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90화 (90/155)

90. 살아남은 자의 책임.

90. 살아남은 자의 책임.

아크는 이제 어렴풋이 황룡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황룡의 기운은 토(土)속성의 기운. 아크는 대지의 기운을 느끼기에 이른다.

낮에는 양기의 기운 받아 크리에게 수련과 명상을 하였고 밤에는 파괴된 패왕의 갑옷 수리를 하였다.

아크는 딘 가르드에게 연락하여 그동안의 일인 엔키의 일과 카다른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패왕의 갑옷의 자료를 요청했다.

딘 가르드 측은 카다른에 있었던 일은 유감이라고 전하고 패왕의 갑옷에 대한 자료를 넘겨주었다. 엔릴은 따로 아미의 일에 대해 궁금하다고 연락이 날아왔고 아크는 아미의 일에 대해 말하였다. 이에 엔릴은 큰 근심에 빠졌었다고 전해졌다.

아크는 밤마다 그 자료들을 뒤지고 딘 가르드에서 자료와 함께 보내온 다른 성법기들을 분석하며 패왕의 갑옷을 수리했다.

패왕의 갑옷의 주재료는 예전 딘 가르드에서 받은 오리하르콘의 광석이었다. 마침 충분히 있어서 패왕의 갑옷을 아크 스타일대로 고칠 수가 있었다.

“마나 회로를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하면.”

그 외에도 업무를 보는 아크는 그렇게 자신 또한 담금질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슬픔에 잡아먹힐까 봐.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

“완성이다!”

아크는 오래간만에 즐거움을 느낀다.

기존 패왕의 갑옷보다 후대의 성법기 중에서 좋은 점만 넣어 만든 아크만의 패왕의 갑옷이 완성되었다. 적이 양기를 가졌을 때 패왕 모드가 발동하지 않는 현상도 잡아내어 축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크가 황룡의 기운을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되어 패왕의 갑옷에 그 기운을 넣었다.

“잘했어! 아크.”

크리는 실체화를 하여 아크에게 축하해주었다.

“장착.”

촤르륵, 촤르륵.

아크가 장착이라고 말하자 평상시엔 구체 모양이었다가 특유의 금속음을 내며 아크를 감쌌다. 플레이트 아머모양의 갑옷 세트 형태로 말이다.

“음~ 좋아."

크리가 질문했다.

“외형은 그대로네.”

“응! 크리. 패왕의 갑옷은 그 갑옷을 입는 자가 가장 선호하는 갑옷 형태로 변화해.”

“훗, 그렇군. 그래서 다른 카다른의 기사단 갑옷이랑 색깔이며 완전히 같지 않지만 대충 느낌이 비슷한 거였군. 너의 취향대로 말이야.”

“하지만 내구성이라든지 성능은 더욱 좋아졌지.”

아크는 즐거워하며 말한다.

‘완전 대장장이이로군. 전쟁이 끝나면 평화로운 시골에서 대장장이라도 하면 좋았을 것을.’

크리는 언제부터인가 아크가 천왕의 길이 아니라 좀 평범하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만큼 아크가 여기까지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기에.

하지만 아크의 운명과 책임이 그것을 도와주지 않았다.

“좋아. 아크. 그럼 방어구는 완성이 되었고. 이제 너의 기운을 쉽게 담을 수 있는 무기를 만들자.”

“어?! 크리드로는 안 되는 거야?”

크리가 친절히 설명해준다.

“크리드는 전에도 말했지만, 나의 본체인 치우 천왕이 만들어낸 마지막 무기이지. 그래서 미완성이야. 다른 무기도 그렇겠지만. 지금 크리드에 황룡의 기운을 불어넣는다면 어떤 오류가 나는지 몰라. 심하면 크리드안에 있는 마법 회로들이 고장 날 수도 있어.”

아크는 하마터면 어제 크리드에 새로이 습득한 황룡의 기운을 불어넣을 뻔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럼 카다른 성의 가장 은밀한 곳에 가자. 이곳에 아무도 없다고 해도 혹시 모르니 말이야.”

“알겠어. 크리.”

아크는 그리 말하고 짐을 챙겨 카다른 궁전에서 가장 은밀하고 실험할 수 있는 넓은 장소인 영주전용 수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밀폐된 공간이어서 누군가가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평상시의 여기는 아르드리들이 친선 경기를 하는 곳이었다.

“좋아 여기가 좋겠네. 아크. 크리드를 꺼내 그리고 오리하르콘들도.”

“알겠어. 압축해제 크리드.”

아크는 크리드와 아공간에서 오리하르콘들을 꺼내었다.

“이제 크리드에 황룡의 기운을 넣어봐.”

“?!”

아크는 놀란다. 조금 전에는 크리드에 황룡의 기운을 넣으면 안 된다고 말해놓고선 지금엔 넣으란다. 아크가 이에 대해서 따지자 크리는 대답한다.

“첩자가 보고 들을 수가 있어서 그랬어. 이 무기가 네 비장의 무기야 아크. 그러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해.”

아크는 크리의 깊은 생각에 감탄한다.

“좋아, 그럼.”

아크는 그리 말하고는 크리드에 황룡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러자 크리드가 약간의 진동을 내더니 이내 빛을 뿜어낸다.

화아악.

눈이 부신 빛과 함께 나타난 크리드의 본래의 모습은.

“어? 손잡이와 가드만 있잖아.”

그랬다. 손잡이는 붉은색이 강렬했고 폼멜은 왕관 모양에 가드는 황금색 날개가 크게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검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없었다.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게 너의 숙제이다.”

“뭐야? 거의 안 만들었잖아. 그리고 설계도는 그것도 없이 어떻게?”

“황룡의 기운이 담긴 무기를 만들 때는 다른 방법이 있지. 패왕의 갑옷을 만들 때는 이미 만들어진 것에 보강하는 위주이니 일반적인 방법이 되지만 크리드의 진정한 이름 신살자(神殺者)를 만들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필요하지.”

“신살자....... 갓 슬레이어? 이름 참 거창하네.”

“후후후, 그것이 치우 천왕이 생애 마지막으로 구상한 무기이지.”

아크는 내키지 않았다.

“신족들은 우리 편읜데 갓 슬레이어라니 좀 그렇다.”

“너는 인간이야.”

“?!”

“언제까지나 천계와 인간이 같은 편이라고 누가 보장해줘? 기준은 언제나 변한다. 그리고 지금 인간이라는 종족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과연 수라일까?”

아크는 무언가를 머리에 가격당한 기분이었다.

“신 급인 데바나 인간이 잘못된 길을 갔을 때,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다른 데바와 인간이야 그건 너도 잘 알잖아. 그리고 지금 가장 큰 적은 경지가 신 급이자 데바인 란셀이고 그리고 너는 예언대로라면 부활하는 큰 신인 엔주를 쓰러뜨려야 해. 나는 나의 본체인 치우 천왕이 구상했지만, 이 무기에 너만큼 어울리는 자는 없을 거라고 본다.”

아크는 깨달음을 얻고 진지한 태도로 크리에게 말한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주십시오. 치우 천왕의 파편이시여.”

크리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고. 아크에게 갓 슬레이어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 ※ ※

제노는 고심에 빠졌다. 올해 들어 아크를 만나고 갓 마스터에 입문한 아크에게 자신이 결투에서 져서 그 충격으로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그리고 렌 사부가 이그나이트 공작 성으로 왔을 때. 그랜드 마스터의 길을 얻었다. 새로운 검술과 함께.

그렇게 노력하여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고 이그나이트 가문의 비기 프로미넌스를 제노. 자신에게 맞게 활용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최강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아다파라는 인조 인간에게 졌고 부상 중이긴 했지만 란셀이라는 침략자에게 져서 자신의 친척인 유이까지 잃었다.

지금의 제노는 자기혐오만이 가득했다.

“제노......”

멀리서 렌 사부는 제자이기도 한 제노의 심리적 변화에 걱정스러웠다.

“우윽!”

제노는 음식을 먹지도 못했다. 육체적인 상처는 거의 아물었지만, 정신적인 상처로 인해 그런 것이다.

“드셔야 합니다.”

시녀가 제노에게 억지로라도 먹이라고 한다.

“제가 하지요. 아가씨는 잠시 다른 일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렌 사부가 와서 시녀에게 접시와 숟가락을 받아 제노의 침상에 앉는다.

“렌 사부님.”

제노가 퀭한 눈으로 렌 사부를 본다.

“왜 그러느냐.”

제노는 렌 사부를 보자 속에 있던 생각을 말한다.

“저는....... 제가 왜 살아있는지....... 죄를 짓는 것 같습니다.”

“살아 있는 게 왜 죄를 짓는 것 같으냐. 사는 것이 곧 축복이거늘.”

“유이와 그 희생자들은 그 축복도 못 누립니다.”

“그게 너의 탓으로 생각되느냐.”

“제가 힘이 더 있었더라면.”

“흐음, 힘이 곧, 다가 아니니라. 그리고 모든 걸 지킬 순 없다. 하지만 그 책임을 올바르게 지는 법을 알아야겠구나.”

“네? 책임이요?”

“그래 먼저 간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을 위한 책임 말이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5년 전 아크의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네 사부님.”

제노는 렌 사부의 아크가 5년 전 어렸을 때 겪은 제레인트 마을의 참사로 이야기를 열었다. 이 이야기로 제노가 사람 남은 사람이 해야 할 책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 ※ ※

파파팟!

카다른 인근의 숲속 그곳에서 두 명의 그림자가 어지러이 섞인다.

탓!

피융! 피융!

챙! 채캉!

활이 시위를 날아가는 소리와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간다!”

“오시오!”

후우웅!

파아앗!

마나가 들끓더니 이내 오라가 생성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빛나는 백록색의 오라. 빛의 속성 석의 오라였다.

“흐읍!”

슈웅!

백록색의 오라가 비치는 미늘창이 손을 떠나 상대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상대는 화살에 투명한 예기. 바람의 오라를 감아 날렸다.

투웅!

쾅! 콰카캉!

오라가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격돌한 곳에서 힘의 파동이 일어났다.

후우웅!

채캉!

그 충격의 반동으로 미늘창이 저 멀리 날아갔다.

“힘 조절 안 할래? 란데르그!”

“거참! 무기 좀 바꾸시오! 드라이.”

그렇다. 서로 결투를 벌이던 자들은 아크의 수호자인 드라이와 란데르그였다. 그들은 란셀과의 전투와 아크의 실력으로 볼 때 ‘자신들은 수호자로썬 실격이다.’라고 생각하여 자기들 나름대로 수련하고 있었다.

란데르그는 그랜드 마스터였으나 활을 쓰는 그랜드 마스터의 기록은 거의 없다시피 하여 활용법을 잘 몰랐고 드라이는 마스터였지만 성령 감응을 하면 어지간한 그랜드 마스터 급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제대로 된 스승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휴우~ 주군에게 도와 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오.”

‘다른 방법으로 그 여자한테 가야 하나?’

란데르그는 수련을 함으로써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란데르그, 생각은 그만하고, 내 무기나 찾으러 가자.”

“알겠소이다.”

터벅터벅 근심과 걱정이 많은 그들은 힘없이 걸었다.

“주군이 그래도 열심히 하기에 다행이야.”

“그렇소이다. 폐인이 안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구려.”

그렇게 말을 하며 걸었을 때 어떤 하얀 로브를 입은 자가 드라이의 미늘창을 들고 있었다.

“?!”

“이보시오 괜찮소이까?”

드라이와 란데르그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있어서 하마터면 다치게 했을까 봐 놀랐다.

그러자 하얀 로브를 입은 자는 말한다.

“이 하얀 창이 그대의 것이오?”

하얀 로브를 입은 자는 언제 꺼냈는지 아름다운 창을 가지고 있었다. 무척이나 탐나는 창이었다.

“아닙니다. 거기 낡은 미늘창이 제겁니다.”

“하하하! 솔직하기도 하셔라.”

호탕하게 웃는 하얀 로브를 입은 수상한 자였다.

‘? 이것은 소인이 어렸을 때 읽어본 동화랑 비슷한데.’

란데르그가 그리 생각했을 때 그자가 말한다.

“이 창이 탐나지 않으신가?”

드라이는 솔직히 탐이 났지만 남의 것이기도 하고 자신은 미늘창이 잘 맞았다.

“죄송하지만. 저는 미늘창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습니다.”

“호오~ 이 창은 사용자에 따라 모습이 바뀝니다. 무게는 가볍습니다.”

꿀꺽!

드라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욕심이 났다.

“정말입니까? 그럼 잠시 만져 봐도 될는지요?”

“물론이오.”

드라이가 그 하얀 창을 잡자 창이 움직였다.

착, 착, 촤르륵.

철컹, 철컹.

창의 모습이 점점 미늘창으로 변하였다. 무게는 나무 작대기 하나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드라이와 란데르그가 동시에 소리쳤다.

“성법기?!”

“성법기이오?!”

“그렇습니다. 어때요? 놀랍지 않습니까?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구하기 어렵다는 성법기입니다.”

“이걸 저에게 보여주신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하얀 로브를 입은 자는 말한다.

“이 성법기를 가진다면 무얼 하고 싶으신가요?”

드라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한다. 왜인지 그래야 할 것 같았기에.

“주군을....... 아니 친구를 도와주고 싶습니다. 제가 예전에 너무 많이 받기만 해서 이제는 제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 친구가 매우 힘들어서 제가 꼭 필요합니다.”

“허허허, 그것참 멋진 우정이군요. 그럼 그거 가지세요.”

“?!”

“?!”

드라이와 란데르그는 놀란다. 성법기를 그냥 가지라니? 미친 자인가?

“그 성법기는 거짓말을 한 자는 들 수가 없답니다. 그 말이 진실이기에 그 성법기 ‘루의 창’을 가질 자격이 있는 법.”

“!”

“당신은 누구십니까?”

란데르그는 눈치를 챘고 드라이는 확인하고자 한다.

“빛의 디아우스 루 라바다의 심부름꾼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아 참! 거기 란데르그.”

“네....... 넵!”

“그대에게 루 님의 전언이 있으십니다.[그대는 이미 활로썬 이미 높은 경지이다. 그보다 높은 경지로 가고 싶다면 자신의 두 군데 뿌리를 찾아가라.]입니다.”

“그럼 저는 진짜로 이만.”

그리고 빛이 되어 사라지는 심부름꾼.

남아있는 란데르그와 드라이는 어안이 벙벙하다.

“진짜 심부름꾼일까?”

“아니오. 머리카락 색이 은백색이오, 그리고 눈에는 푸른색 고글을 썼소이다. 루 님이오.”

드라이는 평생 자기가 믿은 신을 실제로 직접 만난 것이다. 란데르그 또한 기연으로 새로운 방법을 만난 것이다. 오늘 재수가 좋은 둘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