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겟 어 라이프-57화 (57/161)

##57 14. 생존의 법칙

도망가는 일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자신의 힘이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일이었고 특히나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물러선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 것이 비록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는 하지만 때로는 그런 무모함조차도 생각지 않는 이들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았다.

인간이란 때로는 그 본능을 무시해버리는 무모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준은 그런 자존심이나 수치심이 가져올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포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준은 자신의 안락한 공간을 이렇게 쉽게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그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이런 공간조차도 없다면 아무리 강준이라고 할지라도 그다지 오래 버티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끄응!”

시간이 있었다면 조금 더 넓혀 두었겠지만 강준이 겨우 빠져 나올 수 있는 정도 밖에는 공간이 되지 않는 좁은 비밀통로였다.

구덩이의 입구 부분에서 이 비밀 통로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구덩이 방향 쪽으로 커다란 바위와 수풀을 놓아두어서 단번에 발각이 되지는 않게 했지만 그렇다고 안심을 할 수는 없었기에 땅바닥에 몸을 닿은 채로 기어 나온 강준이었다.

“쉿!”

강준은 선혜가 소리를 내지 말도록 소용히 시키고서는 그녀를 구덩이에서 끌어내었다.

믿든 믿지 않든 지금은 그녀를 억지로라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같이 죽자라는 식으로 행동을 한다면 상황은 더욱 더 악화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선혜마저도 끄집어 내고 난 뒤에 바위틈으로 보이는 남자들을 볼 수 있었다.

두 명은 이미 구덩이 내부로 들어간 듯 싶었고 두 명은 구덩이 밖에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구덩이 내부에서 상대를 하고자 하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러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를 전부 제압하지 못한다면 몇 명을 죽이건 강준에게 더 손해였다.

한 명이라도 도망을 가 버린다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 거에요? 잡을 건가요?”

선혜는 무척이나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강준은 선혜를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선혜 또한 그런 강준의 찡그림에 불만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푹! 푹!

일단 강준은 자신들이 빠져나온 입구 부분에 독이 묻은 나무 말뚝들을 박아 넣었다.

만약 이리로 들어온다면 꽤나 성가시게 굴 것이었다.

그렇게 비밀 통로의 입구를 막아 두고 난 뒤에 강준은 선혜를 바라보았다.

선혜는 그 동안 묶여 있던 것이 꽤나 저리다는 듯이 손목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자신의 활에서 화살을 재어두고서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역시나 강준이 생각 할 때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만이 들 지경이었다.

“최대한 조용히 죽여야 해.”

끄덕!

강준의 말에 선혜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강준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선혜였지만 일단은 적들을 제거해야만 했다.

‘도망가게 놔두면 안 된다. 무조건! 무조건 전부 잡아야해.’

이미 구덩이의 정체가 들어난 상황이었다.

상대방이 단지 눈에 보이는 4명 뿐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만약 더 많은 숫자라면 골치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강준이라고 할지라도 잠을 자야만 했고 그런 잠을 자는 동안에 찾아올 위기를 대비할 수는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이 더 좋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 때 구덩이의 입구에서 소란스러워 졌다.

아마도 환자인 남자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남자였지만 그 동안 남자를 살리기 위해 꽤나 노력을 했던 강준으로서는 이들이 남자를 죽이지 않기를 바랬다.

남자에게는 손목시계가 없기에 죽인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하지만 어두운 구덩이 내부에서 그런 것을 확인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구덩이 밖으로 끌고 나온다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어서 확인을 할 수 있을 터였다.

강준은 그렇게 꽤나 소란스러운 이들을 지켜보며 천천히 수풀 사이를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선혜와 함께 구덩이 입구에 있는 이들 둘을 제압하거나 죽이고 난 뒤에 구덩이 내부에서 나오는 두 남자를 마저 제압하려는 생각이었다.

선혜도 그런 강준의 계획을 이해했는지 자신이 맡을 사람을 손짓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강준이나 선혜는 각자가 한 사람씩 맡아서 제압을 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을 했다.

강준 또한 권총이 아니라 나이프를 들고서는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단검투척이 되겠는데.’

되도록 이 근처에서는 소리가 나는 총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강준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간 뒤에 단숨에 단검을 던져서 상대의 숨을 끊어 버릴 생각이었다.

‘침착하자. 실수를 하면 안 된다.’

강준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면서 구덩이 밖의 남자 둘이 구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빠르게 움직여서는 그대로 제압을 하자고 선혜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했다.

덥썩!

하지만 그 때 강준은 자신의 어깨를 붙잡는 느낌에 몸을 움찔 떨어야만 했다.

급히 고개를 돌리자 선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길! 설마?’

강준은 선혜가 지금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더라도 자신이 선혜에게 한 고문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었다.

구덩이에 대한 욕심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선혜와 손을 잡고자 한 것이었지만 역시나 지금 생각하더라도 구덩이에 대한 욕심은 버렸어야만 했다는 것이었다.

욕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알고 있었지만 아프리카의 원숭이 사냥처럼 욕심은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법이었다.

아프리카의 원숭이 사냥은 바위 틈 속에 먹을거리를 넣어놓으면 원숭이는 그 바위틈 안으로 손을 넣어 먹을거리를 빼려고 하지만 먹을거리를 놓지 않으면 빠지지가 않는 것을 이용하는 사냥 방법이었다.

사냥꾼들은 그런 방식으로 원숭이들을 잡는데 원숭이는 욕심과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자신의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강준도 자신이 그 원숭이 꼴이라는 생각에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어 버린 후회일 터였다.

“쉿!”

하지만 강준은 선혜가 자신을 붙잡고서는 급히 강준의 몸을 땅바닥으로 누르고서는 자신도 수풀 사이로 숨어 버리는 것에 의아해해야만 했다.

선혜는 인상을 찡그린 채로 강준에게 한 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런 선혜에 강준은 고개를 살짝 돌려서는 선혜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움찔!

현재의 위치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수풀이 움직이는 것이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자신들이 먼저 구덩이 입구의 남자들을 덮쳤다면 꽤나 곤란한 상황이 왔을 터였다.

‘후우! 골치 아프군.’

강준은 결국 구덩이를 포기 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다시 이런 안정적인 휴식처를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흠짓!

그리고 그 때 강준은 흔들리는 수풀 사이로 팔루를 볼 수 있었다.

비록 흑인들 간의 얼굴 구분을 잘 하지 못하는 동양인이었지만 강준은 팔루의 얼굴만큼은 확실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런 팔루와 함께 남자들 두 명이 구덩이의 입구 방향으로 튀어나가더니 권총들을 겨누는 것이었다.

“무기 땅바닥에 놔! 죽기 싫으면!”

팔루는 권총을 들어서는 구덩이 안 쪽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들을 겨누고서는 외쳤다.

남자들은 그런 팔루와 다른 두 명의 남자의 손에 들린 권총들에 반항을 하려고 했지만 그 것은 오히려 역효과였다.

탕!

팔루는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는 남자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권총을 쏴 버렸다.

“크아아악!”

남자는 땅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땅바닥을 뒹굴었고 다른 남자는 결국 갈등을 하다가 상대가 권총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 것에 결국 자신들의 손에 들고 있던 석궁을 땅바닥에 떨어트리고서는 손을 들어올렸다.

“무슨 일이야!”

그리고 구덩이에서 허겁지겁 나온 두 남자는 자신을 향해 권총을 들이밀면서 히죽 미소를 짓고 있는 팔루를 볼 수 있었다.

“흐흐! 이거 오늘은 운이 좋은데.”

팔루는 손을 들어올리는 남자들을 보며 만족스러워 했다.

비록 자신들보다 숫자가 많았지만 총 앞에서 숫자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강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멍하니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구덩이를 포기한다.”

그런 강준의 말에 선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강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팔루는 네 명의 남자들을 넝쿨로 손을 묶고서는 동료 두 명에서서 감시를 맞기고서는 자신이 직접 구덩이 내부로 들어갔다.

“응? 넌 뭐하는 놈이냐?”구덩이 내부에서 알몸으로 누워 있는 남자를 본 팔루는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만 남자가 자신이 들어왔는데도 일어서지 않자 이상함을 느끼다가 남자의 팔이 날아가 있는 것을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된 것이었다.

“이 봐! 이건 반칙이잖아. 누군 일주일에 한 명씩 사람을 잡아 먹어야 하는데 자네는 그냥 누워만 있어도 되니까 말이야. 이거 너무 불공평한 걸.”

“…….”

장난기 어린 팔루의 목소리에 벤리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준이 구덩이를 빠져나갈 때부터 의식을 되찾았지만 아직 몸을 거동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팔루가 들어오기 전에 두 명의 남자들이 들어왔을 때부터 반쯤은 포기를 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 봐 대답을 해 보라구! 자네만 이렇게 편하게 살아남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

팔루는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벤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런 장난기 어린 표정 속에서는 무척이나 짙은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팔루의 목소리와 의미에서 벤리스는 자신의 운이 더 이상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는 싶었는데….’

비록 의식은 없었지만 자신을 치료해 주고 말을 걸어주었던 남자의 목소리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팔루는 구덩이로 나와서는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그리고 나중에 다시 돌아와 봐야겠어. 왠지 이 놈들 게 아닌 것 같단 말이야.”

팔루가 돌아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을 때 구덩이 밖에 생긴 하나의 무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구덩이는 무너져 버려서 더 이상은 사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작품 후기]

어제는 투표를 하고 선거 때문에 영 손이 안 잡혀서 못 썼네요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대한민국이 조금 더 살기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가질 뿐입니다.

원했던 후보자거나 원하지 않았던 후보자이거나 국민들의 뜻에 결정이 된 이상 대한민국을 위해 응원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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