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310화 (310/325)

제310화. 루블린 폭격 작전

파리 진공 작전을 성공리에 완수한 제11장갑병단과 시크 여단은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새로운 작전에 대한 도상 연습에 들어갔다.

조선군 최고 사령부는 제11장갑병단과 시크 여단으로 하여금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공략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빈 동맹 참가국인 러시아에 대한 지상군을 동원한 직접 공격은 상정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를 본격적으로 폭격하기 위해 민항용으로 제작되고 있던 날틀052를 군사용 폭격비행선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 조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광해는 날틀053이라 명명된 그 비행선들이 완성되는 대로 러시아 폭격에 동원할 생각이었다. 날틀043의 3배가 넘는 2백발의 공투탄을 적재할 수 있는 날틀053의 경우 그 한 대만으로도 작은 도시는 완전히 파괴가 가능한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 20대가 거제 건선단지 비행선 제작구역에서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광해와 조선군 최고 사령부의 참모들은 이미 9월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혹독한 날씨로 유명한 러시아에서의 작전에 지상군을 투입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충분한 휴식과 도상 훈련까지 끝낸 11장갑병단과 시크 여단은 광해14년, 그러니까 서기 1616년 9월 7일 다시 11수송함대에 몸을 싣고 리스본을 떠났다.

바르샤바 격멸작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11수송함대는 콘스탄티니예 앞바다에서 철수해 온 대서양 함대가 호위했다.

현재 콘스탄티니예 앞바다에는 이순신함대가 11척의 비행선모함과 함께 남아 오스만 폭격과 보스포루스 해협 차단 작전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조선의 폭격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오스만 제국이 최근 항복 의사를 전해왔지만 조선은 그 의사를 묵살했다.

그로인해 유럽에선 조선이 오스만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리려 한다는 소리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었다.

폴란드의 경우, 잉글랜드 동부의 노리치에 건설된 조선군 비행장에서 출격한 날틀043의 폭격을 받고 있었다.

노리치 비행장은 잉글랜드가 프랑스에 대한 영토점령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조선이 동의하는 대가로 건설된 비행장으로, 조선이 자국 영토가 아닌 곳에 건설한 최초의 비행장이었다.

조선은 이 비행장을 지키기 위해 대서양군 소속의 2개 단, 2천의 병력을 비행장 경비대로 투입해 두고 있었다. 잉글랜드도 조선과의 노리치 비행장 협약에 의거해서 그 외곽에 동일한 수인 2천의 자국 병력을 배치해서 외곽경비 임무를 수행했다.

이 노리치 비행장에 배치된 비행선은 모두 날틀043으로 각 20대씩 보유한 101폭격비행단부터 104폭격비행단까지 4개의 폭격비행단이 주둔해 있었다.

조선이 운용하는 비행선 부대들 중 유일하게 금의위 소속이 아닌 이 비행단들은 최근 설립된 육군 항공대 소속이었다.

광해는 금의위 소속인 비행선 부대들을 차례차례 육군 항공대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다만 공군의 창설은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이 날틀043들은 네덜란드와 신성로마제국의 일부인 독일 상공을 가로 질러 연일 폴란드의 도시들을 폭격하고 있었다.

편도 비행시간이 꼬박 14시간이 소요되는 이 폭격에 각 폭격비행단은 이틀에 한 번꼴로 투입되고 있었다.

비행준비부터 시작해서 폭격 시간과 왕복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한 번의 임무 수행에 30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틀에 한번이라는 출격횟수는 상당히 고강도의 작전인 셈이었다.

특히 폭격비행단의 비행대원들은 비행선당 1개조밖에 배치되지 않아서 홀로 모든 작전을 소화해야만 했기에 그 피로감은 상당히 높았다.

비행대원들이 단 1개조씩 배치된 것은 비행대원의 부족현상 때문이었다. 단기간의 급격한 비행선 증강배치로 인해 훈련된 비행대원들의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폭격비행단에 배치된 비행대원들의 경우 상당수가 정규교육 과정인 2년의 교육을 모두 이수하지 못한 채 투입된 상태였다.

날틀03을 운용하는 다른 전투비행선대에서 차출되어온 이들을 섞어 구성한 이 폭격비행단들의 비행은 그래서 더 걱정스럽기도 했다.

103폭격비행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구봉길 상령도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11전투비행선대에서 부대장을 지냈던 그는 진급과 동시에 새로 구성된 103폭격비행단의 단장으로 배치되었다.

그와 함께 전투비행선대에서 전환 배치된 비행대원들의 수는 10명 남짓했는데 대부분이 조종요원들이었고 항법사와 기관사는 모두 합해 3명뿐이었다.

그나마 날틀03과 달리 날틀043은 부조종사가 함께 탑승하기 때문에 조종의 피로도가 훨씬 적었다.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고강도의 작전 임무 수행은 불가능했을 터였다.

이번에 103폭격비행단이 맡은 작전은 처음으로 바르샤바를 넘어서 수행하는 폭격임무였다. 지금까지는 발트해에서 바르샤바에 이르는 구역에 존재하는 도시들에 폭격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부로 바르샤바 이동(以東), 및 이남(以南) 지역의 도시에 대한 폭격이 개시되는 것이었다.

임무 지시서에 기재된 도시의 이름을 찾아 확인한 구봉길 상령이 부조종사에게 말했다.

“루블린이라······. 바르샤바와의 거리가 대략 390리(약153km)에 달한다니 전체 비행거리로는 3천8백리(약1,492km)에 가깝겠는데.”

날틀043의 항속거리는 1만리(약3,927km)다. 따라서 왕복 비행거리를 감안해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작전 거리였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비행선마다 1말(약18리터)짜리 비상연료통이 2통씩 실려 있었다. 그 비상연료통을 볼 때마다 구봉길 상령은 무게 제한으로 이런 건 꿈도 못 꿨던 날틀03을 떠올리며 상당히 든든해 했다.

그런 구봉길 상령에게 부조종사가 물었다.

“비행경로는 어떻게 잡을 까요?”

“바르샤바에서 남쪽이라니까 바르샤바까지 가서 내려가도 2시간 정도 더 남하비행을 하며 되지 않을까 싶은데.”

“직선으로 루블린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바르샤바를 들렸다 갑니까?”

“아무래도 짬이 짧은 조종사 애들한테는 익숙한 항로가 나을 테니까. 더구나 기존의 목표가 바르샤바여서 비행경로 검토까지 이미 마친 것이 바르샤바 항로니까. 기존대로 이동하자고.”

그랬다. 사실 103폭격비행단에 사전 고지되었던 목표는 바르샤바였다. 한데 출격 직전에 목표가 루블린으로 변경된 것이었다.

따라서 103폭격비행단의 비행대원들은 종합적인 항로 검토조차 하지 못한 채 출격한 상태였다. 따라서 선도기인 대장선의 임무가 평소보다 중요했다.

“알겠습니다. 한데 왜 루블린이랍니까? 바르샤바 다음의 대도시는 우쯔 아니었습니까?”

부조종사의 물음에 구봉길 상령이 답했다.

“기밀 정찰대의 보고에 해당지역에서 대규모 병력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었던 모양이다.”

기밀 정찰대는 특수비행선으로 분류되는 날틀055를 보유한 특수부대로. 이들이 장비한 날틀055는 민항 비행선이었던 날틀05를 고고도 비행이 가능하게 개조한 비행선이었다.

고고도 비행의 경우 온도의 급격한 하강과 압력의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체와 기낭에 여러 가지 변형이 발생해서 상당한 보완 기술이 필요했다.

또한 산소의 부족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행대원들을 위한 산소 호흡기도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보완 기술들이 필요했던 고고도 비행은 초기 비행선 개발당시인 날틀01시절부터 시도되었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실을 맺어 최근엔 날틀055로 최대고도 3만척(약9km)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후 3만척에서 수백 시간의 작전 비행까지 무리 없이 성공하면서 날틀055는 명실상부한 고고도 비행선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이 고도를 측정한 고도계가 아직 실험실 단계에 있는 장비라서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여하간 그렇게 수백시간의 무사고 작전비행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장원의 보고를 받은 광해는 이 비행선들을 고고도 정찰기로 이용하길 원했다.

물론 고고도라는 것이 현대 시대처럼 대류권을 벗어난 성층권 비행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시대에는 충분히 고고도였다.

파란색으로 도장된 비행선을 지상에서 제대로 발견하기 어려운 고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광해의 명령으로 실전배치 된 날틀055는 기밀 정찰대란 이름의 특수부대로 편성된 5대가 가장 먼저 대서양군 사령부에 배치되었다.

기밀정찰대를 배정 받은 대서양군 사령부는 곧바로 노리치 비행장에 배치해서 폴란드와 오스만에 대한 정찰에 투입했다.

오스만에서는 폭격에 살아남은 도시나 병력집결지가 있는지 찾기 위해서였고, 폴란드는 어딘가 모여 있을 폴란드군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 정찰 결과 폴란드의 루블린에서 대규모 군대를 발견했고, 이내 출격 직전의 103폭격비행단에 루블린 폭격이 지시되었던 것이다.

그것을 구봉길 상령의 설명으로 알게 된 부조종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특히 제대로 해야겠군요.”

“당연하지. 겁 대가리 없이 우리 조선에 칼날을 들이민 놈들에게 제대로 된 불벼락을 내려줘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최대한 직선 항로를 그려 보겠습니다.”

폭격지점까지의 비행을 맡은 부조종사의 말에 구봉길 상령이 미소를 지었다.

“잘 부탁하네.”

부조종사의 어깨를 두드려준 구봉길 상령이 항법사에게 지시해서 휘하 각 비행선들에게도 해당 사항 전파하도록 지시했다.

무선전신을 운용하는 통신병의 임무까지 맡고 있던 항법사가 구봉길 상령의 명령에 따라 바르샤바까지 향하는 기존 항로를 유지해서 목표까지 비행한다는 내용과 적군 집결지에 대한 폭격임무라는 내용까지 타전했다.

무선전신을 받은 각 비행선에서 결의를 다지는 내용들로 이루어진 답신들이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받은 구봉길 상령이 피식 웃었다.

모두 도시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적군을 공격한다는 것에 흥분해 있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하긴 적군을 본지 너무 오래 지나긴 했다.

그렇게 비행선이 비행을 지속해 네덜란드를 지나고, 신성로마제국의 일부 인 독일 상공을 지날 때, 구봉길 상령은 주요 구조물을 외우는 것에 꽤나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걸 외워서 무얼 하시게요?”

부조종사의 물음에 구봉길 상령이 답했다.

“조만간 신성로마제국에 대한 공격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하거든. 육군을 동원할지라도 비행선 폭격은 아마도 필수적으로 수행될 거야. 그때 목표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구봉길 상령의 답에 부조종사는 그럼 이제부터라도 자신도 지형지물을 익혀야겠다며 부산을 떨어댔다. 그렇게 대장선의 선도아래 103폭격비행단이 폴란드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당시 공식명칭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실권 기관이었던 세임은 결사 항전을 결의하고 병력을 집중해 두고 있었다.

바르샤바를 포함해 그 이북지역에 대한 폭격이 연일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15만에 달하는 대규모 육군을 모은 폴란드는 해당 병력을 루블린에 모아놓았다.

보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정도의 규모를 가진 도시이면서 폴란드의 왕도였던 바르샤바와 가장 가까운 곳이 루블린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루블린보다 더 큰 우쯔가 바르샤바에 보다 더 가까웠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쯔가 아닌 루블린이 선택되었다.

조선군의 비행선 폭격이 확대된다면 바르샤바 다음의 도시인 우쯔가 그 첫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루블린에 모여 있는 폴란드군은 대규모 기병대를 포함하고 있었다.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인 탓에 목축업이 발달한 폴란드는 동북아의 몽골이나 할하처럼 말을 타는 인구가 많았다.

그것을 기반으로 폴란드는 상당한 수준의 기병대를 보유하는 나라였기에 유럽에서 손꼽히는 기병강국이기도 했다.

따라서 폴란드군은 조선군이 투입되면 3만에 이르는 대규모 기병대를 이용해 조선군의 뒤로 돌아가 앞을 가로막은 보병대를 모루삼아 섬멸 돌격을 감행할 계획이었다.

그것을 위해 조선의 지상군이 상륙하기 전에는 철저하게 숨어있을 생각이었다.

루블린의 앞마당과 마찬가지인 넓은 벌판에 군영을 벌여 즐비하게 늘어서있던 정식명칭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군은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느긋하게 저녁을 먹은 후, 자유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지만 자유시간은 병사들에게 있어 가장 달콤한 시간임엔 분명해서 여기저기 웃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런 병사들이 15만이나 우글거리는 벌판을 빙 둘러 경계를 서던 경비병들 중 한명이 뻐근한 어깨 때문에 고개 운동 삼아 뒤로 머리를 젖히다 우연히 하늘에서 묘한 것을 보았다.

어스름해져가는 하늘위에 이상한 것이 떠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새도 아니고 달도 아닌 것이 하늘에, 그것도 한두 개도 아니고 20여개나 떠있었던 것이다.

하늘을 나는 무언가는 생전 본적이 없던 경비병은 처음엔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내 지휘관들이 ‘달과 별, 그리고 새를 제외하고 하늘 위에 떠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조건 조선의 비행선이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 경비병은 곧바로 비상종을 울렸다.

간간히 웃음이 들려오던 들판으로 비상종소리가 울려 퍼져나갔다.

대장선에서 그 경비병을 발견한 구봉길 상령이 혀를 찼다.

“쯧. 제대로 머리 위까지 갔으면 좋았을 것을. 야! 고 중사.”

구봉길 상령의 고함에 탑승부 아래에 장착된 기01 사수인 고 중사가 큰 목소리로 답했다.

“예. 대장님.”

“저기 한시 방향에 비상종 치는 경비병 보이냐?”

“예. 보입니다.”

“그 새끼 갈겨버려.”

구봉길 상령의 명령에 대략 거리를 가늠한 고 중사가 사거리 안에 들어올 것 같다는 판단이 서자 조준하고는 거침없이 회전발사기를 돌렸다.

투둥퉁퉁퉁퉁.

묵직하고 굵은 기01 발사음을 이끌고 날아간 총탄이 비상종과 경비병을 통째로 난자하고 지나갔다.

그것을 확인한 구봉길 상령이 항법사에게 명령했다.

“전기 전속 돌입!”

대장의 명령을 받은 항법사가 무선전신기를 통해 비행단 전기에 명령을 전파했다. 대장기의 무선전신을 받은 103폭격비행단의 비생선들이 일제히 최대속도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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