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14. 생존의 법칙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난 뒤여서 그런지 강준은 견디기 힘든 헛구역질이 나오려고 했다.
“우욱! 욱!”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서도 이런 헛구역질은 나오지 않았지만 여자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 뒤에 나오는 이 헛구역질은 강준의 정신과 신체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신호와도 같았다.
“하악! 하악! 학!”
생존이란 것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생존이란 너무나도 처절해서 두렵기까지 한 것이라는 사실을 살아오는 동안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진 가치관이 한 번에 허물어 질 정도의 충격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야. 그 여자도 살기 위해서 싸우는 거다. 단지 싸우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강준! 이런 일 따위에 흔들리지 마라.’
강준은 단지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도 생존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여기자고 생각 했다.
남자를 죽이고 마지막에 쾌락에 몸서리를 치던 여자의 행동은 단지 승리자로서의 포호라고 여기자는 생각을 했다.
이미 도덕적인 가치관은 싸구려 비스켓 하나보다 못한 것이었다.
“그래. 여긴 정글이다. 철저한 정글의 세계. 살아남으려면 뭐든지 다 이용을 해야만 해. 자신의 몸뚱아리 하나까지도 이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살아남는다는 거야. 팔 하나 날려먹고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남는 장사잖아!”
강준은 자신의 구덩이 속의 남자를 떠올렸다.
그 남자만의 생존의 방식으로 팔을 날려버렸고 어찌되었든지 이제는 살아남았다는 것이었다.
강준은 더 이상 여자도 어린 아이조차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을 했다.
“아!”
그리고 그렇게 강준이 정신을 차렸을 때 강준은 자신이 구덩이 근처에 도착을 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도 정신없이 뛰어서 돌아온 것 같았다.
순간 정신을 잃었다는 의미였고 그 것이 얼마나 위험했던 것인지를 알기에 강준은 몸을 덜덜 떨었다.
‘운이 지독하게도 좋다.’
운이란 선물일 뿐이다. 그 것을 기다리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지독하게 운이 좋은 자신이 미치도록 짜증이 났다.
아니 아직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나를 보았다면 여기는 들킨 거다.’
강준은 구덩이로 들어가지 않고 정글의 수풀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만약 자신이 움직이는 것을 누군가가 보고 따라 왔다면 자신에게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전술적 움직임도 보이지 못하고 정신없이 주변에 자신을 다 들어내고서는 도망 왔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렇게 강준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부스럭!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인지 알 수 없을 때 쯤 정글의 한 쪽 구석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길! 역시!’
강준은 운이 지독스럽게 좋았던 것이 아님을 알았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을 한 것이었다.
“아앗! 제길!”
그리고 그 때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덫에 걸렸다.’
강준은 상대가 덫에 걸렸다는 것을 소리가 난 지점을 통해 알았다. 문제는 상대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 봐! 짐! 괜찮아?”
“제기랄! 어떤 꼬마인지 어설픈 수작질을 해 놓은 것 같은데.”
강준은 어설픈 수작질이라는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어설픈 수작질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었다.
강철은 마름쇠의 가시 부분에 묻혀 놓은 독을 떠올렸다.
어차피 해독제 따위는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독이 중화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피부를 뚫고 들어간 독의 성분은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점점 몸 속으로 퍼져 나갈 뿐만 아니라 상처를 악화시켜 죽음에 이르게 할 터였다.
지금 당장이야 괜찮다고 할지라도 하루 정도면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될 터였다.
강준은 지뢰지대 대용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노력을 한 값을 했다는 것에 미소를 짓고서는 좀 더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나? 둘! 셋? 쳇! 네 명인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숫자를 모은 것인지 남자들은 네 명이나 모여 있었다.
“분명 이 쪽으로 갔던 것 같은데.”
천천히 조여오는 듯이 다가오는 이들을 보며 강준은 구덩이가 들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얼핏 본다면 들키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수색을 하 듯이 다가온다면 구덩이의 존재도 들어 날 수 밖에 없었다.
설사 들어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드러날 것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한 명이 독에 당했다고는 하지만 즉시 독에 죽음을 당할 정도는 아닐 터였으니 강준 혼자서 네 명을 다 상대해야만 했다.
‘힘들다. 비디오 게임처럼 목숨이 여러 개가 아니야.’
강준은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멋지게 상대들을 전부 제압하고 제거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영화에 나오는 그런 전쟁 놀이가 아니었다.
오직 생존이 가장 우선시 되는 곳이었다.
완전히 자신이 아무런 부상없이 이길 자신이 없다면 결국에는 강준 자신의 손해일 뿐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날고 기어도 혼자서 어떤 무기를 들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네 명의 남자를 모두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강준은 물러서기로 마음을 먹으며 최악에는 구덩이도 포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강준은 점점 다가오는 생존자들을 지켜보며 조금씩 구덩이 쪽으로 물러서서는 구덩이 내부로 들어갔다.
“…….”
구덩이 내부는 별다른 일은 없는 듯 했다.
남자는 그대로 누워있을 뿐이었고 선혜는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된 듯이 앉아 있었지만 강준이 구덩이로 돌아오자 이를 갈면서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여자로서의 견디기 힘든 수치심을 준 것에 대한 증오의 눈빛이었다.
물론 몇 차례 더 강준이 고문을 한다면 그런 눈빛이 결국에는 애원으로 바뀌게 될 터였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강준은 급히 자신이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전부 챙기기 시작을 했다.
허둥지둥 쓸만한 물건들을 챙기는 강준의 모습에 선혜는 화들짝 놀라서는 강준을 바라보았다.
선혜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이 강준의 행동을 보건데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으! 읍! 읍!”
선혜는 몸을 동동거리며 강준에게 무슨 일이냐고 말을 하고자 했다.
불안함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이대로 강준이 어디론가로 떠나버리고서는 자신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적어도 강준은 자신을 죽이지는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생존자들이라면 자신은 성폭행의 끝에 죽음을 당할지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저 사람이 이대로 물러선다면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다.’
선혜는 강준이 자신을 소개할 때 특수부대원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일반인 한 둘 정도는 맨손으로 제압을 할 수 있는 이들이 그들이었고 그런 그들이 이렇게 물러서려고 한다면 지금 다가오고 있는 위험이 보통 위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결국 이대로 그냥 있는다면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온 몸을 다해서 요동을 치는 선혜였고 그런 행동은 강준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을 했다.
“…….”
강준은 선혜를 바라보고서는 그녀의 눈빛에서 자신도 데리고 가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낙엽더미에 누워 있는 남자를 데리고 가는 것은 처음부터 포기를 한 상태였다.
그리고 선혜는 믿을 수 없기에 풀어주기가 머뭇거려졌다.
‘분명 여기를 들키게 된다면….’
일어날 일은 뻔했다.
이미 도덕이니 법이 무너진 세상에서 남자 네 명이 여자를 발견한다면 뻔한 일이었다.
운이 좋으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그 것도 일주일이 고작일 터였다.
일주일 내도록 성노예로 지내다가 폭탄이 터지기 전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 죽게 될 것이었다.
아무리 성욕이 중요해도 자신의 생명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준은 이를 악물고서는 선혜를 바라보다가 결국 나이프를 들어서는 선혜를 묵고 있는 팔 다리의 넝쿨들을 끊어내었다.
“푸! 지금 몇 명이지요?”
“네 명.”
선혜는 자신의 손 발이 자유롭게 되자마자 입에 물린 천을 던져버리고서는 강준에게 물었다.
지금 강준과 싸워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악감정은 나중에 떠올리기로 하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물어본 선혜는 강준의 말에 갈등을 했다.
네 명이라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강준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강준이나 자신이나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도망가야겠군요.”
“그래.”
강준도 순간 선혜와 함께라면 네 명의 남자들 정도는 어떻게든 제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직은 선혜를 믿을 수 없다는 것과 그렇게 믿을 수 없는 동료와 함께 한다는 것이 혼자 행동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떠올리고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결론은 도망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은 이제는 제법 가까이 왔는지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에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어디로 갔지?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
제법 가까이서 들려온 목소리에 강준은 머뭇거릴 틈도 없다는 듯이 전에 파 놓은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가기 시작을 했다.
비록 제법 좁은 공간이었지만 강준은 빠르게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기 시작을 했고 그런 강준을 따라 선혜도 통로 속으로 몸을 던졌다.
“후우! 후우!”
그렇게 강준과 선혜가 구덩이를 빠져나갈 때 낙엽더미에 누워 있던 남자가 눈을 뜨고서는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마치 자신의 마지막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예감한 모양이었다.
“고…고맙소.”
누구에게 고맙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남자의 말은 곧 들려온 목소리에 파묻혔다.
“여기 왠 구멍이 있는데.”
그리고 그 구덩이가 마침내 발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