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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89화 (89/155)

89. 희생.

89. 희생.

“아크!”

아미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방금 아크가 절규하는 목소리를 들은듯해서 그런 것이다.

“아미 누나....... 울어?”

제온이 아미를 보았을 때 아미의 두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 왜 이렇지? 갑자기 왜 이리 슬프지?”

아미는 자신에게 드리워지는 슬픈 감정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누나 무서운 기분이 들어......”

그와 동시에 갑자기 제온과 다른 아다파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본래는 감정이 왜곡되어있는 아다파들이었지만 자신들의 포식자인 마르둑과의 만남으로 공포라는 감정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아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주체 못 할 슬픔이 와도 아이들 앞에선 괜찮은척했다. 자신이 불안해하면 아이들은 더욱 불안해하기에.

그러나 아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미는 제온을 살짝 이끌고 말한다.

“제온, 내가 잠시 밖의 상황을 보고 올게. 잠시만 아이들을 맡아주겠니?”

제온은 아미가 나가지 않았으면 했지만 씩씩하게 말하였다.

“응! 누나 내가 잘 돌볼게.”

“그래 우리 제온. 착하기도 하지.”

아미는 그리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입구로 향한다.

‘아크.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제발 무사히 있어 줘.’

※ ※ ※

“크아악!”

아크의 기운이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쾅!

카캉!

란데르그와 드라이가 란셀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뒤에서 아크의 기운이 탁해지고 있어서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카셀은 마법 식을 이용해 아크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주군!”

덥석!

아크가 카셀의 멱살을 쥐고는 날려버렸다.

콰앙!

벽에 처박히는 카셀, 카셀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크아악!”

탁한 기운이 아크에게로 모이더니 이내는 아크의 외형까지 변하였다.

끼기긱!

잘린 왼팔에는 뼈가 생성되어 팔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뼈는 아니었다. 흡사 용의 뼈를 인간 크기로 맞춰놓은 듯하였다.

그리고 이마에는 뿔이 돋아났고 등에는 주작의 날개 대신 뼈만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등 주위에 생성되었다.

“?!”

드라이와 란데르그는 란셀과 거리를 벌린 채 아크의 변화에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저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호오~”

란셀 또한 아크의 변화에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보았다.

“란셀!”

아크는 처절하게 란셀의 이름을 부르고 일어섰다.

란셀을 죽일 듯이 바라보는 아크의 눈은 흰자위는 검게 변하였고 눈동자는 붉게 변했다.

“저건!”

드라이와 란데르그는 생각했다. 지금 아크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흡사 수라와 같았다.

“크크큭, 그렇게 나와야지 예언의 아이. 이제 너와 나는 동등한 아픔을 아는 자다.”

-닥쳐!

아크의 목소리는 이미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팟!

등에 있는 날개를 이용해 빠르게 란셀에게 다가가는 아크.

쾅!

란셀이 거대한 낫을 들어 방어한다. 란셀의 주변의 바닥은 큰 균열을 일으키며 부서져 가는데.

콰카카!

아크가 란셀의 낫에 부딪힌 채로 크리드에 오라를 부여한다.

후우웅!

화르르!

아크가 짜내는 오라는 골드 오라도 일반 오라도 아닌 검붉은 색의 다크 오라였다.

콰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아크와 란셀.

“크크큭, 한 번에 나도 손대지 않은 수라의 힘으로 타락한 것이냐! 크크큭.”

란셀이 뭐라고 지껄이던 아크는 다음 공격을 준비하였다.

“봐라! 이게 바로 진정한 아르드리이다.”

란셀이 그리 말하고는 자신의 낫에 오라를 부여한다,

화르르!

처음에는 붉은 불꽃이 일더니.

-?!

이내는 그 불꽃이 푸른색으로 더욱 장렬하고 화려하게 타올랐다.

“이것이 바로 브란티아 대륙에서 전해지는 힘. 속성 석을 극으로 깨우친 자의 힘이다. 수라의 힘에 의지한 그 순간부터 너는 아르드리로써 실격이다. 예언의 아이!”

푸른색 불꽃은 붉은색 불꽃보다 오라의 농도며 온도가 차원이 달랐다.

-크아악!

아크는 란셀의 말에 괴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아크는 새로 생긴 흉측한 왼팔에 다크 오라를 부여하여 붕권을 날렸다.

후아앙

파아앗!

란셀은 자신의 낫에 맺힌 푸른색 불꽃을 타이밍에 맞춰 날라 오는 마기 덩어리를 가격했다.

콰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상쇄된 두 힘!

그러나 아크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콰앙!

그 이후로도 아크와 란셀은 이리저리 뒤 섞이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아크의 패왕의 갑옷은 군데군데 부서지기 시작했고 란셀 또한 몸 곳곳에 상처가 늘어났다. 지금 두 사람은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확실히 처절하게 죽이고자 싸우는 것이다.

“크하하하! 즐겁구나! 예언의 아이!”

란셀은 광소를 지었고.

-닥쳐! 닥쳐! 닥쳐!

아크는 불완전한 정신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때!

“......아크?”

아미가 도착하였다.

“?! 아미, 도망치시오!”

란데르그와 드라이가 소리쳤고.

-아미?!

아크가 뒤돌아봤으며.

“크하하하! 예언의 아이의 다른 여자를 죽이면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구나!”

란셀을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야수처럼 발광했다.

아크는 순간 기운을 최대한으로 올려서 란셀을 저지했다.

“음?!”

란셀은 아크의 갑작스러운 기운에 놀라며 자신의 낫으로 반격했다.

콰카카카!

대기가 떨렸고.

콰아아앙!

폭음이 그 공간을 지배했다.

폭발에 의한 먼지가 휘날렸고.

잠시 후.

심각한 상처를 입은 란셀이 보였다.

“쿨럭, 쿨럭, 크크큭, 대단하구나. 예언의 아이. 일단은 돌아가지만 멀리서 망가지며 죽어가는 너의 소식을 들을 수 있겠지. 크크큭, 이로써 예언은 틀렸다.”

란셀은 기분 나쁘게 웃으며 하나에 수천 골드나 한다는 귀환주문서를 꺼내 도망간다.

팟!

드라이와 란데르그는 아미와 아크를 찾았다.

“주군!”

“아미! 어디에 있는 것이오!”

바람이 불고 완전히 시야가 확보되자 보이는 아미와 아크.

아크는 몸 군데군데 상처가 없는 곳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몸이 괴사하기 시작하였다. 기운을 너무 한계까지 끌어 올려서 리바운드가 일어나는 것이다.

드라이와 란데르그가 곁에 왔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크......”

아미는 혹시나 몰라서 사용법을 알고 있던 치우 천왕의 반지의 힘을 사용한다.

파아앗!

‘이걸로 한번은 나의 틸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아미는 목숨을 건 도박을 한다.

※ ※ ※

짹. 짹. 짹.

아침에 새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으~음.”

붉은 머리의 청년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눈을 뜬다.

“?!”

그리곤 벌떡 일어나는데.

“어떻게 된 거지?”

아크였다. 분명 자신이 죽었을 거로 생각한 아크는 자신의 몸부터 확인한다. 상처는 없었고 왼팔은....... 정상적으로 붙어있었다.

아크는 설마 모든 게 꿈이었나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이 있는 방은 카다른의 침소였다. 그리고 창문 밖을 보니 성안이 엉망이 되어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꿈은........아니야. 그럼 유이는!”

아크는 머리가 아파지면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자신이 사랑한 여인이 죽은 것이다. 깊은 슬픔을 느꼈지만, 예전과 같이 탁한 기운이 안 모였다.

‘어찌 된 것이지?’

아크는 자신의 변화에 의아함을 느꼈다.

“주군! 정신 차리셨습니까!”

갑자기 문으로 들어오는 두 남자 자세히 보니 란데르그와 드라이였다. 문밖을 보니 담요가 있는 거로 봐선 문밖에서 아크가 깨어나길 밤새 기다렸나 보다.

“란데르그, 드라이....... 무사했구나.”

란데르그와 드라이는 밝게 웃으며 아크에게 인사한다.

“큰일 나는 줄 알았소이다. 주군.”

넉살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란데르그. 아크 또한 억지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을 마주한다.

“유이는 죽은 것이지?”

란데르그와 드라이는 뜸을 들이다가 말한다.

“......네 주군.”

아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자신이 무사히 살아난 것처럼 유이가 그랬으면 좋았느냐만. 현실은 잔인하리만치 냉혹했다.

아크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나는 어찌 이리 무사히 살아 있는 거지......?”

그리고 떠오르는 아크의 마지막 기억.

“아미는! 아미는 어디에 있지?”

“그게 말이오. 주군. 사실은......”

란데르그의 말에 따르면 아크는 이미 재기불능으로 몸이 망가졌었다.

그러나 아미가 치우 천왕의 반지의 힘과 아미 자신의 틸을 사용하여 아크의 육체의 시간을 정상적일 때로 돌렸으며 암룡의 기운을 일시적으로 완벽히 봉인한 것이다. 그리고 아미는.......

탓! 타 탓!

아크는 제정신이 아닌 채로 카다른 궁전의 복도를 지나 아미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콰앙!

문을 벌컥 열고 아크의 두 눈에 보이는 것은 혼수상태에 있는 아미와 그런 아미를 깨어나게 하기 위해 아미의 상태를 살피는 카셀이었다.

“카셀......”

아크는 불현듯 카셀의 형인 란셀을 떠올라서 살기가 일어났으나 곧 거두었다.

“주군......”

카셀은 큰 죄를 지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아미가 무사히 깨어날 수 있겠는가.”

“앞으로의 상태를 봐야겠지만 엔키가 남긴 기록을 살펴보면 해답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

아크는 최대한 희망적인 마음을 가졌다.

“잠시 나가 주겠는가. 아미와 단둘이 있고 싶으니.”

“예, 주군.”

카셀은 그리 말하고 나가려고했다. 아크와 카셀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 아크가 말하였다.

“너의 죄는 없으니 죄인처럼 굴지 말아라. 너는 이미 내 사람이다.”

아크의 그 말에 카셀은 눈물을 흘렸다. 카셀도 아크만큼은 아니지만,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예, 주군.”

카셀이 나가자 아크는 아미의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한다.

“제발 제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라면 제발 들어주세요. 아미마저 잃을 순 없습니다.”

아크는 한동안 그리 계속 기도하였다.

※ ※ ※

그날 저녁.

죽은 사람들을 위해 합동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중에는 유이의 장례식도 거행되었다.

“흑, 흑, 흐윽.”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자들은 안타까워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그 추모하는 행렬은 끝을 안 나 보였다.

“크아악!”

어떠한 자들은 소중한 것을 지켜내지 못한 한을 소리를 지름으로써 표출했다.

제노 또한 그러한 자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이 지켜내지 못한 자신의 무력함으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서이다.

한편 카다른 수비군은 란셀의 부상으로 전선의 긴장이 풀어져서 돌아왔다. 어떠한 이들은 소중한 사람이 무사함에 감사했고 어떤 이들은 위로와 슬픔을 느꼈다.

렌 사부는 제노와 아크를 위로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주의로 란셀이 자신의 진영을 통과하여 카다른으로 왔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을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군부대도 아닌 한 명을 잡을 순 없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슬퍼하며 죽은 사람들을 보내주었다.

※ ※ ※

며칠 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에 감사하며 지냈다. 도시를 복구하는 일에도 참여하는 자들도 있었고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도 참여하는 자들도 있고 그들 모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다.

그리고 곧 있으면 다시 한번 거리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것이다.

아크는 크리에게 수련을 받는다. 명상하며 마음속의 분노를 조절하는 훈련이었다.

바로 태극사신무의 바른 힘. 황룡의 기운을 쓰기 위해서였다.

‘내가 폭주하지만 않았으면 아미는 무사했을 거야. 만약 폭주했을 때 아미가 없었다면 지금쯤......’

자폭하는 마음이 아닌 진실로 감사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아크는 그러한 생각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기운의 성취가 날이 갈수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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