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식당 리얼갑부-213화 (213/251)

# 213

213화 이럴 줄은 몰랐네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지성분식 사장 강형우입니다.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사랑 덕에 3호점이 순조롭게 영업 중입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_^;;

제가 글을 올린 건 다름이 아니라, 2호점 맞은편 가게 때문입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물어보셔서요.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영재분식은 저희 지성분식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저희 직원이 나가서 차린 가게는 맞습니다.

하지만, 제 장사 철학과는 다른 길을 걷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독립해서 나간 겁니다.

저도 가서 먹어봤지만 지성분식의 음식과는 엄연한 다름이 존재합니다.

비록 전체적으로 메뉴가 비슷하고 플레이팅도 유사하게 보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저희 가게에서 오랜 기간 일한 친구이기에 익숙한 버릇이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성분식과는 아무 상관없는 가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잘되었으면 합니다만 결국 장사라는 게 본인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거라고 봅니다.

결국, 판단은 손님들의 입이 해주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로 새싹 김밥은 제법 잘 만들었더군요.

최대한 담담하게 쓸려고 했는데, 자꾸 감정이 들어갔다.

혹시 옹졸하게 보이지 않을까?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닐까?

이거 잘하는 짓이 맞나?

그 외에도 오만 잡생각이 다 들어서 진짜 한참을 고민해야 했었다. 그래서 고치고 고치다 보니, 이거 한 페이지 쓰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더라.

결론은, 난 글에 소질이 없구나, 였다.

어쨌든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을 한참이나 했다. 그런데 결국 올리게 만든 건, 빌어먹을 바이럴 마케팅 때문이었다.

수영 김밥, 수영동 맛집, 광안동 김밥. 광안동 맛집.

녹색 창에 이렇게 검색을 하면 광안시장 김밥집이 제일 먼저 나오고, 그다음이 지성분식이었다.

여기에 수영 돈가스만 쳐도 우리 가게가 제일 먼저 나온다.

그만큼 인터넷에서 맛집으로 소문이 난 거다. 그런데 이영제가 돈을 얼마나 썼는지 갑자기 확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검색을 해보니 첫 페이지에 영재분식만 나오더라.

게다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게 단골이자 열렬한 팬인 미희가 블로그 글을 올렸는데, 인기 블로거 글도 바로 묻혀 버렸다. 올린 지 이틀도 안 돼서 영재분식 글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순위에서 한참이나 밀려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초록 창!

돈을 얼마나 받고 그러는지, 검색이 공평하지 않았다.

아니, 이 경우는 바이럴 마케팅 때문인가?

어쨌든 초록 창에 검색을 하면 지성분식은 한참이나 뒤에 나온다. 밀리고 밀려서 두 번째 페이지 구석에서나 보이는 것이다.

지난 일 년간을 생각하면,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사실 강형우도 돈을 써서 해볼까 하다가 말았다. 결국 진실이 이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냥 놔둘 수 없어서 맘카페에만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재미있었다.

-그랬어요? 전 같은 가게인 줄 알았는데.

-저도요. 길 건너기 귀찮아서, 영재분식 갔는데… 저도 같은 가게인 줄로 알았어요. 간판도 인테리어도 비슷하고, 음식 나오는 것도 똑같았는데.

-둘 다 맛은 비슷하던데요?

-전, 아니던데요? 뭔가 조잡함.

-훗, 다 필요 없습니다. 영재분식이 알바 아가씨가 엄청 이뻐요.

-208호 아저씨, 사모님 알면 어쩔?

-죄송합니다. 댓글이 안 지워지네요. ㅠㅠ

-전 영재분식이 조금 그렇더라고요. 음식도 늦게 나오고, 밥에서 탄 맛이 좀 나고.

-새싹 김밥은 좀 신기하긴 했는디, 그 외 고만고만.

-전 라면이 짜서 잘못 끓인 줄 알았네요.

-돈까스 질김. 많이 두드려 펴서 크기만 컸지, 덜 삶긴 도가니 씹는 줄 알았음.

-솔직히 매운 돈가스 소스에서 다시다 냄새남. 라면 국물 졸여서 부은 느낌.

-다 필요 없고. 그냥저냥 먹을 만한 정도라 봅니다. 지성분식 짝퉁!

확실히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한 모양이었다. 강형우가 한 번 먹어보고 예상했던 반응들이 고스란히 나왔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 했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였다. 누군가가 이 글을 올리고 나서 댓글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것이다.

-지성분식 VS 영재분식

-전 지성분식.

-NO, NO. 전 영재분식임. 확실히 자극적이라 외식 느낌이 남.

-멀리 가기 귀찮음. 지성분식은 길 건너 골목 구석에 있음. 게다가 손님도 많아서 기다리기 싫음.

-헐, 다들 이상하시네. 영재분식 가면 최소 10분 이상 기다려야 해요. 음식 더럽게 늦게 나와요. 특히 점심시간에는 15분 이상은 기본이에요.

-맞아요. 라면 다 먹은 뒤에 김밥 나옴.

편의성과 시간 싸움이 이슈가 되더니, 이제는 맛 평가로 바뀌었다.

-저는 영재분식이 더 낮던데요. 지성분식은 너무 심심해서 별루임.

-낮이 아니라, 낫임.

-ㅎㅎㅎ뭘 모르시네요. 오히려 지성분식이 더 부담이 없어요. 저는 사정상 하루 두 끼 외식하는데, 영재분식은 한번 가면 바로 질리더라고요.

-영재분식이 더 맛있음. MSG 사랑함.

-이분 조미료 맛 제대로 아시네. ㅋㅋㅋ

-확실히, 영재분식은 자극적임. 메뉴가 많은 건 좋은데, 지성분식에서 안 파는 건, 사다 쓰는 듯.

-저도 뼈 해장국 파는 거 보고 황당했어요. 김밥천국하고 뭐가 다른지 모르겠더라고요.

-영재분식은 그냥 짝퉁임. 지성분식+김밥천국 합친 거.

-씨발! 영재분식 사장 새끼야! 이 글 똑바로 봐라. 너 때문에 내가 이틀 동안 설사했다.

-헐, 진짜임?

-진짜 맞아요. 돈가스 먹다가 냄새나서 나왔는데, 병원에서 식중독 같다고 했어요.

-그럴 리가? 돈가스 먹고 식중독은 처음 들어봄.

-영재분식이 훨씬 더 좋아요. 일단 가게가 크고, 자리도 넓고, 음식 빨리 나와요.

-님 알바?

-저 알바 아니거든요. 근데 지성분식이 먼 건 맞잖아요. 맛이 고만고만한데, 그냥 가까운 영재분식 가는 게 맞음.

-맞음. 솔직히 분식집인데, 여기 글 보면 무슨 미슐랭 레스토랑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림.

그래 봐야 분식집!

이때부터 댓글 창이 과열됐는데, 서로 싸우고 욕도 달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진짜 사생결단을 낼 듯이 시비가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설마? 여기도 알바 쓴 건가?”

강형우는 혹시나 싶어 닉네임을 확인했다.

확실히 과격한 글들은 이름이 괴상했다. 영문 조합에 숫자가 대부분이었는데 분탕을 치려는 의도들이 보였던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저 지성분식 단골입니다.

이렇게 쓰면 알바라고 할지 모르니까, 우리 맘카페 회원들을 믿고 밝히겠습니다.

저 골드로즈 1002호 살아요.

아시죠? 쌍둥이 엄마.

솔직히 영재분식 가면 눈치를 줘요. 거기 알바 아가씨가 얼굴은 참 이쁜데, 애들을 귀찮아하더라고요.

말은 안 하는데, 빨리 먹고 나가라고 하고요. 앞접시 부탁해도 모르는 척 하더라고요.

부탁하는 처지라 미안해서 이야기하면 마지못해 해주는 게 너무 불편했어요.

사실 애 키우는 분들은 다 알잖아요?

그냥 식당을 가도 필요한 게 많은데, 괜히 미안해서 시키기 어려운 거.

그런데 지성분식은 그게 없어요.

거기 젊은 언니 있잖아요. 말투가 좀 억세기는 한데, 저는 그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애들 데리고 가면 막 좋다고 이것저것 챙겨주는데 진짜 고마웠어요.

라면 줄 때, 뜨겁다고 일부로 찬물도 따로 주고요. 김밥 시키면 가위도 가져다줘요. 애들 입 작아서 잘라 먹으라고요.

그리고 애들 먹이고 나서 저 밥 먹으려 하면, 안 바쁠 때 애들 안아줘요. 저 편하게 먹으라고.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여기 언니들 다 아시잖아요. 진짜 쉽지 않다는 거.

너무 고마워서 저번에 물어보니까 6살짜리 애가 둘이나 있다네요. 그러면서 우리 애 얼굴 보고 이름 물어보고 달래는데… ㅠㅠ

이 글 쓰면서 울컥하네요.

저, 다른 음식점 어딜 가도 이렇게 해주는 데는 없더라고요.

지성분식 사모님도 임신했다면서 자기 배 두드리면서 이야기해 주는데, 글쎄요. 전 영재분식은 못 갈 걸 같아요.

여기 지성분식 사장님하고 직원분들만큼 하나하나 챙겨주는데 없더라고요. 그리고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글을 찬찬히 읽는데, 순간 울컥 했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진짜 눈물이 날 뻔한 것이다.

딱 봐도 최민지였다.

전에도 그랬지만, 단골손님들이 라면 시키면 몰래 밥도 챙겨주고 그랬다.

애들을 유독 좋아했고, 가끔 흥분하면 사투리 튀어나오지만 틱틱거리면서도 이것저것 해주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사실 2호점 홀을 맡기면서 신원이 형과 의논을 했다.

재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일 계속할 수 있을까?

공지혜가 빠지면서 홀 매니저로 올리기는 했는데 사고(?) 치면 어쩌지?

등등을 이야기하면서 월급까지 조정했던 것이다.

그때 은주 형수랑 신원이 형이 적극 추천해서, 왕창 올려주기로 했었다. 애 엄마만큼 책임감 있는 사람이 없다면서, 손님들하고도 그렇게 가깝다고 했던 것이다.

출근은 오전 10시.

브레이크 타임 때는 집에 잠시 다녀왔고, 가끔은 애들 챙겨서 식당에서 놀기도 했었다.

덕분에 애들 있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단다.

무엇보다, 의외의 이야기가 있어서 살짝 겁이 났다.

농담 삼아 나한테 잠깐 흔들렸단다. 키 크고 덩치 있고, 곰 같이 생겨서 남자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지혜랑 친해서 이내 포기했단다.

확실히 농담인 건 아는데, 아줌마 넉살은 아직 부담스러웠다.

어쨌든 최민지는 지성분식의 실세였다. 진짜 자기 가게라 생각하고 일해서, 손님들 서비스도 알아서 해주라고 했던 것이다.

그게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 끝판왕이 남아 있었다. 진짜 이 아저씨가 글을 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여기 영재분식 댓글 다는 분들 보세요.

어차피 글 보면 저 누구인지 다 알 테니까 굳이 이야기는 안 합니다.

영재분식 사장요. 개쓰레기입니다.

처음에 우리 가게 올 때요. 서로 인사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요? 담배 살 때 카드 툭 던집니다. 니 알아서 계산하라고.

진짜 어린 새끼가 싸가지가 씨발이더라고요.

제가 사람 많이 겪어봐서 아는데, 이런 새끼 돈 많이 벌면 개지랄할 새끼예요.

예. 아시겠죠?

저 편의점 사장입니다. 지성분식 옆에 하고요. 영재분식 뒤쪽에도 하나 합니다.

돈 많이 벌어서 두 개 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야 알바 빵꾸 나도 어떻게 되더라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 두 탕 뛰어요.

어쨌든 제 이야기는 됐고.

여기 위에 사장님이 곱게 포장했는데, 사실 다 압니다.

영재분식 사장이 원래 지성분식에서 일했잖아요. 거기 그대로 따라 해서 차린 겁니다. 돈 독 올라가지고.

그냥 딱 보면 알잖아요.

배신 때리고 나온 거.

내 다른 건 모르겠고, 편의점 10년 했습니다. 손님들 하는 거 보면 성격 다 나옵니다.

지성분식 사장요? 사람이 됐어요.

동네 소문 들어보면 돈 많이 번다고 나오는데, 진짜 겸손합니다. 길 가다 마주쳐도 꼬박꼬박 고개 숙이고 인사하고요. 배달 안 되는 거 아는데, 옆집이라고 가져다줍니다.

이 친구 국회의원 나가면, 난 두말 않고 찍어줄 겁니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다시 말하지만, 사장하고 친하기는 합니다. 그래, 밝은 사람 보면 기분 안 좋아지는 게 또라이 새끼죠.

영재분식요?

씹새끼에요. 씹새끼.

졸라 어린 새끼가 돈 맛 보더니 사람을 알로 보더라고요.

내 편의점 십 년 하면서 스트레스 받아서 대머리 된 건 맞는데, 어린 새끼가 내 이마 보면서 웃는 거 보니까 진짜, 확 싸대기 날리고 싶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저 원래 손님들 보면서 그런 거 신경 안 쓰는데, 어쩌다 보니 울컥했습니다.

됐고!

전 영재분식 안 갑니다. 직원들한테 미안하지만, 가지 말라고 했어요.

편의점 도시락 조미료 투성이인 거 누가 모릅니다.

없어서 먹는 거지.

영재분식요. 거의 그 맛납니다. 그냥 포장을 잘한 거지.

내 편파적인 거 아는데요. 그냥 감정이 그렇다 이겁니다.

영재분식 갈 사람은 가세요.

마지막으로, 영재분식 사장 새끼야.

니 오픈 할 때 내 갔는데, 뭐라 그랬노? 사장님 돈 많이 버시나 보네요, 그랬지?

편의점 하면서 외식할 여유도 있고.

씹새끼야. 나도 사람이다.

밥 한 끼 사 먹으면 안 되나? 내는 못 벌어서 맨날 도시락이나 먹어야 되냐 말이다.

내 장담한다.

니처럼 장사하면 반년 안에 망한다.

그때 온나. 내 폐기 도시락 공짜로 줄게.

이거 보고 기분 좆같으면 찾아오든가.

마지막으로, 욕 써서 죄송합니다. 진짜 감정이 너무 상해가지고 그랬습니다.

저 맘카페 사랑하고요. 이웃들하고도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인상이 좀 더러워서 그렇지.

하여간 가는 거 안 말리는데, 저는 절대 안 갑니다.

이 글을 보는데 진짜 놀랐다.

이영제가, 조금 변했다 싶었는데 진짜 이상해진 모양이었다. 2호점 근처 미용실 사장님과 카페 사장님하고 단골손님 몇 분이 글을 달았는데 편의점 사장님 편을 들었던 것이다.

강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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