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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어 라이프-104화 (104/161)

##104 도움 요청

“하아! 하아!”

강준의 말에 허겁지겁 도망을 나온 밀러는 다시금 찾아오는 절망감에 부들부들 몸을 떨어야만 했다.

강준로부터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일단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도망만을 쳐야만 했다.

그렇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더 이상 발이 움직이지 않을 때에야 멈출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커억! 우웩!”

별 달리 먹은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액마저 토해낸 밀러는 그제야 강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커다란 바위 위에 난 나무 세 그루하고 작은 시냇가.’

일반인이 정글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면 길을 찾을 만한 이정표를 알 수 없게 될 것이었다.

끝임 없이 사방을 헤매다가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것은 아니었다.

정글 또한 나름의 법칙이 있었고 길이 있었으며 이정표로 사용될 수 많은 사물들이 존재했다.

단지 그런 정글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들만이 그 것을 보지 못할 뿐이었다.

만약 정글 속에 사는 원주민들이라면 너무나도 쉽게 길을 찾고 돌아다녔을 터였다.

하지만 반대로 도시 속에 사는 현대인들은 쉬게 이정표를 만들고 돌아다닐 수 있을 터이지만 정글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있어서는 도저히 길을 찾을 수 없는 공간이 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점차 생존자들은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위해 정글에서 스스로의 지도를 만들어야만 했다.

어디에는 먹을 것이 있고 어디에는 마실 것이 있으며 어디에는 안전하게 숨을 곳이 있다는 그러한 지도는 반드시 필요했고 그런 지도를 만들기 위해 몇몇 특징적인 장소나 물체를 파악해야만 했다.

밀러 또한 강철이 말해 준 위치의 사물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정글 속에서는 마냥 숨어 있기만 해서는 곤란했다.

안전한 곳을 찾는 이는 무척이나 많았고 그 때문에 안전한 곳에 숨어 있는 곳으로 무수하게 많은 이들이 다가왔다.

때로는 싸워 이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물러서야 할 때도 있었다.

밀러 또한 싸우고 물러서기를 반복해 오면서 버티고 버틴 것이었고 그렇게 생존을 위해 움직이다가 이정표가 될 만한 곳을 익히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강준이 말한 것이 어디 쯤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밀러는 숨을 가다듬고 나서는 최대한 몸을 굽힌 채로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자연스럽게 생존에 최대한 적합하게 신체가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리도 기척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줄이고서는 자신의 머리 속과 주변의 지형지물을 비교한 채로 강준이 가라고 한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렇게 움직이는 과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너무 빨라도 문제였고 너무 느려도 문제인 상황이었다.

강준을 노리는 존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준의 다급함을 떠올리자면 보통 존재가 아닐라는 생각을 하는 밀러였다.

‘빨리 가야 해. 빨리 가지 않으면 강준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은 자신을 외부에 보다 많이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런 전술적인 기도비닉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밀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전을 통해 체득한 경험은 밀러에게 은밀하지 못 한다면 죽음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중심을 찾아서 움직여야만 했지만 조급함과 조심스러움이 연달아 떠오르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세컨드 임팩트의 마지막 날이라는 상황은 밀러로 하여금 더 많은 위험에 노출 시키고 있었다.

오늘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기회도 얻을 수 없었기에 기를 쓰고 자신들의 생명을 늘려줄 재물을 찾아 해매는 것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밀러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먹잇감이 분명했다.

“후우! 후우!”

온 몸이 땀으로 가득 뒤덮인 채로 앞으로 나아가던 밀러는 한참이나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는 장소에 더욱 더 조급해졌고 그와 동시에 밀러의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왜 이리 멀지? 내가 길을 잘못 들은 것인가?’

밀러는 자신이 길을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을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이 된 것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길을 잘못 들었다면 아니 길을 잃었다면 자신의 생존조차도 장담을 하기 어려워 지는 것이었다.

어지간히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정글 내에서 주변을 분간 할 수 없었다.

한 순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면 그대로 길을 잃어버리고서 같은 자리만 계속 돌고 돌아야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밀러는 정신적으로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체력적으로도 더 이상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제길! 제기랄!”

결국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 밀러는 다시금 공황 상태에 빠져들려고 했다.

한차례 공황 상태에서 강철의 도움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지만 완전히 극복이 된 것이 아닌 상태였다.

인간의 정신은 연약해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이었고 한 번 깨진 것은 다시 뭍이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렇게 밀러는 연신 떨려오는 몸과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머리에 이를 악물고서는 저항을 하기 위해 날 뛰었다.

“아악! 악! 제기랄! 안 돼! 안 된다고!”

지금까지 숨을 죽이고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던 밀러는 악을 쓰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을 했다.

다른 누군가가 다가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오직 스스로의 싸움에 접어든 것이었다.

“강준이 기다리고 있어! 이러지 말자! 밀러! 니가 이런 곳에서 멍청하게 주저앉으면 강준이 죽어! 죽는단 말이다!”

지금 밀러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강준이었다.

비록 옆에는 없지만 강준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버티고 있던 밀러였다.

그 것 마저 사라져 버렸다면 벌써 밀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 자신의 삶마저도 놓아 버렸을 터였다.

이 것은 단지 용기가 없다거나 의지가 없다는 그런 의미가 결코 아니었다.

아무리 강한 의지의 주인마저도 이미 무너져 내린 정신을 되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한참을 노력하던 밀러였지만 상처입고 소란스러운 짐승을 사냥꾼이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흐흐!”

점점 줄어드는 시간에 조금한 사냥꾼이 밀러를 발견했다.

아니 발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밀러에게 있어서는 운이 좋았던 것인지 그 사냥꾼과 밀러의 눈빛이 마주쳤다.

“강준에게 반드시 돌아가야만 해. 강준을 살려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가야만 해. 내가 아니면 강준이 죽는다.”

밀러는 시뻘건 눈을 한 채로 자신을 노리는 적을 노려 보았다.

실체가 없는 아니 보이지 않는 적을 볼 때는 단지 공포에만 떨어야 했지만 실체가 보이는 적을 만나면 공포에 떠는 것 말고 다른 하나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그 것은 바로 공포를 증오와 분노로 바꾸고 맞써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의 밀러는 강준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막아서는 적을 대면한 것이었다.

자연을 적으로 삼을 수는 없었기에 자신이 목적지로 가는데 방해를 하는 존재에게서 적대감과 자신의 혼란을 만든 모든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해소할 대상으로 전가를 시키는 것이었다.

“흐흐흐!”

한 눈에 보기에도 자신을 죽이려는 듯한 대상에 밀러는 미소를 지었다.

소름끼치고 무시무시한 밀러의 미소는 밀러 자신도 알지 못할 알게 된다면 스스로를 부정할만한 그런 공포스러움이었다.

그런 밀러는 더 이상 약해 빠진 초식 동물이 아니었다.

약해 빠진 사냥꾼을 역으로 사냥해 버릴 흉포한 육식의 동물이었다.

“흐흐흐! 덜덜 떠는구만. 걱정 마.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줄 테니까.”

스스로를 사냥꾼이라고 여긴 남자는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밀러에게 다가가면서도 전혀 조심성이 없었다.

마치 사냥감이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목을 드리우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것은 커다란 오산이었다.

퍼억!

자신의 앞까지 도달을 한 남자의 안면을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두른 밀러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느낌에 제대로 맞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분노와 혼란이 풀린 것이 아니었다.

“죽어! 죽어! 죽어 버려!”

퍼억! 퍽! 퍽!

밀러는 땅바닥에 있던 돌을 들어서는 피에 물들어 있는 남자의 얼굴을 향해 연신 내려 찍었다.

그러면서 외쳐진 울부짖음은 약해 빠진 짐승이 아니라 건든다면 언제든지 죽여 버릴 것이라는 광포한 짐승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상대를 하기에는 너무 강한 짐승의 울부짖음에 다른 사냥꾼들은 좀 더 쉬운 사냥감을 찾기 위해 물러서기 시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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