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170화 (170/196)

과외수입 4억 달러

2007년 8월 말.

윤재는 작은 집 식구들, 처갓집 식구들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약 3,000만원의 경비를 윤재가 모두 부담했다.

부주가 되면 이럴 때 좋은 것이다.

하와이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윤재는 군산에 있는 태화정밀을 찾았다.

김민기 사장은 윤재를 버선발로 마중 나왔다.

김사장에게 윤재는 귀빈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내가 이 많은 돈을 벌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하하하. 그냥 번 돈입니까? 다 형님께서 고생해서 번 돈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디자인 특허 하나로 4,000억을 넘게 벌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세금을 내고도 약 3,000억 넘게 남았다.

윤재와 김민기 사장에게 각 100억을 특별 배당할 예정이었고, 남은 돈을 공장부지 매입과 M&A에 사용한다는 것이 윤재의 계획이었다.

“저는 형님께서 열린 생각을 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뭘.... 다 니가 하자는 대로 했을 뿐인데.”

2006년부터 윤재는 태화정밀에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자고 제안해 왔다.

스마트 팩토리 관련 회사, 로봇회사를 인수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푸드 테크의 완성을 위해 태화정밀이 나갈 방향이 그쪽이었다.

“M&A 과정에서 형님 지분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흔쾌히 오케이 해 주셨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운 거죠.”

단순 지분율은 낮아지지만 지분가치는 수십 배 이상 폭등한다는 사실을, 윤재도 김민기도 잘 알았다.

“아냐. 그런 얘기 할 필요 없다. 다 망해가던 회사가, 너 만난 이후 수백억 이익을 보는 회사가 됐어. 나도 평생 써도 다 못쓸 돈을 벌었고. 더 욕심내면 욕먹을 거다.”

그의 말처럼 고집부리지 않은 덕에 김민기는 수백억 재산가가 됐다.

끝도 없는 욕심 때문에 자멸하는 오진탁 같은 부류에 비하면, 김민기의 결정은 분명 고마운 측면이 있었다.

“형님께는 미안하지만 스마트 팩토리, 로봇회사의 경영은 그쪽 전문가가 하게 될 겁니다.”

“응. 괜찮아. 나는 지금 태화정밀도 벅찬 사람이다. 윤재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고맙습니다. 형님!”

“거듭 말 하지만 나는 다 망해가던 사람이었다.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수십 번 했어. 그러다 너를 만났고, 오늘까지 올 수 있었지. 내가 딸만 없어도 내 지분을 너에게 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건 진심이야.”

윤재를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는지 알 수 있는 한마디였다.

김민기의 얘기처럼 이미 태화정밀을 할 일이 차고 넘쳤다.

텀블러 같은 소규모 기계공업.

매직 홀 용기와 여성용 콤팩트의 경우, 특허를 바탕으로 외국 기업들에 납품까지 했다.

윤재의 만두공장과 어묵공장의 생산설비 제작과 유지보수.

그리고 몇 개의 특허에서 나오는 로열티 수입.

이 정도만 갖고도 매년 1억 5천만 원의 연봉과, 연간 1억 수준의 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까지 있으니, 김민기는 제법 복 받은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태화정밀이 가지고 있던 디자인 특허로, 윤재는 어떻게 4천억의 특별이익을 얻게 됐을까?

윤재가 하와이로 휴가를 가기 전의 일이었다.

2007년 8월 4일 윤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빅애플의 CEO 스티브 홉스를 만났다.

빅애플은 윤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소문했고, 워렌 버핀과 빌 게이트와 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8월 4일 만남은 워렌 버핀을 매개로 주선됐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스티브 홉스가 윤재를 초청해야 했던 결정적 이유는, 태화정밀과 윤재가 공동으로 보유한 디자인특허 때문이었다.

윤재는 워렌 버핀과 함께 쿠퍼티노로 향했다.

그곳에 스티브 홉스와 법률담당 부사장이, 윤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우리가 당신의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게 믿기지 않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빅애플이 한국 중소기업의 디자인을 똑같이 따라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네요.”

전생에서 조카에게 주려고 갖고 있던, 하이폰3GS를 갖고 회귀한 윤재.

태화 정밀을 통해 하이폰3GS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특허를 취득했고, 단말기를 외주 제작해 52 Farm의 물류부문에서 이용해 왔던 것이다.

모두 빅애플에게 빅 엿을 먹이기 위해 준비해 온 일이었다.

“빅애플은 글로벌 기업입니다. 맥과 MP3에 대한 마니아들이 많이 있죠. 저 역시 하이팟을 이용하는 유저로서, 빅애플의 빅 팬입니다.”

윤재는 주머니에서 하이팟 클래식을 꺼내 홉스에게 보여줬다.

주머니 속에서 꺼낸 MP3로 프레젠테이션 했던 스티브 홉스를 오마주한 것이다.

홉스를 어르고 달래가면서, 4억 달러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홉스! 생각해 보세요. 천하의 빅애플이 한국의 중소기업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카피 캣 누명을 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카..카..피캣? 끄응.”

고집불통. 다혈질로 대변되는 스티브 홉스.

윤재의 특허가 2세대 하이폰은 물론이고, 1세대 하이폰보다 무려 1년 가까이 특허가 앞선다는 사실에 홉스는 절망했다.

제품 개발이 사실상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고 당하게 생긴 것이다.

끄응 하는 신음소리가 그의 당혹함을 대변했다.

“저는 지루한 소송 전을 원하지 않아요. 세상에 좀 더 의미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죠. 또한 빅애플이 카피캣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역시 보고 싶은 모습이 아니에요.”

어르고 달랜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끄응.”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하이폰3G가, 한국기업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이유로 좌초되는 것 역시 원하지 않습니다. 빅애플이 우리의 디자인 특허를 일괄 인수하는 걸로 합의를 봤으면 합니다.”

부품 업체 선정과 발주. 설계. 디자인. 운영체제 개발.

제품개발에 최소 1년의 사이클이 필요하다.

디자인을 포기해 버리면 제품 개발을 다시 진행해야 했고, 하이테크 제품의 특성상 그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스티브 홉스는 자신이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꼼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특허 일괄 인수 예상금액은?”

“4억 달러입니다.”

“4....4....4억 달러?”

스티브 홉스는 물론, 옆에서 불구경 하듯 지켜보던 워렌 버핀까지 기절초풍할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둥근 모서리의 곡률. 제품 가로세로 크기. 홈 버튼의 위치와 모양까지 똑 같습니다. 그 뿐입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핀치 투 줌 기능. 바운스 백 기능까지 일치하더군요?”

“끄응.”

전생에서 빅애플이 한국의 스마트폰 회사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항목들이었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빅애플은 이 소송으로 1조원 넘는 배상액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솔직히 디자인은 우리 것을 카피했지만, 제품의 성능은 하이폰이 월등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세상을 제패할 수 있는 스마트폰인데, 디자인 특허 때문에 사장돼서는 안 되죠.”

윤재의 밀당에 스티브 홉스는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홉스가 확실하게 꿰뚫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윤재가 천부적인 재능과, 놀라운 인사이트를 갖고 있는 젊은이라는 것이다.

워렌 버핀과 빌 게이트를 통해 귀가 아프도록 들은 얘기이기도 했다.

“그의 인사이트는 인간계의 것이 아니야. 못하는 것이 없는 친구지만, 가장 뛰어난 능력은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인사이트라네!”

워렌 버핀이 스티브 홉스에게 전한 윤재에 대한 총평이었다.

“지난 7년간 그가 보여준 업적은 거의 기적에 가까워. 이미 실리콘 밸리와 한국에서 유명인사가 다 됐더군. 그 친구 얘기라면 믿어도 될 거야!”

빌 게이트 역시 윤재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윤재의 입에서 빅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 것이다.

카피캣 얘기와 4억 달러에 놀라다가도, 윤재가 자신과 빅애플을 띄워주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러니를 느꼈다.

“한때 저는 MS오피스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적이 있어요.”

“그 얘기는 나도 들었소. 솔직히 많이 놀랐지.”

디자인 특허로 채찍질을 했으니, 이제 4억 달러를 슈킹하기 위해 당근을 제시할 차례였다.

천하의 스티브 홉스를 달래고 뺨치는 솜씨에, 모두 넋을 잃고 윤재의 얘기를 경청했다.

“홈 버튼에 지문인식 센서를 부착하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보안을 중요시 여기는 빅애플과 하이폰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겁니다.”

“오! 정말 좋은 생각이군. 우리가 보안을 중요시 하는 걸 어떻게 알았나?”

“MP3 하이팟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빅애플에 관심을 갖게 됐죠.”

(어떻게 알긴 어떻게 알아. 당신과 당신 회사가 전생에서 밥 먹듯이 떠든 얘기니까 알지.)

윤재는 홉스가 좋아할 얘기만 골라 하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모바일 시대에는 앱의 시대가 될 겁니다. 앱 마켓을 만들어 세계의 개발자들이 활약할 공간을 제공해 보세요. 하이폰의 강점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윤재가 앱 마켓 얘기를 하자 스티브 홉스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워렌! 놀랍지 않아요? 이 젊은 친구가 어쩜 내 생각과 이리 비슷한지....”

“홉스 당신이 제 나이에 한 일에 비하면, 세발의 피죠.”

(당신들이 지금 앱 스토어 준비하고 있는 거 다 알아!)

“빅애플 만큼 알리미늄 유니바디를 잘 다듬고, 디자인을 잘 뽑아내는 회사는 드물죠. 하이폰도 알리미늄 유니바디로 만들면 더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을까요?”

윤재의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마치 샘에서 물이 솟는 것처럼 끝없이 아이디어를 얘기했다.

스티브 홉스는 그 때 마다, 무릎을 치거나 박수를 치면서 감탄해 마지않았다.

“검은색 위주의 색상을 탈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흰색. 보라색. 초록색 등 일종의 컬러 마케팅을 할 수 있어요.”

“한국에는 NC디스플레이와 오성전자라는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회사가 있습니다. 하이폰에도 LCD화면을 제공하고 있죠. 프리미엄 스마트 폰인 하이폰에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제격이죠. 망막을 뜻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 어떻습니까? 그럴싸하지 않나요?”

어느새 스티브 홉스는 윤재의 얘기를 냅킨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중 일부는 그가 구상했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기도 했고, 또 어떤 아이어는 그조차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소파에 앉아서 편하게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대화면 기기가 있으면 어떨까요? 하이폰의 태블릿 버전 말이죠? 신제품 카테고리를 개척할 수 있지 않겠어요?”

“어매이징! 이 친구는 정말 내 분신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군! 나도 소파에 앉아서 볼 수 있는 대화면 모바일 기기를 생각했는데!”

“이름도 생각해 봤어요. 하이패드? 괜찮지 않나요?”

“언빌리버블! 정말 고저스한 네이밍이군!”

빅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다루는 몇 안 되는 기업.

윤재는 적당한 선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조언도 들려줬다.

‘4억 달러 슈킹하는데, 이 정도 서비스는 해야지!’

마찬가지로 모두 빅애플이 언젠가는 하는 것들이었다.

스티브 홉스의 리액션이 이어졌음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음성인식 비서 같은 건 어떨까요? 음성으로 각종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비서 같은 존재. 왜 마블의 영화에 보면 나오지 않습니까?”

“어썸 아이디어!”

“라디오나 방송 같은 걸 모바일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어떨까요? 하이팟의 팟과 브로드캐스트의 캐스트를 합쳐, 팟캐스트를 만드는 거죠? 컨텐츠 이용에 혁신적 변화가 될 겁니다.”

“브릴리언트! 유아 지니어스! 퍼펙트!”

마치 학교 선생님에게 특훈을 받는 학생처럼, 스티브 홉스는 윤재의 얘기를 경청했다.

대략 60분가량 윤재는 미친 듯이 아이디어를 쏟아 냈다.

60분의 핵 이빨 시전이 끝났을 때, 워레 버핀에 이어 스티브 홉스도 윤재의 광신도가 돼 있었다.

윤재는 길고긴 세미나를 끝낸 뒤 본론을 꺼냈다.

“어떻습니까? 이정도 아이디어 제공에, 디자인 특허권까지 패키지로 4억 달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겠죠?”

스티브 홉스가 미친 듯이 웃었다.

“내 살다 살다 이런 천재는 처음이군. 4억 달러라고 했나? 아주 비싼 점심 값이 되겠군!”

그가 윤재의 제안을 사실상 수용한 순간이었다.

스티브 홉스는 위대한 창작자는 남의 아이디어를 훔친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윤재야 말로 홉스가 말한 ‘위대한 창작자’였다.

전생에서 빅애플에게서 훔친 아이디어로, 스티브 홉스에게서 무려 4억 달러를 슈킹하는데 성공했으니까!

◈          ◈          ◈

자신의 혼다 시빅을 타고 쿠퍼티노 본사로 돌아가는 스티브 홉스.

법무담당 부사장이 조신하게 옆에 앉아 있었다.

“디자인 특허 침해 대가로 4억 달러나 지급하게 됐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단 말이야!”

“?”

“자네도 그 친구의 갖가지 아이디어를 듣지 않았나? 아직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내용들인데,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얘기하더군.”

“보스. 그 젊은 친구는 디자인 특허로 우리에게 4억 달러나 뜯어내려는 도둑놈입니다. 객관적으로 좀 보셔야 하지 않나요?”

“하핫! 자네야 말로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 김윤재 그 친구가 소송을 걸었다고 생각해 보게. 아마 우리의 정량적 피해와, 정성적 피해를 합치면 4억 달러가 아니라 40억 달러로도 부족할 걸세.”

“....”

법률담당 부사장은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윤재가 갖고 있는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건 명백한 팩트였고, 소송전이 시작되면 천문학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얘기는, 자신이 홉스에게 했던 얘기였다.

“참 묘한 일이야! 4억 달러 뜯긴 것보다, 김윤재 그 친구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만들 수 있단 생각에 설래다니....”

“좋기도 하겠네요.”

“하핫! 밝은 측면을 보라구. 어차피 소송가면 우리가 질 거라면서? 아까 김윤재 그 친구 얘기 듣다가 번쩍 떠오른 영감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겠나?”

“보스!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군요?”

“김윤재 그 친구가 말한 태블릿 말이야. 하이패드! 기막힌 이름이지 않나? 돌아가는 대로 당장 사업화를 추진해야겠어.”

“아예 그 친구를 스카웃하거나, 그의 회사를 인수해 버리지 그랬습니까?”

“그럴걸 그랬나?”

스티브 홉스는 그런 식으로, 호구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이미 조를 훨씬 뛰어 넘은 돈을 번 윤재.

디자인 특허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다.

한국과 우리 기업을 괴롭힌 사람들을 응징하면서 돈도 벌고! 그 돈을 종자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

윤재가 디자인 특허를 취득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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