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목식당 리얼갑부-75화 (75/251)

# 75

75화 진짜 가족 같은 회사

2012년 최저시급 4,580원.

하루 8시간이면 일당은 36,640원이었다. 월 평균 26일을 일하니 952,640원인 셈이었다.

한 달 내내 일하는데도 백만 원도 안 되는 거다.

중요한 건, 실제로 동네 장사하는 사람들은 저걸 적용 안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강형우는 근데 힘든 식당 일인 걸 감안해서 오히려 더 계산해 주고 있었다.

현재 순이 이모는 170만 원 주고 있었다. 공장 다니는 조카가 야근까지 해야 받는 정도라면서, 식당 일치고는 제법 된다는 것이다.

소개받아서 일당으로 나갈 때, 5만 원도 안 된다나?

공지혜는 180만 원이었다.

거의 내 분신처럼 일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줘도 괜찮다고 생각해서였다.

이강석은 현재 65만 원.

물론 부채까지 계산하면 순이 이모와 거의 비슷했다.

그만큼 주는 이유는, 가게에서도 집에서도 내 노예나 마찬가지여서다.

물론 진짜 그렇게 부려먹지는 않지만.

정은혜는 그래도 오래했다고 120을 주고 있었고, 백창호는 아직 수습이라 100만 원을 줬다.

그러니 옆에 PC방 야간이 80만 원 받는 것에 비하면 정말 많이 주는 거였다.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월급 이외에도 보너스가 적지 않았다.

특히 손님 많은 날은 택시비 겸해서 5만 원씩 쥐어줬고, 힘든 달에는 20에서 30만 원 정도를 더 입금해 줬다.

가끔 상품권을 주기도 했고, 이런저런 핑계로 자잘한 선물도 많이 했으며, 게다가 곧 있을 추석에는 좀 더 쓸 생각이었다.

또, 회식도 한 달에 두 번은 꼭 했다.

물론 강형우에게는 메뉴 선택권이 없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봤을 때, 적어도 나쁜 사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저시급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고민이 많이 됐다. 주휴 수당에 퇴직금에… 알면 알수록 더욱 머리가 아팠던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화끈 오뎅은 창주 형이 충분히 이야기하고 협상을 한 거였다.

솔직히 매해 10만 원씩 올려주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특히 오래 일한 이모의 경우 월급이 만만치 않았다. 열심히 벌어봐야 분식집이니, 직원 한 명에게 200만 원씩 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바뀌었다.

튀김이 대박 나면서, 창주 형 통장에 여유가 생겼다.

전부 이야기를 새로 해서 조금씩 더 올려줬는데 다들 만족했단다. 그것도 장사가 잘되어, 일이 힘들어서 그만둘까 하는 시점에서 말이다.

현재 본점을 맡고 있는 건 김이훈이었다.

근데 혈연 관계는 아니었고, 원래 어머니 때부터 일하던 이모의 아들이었다. 어쩌다 보니 나이도 비슷해서 동생처럼 대하다가 튀김 업그레이드 이후 본격적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월급이 이제 140만 원이란다.

그런데 제대로 한 끼의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대폭 인상되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진짜 주혁 형은 미친놈이었다.

아니, 원래부터 미쳤는데 그게 과소평가였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세상에 이런 방식도 다 있다니.

어쨌든 그걸 지성분식에 적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다가 이제야 겨우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거다.

***

“백경이라고 알아?”

강형우의 말에 다들 황당해했다.

근데 순이 이모는 뭔가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형우야. 그거 포경하는 이야기잖아.”

황당한 건 그 말에 이강석이 반응했다는 거다. 갑자기 아래쪽을 보더니 반사적으로 손을 가져간 것이다.

확실히 아직 안 잡은 모양이었다.

“이모, 아세요?”

“당연히 알지. 이래 봬도, 어릴 때는 문학 소녀였다고.”

그러면서 설명을 하는데, 요즘은 모비 딕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출판된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외다리 선장이 있는데 고래한테 한쪽 다리가 먹혔다. 그래서 죽이겠다고 복수하는 건데, 마지막에는 오히려 고래한테 죽임을 당한단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아니, 소설 백경의 내용이 맞는지도 확실하진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기억하는 건 이거였다.

“소설에 보면, 당시 향유고래 한 마리 잡으면 로또보다 더 대박이라고 하더라고요.”

바다의 황금이라고, 용연향이라나?

한마디로 고래 똥이었다. 그게 몇십억이나 한다는 것이다.

1g당 20만 원이 넘는다니, 완전 대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고급 향수에 들어가는 아주 희소한 재료라서 그렇단다.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래서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향유 고래잡이를 나간다는 거예요. 근데 돈 이야기가 재밌더라고요.”

일단 배를 제공하는 선장이 1/2이었다.

나머지 50%를 나누는데, 항해사가 1/5이고 주인공이 1/19인가 받기로 하고 배를 탔던 걸로 기억했다.

한마디로, 월급이나 이런 거 없다.

고래를 잡아 똥 빼서 팔면, 그 금액에서 정해진 비율대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강형우가 그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황당해했다.

소고기 먹는데 고래 똥이라니!

딱 그런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사실 분식집이라는 게 평생 잘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특히 이번 장마 때는 매출이 확 줄었거든요.”

농담이 아니라 손님의 40%나 확 줄었다.

물론 다른 날 더 몰려들어 어느 정도 매상을 채우기는 했지만, 진짜 장마는 음식 장사하는 입장에선 절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요. 앞으로 월급 인상은 못 해드릴 것 같아요.”

“그래?”

순이 이모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공지혜는 애초에 신경조차 안 썼다는 듯 불판에 고기를 올렸고, 이강석은 그때를 틈타 냉면까지 주문했다. 그러자 정은혜와 백창호도 슬그머니 밥과 된장을 주문하더라.

강형우는 조금 당황해하며 말했다.

“저기… 다들 못 들은 거예요? 방금 월급 못 올려준다고 했는데…….”

“형님, 저는 괜찮습니다.”

이강석이 손을 들자, 백창호도 끼어들었다.

“저도요. 내년에 군대 갈 때까지만 자르지 말아주세요.”

“오빠, 저도 괜찮아요. 솔직히 전에 알바하던 데보다 훨씬 많이 받고 있거든요. 게다가 일도 덜 힘들고요.”

정은혜까지 괜찮다고 하는데 순이 이모가 거들었다.

“난 지금 받는 거 정도면 더 바라지도 않아. 그냥 꾸준히 오래, 그렇게만 일할 수 있으면 돼. 애, 졸업할 때까지만.”

가만? 애가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최하 12년은 일한다는 건데?

역시 순이 이모가 스케일이 제일 크다.

근데 강형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본론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게, 그냥 월급을 안 올린다는 게 아니고요. 제가 중간중간에 조금씩 더 주는 거 없애고요. 그냥 삼 개월에 한 번씩 보너스 드린다는 건데요.”

“보너스요?”

공지혜의 눈빛이 달라졌다. 불판에 올린 소고가 순식간에 익은 게 그래서일지도.

사실 극적 효과를 위해 월급 못 올려준다는 말을 먼저 했는데, 전혀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보너스라는 말에 다들 얼굴이 환해졌다.

“제가 생각하는 건요.”

정확한 비율은 말하지 않았지만, 핵심은 이거였다.

장사 잘 되든 못 되든 한 달 순수익에서 얼마를 빼서 조금씩 더 드리겠다. 그걸 모아서 석 달에 한 번씩 보너스 형식으로 지급하겠다는 거다.

그럼 장사가 잘되면 더 많이 줄 수 있다.

그런데, 설명이 부족했는지 다들 체감을 못 하고 있었다.

오직 한 사람, 공지혜를 제외하고.

“헐, 대박!”

공지혜는 입으로 가져가던 소고기를 떨어뜨렸다. 그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

“역시나 예상대로네.”

공지혜의 비율은 5%였다.

이달 순수익이 1,300만 원 되니 대충 60만 원 정도가 되는 셈이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전달하고, 전전달까지 계산해서 석 달치를 합쳐봤다.

보너스만 거의 160만 원이었다.

마찬가지로 순이 이모는 120만 원, 강석이도 80만 원이나 됐고, 정은혜와 백창호도 60만 원 정도가 나왔다.

이 수준의 금액이라면, 확실히 유의미한 결과였다.

동시에 왜 강주혁이 대단한지를 깨달았다.

그 형네 식당들이 다 이런 식이었다.

일단 최저시급으로 시작하고, 석 달 뒤 정직원으로 뽑는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엄정한 심사와 추천을 받아서, 그리고 식당 일의 단계를 하나씩 밟고 올라가야 하니까.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주방 보조까지 하면 딱 두 달.

여기서 한 달 홀 서빙까지 배우고, 자기가 원하는 부분으로 다시 들어가는 식이었다.

그렇게 정직원이 되면 월급이 소폭 오르고 순수익의 1%의 비율을 보너스로 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많은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혁 형이 말하길, 장사가 잘돼서 바쁘면 직원도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단다. 매달 1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어야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맞는 말 같았다.

무엇보다, 강주혁의 예언은 정확했다.

분명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다. 3주치 일한 걸로 240만 원을 받고 나니 진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형, 혹시 입금 잘못한 거 아니에요?”

물어보는데, 살짝 불안하기는 했다.

“맞는데?”

“아니, 그게 금액이 너무 많이 나와서요.”

“얼만데?”

“이백사십이요.”

이상하게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돌아온 건 호탕한 웃음소리였다.

“야, 원래 주방 총책임자 비율이 10%야. 홀 서빙 매니저는 5%고.”

“예? 그게 뭐죠?”

황당해서 물어보는데, 들어보니 이랬다.

제대로 한 끼가 초대박이 터졌다. 오픈 첫날부터 이 주 동안, 무려 8,000인분이 판매가 됐다는 것이다.

즉, 순수익이 무려 800만 원이란 소리였다.

10%가 80만 원이었다. 여기에 3주치 주급이 더해지면 230만 원이 된단다.

“근데, 이백사십 들어왔다니까요?”

“어, 십만 원은 팁.”

“에잉?”

“농담이고, 그건 퇴직금이야.”

“헐, 고작 3주 일했는데 퇴직금이라니.”

진짜 당장 취직시켜 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저 계산대로라면, 장사 잘되는 가게에서 일할 때 월급만 300만 원이 훌쩍 넘는 셈이었으니까.

어쨌든 자수성가로 일어선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월 순수익의 20~30%를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이라니.

“근데 형, 진짜 이래도 돼요?”

“충분히 돼지. 우리는 진짜 가족 같은 회사니까.”

그러면서 알바지옥에 올라오는 ‘가족 같은 회사’는 정말 ‘개좆같은 회사’란다.

정말 돈 많이 주는 회사가 진짜 가족이라고.

그 이야기 듣고 빵 터졌다.

진짜 이 형도 알바하면서 별의별 개고생은 다 해본 모양이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을 다 했겠지.

***

“일단 메뉴부터 손보자.”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이거였다.

사실 지성김밥 하나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았는데, 막상 손님들한테 물어보니 아니었다. 오히려 김밥하고 라면 종류를 더 늘려달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확실히 메뉴가 적기는 했다.

무엇보다, 적대 관계에 있던 김밥천왕이 제대로 한 끼로 바뀌었다. 그러니 이전처럼 다양한 걸 요리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 정말 이 일은 당장 급한 거였다.

“내가 멍청했지. 정말 그 생각을 못 하다니.”

제대로 한 끼는 정말 초대형 태풍이었다.

학생, 학원 강사뿐만이 아니었다. 인근 원룸에 사는 청년들까지 우르르 몰려갔고, 전에 보이지도 않던 어르신들까지 찾아갈 정도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이 일대 혼밥 족이 거기 다 몰렸다고 보면 된다.

하긴 4,000원짜리 불고기 정식이라니, 대박일 수밖에.

어쨌든 제대로 한 끼 때문에 지성분식 매출이 무려 15%나 줄었다. 게다가 줄도 없어졌고, 어떤 날은 점심시간이 한가한 경우도 생겼던 것이다.

이제 정말 다양한 메뉴로 손님들을 끌어와야 할 상황인 것이다.

물론 강형우는 자신이 있었다.

이전에는 몰라서 찌질거렸지만, 이제는 아니었으니까.

“일단 김밥부터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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