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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247화 (247/325)

제247화. 비정상적 격투전

조선의 신형 증기철선의 경우 자신들이 보유한 해모수급 전열함이나 왕무급 호위함으로는 결코 격침시킬 수 없다는 것을 동일본 함대 지휘관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동일본 함대의 지휘관들은 정규 함대함 전투로는 아무리 기습공격을 가한다 하더라도 도쿄만에 정박해 있는 이순신 함대를 격파할 수 없다는 것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동일본 함대 지휘관들은 조선 함대를 격파하라는 막부의 지시에 당황했다.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지시를 받은 까닭이었다. 그렇다고 막부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거부는 죽음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이다.

결국 동일본 함대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함정으로 이순신 함대를 격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2일이었다. 그 안에 반드시 이순신 함대를 격파해야만 했다.

방법을 찾아 한나절을 몸부림 쳤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조선의 신형 중기철선은 격파가 불가능하다는 결론만 깊어질 뿐이었다.

그러다 나구모라는 함장의 제의가 동일본 함대 지휘관들의 이목을 끌었다.

함대함 전투를 포함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순신 함대를 상대할 수 없다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자는 제의가 나온 것이다.

나구모 함장이 제안한 비정상적 방법은 도선 전투였다. 함포로 적을 깰 수 없으니 도선전투를 통해 함상 육박전으로 해결을 보자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 이 제안은 묵살 당했다.

조선의 신형 증기철선에 오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모든 조선의 신형 증기철선들은 폐쇄식 현식총좌를 요소요소에 가지고 있어서 근거리 화력이 상당히 강했다.

접근했다간 배에 오르기도 전에 넝마가 되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 뻔했던 것이다.

한데 나구모 함장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자였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이 묵살 당했겠지만 해당 함장은 구주도 출신으로 얼마 전까지 조선인의 신분이었다가 일본인들의 나라인 동일본으로 귀화한 자였다.

그전까지 그가 근무했던 곳은 일본 전 해역을 담당하는 조선 해군 3함대로 신형 증기철선에서 부장의 직책으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구모 함장은 조선군 신형 증기철선의 지휘계통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활용하면 충분히 실행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자 나구모 함장이 자신의 근무 경험을 살려 계획을 이야기했고, 동일본 함대 지휘관들은 그 계획에 동의했다.

가능성이 적긴 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그 이상의 계획을 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쿄만에는 30척의 조선무역선으로 이루어진 13수송함대와 이순신 함대의 함정 6척이 정박해 있었다. 13수송함대가 전역을 이탈해서 귀환하지 않고 여전히 도쿄만에 머물고 있는 것은 유사시 전장의 한복판이 될 에도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들을 싣고 빠져나가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조선은 동일본의 막부가 최후통첩에도 불응할 경우 반란으로 선포하고, 곧바로 에도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들의 퇴거작전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전에 퇴거작전을 실시 할 수 없는 것은 막부에 조선 정부의 결심과 다른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직 결정도 나지 않았는데 조선인들의 철수가 시작된다면 결과가 어떻든 공격할 것이라 오판하여 막부의 결정이 다르게 나올 것을 걱정한 것이다.

아울러 그것은 다른 제후국들에게도 오해를 살 수 있을 일이었다. 따라서 백성들의 안전이 위험했지만 사전에 실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만 즉각적인 작전의 개시를 위해 조선무역선들을 대기시켜 놓는 선에서 대응했다.

빈약한 자체 무장을 가진 조선무역선들을 호위하기 위해 이순신 함대는 2척의 유리급 순양함과 4척의 온조급 구축함을 도쿄만 내에 정박시켜 두었다.

나머지 함선들은 모두 도쿄만 밖에 정박 중이었다. 그것은 도쿄만이 유사시 동일본 함대에 의해 봉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또한 좁은 도쿄만 내에서 수십 척의 함선이 뒤엉키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생각 외로 배들의 선회와 기동에는 상당한 공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일본 함대에게는 천운임과 동시에 불행이었다.

태조급 전함을 비롯해 막강한 화력을 갖춘 조선의 일칠함대 전체를 상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천운이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위협이 되는 태조급 전함을 초기에 격파할 수 없다는 부담을 지는 것이 불행이었다.

이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동일본 함대는 맷집이 상대적으로 딸리는 왕무급 호위함들을 빼고 해모수급 전열함들만 동원했다.

조선군 함대의 눈을 피해 밤늦게 시작된 이 작전은 해모수급 전열함의 포갑판에서 장비하고 있던 이포들 중 일부를 상갑판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전열함의 구조상 포갑판에 장착된 상태에서는 포격 각도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상갑판으로 끌어올려진 이포의 수는 40문으로 20문씩 양쪽으로 배치되었다. 솔직히 양쪽 포를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잘해야 2번, 계획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단 한 번의 포격 기회만 가질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쪽에 배치한 것은 만약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계획을 입안한 당사자가 유사시에 대한 대비를 소홀이 하지 않는 조선 해군의 방식이 몸에 베여있는 까닭이었다.

그렇게 포를 상갑판으로 끌어올려 비어버린 포갑판엔 이번 작전에 동원되지 않은 왕무급 호위함의 선원들을 태웠다.

해모수급 전열함의 포갑판 외부장갑은 강화된 철제장갑판이다. 목재로 뒤덮인 다른 부위와 달랐던 것이다.

이 장갑판의 방탄능력은 조선의 신형 증기철선의 외피 철판의 방탄능력과 같다. 따라서 조선 해군이 사용하는 통상 작렬탄엔 관통되지 않는다.

그것은 동일본 함대의 해모수급 전열함들이 조선의 함선들에 접근할 때까지 이곳에 탑승한 채 대기하는 병력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이었다.

물론 다수의 공격을 받으면 장갑판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안에 화염이 안까지 파고 들 것이다. 그 경우는 해당 구획의 탑승병력은 통구이 신세를 면키 어렵겠지만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차가운 바닷물에 직접 들어가야 하는 병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구모 함장은 네덜란드 오스텐트 해변에서 자살 공격조에 피해를 입었던 온조급 구축함의 예를 그대로 재현하기로 했던 것이다.

작전의 2단계가 시작되면 6백의 동일본 수군 병사들이 기름종이에 싸인 화약주머니를 짊어지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해모수급 전열함들이 준비를 갖추자 동일본 함대는 조선군 함대에 연락선을 보냈다.

그 연락선에는 동일본 막부에서 쓸데없는 명령을 내리기 전에 함대를 도쿄만 밖으로 빼내겠다는 뜻을 전하는 전령이 타고 있었다.

한밤중에 함대를 빼내는 이유로 동일본 함대는 이번 조치가 막부와 상의 없는 동일본 함대 독단에 의한 것이며 지상에 머무는 감독관의 눈을 피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쿄만에 정박 중인 6척의 이순신 함대의 함선들로 구성된 전대를 지휘 중이던 전대장은 도쿄만 밖에 정박해 있던 기함으로 해당사항을 보고하며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 같다는 평가를 달았다.

이순신 함대 전체를 지휘하고 있던 손일원은 전대장의 판단을 받아들여 동일본 함대의 요청을 수용했다.

대신 도쿄만에서 물러나온 동일본 함대가 쓸데없는 짓을 벌이지 못하도록 도쿄만 밖에 정박해 있던 함대에 총원전투배치를 걸었다.

잠을 자고 있던 병사들이 선내 비상타종 소리에 깨어나 각자가 맡은 지역으로 달려갔다.

그런 도쿄만 밖의 함선들과 달리 도쿄만 내부에 정박해 있던 전대의 함선들은 2급이었던 경계태세를 1급으로 전환하기만 했다.

2급 경계태세는 평시근무자들의 3할을 증가하고, 1급은 5할을 증가시킨다.

선내 수병들의 근무가 3교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절반가량의 수병들이 단잠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선수와 선미는 물론이고, 선측에도 탐망병이 배치되었다. 조선 해군도 오스탄트에서 네덜란드의 자살공격조에 당했던 사건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 이후 함선용 탐조등이 개발되어 장착되었다. 여덟 개의 대형 전구가 한 번에 켜지는 이 탐조등은 선수와 선미, 그리고 좌우 선측에 하나씩 배치되어 바다를 비춘다.

소모되는 전기는 물론 함선에 장비된 발전기에서 공급받는다. 함선들이 추력기관으로 사용하는 증기기관은 잘 알겠지만 한번 켜고 끄는 것에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따라서 대부분 정박 상태일지라도 일정수의 기관은 운용상태다. 화력을 줄여 놓기는 하지만 불은 때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전투대기 상태가 되면 정박 시에도 기관의 절반은 순항속도 시의 출력을 언제라도 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한화력을 유지한다.

막대한 석탄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일이었지만 즉응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만큼 증기기관은 즉응성이 떨어지는 기관이었다.

도쿄만 내에 정박 중인 함선들에 내려진 1급 경계태세는 보유 기관 중 절반을 가동하고 하나만 즉응 가능 상태로 유지한다.

5천 마력급 증기기관 4개를 갖춘 유리급 순양함은 2개의 기관을 가동하고, 그중 하나를 순항 속도 시에 준하는 상태로 유지한다.

5천 마력급 증기기관 2개를 장비한 온조급 구축함의 경우엔 1개의 기관을 순항 속도 시의 상태로 유지한다. 이렇게 가동되는 기관을 통해 발전기를 돌려 함 내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얻는 것이다.

당연히 6척의 신형 증기철선들은 모두 탐조등을 켜고 함선 주위의 바다를 감시하고 있었다. 또한 함선의 두뇌와 같은 함교에도 전구가 환하게 들어와 있었다.

조선군 함선들의 견시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밤의 바다를 가르며 동일본 함대의 전열함들이 천천히 정박 중이던 계류장을 떠나 바다로 나왔다.

나구모 함장이 계획한 2단계 작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모처에 대기하고 있던 6백의 자살공격조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바닷물로 들어갔다.

바람은 적당해서 범선인 동일본 함대의 함선들의 움직임에 무리는 없었다. 천천히 움직이던 동일본 함선들이 선수를 일제히 도쿄만 밖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조선군 함선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그 안도가 너무나 섣불렀다는 것을 이때는 조선군 지휘관들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동일본 함선들이 도쿄만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정박해 있는 조선군 함선들과 수평으로 놓이는 상황이 잠시 연출된다.

사건은 그때 벌어졌다.

직접 상갑판까지 나온 나구모 함장은 포수들에게 지시했다.

“첫 포격의 목표는 함교다. 저기 높이 떠있는 환한 구역을 정확히 노려야 한다. 두 번은 없다. 격파하지 못하면 우린 곧바로 반격 받아 격침당할 것이다.”

나구모 함장의 말에 포수들이 긴장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포수들 사이에 잔뜩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총병들이 보였다.

조선군 편제를 본 따 만든 동일본 육전대 병력이었다. 그들은 일총으로 망루의 견시수를 저격하는 임무가 내려져 있었다.

먼 거리에서 일총으로 무엇을 조준 사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따라서 이들은 양측의 배가 50보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저격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들을 일별한 나구모 함장의 시선이 점점 다가오는 조선군 함선들을 바라봤다. 스치듯 지나가며 평행을 이룬 순간 나구모 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방포!”

조선식 명령에 따라 20문의 이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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