에 모두가 강한윤을 쳐다보았다.

"흐음.. 일단은 3팀으로 나눠서 움직일 예정이야."

막을 곳이 세 개니까 당연히 3팀이다. 머릿속으로 팀을 짠 강한윤이 지도를 가리켰다.

"뤼네아에서 방어하는 인원은 나와 키리아, 에우제니아가 될 거야. 사티라와 헤이네라스에서 지원이 올 테니 괜찮아."

뤼네아를 가리킨 뒤, 동쪽에 위치한 헬리에크를 손가락으로 찍었다.

"헬리에크에 갈 인원은 세리스, 마로스, 마리아, 라이라, 그레모리, 이 인원으로도 힘들 수도 있어."

기미긴을 암살하려면 호위를 뚫어야하니까. 그만큼 힘이 든다.

마지막으로 가이안을 강한윤이 가리켰다.

"가이안에 갈 인원은 노아, 흑령, 에리엘. 이쪽도 마찬가지야. 힘들 거라 예상해."

쉽게 이길 수 있는 전투가 없다. 강한윤이 할 수 있는 건 딱 한가지뿐이었다.

"이길 수 없다 싶으면 후퇴해. 이길 방법은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녀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

굳이 영웅 빨로 이기지 않아도 된다. 병력 숫자로 밀다보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강한윤은 그 점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

"뭐. 잘 되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강한윤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걱정한다고 해서 일이 잘 풀리는 건 아니니까."

"맞아요. 확실히 그렇죠."

"응. 괜한 걱정할 필요는 없지."

"나도 그 말엔 동의한다."

모두 서로를 쳐다본 뒤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가 느슨하게 풀어진다. 강한윤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가이안으로 가는 인원들은 오늘 저녁 늦게 출발해야할 테니까. 내 방으로 와."

오랜만에 마사지를 하고 버프를 걸어줘야 하니까.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을까?"

"그 복장을 입어야 하는 건가..,"

마사지를 떠올린 노아와 에리엘이 작게 중얼거렸고.

"...?"

흑령은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

[높은 재치로 인해 버프가 강화됩니다.]

[지속시간 : 72시간]

마사지를 하고 한 발씩 넣어줬더니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강한윤이 보기엔 그랬다.

"후우... 역시... 자극이 강하다."

마사지를 받고 몸이 민감해진 에리엘. 그녀는 몸을 움찔거렸다.

몸이 강해진 건 확실하지만 절정의 여운은 어떻게 버텨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아.. 미치는 줄 알았어.."

"히윽.."

에리엘을 따라서 노아와 흑령이 따라나왔다.

강한윤에게 시달린 그녀들도 다리에 살짝 힘이 풀린 상태였다.

"조금 힘이 빠지는 군."

에리엘은 절정의 여운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강한윤에게 입을 맞췄다.

"하아. 이제야 조금 진정된다.."

"앗.. 그럼 나도."

그 모습을 본 노아는 따라서 쪽. 하고 입을 맞췄다.

"흑령 너는?"

키스가 필요 없는 걸까. 강한윤이 묻자 그녀는 눈을 흘겼다.

"됐어."

"그래?"

그럼 이쪽에서 먼저 해야지. 강한윤은 일부러 쪽 소리가 날 정도로 뽀뽀했다.

"...그럼 가보겠다."

인사를 끝낸 에리엘. 그녀는 뤼네아의 남쪽 문을 통해서 바깥으로 나왔다.

이제는 가니안으로 향할 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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