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살아남은 사람들
강준과 선혜 이외에도 살아남은 이들 모두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거나 허탈감을 가진 채로 망연자실해져 있었다.
자신들이 누군가의 재미를 위한 흥밋거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누군가가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서는 웃고 떠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치가 떨려오고 있었다.
“어디야! 어디서 우릴 보고 있는 거야! 이 개자식들아! 어디서 우리를 보고 쳐 웃고 있는 거냔 말이다!”
한 남자가 이성을 잃은 채로 자신의 손에 들린 몽둥이를 사방으로 휘저으며 휘두르고 있었다.
자신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에 분노를 토해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와! 나오란 말이야! 이 새끼들아! 나와! 나와서 날 죽여! 더럽게 숨지 말고!”
정말이지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자신이 투견장의 개가 되어 버린 느낌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러웠다.
어딘가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고 그런 카메라로 자신들의 모습들이 여과없이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고 있을 터였다.
그렇기에 그 남자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카메라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어 버려서 사물에 대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는 그로서는 카메라를 찾기란 어려웠다.
“어디야! 어디 있느냔 말이다!”
결국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무기를 휘두르다가 땅바닥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흐윽! 큭! 크흐흐흐흐!”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복 받혀 오르는 눈물에 숨이 쉬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크윽! 큭! 큭!”
정신적인 충격에 신체마저도 극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우웩! 우웩!”
몇 일 째 재대로 먹은 것도 없었지만 헛구역질이 나오며 신체가 모든 자극에 대해서 거부 반응을 보이기 시작을 했다.
어지간한 정신적인 충격에도 이런 신체의 반응이 보이기란 쉽지 않았지만 지금 온 몸의 신체의 대사가 역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남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숨을 허덕여야만 했다.
“사…살려줘… 사…살려줘.”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에 살려달라고 버둥거리기 시작을 했다.
과도한 움직임으로 온 몸의 산소가 급속도로 소모된 상태에서 정신적인 충격으로 뇌가 이상 반응으로 숨이 잠시 끊어지며 발작이 온 것이었다.
간단히 누군가가 등만을 두드려 준다면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상태였지만 자신 이외에는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누구의 도움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부스럭!
하지만 그 남자는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운이 좋지 않은 것인지 수풀이 흔들리는 소음과 함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동양인 남자를 볼 수 있었다.
“…….”
동양인 남성은 숨을 쉬지 못하며 두 팔을 바둥거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의학적인 지식은 없을 지라도 지금 땅바닥에서 바둥거리는 남자의 상태가 숨을 쉬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사…사려…살려.”
희미하지만 살려달라는 목소리에 동양인 남성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살아 봐야 기다릴 건 죽음 밖에 엇어. 그런데도 살고 싶은 거야? 그렇게 이성을 잃어 버리는 정도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동양인 남성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잔잔했다.
지금 죽음이 두려워 버둥거리고 있는 남성과는 달리 공포도 그리고 분노도 별로 없는 듯 보였다.
“사…살려.”
그렇게 동양인 남성이 말을 하는 것에도 살고 싶어하는 버둥거림에 동양인 남성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부질 없는 짓임을 알 터인데.”
동양인 남성은 부질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려달라고 절규를 하는 남자를 보며 강하게 남자의 가슴 어림을 내려쳤다.
퍽!
순간 뻣뻣해진 폐가 동양인 남성의 주먹에 의한 충격에 수축을 했고 다시 팽창이 되면서 주변의 공기를 흡입하기 시작을 했다.
“하악! 하악! 학! 허억! 헉!”
숨이 쉬어지지 않던 중에 산소들이 폐 속으로 들어와 심장을 거쳐 온몸으로 퍼지며 시원함을 몰고 왔다.
숨을 쉰다는 것이 이토록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는 듯이 세상에 산소를 애걸했다.
“하아! 하아! 하아!”
죽음의 문턱에서 구원을 받은 남자는 두려운 눈빛으로 표정을 잃을 수 없는 동양인 남성을 바라보았다.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동양인 남성은 왠지 모르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고 있었다.
“고…고맙습니다.”
남자는 자신을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지만 언제 다시 자신을 죽일지 알 수 없는 동양인 남성에게 경계감을 가졌다.
“…….”
동양인 남성은 그런 남자의 감사에도 별다른 감응이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고서는 수풀 사이로 사라지기 시작을 했다.
“다음에는 이렇게 살려주지 않을 거요.”
별달리 살인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은 흥미가 없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잠시간 흥미를 잃어버린 생존자들이었다.
오히려 살인보다는 자살을 떠올리는 생존자들이 더 많았다.
“흐윽! 흑!”
작은 구덩이 안에 몸을 웅크리고서는 방금 들린 목소리에 울음을 터트린 여자 한 명은 온 몸을 떨고 있었다.
그동안 사력을 다해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자신이 결국에는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공포가 들고 있었다.
결국 죽게 될 것이라는 공포와 함께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 아닌 모멸감이 느껴지는 것에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들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었다.
덜! 덜! 덜!
머리 속에서는 그 어떤 생각조차도 들지 않고 있었다.
마치 백지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성을 가진 존재는 사실 자살을 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법이었다.
오직 죽음에 한 없이 함몰되고 빠져 들어가는 자들만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법이었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생명체가 태초의 단세포 생물 때부터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생존의 절대 명제를 거부해 버리는 행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본능조차도 마비해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정신적인 충격이 아니라면 자살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살고자 하는 의지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욱 더 컸다.
그 것도 결국에는 죽을 것이라는 생각과 자신이 인간의 존엄성조차도 지킬 수 없다는 모멸감이 그녀에게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느껴지는 분노가 더해지면서 그녀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가지는 생존과는 반대로 돌리기 시작을 했다.
“흐히! 나…나한테 돈 건 놈도 있겠지. 흐흐! 얼마나 걸었을까? 10만 달러? 아니면 100만 달러? 아니면 천만? 히히! 그 돈 내가 날려 줄게. 히히히! 그 피 같은 돈 내가 허무하게 날려 줄거야. 다 날려 버리겠어!”
그녀는 자신에게 돈을 걸고 웃고 떠들 빌어먹을 작자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자신의 손에 들린 피스톨을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히히히히! 히히히히히!”
탕!
미치광이가 되어 버린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충격과 함께 의식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복수라고 여겼다.
삑!
그리고 그녀의 죽음과 함께 그녀를 공포에 몰아갔던 손목시계 또한 작동을 멈추었다.
그녀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구원을 받은 것이었다.
그렇게 죽음으로 스스로를 구원하고 증오의 대상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천만 달러라. 후후후! 마지막까지 살아만 나면 된다는 말이지. 거기에 일주일에 백만 달러씩! 크크큭! 좋아! 이제야 이 게임의 목적을 알 수 있게 되었으니 나쁘지는 않군. 차라리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말이야. 그럼 사냥을 다시 시작해 보자고. 후후후!”
돈에 눈이 멀어 버린다. 아니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그렇게라도 찾아야 만이 버틸 수 있는 생존자들은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만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가슴을 불태워 버릴 그 분노를 어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돈이라는 현실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그들은 생존의 이유를 찾고 복수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아직도 살아남은 수 많은 이들은 세 번째의 라운드를 스스로만의 생각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을 했다.
[작품 후기]
루트 미디어에서 출간을 했었던 MR. 프레지던트 2부를 연재 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