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181화 (181/325)

제181화. 대한제국 해병대 제111여단

남부 점령 작전에 동원된 10개 여단들에게 분배된 점령지역은 각 여단 당 세로 45리(약18Km), 가로 3백리(약118Km)에 달하는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이었다.

더구나 작전 목표가 점령이었기 때문에 후방 지역에 점령군을 남기면서 전진해야 한다는 제약사항까지 포함되어 있었던 까닭에 각 여단은 상당한 병력부족을 겪고 있었다,

그것은 남중부 지역에 해당하는 작전범위 5지역을 맡고 있던 111여단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동쪽으로 80리(약32Km) 정도 점령을 완료한 111여단의 현재 작전운용 병력은 4개 단, 4천 규모였다.

이미 1개 단, 1천의 병력이 각 점령지로 흩어져 점령군 임무를 수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대로 병력부족을 호소하고 있었고, 전선은 전선대로 병력 부족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개 단을 예비대로 삼고 3개 단을 폭45리의 전선에 분산해서 동진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폭 15리(약5km), 길이 220리(약86KM)에 달하는 지역을 1천의 병력을 보유한 1개 단이 완벽하게 장악하면서 점령과 전진을 병행해야 함을 뜻했다.

아직까지는 민병이나 일부 지방 영지 수비대 정도의 소규모 적과의 충돌만 있었기에 대응에 문제가 없었지만 대규모 적병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111여단은 예비대 겸 여단본부 병력으로 삼은 1개 단을 언제라도 전방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춘 채 전진을 해나가고 있었다.

작전이 개시된 지 20일이 지나던 날, 보급이 실시되었다. 본국에서 도착한 1차 보급함대에서 하역된 대량의 보급품들 중 일부를 배당받은 것이었다.

지난 전투에서 소모된 탄과 기타 소모품들이 채워지자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특히 총탄의 보급을 병사들이 좋아했다.

사실 리스본엔 장원의 기술자들이 일부 파견되어 야전 탄약제조창이 운용되고 있었다.

뇌홍을 현지에서 만들어 포르투갈에서 노획한 화약으로 종이탄피형 총탄을 생산해 일선부대에 공급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이다.

그 덕에 원정군 전체에 탄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포르투갈 화약을 사용한 탄은 사거리가 부족하게 나왔다. 화약의 질이 조선의 것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인한 병사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지휘관들은 그나마 불발탄은 나오지 않으니 다행이 아니냐면서 병사들의 불만을 다독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제 총탄이 지급되었으니 병사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선 육군이 나총에 금속탄피형 총탄을 사용하는 것에 반해 대한제국 해병대는 공히 종이탄피형 총탄을 사용한다.

초기 조선 육군처럼 야전 보급을 위한 결정이었다. 실제로 병사들은 유사시에 대비해 야전에서 총탄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교육도 훈련과정에서 이미 받았다.

다만 리스본에 설치된 야전 탄약제조창이 충분한 탄약을 공급하고 있었기에 아직까지는 병사들이 직접 총탄을 제작한 경우는 없었다.

그렇게 보급을 마친 시점에 문제가 불거졌다. 111여단의 좌측을 맡고 있던 3단, 그러니까 1113 해병단이 숫자불상의 적군과 교전이 벌어진 것이다.

전쟁 중이니 적과의 교전은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보고에 숫자 불상이라는 부분이 기재되었다는 것에서 지휘부가 긴장했다.

전투 전에 상대에게 친절하게 자신들의 소속이나 병력을 알려주는 경우는 없다. 그러니 본래 전투 상대의 병력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전령을 통한 보고에 숫자불상이라 보고했다는 것은 적군의 숫자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지원요청이 없다는 것은 숫자에 비해 가해지는 압력이나 충격이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

“넌 뭐라고 생각하니? 대공세? 아님 그냥 까는 걸까?”

여단장의 질문을 받은 참모들 중 한명이 답했다.

“전 전선에 걸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라 3단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에서 지엽적인 반격이 아닐까 합니다.”

“지엽적인 반격이라······. 3단이 부담을 느낄 정도의 병력이면 최소 5천 이상이라는 소린데 정찰에 의하면 그 정도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도시가 근방에 없지 않니?”

“리스본에서 확보한 지도상에 표시된 카스트루베르드는 아직 정찰 전입니다.”

참모의 답에 원정군 지휘부에서 필사해 대량 보급한 지도를 확인한 여단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지? 거리상 이미 정찰이 완료되었어야 할 도시가 아니니.”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색대 병력이 부족했습니다. 전날 전투에 휩쓸리면서 여단 수색대 전체가 현재 전선에 고착되어 있습니다.”

“대체병력은?”

“내일 투입될 예정입니다. 임무지역을 맡고 있는 4단이 내일은 되어야 병력여유가 발생한다고······. 4단의 점령지 곳곳에서 소요가 있어서 병력이 투입된 상황이라 다그칠 수도 없었습니다.”

점령지는 넓고, 도시나 마을은 많은데 점련군의 병력이 적다보니 딴 생각을 품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4단이 맡은 지역이 심했는데 지역적인 특색이었는지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이 상대적으로 거칠었다.

거기다 대한제국 해병대의 점령지 관리 정책이 그들의 저항에 한몫 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원정군 구성당시 작전계획을 수립한 조선 해병대 총사부의 고위 참모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조선군 해병대 정책을 그대로 반영했다.

무고한 인명 살상금지와 최대한 점령지 주민의 생업활동을 보장해야한다는 기본 정책이 그대로 적용 된 것이다.

해당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당연히 점령지 주민에 대한 점령군의 압박 수위는 낮을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절’하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었다.

하긴 해외 원정임을 감안해 식량지원은 금지되었지만 반대로 빼앗지도 않는다. 물론 점령지 영주의 곡간은 탈탈 털어 군량으로 삼지만 일반 주민들의 식량은 한 톨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어기면 불법약탈을 벌인 죄로 군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만약 약탈 과정에서 사람이 상했다면 참형까지도 가능할 정도로 엄하게 다스렸다.

아니면 전투 후, 약탈이 생활화 되어 있는 유목민족 출신 병사들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대한제국 해병대 지휘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간도 출신들이 상당수 섞여있던 초기 조선군이 그런 상황을 다수 겪으면서 처벌 수위가 강화되었었다. 대한제국 해병대에도 그 처벌 규정이 그대로 내려온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강화된 처벌규정을 훈병원에서부터 귀에 딱지가 않게 들었던 대한제국 해병대는 아직까지 해당규정을 어겨서 처벌을 받은 경우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점령지 주민들이 대한제국 해병대의 강압에 맞닥트릴 일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아픈 이들의 경우 의무병들이나 의무관들이 부드럽게 웃으며 치료까지 해주고 있었으니.

한마디로 얕보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 기조를 바꿀 수도 없었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4단 작전구역을 비롯한 일부에 한정되어 있었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오히려 부드러운 점령지 정책으로 인해 주민들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 있던 여단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썩으라질 상황이구나야. 여단 수색대는 그랬다 치고, 3단 수색대 애들은 뭐했니?”

“3단이 운영 중인 수색대는 본부대에 소속된 분대 하나인데 임무구역 내 다른 지역 정찰임무를 수행중인 것으로 압니다.”

이것도 임무구역이 너무 넓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살펴보아야 할 지역은 지천인데 정찰을 위해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썩으라질! 그럼 카스트 뭐 라는 도시의 병력일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니니?”

“예.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사료됩니다.”

참모의 답에도 한참 고심하던 여단장이 예비대 겸 여단 본부 병력으로 삼은 5단 단장을 돌아봤다.

“참모들의 말이 타당하다는 건 알겠는데 영 느낌이 안 좋다야. 똘똘한 놈 있으면 좀 보내봤으면 조캈는데.”

“1대장이 잘 돌아가는 편입니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는 5단장의 답에 피식 웃은 여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투입하라. 상황 잘 살피고 아니다 싶으면 내 명령이라고 둘러대고 3단 뒤로 물리라고 말해두라.”

“예. 여단장님.”

복명한 5단장이 병력 투입을 지시하기 위해 지휘막사를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111여단장의 눈빛엔 불안감이 깊었다.

5단장에게 명령을 받은 이는 1대장 김준용이었다.

실제역사에선 병자호란 때 적지 않은 공을 세웠던 그가 22살의 나이로 대한제국 해병대의 군관으로 출병해 있었던 것이다.

명령을 받은 그는 곧바로 수하들을 챙겨 여단본부 주둔지를 떠났다.

대한제국 해병대 111여단 5단 1대, 정확히는 제11151대는 대부분의 해병대가 그렇듯이 보병이다. 따라서 병사들은 육군에서는 군장이라 부르는 50근(약30Kg)에 달하는 무장을 짊어지고, 각자의 무기를 추가로 휴대한다.

그 묵직한 무장들을 달고서도 재빨리 움직이는 것을 보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반나절을 걸어 합류한 3단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사방에서 적의 공격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러면서도 제대로 방어를 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데 그 상황을 살짝 떨어져서 지켜보던 김준용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명이 몰려왔다가 제대로 된 반격을 받기도 전에 물러가는 일이 반복 되고 있었던 것이다.

3단의 움직임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적이 도주하면 따라 들어가서 결판을 내던가 해야 하는데 방어진지를 벗어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이상했던 김준용이 3단장에게 물었다.

“왜 격파 공격을 가하지 않으십니까?”

물음을 던진 김준용을 힐긋 돌아본 3단장이 되물었다.

“넌 저 아새끼들 움직임이 이상하지 않니?”

여단장만큼이나 남간도 사투리가 강한 3단장의 물음에 김준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긴 합니다만······.”

“기런데도 고따위로 묻니? 쟤들 딱 봐도 우리한테 이리오라 꼬시는 중 아니니.”

“꼬, 꼬셔요!”

“아새끼 눈치가 영 없구만기레. 여단장이래 대급 하나 보냈을 땐 눈치 빠른 아새끼를 골랐을 텐데 그거도 못 느꼈단 말이니?”

“죄,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김준용에게 3단장이 말했다.

“기러니까 아새끼들 관리 잘하라. 괜히 나대서 저 새끼들 꼬임에 넘어가지 않게.”

3단장의 명령에 김준용은 다시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단장님.”

“기래. 일단 지켜보라. 참! 필요하면 명령 할 테니까 아새끼들 투입대기 시켜두라.”

“예.”

3단장의 명령에 부하들을 출동대기 시켜둔 채 김준용은 단 지휘부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지켜본 3단장의 지휘는 생긴 것과 다르게 상당히 깔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번은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세심하게 병력 운용을 펼쳐서 적군의 공격을 물리쳤기에 김준용은 자신도 모르게 찬탄을 터트렸다.

“아!”

그 반응에 3단장이 뒤를 돌아봤다.

“아새끼. 왜 생긴 것 같지 않게 내가 제법 괜찮니?”

“그, 그게······.”

당황하는 김준용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3단장이 말했다.

“여단장 지휘 못 봤니? 그 인간, 아니 여단장은 나는 댈 것도 아니다야. 전단장 따라다니면서 배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 그러지.”

“전단장······이요?”

“아! 너 모르니? 나랑 여단장 산악병단에서 왔잖니. 전엔 산악전단이었지.”

산악전단 출신들이 전단장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한명 뿐이다.

조선 제일검 지세창.

“아!”

김준용의 찬탄에 3단장이 다시 피식 웃었다. 그런 3단장의 귀로 다급한 부하의 보고가 들려왔다.

“2대가 밀립니다. 적군이 대량 투입되고 있다는 보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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