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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리얼갑부-26화 (26/251)

# 26

26화 어떻습니까

“지성분식, 강형우라…….”

강 실장, 강주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사실 모종의 이유 때문에 사업 확장을 결심했다.

하지만 본사가 심하게 견제 받고 있어서, 자회사 형식으로 분리해 따로 진행을 시켰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부업이었다.

은행권의 협조가 쉽지 않았기에 임시방편의 하나로 택한 것이다.

다행히 창업공신 중에 한 명인 김철진이 전면에 나서기로 해서 일이 쉽게 풀렸다.

전직 조폭 출신으로 업계에 아는 사람이 많았고, 이런 저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대부업체들 인수에 걸린 시간은 벌써 반년.

처음 인수한 회사는 벌써 철진 기획으로 간판을 바꿔 단 뒤 정상적인 영업을 시작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회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철진 기획은 운영방침부터 달랐다.

수익 우선보다는 사람을 확보하가 먼저였다.

그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모기업을 더욱 키우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가 많이 필요했다. 인맥을 통해 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 대부업체들이 가진 정보는 의외로 쓸 만했다.

그래서 여섯 번째 회사를 인수하러 왔다가 호기심에 물었던 것인데…….

나름 동네를 꽉 잡고 있다는 남자들이 분식집 사장한테 쫓겨났다.

많이도 아니고 그냥 싸대기 한 대씩 맞았는데, 이상하게 힘이 빠지고 다리가 풀리더란다.

강주혁은 관심이 생겨 사정을 물었다.

다행이 사장의 친절한 협조 덕에 대략적인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다 강형우의 이름을 듣게 된 거다.

***

“아! 불안하네.”

강형우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원인의 첫 번째가 제1금융권인 은행이었다.

신용대출의 문턱은, 강형우의 예상보다 높았다.

연말이라 안 된다. 연초라서 어렵다. 서류가 필요하다. 기준이 애매하다 등등.

벌써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속 시원하게 답이 나오질 않았다.

물론 기다리면 되긴 된다는 건 알았다.

일단 조건은 된다고 들었고, 큰 문제도 없다는 건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조금 손해 보더라도 빨리 해치우고 싶었다.

결국 눈을 돌린 곳이 제2금융권, 캐피탈이었다.

“예? 대출이자가 24%요?”

“예. 대신 오늘 심사 통과하시면 내일 당장 입금해 드릴 수 있습니다.”

상담원은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친절했다.

현재 법정 최고 이자가 44%였다. 그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편 아니냐면서 유혹했고, 즉시 입금이라고 살살 꼬셨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월 이자만 20만 원이었다. 원금까지 분할해서 낸다 치면 거의 매달 백만 원에 가까운 돈이 빠지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큰 은행을 선호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아~ 골치 아프네.”

강형우를 불안하게 하는 건 또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해일 쪽에서 일체의 연락이 없었다.

혹시 진단서 떼서 고소라도 준비하려나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벌써 해가 바뀌었다. 그 일 이후로 벌서 열흘이 넘게 지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강형우가 먼저 전화를 했다.

“죄송합니다. 회사 방침이 바뀌어서. 예, 예. 다음에 꼭 연락드리고 방문하겠습니다.”

상당히 다급한 목소리였다.

뉘앙스를 보니 지성분식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거참, 모르겠네. 모르겠어.”

강형우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이제는 판단이 섰다.

어차피 제2금융권은 높은 이자 때문에 꺼려졌다.

그럴 바에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은행하고 심사를 진행하는 게 훨씬 나았다.

그렇게 마음먹고 있는데, 바로 그날 두 사람이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거의 가게 마칠 시간이 다 된 상황이었다.

강형우는 시계를 힐끗 보고는 마지막 손님이라 생각했다.

제일 먼저 보인 건, 이해일이었다. 그 뒤로 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름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저기 별거 아니지만 이거…….”

이해일이 내민 건 커다란 과일바구니였다.

딱 봐도 제법 비싸 보였다.

엉겁결에 받아 들었는데, 그 즉시 이해일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일전의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표정을 보니 잔뜩 굳어 있었는데, 확실히 이전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그래서 머리가 더욱 혼란스러웠다.

강형우는 일단 이야기부터 들어보자는 생각에 자리를 권했다.

“이번에 저희 회사 내부 방침이 바뀌면서 강형우 씨 채권에 대한 평가가 새로 책정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장사 잘되는 가게를 직접 운영하시고 액수도 소액이라서 말입니다.”

이해일은 그렇게 말한 뒤 옆을 쳐다봤다.

“자세한 설명은 저희 강 실장님이 하실 겁니다.”

대충 서른 초반의 남자가 있었다.

딱히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는데, 묘하게도 시선이 확 끌렸다.

놀란 건,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어? 저 사람 어디서 봤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데, 상대는 여전히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일이 바빠서 아직 식사를 못했는데 먼저 먹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당연히 계산은 할 겁니다.”

의외의 발언인지 이해일이 놀랐다.

일하러 와서 밥부터 달라니 사실 조금 무례이기는 했다.

하지만 싱글싱글 웃으며 부탁을 하니, 이상하게도 싫지가 않았다.

강형우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분식집에 와서 돈 내고 먹겠다는데 안 될게 뭐가 있겠는가?

“뭐 드시겠습니까?”

“일단 라면하고, 김밥 세트하고 어묵국밥도 궁금합니다. 기왕이면 김치볶음밥도 먹고 싶네요.”

양이 좀 많다 싶다가도, 성인 두 사람이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방으로 들어간 강형우는 오래 걸리지 않아 음식을 내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에 두툼한 김밥.

곧이어 어묵국밥이 나왔고, 마지막이 김치볶음밥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강형우는 간판 불을 끄고, 일부러 정리하는 척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봤는데, 이해일은 손도 까딱 안 하고 있었다.

저 강 실장이란 사람 혼자서 라면도 먹고, 김밥도 먹고, 어묵국밥도 먹었다. 그러다 김치볶음밥에서 연신 미소를 짓더니 삽시간에 모조리 해치워 버렸다.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 군침이 돌 정도였다. 딱 복스럽게 먹는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것이다.

“후아~ 잘 먹었다.”

강 실장은 배를 두드린 뒤, 이해일에게 손짓을 했다.

“이 팀장님은 내일 출장 있으시죠?”

“예? 아! 예.”

“피곤하실 텐데 일찍 들어가세요. 여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강 실장이 환하게 웃으니 이해일은 덜컥 겁이 났다.

새해가 되고 출근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갑자기 인테리어가 바뀌고 삭막하던 사무실에 여직원 두 명이 들어왔다.

그 정도야 이해할 수 있었다.

회사가 팔리면서 자본이 투입되었기에 좀 좋아지려나 했던 거다.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었다.

종종 말 안 듣던 양아치들이 정말 깍듯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건 본사 교육을 며칠 다녀온 뒤였다.

항상 욕부터 앞서던 사장 역시 바르고 고운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인수인계가 끝날 때까지만 출근한다고 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계속 나와도 좋을 정도였다.

짬뽕 이상은 절대 주문 못하게 하던 사람이 점심에도 탕수육을 시켜 줄 정도로 너그러워졌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이유가 강실장 때문이란 걸 깨닫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몇 년을 같이 일한 인간들이 단숨에 바뀌었다.

그건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거의 정신개조 수준으로 새로 태어난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업계 동료로부터 소문 하나를 듣게 되었다.

강 실장이란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이란다. 오래 살고 싶으면 조심하라는 것이다.

해서 이해일은 절대 강주혁의 말을 거역하지 않았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예.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이해일이 사라지자, 강주혁은 강형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인사 늦어서 죄송합니다. 강주혁이라고 합니다.”

“예, 강형우라고 합니다.”

강형우는 그렇게 강주혁의 손을 맞잡았다.

***

“월 60만 원씩, 3년! 어떻습니까?”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2160만 원이었다.

이자율은 8%대였는데, 현재 금리를 생각하면 비싸다고는 할 수 없었다.

거의 제1금융권 은행의 신용대출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

무엇보다 3년 분할 상환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좋습니다.”

강형우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그랬다. 이건 금줄 같다는 직감이 들었던 것이다.

혹시 천경 어르신이 말한 두 번째 귀인이 이 사람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게 좋았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라, 원래 본사 방침이 그렇습니다. 제일 먼저 우량 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이자율 감면부터 들어간 겁니다.”

설명은 제법 길었다.

일단 ‘철진 기획’에서 ‘무조건 대부’를 인수했다.

그 직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채권의 분류였다. 부실을 털어내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사실 우량 채권의 경우, 의외로 많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정부 정책이 이자율 낮은 금융권으로 옮기는 걸 지원하고 있어서 무척 경쟁이 치열한 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소규모 업체들한테는 안 좋은 상황이란다.

해서 우량 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자율을 내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다음부터는 조금 어려웠다.

부실 채권을 분류한 뒤, 직접 방문 확인을 한다.

회수가 가능하면 이자를 낮춰서라도 꾸준히 받아내는 것으로 하고, 반대로 불가능하면 놀랍게도 ‘취업’을 시켜 준다는 것이다.

“돈을 벌어야 돈을 갚을 것 아니겠습니까?”

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왜 이리 섬뜩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아! 걱정 마세요. 불법적인 일은 아니니까. 일종의 인력 소개소 정도의 역할만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합리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찜찜한 게 없을 수는 없었다.

새우잡이 배라던가, 염전 노예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강주혁은 피식 웃었다.

“사실 저희 회사 대표님 성함이 김철진이십니다. 그 이름을 따서 철진 기획을 차리신 겁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전직 조폭이 손을 씻은 뒤 크게 성공을 했다.

이후 어둠의 길로 빠지는 이들을 구제하고자 뜻을 품었고 적극적으로 자력갱생에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었단다.

그러면서 덤으로 어려운 사람들도 도우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철진 기획은 일종의 자회사라 보시면 됩니다. 모체가 되는 본사가 직접 진행할 수 없는 파트를 나뉘었는데, 그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불법 대부업을 합법적으로 바꾸고, 빚 가진 사람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알선하며, 어려운 상인들에게 지원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말 그대로 선순환을 유도하는 투자 기획 회사라 보시면 됩니다.”

그 시작으로 서면과 연산동 일대의 업체 몇 군데를 흡수했고, 무조건 대부가 여섯 번째라고 했다.

생각보다 너무 착한 회사였다.

그럼에도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좀 말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글쎄요?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대표님이 혹시 국회라도 들어가려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강주혁의 농담이 단번에 머리에 꼽혔다.

만약 회사 사장이 국회의원이 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이유가 돈이 아닌, 평판과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라면 대략적이나마 말이 되는 것이다.

그건 수많은 사업가들이 자기 돈 들여가면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실제로 본업은 놔두고, 이미지 세탁을 위해서 따로 사회적 기업을 차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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