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60화 (60/161)

##60 15. 보이지 않는 위협

어둠은 인간에게 편안함과 안정을 주는 것과 동시에 공포를 안겨 준다.

인간의 감각 기관 중 시각에 의지하는 비율이 다른 감각기관에 비해 압도적이다 보니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갑갑함과 두려움은 상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인간은 불을 만들어내고 난 뒤에 밤을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불이 없는 인간은 두려움에 덜덜 떠는 약해빠진 짐승에 불과했다.

쏴아아아아!

정글에서의 폭우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금 하늘에서 구멍이 나기라도 한 듯이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가 세상을 뒤덮어 버렸다.

덜! 덜! 덜!

커다란 바위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강준과 선혜는 땅바닥을 튀어 올라 자신들의 몸을 적시는 빗줄기를 피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쾌적한 안식처를 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완전히 해가 져 버리고 난 뒤에는 커다란 나무나 바위 근처에서 쉴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사람 크기만한 넓적한 야자수 이파리 들을 이용해 최대한 몸을 가린다고 할지라도 성긴 나뭇잎파리 사이로 튀어 오르는 장대비를 다 막을 수도 없었다.

과르릉!

천둥이 치고 하늘 위로 번개빛이 번쩍이며 주변을 보였다가 사라진다.

엄청난 소리가 뒤를 때리는 통에 잠도 재대로 자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강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도무지 쉬지를 못하게 하는군.’

이미 온 몸이 비에 젖다시피 한 상태였다. 찝찝함이 상당했지만 몸의 피로는 그 것보다 더 심했기에 견딜 수는 있었다.

하지만 번개와 천둥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불가능해지고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강준은 더 걱정을 했다.

경계를 설 때 특히나 야간에는 한 곳만을 주시하고 있으면 안 된다.

주시하고 있는 대상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임에도 인간의 뇌는 한 곳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면 무언가 움직인다는 착각을 해 버리게 된다.

그렇기에 자신의 경계 구역을 레이더처럼 스쳐보면서 계속 시야를 움직여야만 했다.

하지만 천둥번개가 치는 경우에는 빛으로 인해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하기 때문에 번갯빛으로 무언가를 보고 계속 주시하는 사이에 다시 번갯빛이 치는 것에 시야가 고정이 되어 버리게 된다.

무언가가 있다는 착각을 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번 착각을 해 버리게 된다면 신경은 점차 곤두서고 예민해져서는 그 날의 경계는 완전히 실패해 버리게 된다.

강준은 이런 날씨에 싸돌아다닐 이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다음 날 아침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로와 추위에 지쳐서는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었다.

인간의 몸은 그 정도로까지 부지런하지 않았고 강하지도 않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열악한 상황이 가장 휴식을 취하기에는 좋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 정도나 되는 크기의 땅에 야생동물이 없지?’

강준은 사람들이라면 다음 날 낮까지는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이런 야생에서 가장 무서울 상대인 맹수가 없는 것에 의아해 했다.

강준이 보기에도 결코 작은 규모의 섬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커다란 맹수는 아니어도 중간 크기급의 맹수들 정도는 보여야 했다.

사자나 호랑이는 아니어도 표범과 같은 맹수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은 기이할 일이었다.

부르르!

강준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쩌면 자신들이 아직 만나지 않았을 뿐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요? 추워요?”

강준의 몸이 부르르 떨리자 추위 때문에 강준의 옆에 붙어서는 잠을 청하고 있던 선혜가 고개를 들고서는 물었다.

강준으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던 것은 벌써 잊어 버렸는지 황당할 따름인 선혜였지만 그 것보다는 추위가 더 질색인 그녀였다.

“혹시 야생동물 본 적 있어?”

강준의 질문에 선혜는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본 적이 없다는 것에 강준은 둘 중에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작자들이 섬 내의 모든 야생동물들을 제거해 버렸거나 그 것이 아니면 아직 만나지 않은 것이겠지.’

만약 후자라면 최악의 상황이었다.

‘후우! 아니겠지. 아닐 거야.’

강준은 지금까지 아무 일이 없었기에 스스로를 안심시키기로 했다.

물론 생존을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들을 모두 고려해야만 했지만 그런 상황까지 감수하려고 한다면 정말이지 감당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야생 상태에서 인간이 맹수를 상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 것도 고작해야 권총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 승산은 한 없이 내려가는 것이었다.

강준은 번개로 인해 벌어지는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을 감았다.

과르릉!

다시금 번개가 쳤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강준이었다. 다만 자신의 옆에 붙어있던 선혜의 몸이 움찔 떨리기는 했다.

‘그래도 여자는 여잔가 보군.’

추위도 있었지만 아마도 이런 번개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는 것일 터였다.

그렇게 강준과 선혜는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서는 억지로 잠을 자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 때 하늘이 대낮처럼 보일 정도로 커다란 번개가 하늘 위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과르르릉!

“까아아악!”

전번의 번개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소음에 선혜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 내.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이면서도 고작 이런 번개를 무서워 하나?”

“뭐…뭐에요!”

강준의 목소리에 선혜는 발끈했지만 강철의 몸을 꼬옥 붙잡고 있는 손을 풀지는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에 강준과 선혜는 무언가 커다란 것이 땅에 떨어져 진동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쿵!

“어? 뭐에요?”

선혜의 물음에 강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대충 짐작이 간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다.

“나무가 번개에 맞아 쓰러지기라도 했나 보지 뭐.”

“예? 그럼 우리도 위험한 거 아니에요?”

정글이기는 하지만 원시림과도 같았기에 커다란 나무들은 엄청나게 컸다. 그런 나무들이 번개에 맞아 쓰러질 정도라면 위험하지 않겠냐는 것인데 강준은 심드렁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로또에 당첨되어 본 경험 있어?”

“예? 아니요.”

“그럼 학창 시절에 시험 문제 한 열 개 정도를 그냥 찍었는데 전부 정답인 적은?”

“당연히 없지요!”

선혜는 강준의 기가 막힌 질문에 발끈해서는 외쳤다.

“그럼 번개 맞을 축복은 없을 테니까 그냥 잠이나 자.”

“…….”

강준의 말에 선혜는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강준을 바라보았다가 투덜거리며 눈을 감았다.

“흐음! 그러고 보니 나는 시험 문제 7개 정도까지는 그냥 찍었는데 다 정답이었군.”

순간 강준은 자신이 고등학교 다닐 때 찍었던 문제들이 전부 정답이었던 것을 떠올리며 말을 했다.

확률로 따진다면 78125분의 1의 확률이었지만 역시나 번개 맞을 확률보다는 낮았기에 하는 소리였지만 선혜의 귀에는 지금 당장 강준의 머리 위로 번개가 떨어질 것이라는 소리로만 들렸다.

‘이 양반이!’

그렇게 강준과 선혜가 투덜거리고 있을 때 강준과 선혜의 옆에 있던 하천 위로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서는 하천을 연결하고 있었다.

다닥! 다닥!

번개에 불이 붙은 것 같았지만 쏟아져 내리는 비로 인해 불은 곧 꺼져 버렸다.

그리고 강준 쪽이 아닌 건너편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생각보다 조심스러운 듯이 다리가 되어 버린 나무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당장 건널 생각은 없다는 듯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 동안 하천에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괴물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 곳 하천에서는 물도 마시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하천으로 인해 자신의 영역이 너무나도 좁아져 있어서 먹이의 부족으로 인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녀석이었다.

까앙!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영역을 넓힌 수 있게 된 것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그 녀석은 곧이어 떨어져 내리는 번개에 몸을 움찔 떨며 하늘을 쳐다 보았다.

아직은 건널 때가 아니라는 듯이 배를 땅바닥에 붙이고서는 비를 맞은 채로 건너편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작품 후기]

후우! 60회네요

이게 몇 회 쯤에 완결이 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마지막 부분에 대한 부분은 대충 결정을 지어 놨습니다.

뭐 반전이니 뭐니 아니면 뻔한 결말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하면 식상할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도 연참을 하라니요 ㅋㅋㅋ

일단 내일 어쩔지 모르겠네요

일이 바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요

내일 연참 못하더라도 이해를....

^^; 할 수 있으면 하도록 할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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