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14. 생존의 법칙
질겅! 질겅!
강준은 단맛이 나오는 사탕수수대를 씹으면서 앞으로 걸음을 걷고 있었다.
퍼스트 임펙트가 일어난지 3일 째 되는 날이었고 다시금 생존자들의 불안감도 점차 커져가기 시작할 때였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번에도 살아남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처절하면서도 절박하게도 삶을 구걸하고 있었다.
평소 혐오하던 벌레들이나 뱀 그리고 각종 나무 뿌리와 줄기들까지 살기 위해 먹기 시작을 했고 더러운 물조차도 없어서 마시기 시작을 했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인간의 몸은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었다.
이미 적응을 하지 못한 이들은 도태가 되어 버린 상태였고 그 도태는 당연한 듯이 죽음이었다.
“이 쪽이 맞는 거야?”
“예. 맞아요. 하지만 중간에 제법 깊은 하천이 있어요.”
강준은 선혜와 함께 결국 섬의 중앙에 있다는 관제 센터로 향하기로 했다.
베이스 캠프인 구덩이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하게 되자 포기를 하고 자신들을 이런 꼴로 만든 그 작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복수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
굳이 열 명이 남을 때까지 버티는 것보다는 단 한 명이라도 그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죽이는 것이 더 속이 펼할 것만 같았다.
물론 아직 완전히 선혜를 믿을 수는 없었지만 안 믿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좋아! 일단 그 곳까지 가 보자고.”
더는 선혜의 정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고 모른다고 해서 이제는 불안함도 없었다.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을 죽여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씩이나마 불쑥불쑥 들고 있는 지경이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만 쉬고 싶다는 생각은 참 이율배반적인 것 같으면서도 결론은 몸과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하나의 목적의식에 도달해 있는 것이었다.
살고자 하는 것도 고통, 아픔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었고 죽고자 하는 것도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었으니 인간이란 이성을 가져서 고통받는 존재였다.
선혜 또한 강준에게서 고문을 받았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강준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만!”
그렇게 선혜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이 강준은 선혜를 붙잡아서는 수풀 속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가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정글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흐흐흐흐!”
이미 실성을 해 버린 것인지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며 머리는 산발이고 옷은 넝마가 되어 있는 남자였다.
이 죽음의 게임에서 이성을 온전히 유지를 못한 것이었다.
이대로 그냥 둔다고 해도 저 상태라고 한다면 얼마 버티지 못할 남자였다.
“어떻게 하죠?”
선혜도 그 남자를 보며 강준에게 물었다. 아직 강준이나 선혜 모두 타이머의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점점 타이머의 숫자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신경질적으로 변하며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두근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생명이 줄어드는 것을 직접적으로 눈으로 확인한다면 미치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었다.
최대한 기회가 될 때마다 그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늘리려고 할 것이었다.
“그 냥 간다.”
“왜요?”
선혜는 강준의 말에 반발을 했다. 너무나도 손 쉬운 먹잇감을 놔두고서 그냥 간다는 말에 순간 화가 나는 것이었다.
강준은 그런 선혜의 반응에 자신의 생각을 말을 했다.
“당신 말대로 중앙에 관제센터가 있다면 그 곳에서 이 걸 풀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거야. 그렇다면 이유없는 살인을 할 필요가 없어. 설마 관제센터가 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겠지?”
“흥! 관제센터는 있어요! 다만 그 관제센터가 있다고 해서 거기서 이걸 풀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요.”
선혜는 강준의 말에 반박을 하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뭐하는 짓이야?”
자신을 들어내 버린 선혜에 깜짝 놀란 강준이었다.
“난 당신의 부하가 아니에요. 착각하지 말아요. 지금은 단지 쓸만한 동료가 필요해서 일 뿐이고 혹시라도 관제센터에서 이 지긋지긋한 것을 풀어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에서이니까요.”
선혜는 차갑디 차가운 표정으로 강준에게 쏘아 붙이고서는 실성을 한 남자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을 했다.
“헤헤헤헤!”
이미 실성을 한 남자도 선혜를 본 것인지 웃음을 지으며 선혜에게 다가오기 시작을 했다.
마치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같은 모습이었지만 선혜는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로 실성을 한 남자의 앞에까지 다가갔다.
“후!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한시라도 빠져나가고 싶지? 안 그래? 후후후! 운 좋은 줄 알라고. 지금 당장 나갈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그러니까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을 축하해! 혹시 지옥에서 누가 너를 보냈냐고 한다면 신선혜라고 말해!”
“으히히히히!”
선혜는 그 말을 하고 난 뒤에 자신의 활에서 조잡하게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나무 화살을 재고서는 그대로 실성을 한 남자의 바로 앞에서 겨냥을 하고서는 쏘았다.
퍼억!
실성을 한 남자의 눈을 관통해서 뇌를 뚫어버린 나무 화살에 실성한 남자의 몸은 그대로 허물어져 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선혜는 그렇게 죽어버린 남자를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 힘든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었지만 심장이 연달아 뛰고 있었고 온 몸의 세포들이 맹렬하게 산소를 요구하고 있었다.
“…….”
그런 선혜의 헐떡이는 어깨선을 바라보는 강준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런 선혜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저 남자에게도 좋은 것일 수도….’
강준은 어쩌면 살아있는 자들보다 죽어버린 자들이 더 운이 좋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삐삑!
그리고 아주 작게 들려온 소리에 강준은 문득 부럽다는 감정과 질투를 느꼈다.
‘제길! 고작 몇 시간 더 살 수 있는 정도에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거냐.’
강준은 선혜의 타이머가 리셋이 되는 것을 알면서 느껴지는 그 감정에 자기 혐오감이 들 정도였다.
자신보다 더 오래 산다는 그 것이 이토록 부럽고 질투가 느껴질지는 몰랐다.
이런 감정은 단지 노인이 어린 아이들을 보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분명 노인들은 어린 아이들이 더 오래 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 강준이 느끼는 감정은 들지 않을 터였다.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군.’
강준은 지금이라도 눈 앞의 선혜를 죽이면 자신이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악마의 속삭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간의 이성이 악마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강준은 진정이 된 선혜와 함께 다시금 섬의 중앙에 있다는 관제센터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은 선혜가 말한 강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제법 넓은 하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하천을 넘어가야 한다는 말인데.”
관제 센터라는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하천을 넘어가야 한다는 말에 결국 하천을 넘기로 했다.
문제는 제법 깊다는 말과 함께 물을 건너고 있는 와중의 위험에 대비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저녁까지 기다리자.”
“예? 왜요?”
강준은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을 했다. 선혜는 그런 강준의 말에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강준은 그런 선혜의 물음에 순순히 설명을 했다.
“하천이 그리 큰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폭이 10미터는 넘어 그런 가운데 위험에 대처를 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하천 너머로 관제센터가 있다면 분명 지키는 자들도 있을 텐데 대낮에 접근을 하는 것이 어려워. 어둠을 틈타서 들어가야만 한다.”
강준은 건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혹시라도 있을 경비원들을 조심하자는 생각이었다.
‘뭐 그리 허술할 것 같지는 않아. 아니 어쩌면 이미 우리의 위치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강준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고성능 폭약이 들어 있는 손목시계에 간단한 GPS 신호기 하나 집어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어쩌면 지금 자신들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하천을 건너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혀 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 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 놈은 반드시 죽이겠다고 결심을 하는 강준이었다.
‘응? 뭐지?’
그리고 그 때 강준은 물 속에서 무언가가 보이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