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14. 생존의 법칙
철렁! 철렁!
물그림자가 하천의 표면에서 움직였다.
강준은 그 물그림자들을 보며 생각보다 많은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는 생각을 했다.
‘물고기?’
물고기들이 이토록 많다면 식량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물고기들을 잡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못 잡을 것도 아니었다.
몇 가지 도구만 이용한다면 충분하지는 않아도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는 충분할 터였다.
“뭘 보는 거예요?”
선혜는 강준이 물 속을 바라보는 것에 의아해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천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유속이 빠르지는 않은지 흐름은 별달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지 깨끗한 물도 아닌지 흙탕물이었다.
철렁!
간혹 물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이 수면을 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있었지만 거기까지는 별달리 이상할 것은 없었다.
“여기 깊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물 속으로 들어가 봤어?”
“아니요! 안 들어 가 봤어요. 단지 얼마나 깊은지 알아 볼까 싶어서 나뭇가지를 찔러 봤는데 바닥에 안 닫더라고요.”
강준은 선혜의 말에 다시금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선혜가 이 하천을 건넌 적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어떻게 하천 너머에 관제센터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는지를 아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강준 자신을 속인다고 해서 선혜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는 소리였다.
선혜 또한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고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러면서 살짝 뒤로 물러서며 강준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후우! 알았다.”
강준은 그런 선혜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풍덩!
그리고 그 때 강준은 물 표면으로 튀어 올라온 물고기를 보고서는 정말 물고기가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을 했다.
“물고기 먹을래?”
“예? 불 피우시게요?”
바닷물고기도 아니고 민물 물고기를 생으로 먹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결국 불을 피워야 하는데 이런 곳에서 불을 피웠다가는 꽤나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의외로 냄새나 연기는 꽤나 멀리까지 퍼져 나가기 때문이었다.
강준도 그런 선혜의 말에 한숨을 내쉬고서는 고민을 해 보았지만 뾰쪽한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 몇 마리 잡아 보자.’
강준이 베어그릴스는 아니었지만 식량이 눈 앞에 있는데도 그냥 포기를 할 수는 없었다. 안그래도 지금 영양부족상태였으니 물고기들을 통해 영양보충도 좀 해줘야만 했다.
‘아니 그 것보다 뭔가 이상한데.’
강준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며 나무지팡이를 물 속에다 집어넣었다.
분명 물고기들이 놀라서 주변으로 도망을 가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면서 나무 지팡이를 건들 것이었다.
툭! 툭!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나무 지팡이를 칠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런 강준의 예상과는 달리 곧바로 지팡이를 통해 느낌이 전해져 오기 시작을 했다.
그 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니라 제법 많은 물고기들이 지팡이를 건드리고 있었다.
‘이건 물고기가 아니다!’
강준은 자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격렬한 느낌에 물고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물고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그런 물고기의 종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설마!”
강준은 무언가가 지팡이를 물었다는 느낌에 지팡이를 물 밖으로 빼내었다.
파닥! 파닥!
지팡이의 끝 부분을 물고 있는 물고기의 모습이 보였다.
강준은 그 물고기를 보고서는 얼른 땅바닥에 던져 놓고서는 정글도로 몸을 잘라버렸다.
“이…이게 뭐에요?”
대략 25cm 정도의 제법 큰 물고기가 붉은 피를 흘린 채로 죽어 있었다.
선혜는 지팡이의 끝을 꽉 물고 있는 물고기의 머리를 보고서는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피라니아.”
강준은 자신이 이상하게 느낀 것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고기는 피라니아였다.
대표적인 식인 민물물고기로 강력한 턱과 함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였다.
피에 강하게 반응을 하며 피를 흘리고 있는 동료들조차도 잡아먹어버릴 정도로 포악한 놈이었다.
당연히 겁이 없을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의 몸을 건드리는 것들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히 강한 놈이었다.
지팡이로 자신들의 몸을 건드리니 그대로 물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럼 이게 그 식인물고기라는 거예요?”
피라니아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물고기였다.
해외 밀반출이 금지되어 있는 어종으로 이런 곳에 있을 리가 만무한 물고기였다.
‘이 너머에 무언가가 있기는 있나 보군.’
강준은 하천의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분명 무언가 감추려는 것이 있기에 하천에 피라니아를 풀어 놓았을 터였다.
자연 상태에서는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존재하기란 어려웠다.
강준이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도 무언가 인공적으로 물고기들을 풀어놓은 것 같이 물고기들의 숫자가 좀 많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만약 이대로 물 속으로 들어가 움직였다면 피라니아에게 온 몸이 물어 뜯겼을 터였다.
‘결국 건너려면 배 같은 것을 만들어야한다는 건가?’
배를 만들거나 그 것이 아니면 하천을 돌아야 할 듯 싶은데 일단은 하천을 도는 방향으로 해야 할 듯 싶었다.
배를 만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어? 이 봐요! 아가미에서 뭔가가 나온 것 같은데요.”
선혜의 호들갑에 강준은 자신이 몸을 반으로 잘라버린 피라니아를 바라보았다.
아가미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튀어나오는 것이 있었는데 대략 4cm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이었다.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것이 흡사 기생충을 보는 것 같았다.
“으! 징그러! 이거 기생충이지요?”
지혜의 질문에 강철은 정글도로 꿈틀거리는 것을 건드려 보고서는 그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미치겠군. 칸디루다.”
“예? 칸디루가 뭐에요?”
선혜는 강준의 말에 칸디루가 뭐냐는 듯이 강준을 바라보았다.
“메기의 일종으로 최악의 물고기 중에 하나야.”
최악의 물고기라는 말에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하는 선혜였다.
눈 앞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피라니아보다 더 최악의 물고기가 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암모니아에 반응을 하며 사람의 요도를 타고 들어와서는 방광을 뜯어 먹는 놈이야. 수술을 해서 빼내지 않으면 죽게 된다.”
“예? 거기로 들어가는 거예요? 이게?”
강준의 설명에 선혜는 급히 자신의 그 곳을 가렸다. 정말이지 최악의 물고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저 물 속에서 오줌 싸면 100% 죽을 거야. 암모니아에 아주 환장을 하는 놈이거든.”강준은 절대 저 하천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어졌다는 듯이 말을 했다.
칸디루 또한 피라니아처럼 1급 금지 생물 중에 하나였다.
저런 물고기 한 쌍이 대한민국의 하천에 풀린다면 몇 년 가지 않아 대한민국의 하천에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게 될 것이었다.
피라니아야 생각보다 큰 물고기로 대한민국의 베스나 기타 대형종과 경쟁이라도 할 수 있을 터였지만 칸디루의 경우는 어류들에 기생을 하는 물고기로 사실상 천적이 없는 놈이었다.
그 크기도 다 자란 것이 6cm 정도로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잡기가 쉽지가 않았고 퍼진다면 끔찍한 결과가 일어날 터였다.
“그럼 어떻게 해요?”선혜는 물 속으로는 절대 들어 갈 수 없다는 것에 사색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만약 강준이 없이 다른 이들과 함께 이 하천을 건넜다면 끔찍한 상황이 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이런 것들을 알 수 없을 터였다.
강준은 얼굴이 창백해져 있는 선혜를 보고서는 칸디루를 정글도로 반으로 갈라서 죽여 버리고서는 피라니아를 역시나 정글도로 여러 조각으로 잘랐다.
탁! 탁!
그렇게 자른 다음에 피라니아의 살점들을 손으로 잡아 들었다.
‘본래 피라니아 낚시는 일반 나이롱 줄이 아닌 철사줄로 사냥을 하는 것이지만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지.’
강준은 일반적인 사냥법으로는 피라니아를 사냥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사냥을 하기에 적당한 위치를 찾아서는 죽은 피라니아의 살점들을 몇 개 하천으로 던졌다.
파파박!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피냄새를 맡은 것인지 피라니아들이 몰리기 시작을 해서는 자신들의 동료의 살점을 뜯어먹기 시작을 했다.
“뭐하시는 거지요?”
“기다리고 있어.”
강준은 그렇게 살점을 뜯어 먹느라고 수면 밖으로 연달아 뛰어오르는 피라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점점 지면 쪽으로 살점을 가깝게 던지면서 특히나 피가 많이 나오는 살점을 수면 밖의 땅에 던져 놓았다.
그리고 그 피가 하천 속으로 흘러들어가자 피라니아는 격렬한 몸부림을 치며 하천 밖의 살점을 뜯어먹기 위해 온 몸을 뒤틀었다.
“그래봐야 물고기지.”
아무리 무시무시한 식인물고기로 악명이 높기는 하지만 물 밖에 나오면 날카로운 이빨 달린 물고기일 뿐이었다.
“피라니아. 생각보다 맛있어.”
“……!”
강준의 말에 선혜는 입을 벌린 채로 강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크기도 크고 거기에다가 살점도 많은데다가 담백하면서도 기름기가 많은 물고기지. 좀 느끼한 맛은 있지만 이거 한 마리면 한나절은 충분할 걸.”
강준은 물 밖에서 파닥거리는 피라니아 두 마리를 잡아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거 어쩌면 사람 잡아 먹었을 수도 있잖아요.”
선혜의 말에 강준도 잠시 피라니아를 바라보았다.
제법 살이 포동포동한 것이 굶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딱히 사료를 따로 줄 것 같지는 않았기에 하천의 물고기들을 전부 잡아먹었다면 다음으로 먹었을 것은 이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 하천 바닥에 사람의 해골들이 가득 쌓여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하면 욕지거리가 나올 일이었지만 강준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을 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 잡아 먹는 것 보다는 낫잖아.”
“…….”
식인.
현대사회에서는 금기시 되어 있는 식인이라는 말이었지만 생존을 위해서 식인은 이루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처럼 정글 속에서 별다른 먹을거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굶주림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면 아마 식인이라는 추악함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차라리 사람을 잡아먹느니 사람을 잡아먹은 물고기를 먹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수도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이미 사탕수수로 입 안은 단내가 나고 있었다.
칼로리는 높을지라도 허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고 강준은 지금 자신의 배에서 든든한 포만감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최대한 마른 장작을 찾아. 연기가 덜 나도록 말이야. 빨리 먹고 이동을 한다.”
강준의 말에 선혜도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탁! 탁!
부싯돌로 불을 피우고서는 피라니아를 구운 뒤에 강준과 선혜는 허겁지겁 식인물고기의 살점을 뜯어 먹었다.
어쩌면 지금 먹고 있는 식인물고기가 자신과 같은 인간의 살을 뜯어 먹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지금 먹고 있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살일지도 몰랐지만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것보다 맛이 좋았다.
우걱! 우걱!
그렇게 체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허겁지겁 피라니아의 살점을 뜯어먹은 두 사람은 황급히 자리를 떠서는 휴식을 취할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해가 지고 난 뒤에 하천을 건너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제는 밤을 안전하게 보낼 장소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배 부르니까 좋다.’
선혜는 비록 마음 편히 식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가 부르다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것인지 몰랐다는 듯이 베시시 미소를 지었다.
도시에서는 몸매를 위해 칼로리를 계산하고 적당히 음식 조절을 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고 있지 않았다.
돼지가 되어도 좋으니 원하는 것을 마음 껏 먹고 푹 잠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것이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존의 법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후기]
ㅡㅡ; 왜 업로드가 전부 다 안올라갈까요 ㅜㅜ
또 잘려서 올라가는 바람에 다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