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20. 발견
“오셨어요?”
강준이 시간지 지나도록 오지 않자 잔득 긴장을 하고 있던 미셸은 마침내 강준이 돌아오자 강준에게 매달리다시피 꽈악 끌어안았다.
아직은 어린 소녀인 미셸에게서 성욕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강준은 그런 미셸에 상당히 당황을 해야만 했다.
“어! 미안 늦었지.”
홀로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공포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법이었다.
강준 또한 미셸처럼 홀로 남겨진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공포를 느꼈었고 지금도 역시나 그런 공포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엘리와 데이브에게로 다가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아픔은 강준에게도 적잖은 외로움과 홀로남겨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주었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강준은 자신을 돕기는 커녕 짐만이 될 뿐인 미셸이었지만 자신의 마음의 짐의 일부가 가벼워진다는 신기한 기분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광기에 찬 기세가 조금은 수그러진다는 느낌이었지만 역시나 미셸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때는 마찬가지로 싸늘하게 굳어질 뿐이었다.
“배고프지? 일단 이 것부터 먹자.”
강준은 야자를 정글도로 깨고서는 안의 과즙을 미셸과 나눠 마셨다.
그리고서는 내부의 야자의 고형물들을 나이프로 끌어서는 나뭇잎 위에 놓고 사탕 수수와 함께 반죽을 하기 시작을 했다.
‘야자열매는 사실 그다지 맛이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다가 완전히 익지도 않은 야자는 먹기가 고약하지.’
완전히 익지 않은 야자는 그다지 맛이 좋지 않다.
그리고 야자 열매의 과즙만으로는 허기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열매 내부의 하얀 부분들을 나이프로 긁어서는 단맛이 나는 사탕수수와 함께 반죽을 해서 밀가루 덩어리처럼 먹으려는 것이었다.
이 역시도 맛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버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불을 피워서 살짝 쪄서 먹을까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괜히 음식 냄새를 풍길 필요는 없었다.
‘그 것보다 소금이 필요한데.’
맛이 있을 리가 없지만 강준이 만들어 준 야자가루 덩어리를 뜯어서는 입에 넣는 미셸을 보며 강준은 고마워하면서도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소금.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이 염분이 과다하게 섭취를 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흔히들 염분 부족이 뭐가 얼마나 대단하냐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신체의 70%가 물이라는 것은 다들 알려져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 물이 일반적인 그런 물이 아니라 소금물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사람의 신체의 70%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물이 아니라 소금물이라는 것이었다.
소금물의 특성에 대해서 알겠지만 소금물은 일반 물보다 어는 점이 낮다.
그 때문에 한 겨울철에 사람의 몸이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의 몸이 물로만 되어 있었다면 영하의 날씨에 즉각적으로 동상에 걸리게 되며 한 여름철에도 더위로 인한 수분 손실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염분을 보충하지 못한다면 물을 아무리 많이 마시더라도 물이 몸 속으로 흡수가 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가 있는 것이었다.
이미 염분의 부족으로 인한 전해질 부족은 신체의 면역력 및 각종 기능들을 악화시켜 나간다는 것이었다.
‘바닷물. 아니 오히려 더욱 더 안 좋아.’
바다가 그리 멀지 않기에 바다에서 염분을 보충할 수 있을수도 있었지만 강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닷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소금이 아니었다.
일단 바닷물인 간수는 기본적으로 독극물로 분류가 된다.
바다에서 채취를 한 소금을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산업용 소금이라고 해서 섭취를 못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나 정제염은 유럽같은 곳에서는 가축의 사료로도 사용이 금지가 되어 있을 만큼 발암 물질로 정해져 있을 정도였다.
천일염에도 천연 독성들이 들어 있는데 소금을 적어도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놓아두어서 간수가 빠지게 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별도의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야 섭취가 가능했다.
역사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천일염을 생산하자마자 바로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염분 부족으로 인해 심장 발작이 오게 되면 24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기에 그런 소금이라도 섭취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일단은 제대로 된 소금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후우! 이런 열대 지방에 북나무 같은 것이 있을리도 없고.’
북나무라고 하는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의 특징이 나무 껍질 표면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이 생성이 된다는 것이었다.
사슴이나 들짐승들도 염분이 필요하기에 이런 나무의 표면을 혀로 핥는데 이 하얀 것이 바로 염분이었다.
염분을 과도하게 생산해 내는 나무로 이 하얀 가루와 황토를 섞어서 소금을 얻을 수 있었다.
동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염분들을 얻게 되는데 아쉽게도 정글 내에서 염분을 얻는 방법을 강준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정 안되면 바닷물로 소금을 얻은 뒤에 대나무에 죽염이라도 만드는 수 밖에 없겠어.’
바다 소금의 독성을 중화하는 데는 죽염이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였다.
어차피 많은 양의 소금을 얻을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준은 처음으로 바다를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또 다시 미셸을 홀로 남겨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강준은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모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내일부터는 13일 째로 넘어가게 되고 두 번째 주가 되어 데드 임팩트가 일어나게 된다.
이미 사냥감을 잡은 이들이야 상관이 없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는 내일 하루 종일 사냥감을 잡기 위해 날 뛰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강준과 미셸이야 상관이 없는 일이기에 그 날까지는 최대한 숨어 있으면서 노출을 줄여야만 했다.
사냥꾼마저도 그 날은 언제 어떻게 사냥감이 되어 버릴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강준은 최대한 이틀을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저 구덩이 내부에 물은 충분한 거니?”
“응? 아! 예! 여기요!”
야자 반죽을 뜯어먹고 있던 미셸이 얼른 물이 들어 있는 병을 강준에게 내밀었다.
바닥에 흙이 들어 있기는 했지만 상당히 물은 깨끗한 편이었다.
식수는 해결이 되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 강준은 식량만 구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식량을 구하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의 강준에게 있어서는 두 사람이서 몇 일은 버틸 양을 구하는 것은 큰 무리는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식량은 풍족한 곳이었다.
정글에 대해서 조금만 안다면 푸우한 식량이 모여 있다는 것에 놀랄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무언가 인위적으로 조성이 된 것 같다. 이렇게 정글에서 식량을 구하기가 쉬울 리가 없는데 다양한 수종의 식물들이 모여 있어.’
강준은 처음부터 이런 일을 꾸미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식량을 구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보관이 문제였다.
습하고 더운 곳은 음식의 보관에 치명적인 약점이었고 그 것은 강준으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때 그 때 구해야만 했고 식사를 마치고 또 다른 식량을 구하러 가기 위해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먹을 것을 좀 더 구해가지고 올 테니까 숨어 있어.”
“예?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요?”
미셸은 잠시 왔다가 다시 간다는 강준에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먹고 있는 것이 맛이 없다고 하면 강준이 싫어하거나 다른 음식을 구하러 가겠다고 말을 할 까봐 억지로라도 먹었다.
그런데 강준이 아직 먹을 것도 남아 있는데도 음식을 더 구하러 가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맛이 없이 먹었나?’
배가 고픈 것보다 강준과 떨어지는 것이 더 싫었던 미셸은 더욱 더 야자가루 반죽 덩어리를 입에 넣고 씹었다.
“이거 맛있어요. 나 이거 잘 먹을 수 있다고요. 그러니까 다른 거 구하러 가실 필요 없어요! 커억! 콜록! 콜록! 아니! 커억! 괜찮아요. 아! 목에 걸렸나 봐요! 콜록! 콜록! 맛 있는데! 이렇게 맛있는데! 흑!”
미셸은 기침을 심하게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물 좀 마셔!”
강준은 불안 증상을 보이는 미셸을 보며 미셸이 정신적으로 성숙한 성인이 아님을 깨닫고서는 자신이 너무 미셸을 혼자 놔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야! 미셸 그런 것이 아니야. 고기라든지 소금 같은 것을 좀 구해 볼 생각이었어.”
“고기 필요 없는데! 흑! 그냥 혼자 있으면 너무 흑! 무서…워서! 흐으윽! 너…너무 무서운데. 왜 이렇게 무서운지…나 모르겠는데! 흐아앙!”
결국 눈물을 터트려 버리는 미셸의 모습에 강준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미셸을 안아 주었다.
“괜찮아. 오빠가 있잖아. 걱정 하지마. 미셸 오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
강준은 흐느끼는 미셸을 달래주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울면 안 되는데. 귀찮게 하면 안 되는데!”
미셸은 강준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자신을 버리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차라리 계속 혼자였다면 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을 터였지만 지금은 강준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면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현실은 영화에서처럼 용감한 소년 소녀들 그리고 무한히 헌신적이고 강인한 존재들은 존재하기가 어려웠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걱정마라.”
강준은 그렇게 미셸이 지쳐 잠이 들 때까지 미셸을 진정시켜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