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
215화 공무원이잖아요
“일단 계산을 해보자.”
이모들 식당은, 최근 손님들이 북적북적해졌지만 그만큼 비용이 늘면서 수익률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무엇보다 주 메뉴인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그리고 육수와 돈가스, 제육, 소불고기 등등은 인성식품에서 납품받고 있었다.
즉, 이전보다는 매출에 비해서 순수익이 줄었다는 게 된다.
해서 매달 나오는 수익은 천에서 천오백 정도였다.
2호점은 최근 한 달 사이 매출이 확 줄었다.
2주, 3주가 지나면서 회복이 됐지만, 아직 80% 수준이었고, 저번 달 수익만 계산하면 아슬아슬하게 적자를 면한 상황이었다.
물론 3호점이 있었다.
현재 정식 오픈하고 한 달 반이 조금 넘었다.
순수익은 대략 칠천만 원 선.
현재 일하는 사람만 자신을 포함해 무려 13명이었다. 이미 분식집 수준을 뛰어넘은 상태인 것이다.
“그럼 여유 자금이 얼마나 되는 거지?”
정확하게는 강형우도 잘 모른다.
경리 정성희를 통해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장사에 집중하느라 자꾸 까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투자 형식으로 일이천 정도는 어렵지 않다고 알고 있었다.
“휴우~ 그런데 이모가 하고 싶어 하니 해주는 것도 맞는 것 같은데.”
강형우가 생각했던 계획 중에 하나가 그거였다.
3호점이 자리 잡으면 이모들 식당 정리할 즈음에 4호점을 차릴 생각이었다. 이 인원을 고스란히 옮기고 알바들만 추가하면 되니까.
해서 순이 이모한테 온전히 맡겨 버렸다.
그랬는데 손님들이 줄면서 거의 반년 가까이 장사가 안 되었다.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강형우가 직접 운영할 때와 비교하면 수익은 3분의 1 가까이가 줄어든 것이다.
또, 인성식품에서 밑작업을 하고, 상당수 식자재를 받아 쓰게 되면서 일이 이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졌다.
순이 이모는 그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월급은 늘었는데, 하는 일이 줄었으니까.
자꾸 일을 늘리고,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고 하는 게 그래서였던 것이다.
물론 강형우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흐음, 이모 생각하면 하는 게 맞지만… 이럴 땐 냉정하게 판단해야지. 길어야 서넉 달인데,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강형우가 듣기로 늦어도 9월이면 철거를 시작한다.
현재 4월이니 과연 몇 달이나 장사를 하겠는가?
하지만, 조건이 너무 좋았다.
“공사비가 이백이면 된다고 했나?”
주방 정면에 벽을 뚫고 미닫이 문 하나만 설치하면 된다. 거길 샌드위치 판넬을 두 겹으로 통로를 만들면 또 하나의 식당이 나오는 것이다.
두 건물 사이에 거의 틈이 없어서 가능하단다.
무엇보다, 단체 손님들 올 때마다 테이블 붙이고 하는 게 여간 번거로웠다고 했다.
“확실히 테이블 여섯이면 월 매출만 이천 가까이는 나올 텐데.”
수첩에 끄적끄적대면서 계산해 보니 한 달만 장사해도 공사비는 빠질 것 같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메리트가 있었는데, 바로 반찬가게 사장님이었다.
맞다.
이모가 같이 일하기로 한 사람이 바로 이분이었다.
월세를 40만 원만 받는 대신, 월급도 백이면 된다고 했다. 퇴근을 저녁 7시에 하겠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지만 이래저래 계산했을 때 이득이 훨씬 컸던 것이다.
“그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고 했는데, 손해가 아니면 투자할 만하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혼란스러웠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돈이 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동시에 순이 이모한테 빚을 하나 지워놓는 셈 쳤다.
강형우는 3호점, 4호점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지성분식을 하나둘씩 늘려 나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진짜 믿을 만한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다.
특히 이영제를 생각하면, 순이 이모는 끝까지 안고 가야 한다. 다시 지성분식에 돌아온 이후부터, 무조건 나를 믿어주는 사람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이건 이렇게 정리한다 치고. 2호점도 거의 회복됐으니까, 이제 3호점에 집중해야 하는데… 씨발, 무슨 놈의 장사가 계속 일이 터지는지 모르겠네.”
진짜 지난 4년간, 한 달이라도 편안한 달이 없었다.
좀 여유가 생길 만하면 사고가 터졌고, 이제 좀 안정됐다 싶으면 경쟁자가 생겼다.
물론 경험이 쌓이니까 조금씩 수월하게 넘길 수 있기는 하더라.
하지만, 이건 또 다른 형식의 싸움이었다.
***
“검열 나왔습니다.”
점심 장사가 한참인 시간이었다. 아직 두 시도 안 됐는데 웬 아저씨와 아주머니 한 분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이다.
“무슨 일이시죠?”
“저희 쪽에 민원이 들어와서요.”
그러면서 신분증을 보여주는데, 시청 위생과였다.
강형우는 고분고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잘못한 건 없지만, 괜히 기분 나쁘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일단 영업 신고증하고, 위생증 좀 보겠습니다.”
“예. 저쪽 벽에 있습니다.”
입구 쪽 눈에 잘 보이는 벽에 액자 형식으로 달아놨다.
그걸 본 공무원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위생증을 확인했다.
“예, 다 됐습니다. 그럼 주방 좀 봐도 될까요?”
“잠시만요.”
강형우는 잠시 주방을 확인했다.
일단 끓이고 있는 라면이 보였고, 돈가스도 서너 개나 튀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 홍성구에게 짧게 말했다. 지금 나가는 것만 하고, 추가 조리는 일단 멈추라고 말이다.
곧 아주머니가 먼저 들어서고 아저씨가 뒤따랐다.
제일 먼저 확인한 건 환풍기였다. 기름 때, 혹은 찌든 때가 있는지를 살피려는 것이다.
그러다 장갑을 끼더니 불쑥 손을 넣으려고 했다.
“자, 잠깐만요. 거기 뜨거워요.”
아주머니가 잠시 주춤하더니 그냥 고개를 돌려서 확인했다.
“기름 때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은데…….”
“방금 전까지 음식 하는 중이었죠. 당연히 공기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럴 수 있습니다.”
“이거 청소는 언제 했어요?”
“매일 청소하고, 이 주에 한 번씩 분해해서 꼼꼼하게 닦습니다.”
“어머? 그래요?”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저씨가 뭔가를 기록했다.
살짝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일단은 참았다.
두 사람은 냉장고 문을 열고 안쪽까지 꼼꼼히 확인했다.
“정리는 잘되어 있네요. 그런데 유통 기한이…….”
오래된 식자재를 찾으려는지 안쪽에 있는 비닐까지 죄다 꺼내 버렸다.
하지만 나올 리가 없었다.
대부분의 식자재는 매일 인성식품에서 받아 쓴다. 직원들하고 먹는 용도로 따로 빼놓은 걸 제외하면 이틀 이상의 재료들은 없었던 것이다.
“고기하고, 야채 종류는 매일 오전에 새로 들어옵니다.”
강형우의 말에도 아주머니는 비닐의 라벨을 확인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분위기를 보니 진짜 꼼꼼히 하려는 모양이었다.
이럴 땐 차라리 마음 비우는 게 속 편했다.
“전체적으로 다 양호하네요.”
“저희 오픈한 지 이제 두 달 됐거든요. 전부 최신식이고, 저기 보시면 고압 호스 있잖아요. 저걸로 매일 바닥 청소하고 다 합니다.”
특히 기름을 다루는 주방에서는, 저거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가 무척 컸다.
“보통 분식집에는 저런 거 잘 없는데, 일단 알겠습니다.”
그렇게 주방 확인을 끝내고 나오면서도 직원들을 살피는 건 잊지 않았다.
조리복에 위생모, 거기에 마스크까지도.
“그런데 이쪽 직원들은……”
“홀서빙만 하는 직원들은 유니폼만 입고 있습니다. 주방 출입을 안 하거든요.”
지은 죄도 없는데 하나하나 설명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보통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안 하는데, 유독 더하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때 아주머니가 훅 치고 들어왔다.
“그런데 사장님은 앞치마 하셨는데, 위생모는 안 쓰셨네요?”
“아, 주방보다 홀이 바빠서 잠시 나와 있었습니다.”
“흐음, 그래요?”
“조금 전에 오셨을 때, 제가 카운터에 있었잖아요.”
강형우가 억지로 웃으니, 그제야 아주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거의 30분.
그사이 공지혜는 음식 나오는 상태를 확인하고, 손님들한테 양해를 구했다. 결국 세 테이블은 그냥 돌려보내야 했는데 음료수 캔이라도 쥐어 줄 수밖에 없었단다.
게다가 흐름이 끊겨서 애매한 상황이었다.
“저기 사장님, 잠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절하겠는가.
강형우는 약간 짜증이 났지만 고개를 끄덕인 뒤, 앞치마를 벗었다.
“이쪽으로.”
세 사람은 아파트 상가 휴게 공간으로 향했다. 흡연 구역 옆의 벤치였지만, 자판기가 있었던 것이다.
강형우가 음료수를 뽑으려고 하자, 아주머니가 극구 사양했다.
“그래도 공무원인데요.”
그러면서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그사이 아저씨는 담배 한 대 피려는 듯 멀찍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이 아주머니가 직급이 위인 것 같았다.
“갑자기 찾아와서 놀라셨죠?”
“예. 좀…….”
“사실 며칠 전부터 민원이 몇 개나 들어와서요. 여기 아파트 주민이라는데…….”
그러면서 찬찬히 설명하는데 정말 의외다 싶었다.
일단, 포장해 간 음식에서 냄새가 난다면서 오래된 재료 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다음이 주방에 바퀴벌레가 있는 것 같단다.
또, 직원들이 음식 만드는데 비위생적으로 한다는 말도 있었다는 것이다.
“헐, 그게 참…….”
하도 어이가 없으니 말이 잘 안 나오더라.
그런 일 있었으면 가게에다 이야기를 할 것이지, 무슨 민원을 넣는단 말인가?
이건 딱 봐도 냄새가 났다.
그때 아주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 입장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데요. 최근 검열 들린 가게 중에서 제일 좋더라고요. 뭐 하나 흠잡을 데도 없고, 음식물 쓰레기통도 깨끗하더라고요.”
“아, 감사합니다.”
강형우는 반사적으로 대답한 뒤, 생각에 빠졌다.
위생 공무원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일단 한 고비는 넘은 거다.
트집 잡을 게 있었다면 굳이 칭찬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희는 공무원이거든요. 민원 들어오면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조건 다 나가는 것도 아니에요.”
아주머니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단 한 번 나가서 확인을 하면, 최소 이 주, 보통 한 달 이내는 잘 안 나온다고 했다. 평가 기록을 기준으로 그 기간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어떤 가게의 경우, 석 달까지도 미루기도 한단다.
“민원 들어온다고 수시로 검열 나가면, 그 가게는 장사 못 하잖아요.”
“그렇기는 하죠.”
오늘만 해도 시간이 시간이라 매출 수십만 원은 손해 봤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한 달에 다섯 번만 있어도 백만 원은 그냥 날아간다.
“물론 사안이 심각하면 바로 확인하기는 해야죠. 저희는 공무원이니까요.”
“예. 이해합니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인데, 가짜로 민원 넣는 분들도 많거든요.”
“예?”
“호호, 그러니까 아시잖아요. 요즘 지성분식 때문에 이 앞에 상가들 시끄러운 거.”
눈짓으로 이야기했지만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정말 장사하는데, 눈총이 따가웠다. 연일 가게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니, 맞은편 음식점 사장들이 띠꺼운 눈으로 쳐다봤던 것이다.
특히 떡볶이집 사장은 노골적으로 가래까지 뱉어버리더라.
더럽게시리.
“아마, 맞은편 상가회에서 민원 넣은 것 같은데요. 저희 쪽에선 딱히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어요.”
“예? 그게 무슨…….”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자체 기준으로 검열 연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악성 민원이라도 계속 들어오면 확인해야 하거든요.”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눈치 못 채면 바보겠지.
결론은 알아서 잘 방어하라는 말이었다.
“오늘 본 정도만 되면, 크게 걱정은 안 되는데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때, 아주머니가 뜬금없이 윙크를 날렸다.
“호호, 우리 애가 돈가스가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저는 입장이 있어서 이 동네 식당 잘 못 다니거든요.”
“그, 그렇겠네요.”
“그리고 동대표 언니가 부탁한 것도 있고 해서, 어쨌든 그렇게만 아시고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강형우가 벌떡 일어서자 아주머니가 악수를 청했다.
그런 뒤 아저씨를 불러서 먼저 상가를 빠져나가는데, 고마움이 느껴졌다.
저분도 우리 편이라는 사실이.
그건 그렇고, 어떻게 대처를 하긴 해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