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80화 (80/161)

##80 20. 발견

그녀를 진정시키고 난 뒤 강준은 다시금 주변 탐색을 시작했다.

비록 체력적으로는 많이 약해져가고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 월등할 정도로 감각이 늘어나자 수색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정신력의 소모가 체력 소모와 더불어 점차 심해지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만하다고 생각하는 강준이었다.

아직 긴장을 풀기에는 위험한 상황이기에 억지로 붙잡아 두고 있는 중이었다.

숨소리를 죽인 채로 천천히 몸을 움직이던 강준은 사냥감이 만들어 놓은 흔적을 발견하고서는 그 흔적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밀러가 어떤 복장이었지? 그리고 어떤 신발이었더라? 그리고 밀러의 평소 습관들은?’

딱히 사냥을 해야 할 필요는 지금은 없었다.

그 어떤 생태계에서도 사냥감을 한 번에 모두 사냥을 해서는 생태계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해서는 안된다.

나중에 먹을 먹이가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냥감을 나중에 다시 사냥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보다 많은 사냥감은 사냥감을 발견하게 하는 확률을 올려주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사냥감을 많이 발견할 수록 사냥의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철은 사냥감이 아닌 밀러를 찾기 위해 처음 자신이 기억을 잃었던 곳에서부터 밀러의 흔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이제는 그 흔적이 거의 남아 있기는 희박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기에는 조바심에 견딜 수가 없었다.

‘오른 쪽이다.’

강준은 부러진 나뭇가지를 겨우 찾아내서는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이런 경우에 빠르게 움직여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흔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기에 천천히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중간에 끊어진 흔적들이 나타나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 흔적들은 때로는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시 이어지기도 하기에 사방으로 흔적들을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야 할 때도 있었다.

“이 쯤에서 잠시 쉬어 갔다.”

강준은 누구인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가 한 곳에 머무르며 숨을 골랐다는 것을 알았다.

바닥에 발자국들로 가득하고 몸을 눕혔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물론 무척이나 희미했지만 강준의 육감은 정확하게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존재는 방향을 틀어서 왼쪽의 나무 가지를 뜯었다. 아무래도 무기가 필요했었던 듯 했다.

전투 배낭을 얻지는 못했던지 무기는 가지고 있지 못한 듯 싶었다.

그러고 보면 강준도 지금까지 전투 배낭은 단 하나 뿐이 얻지 못했으니 운이 없다면 참으로 운이 없는 편에 속했다.

그렇게 우거진 수풀을 나무 작대기로 휘두르며 움직이던 존재를 떠올린 강준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멍청한 놈.’

죽음의 전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어도 부족할 판에 자신을 들어내 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강준은 제발 자신이 욕한 존재가 밀러가 아니었으면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존재가 나아간 길을 향해 움직였다.

두근!

그리고 강준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요동을 쳤다.

‘제길!’

흔적이 사라졌다면 이토록 당황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지금 강준의 눈 앞에는 나무 가지 하나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한 존재가 아닌 다른 존재가 있었던 흔적이 포착이 되었다.

다른 시간대의 흔적들이 겹쳐서 나올 수도 있었지만 강준이 보았을 때는 다른 존재에 의해 강준이 쫓아가고 있던 존재가 제압을 당한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다행히 시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흔적은 한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인질이 되었군.’

강준은 고민을 했다. 과연 이대로 계속 따라가야만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돌아와야만 하는지 걱정이 된 것이었다.

점점 해는 져가기 시작을 하고 있었고 미셸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제길!”강준인 왠지 모르게 밀러가 다른 이의 라이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갈았다.

물론 밀러가 아닌 다른 이 일수도 있었지만 그 것은 누구도 모르는 것이었기에 입에서 피가 나도록 세게 이를 악물던 강준은 비교적 선명하게 한 쪽으로 이어진 흔적을 향해 뛰기 시작을 했다.

아무래도 포기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준이 은밀함을 포기 한 채로 달리기 시작을 하자 수풀들이 강준의 몸과 부딪쳐서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을 했다.

“후우! 후우!”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호흡이 가파지며 몸에서 진득진득한 땀들이 흘러나오기 시작을 했다.

쏴아아!

그리고 그 때 강준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았다.

생각이상으로 강렬하게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는 강준이 만들어 내고 있는 소음을 숨겨주었고 강준의 끈적거리는 땀을 씻어주었지만 강준의 일그러지는 표정을 풀어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제길! 흔적이 보이지 않아!’

시야를 가리는 빗줄기에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육감에 의지한 채로 흔적을 찾아내어서 가고 있던 중이었는데 그 육감마저 희미하게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강준은 일직선으로 계속 달리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제발! 제발!”

누군가를 끌고 간 그 자가 제발 다른 쪽으로 세지를 않기를 바라며 강준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마침내 수풀을 지나 탁 트인 공간이 나오자 강준의 발걸음은 멈추어졌다.

더 이상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다가는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멈추어진 것이었다.

“하아! 하아!”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히 흔적이 사라져 버린 것에 강준은 숨을 몰아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작은 흔적들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느낄 수 없었으며 찾아낼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기랄! 제길!”

그 흔적의 주인이 밀러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준은 땅바닥에 주먹으로 손을 내려치며 짐승처럼 울부짖어야만 했다.

고작해야 몇 년 정도만을 사귄 그런 친구일 뿐이었고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한국의 정말 친한 친구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제길! 멍청한 새끼! 그 곳에서 왜 요란하게 돌아 다니냔 말이야! 숨을 죽이고서 천천히 움직여도 부족할 판에! 남들은 그렇게 쉽게 구한 무기 하나도 못 구하고 쳐 다니다가 붙잡히냐는 말이야! 멍청한 새끼!”

그렇게 분통을 터트리며 눈에서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흘려보내고 있을 때 강준은 멀리서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연기? 불?”

희미하기는 하지만 분명 연기였다.

강준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연기가 보이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눈에 익숙한 지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놈들의 아지트잖아.”

강준은 자신이 팔루에게 붙잡혀서 끌려왔었던 벤의 아지트임을 알 수 있었다.

“설마!”

강준은 자신이 젬슨과 하센을 제압하고 죽였지만 팔루를 놓쳤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게 놓친 팔루가 자신이 추적을 하고 있던 존재를 제압해서는 끌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오르기 시작을 했다.

“…….”

멍해지는 머리 속에 팔루를 쫓아가 죽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강준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묶여 있었던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빗 속에 자신의 몸을 숨긴 채로 그 곳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는 여전히 나무 기둥이 세워져서는 빙 둘러 있었고 과거보다는 좀 더 보강이 되어져 있는지 제버 튼튼해 보였다.

그런 기둥들의 틈에 나이프로 작은 구멍을 내고 내부를 바라보았다.

어느 덧 완전한 어둠이 덮여서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불빛도 어설프게나마 만들어진 집 내부에서 희미하게 세어 나올 뿐 시야에는 별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넘어 가야 하나?’

강준은 울타리를 넘어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이 내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지 알 수가 없었고 과연 밀러를 찾을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성적으로는 너무나도 위험하다며 그냥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지만 강준의 손은 기둥의 틈새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울타리를 넘어서 내부로 들어 올 수 있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행동에 강준은 아무런 말 없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왠지 모르게 평생을 후회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다지 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좁지는 않은 공간이었기에 강준은 긴장을 한 채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분명 집 내부에는 인질들이 없을 거야.’

인질들에게 비를 피할 집같은 것을 지어줄리는 없었다.

강준 자신도 그랬지만 어차피 시간이 되면 죽이려고 했었던 이들이었기에 숨만 붙어 있으면 된다는 생각일 터였다.

그렇기에 강준은 집이 아닌 다른 곳을 위주로 둘러보고 있었다.

천만 다행으로 비가 내리고 있어서 밖으로 돌아다니는 이들은 없었다.

만약 누구 하나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더라면 강준은 꼼짝없이 발각이 되었을 터였다.

그렇게 잠시 돌아다니던 강준은 이내 어둠 속에서 무언가 하얀 것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기는 사람 머리만한 것이었고 그런 하얀 것들의 위에는 검은 색이나 갈색의 천 같은 것이 올려져 있었다.

“머리?”

하지만 이내 강준은 그 것이 사람의 머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은 건가? 아니 살아 있다!’

강준은 자세히 보자 땅 속에 몸을 파묻어 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무에 묶어 놓았을 때 강준이 탈출을 해 버린 적이 있어서 이렇게 사람을 땅에다가 머리만 남기고서는 묻어 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해 놓으면 결코 탈출이 쉽지 않을 터였다.

‘생각보다 머리를 잘 썼군.’

물론 당하는 입장에서는 치가 떨리겠지만 이렇게 해 놓으면 도망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터였다.

강준 입장에서도 인질 중에 밀러가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편했기에 그 머리들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움찔!

그렇게 몸이 파묻혀 있던 곳으로 다가가던 강준은 흠짓 몸을 멈추고서는 자신의 다리의 앞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정체를 바라보았다.

‘경계선이다.’

강준은 자신의 다리 앞에 희미하게 줄들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보고서는 침입자나 도망자들을 알 수 있게 하는 줄을 발견했다.

이대로 그냥 갔다가는 경계선과 이어져 있던 나무작대기가 요란한 소리를 냈을 터였다.

‘만만치 않다는 건가.’

조금만 더 예민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발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더욱 더 긴장을 한 채로 경계선들을 피해서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들 피로와 허기짐으로 지친 것인지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비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이들을 보며 강준은 이를 악물었지만 그들을 도와줄 여유는 없었다.

툭!

“……?”

그렇게 하나하나 얼굴들을 확인하며 밀러를 찾던 도중에 강준은 무언가 땅바닥에 떨어트리는 소리를 들었다.

빗소리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려온 그 소리에 강준의 고개가 돌려졌고 그 곳에서는 한 남자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집 쪽으로 보이는 나무 기둥 속에서 한 남자 아이의 눈이 보인 것이었다.

‘제길!’

아무래도 감시를 하기 위해 구멍을 내어 놓고 지켜보고 있었던 중이었던 듯 싶었다.

“치…침입자에요!”

소년의 비명소리와 함께 강준은 도망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서는 울타리 쪽을 향해 달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강준의 눈에 들어온 한 남자의 얼굴에 순간 몸이 굳어져야만 했다.

“밀러?”

분명 밀러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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