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소중한사람을 잃는다는 것.
88. 소중한사람을 잃는다는 것.
아크와 일행들은 이 많은 인원을 데리고 한꺼번에 날 수 없으니 지하 이동 요새 에리두를 이용하기로 한다. 몇몇 아다파들이 에리두의 조작방법을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땅굴을 깊이 파서 카다른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이 에리두는 잘 사용하면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미와 란데르그, 드라이는 제온과 아다파들에게 이 세상에 기본적인 상식을 가르쳐주었고 카셀은 남아있는 엔키의 연구 자료와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였다.
한편 아크는 명상하며 크리와 아크의 몸에 일어난 이상한 기운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탁한 기운이 내 몸에서 진동하고 이상한 목소리가 내 마음속에서 울렸어.”
-아크. 그게 바로 암룡의 기운이야. 태극사신무의 기운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기운이지.
“암룡?”
-그래 태극사신무는 환웅 천왕이 창조주 안이라고 불린 우주의 법칙에서 찾아낸 힘이지, 우주의 법칙에선 선과 악이 없듯이 수라와 인간을 딱히 가르지 않아. 쉽게 말하자면 태극사신무에 있는 수라의 기운이지.
아크는 명상 중에 움찔거린다.
-집중!
“그렇다면 내가 수라의 기운인 마기를 쓴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암룡의 기운에 대해서 말 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태극사신무를 익힌 천왕들 중에선 암룡의 기운에 잠식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의 본체인 치우 천왕도 마찬가지로 말이지. 괜히 말했다간 태극사신무의 기운을 쓸 때 방해될 것 같아서 말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그 기운에 잠식당하고 있다는 말이야?”
-그래 내가 봤을 때 너는 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너무 아껴. 그동안 암룡의 기운이 나타나는 것은 네가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아 분노했을 때야. 예전 너의 부모님을 잃게 한 원흉을 알았을 때 그때도 분노가 속삭이는 느낌을 받았지?
아크는 예전의 일을 생각하고 기억해냈다.
“응. 그랬던 것 같아.”
-그리고 완전히 암룡에게 잠식은 안 됐지만 거의 그럴 뻔했을 때는 이번에 아미를 잃어버릴 뻔했을 때야. 그렇지. 아크.
아크 또한 그리 생각했다.
-암룡의 기운이 나오는 것은 역대 천왕들도 이유가 가지각색이었어. 하지만 너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그러한 것 같아. 아미를 되찾았을 때는 바로 암룡의 기운이 사라졌잖아.
“그랬지.”
-암룡의 기운은 태극사신무의 극의인 황룡의 기운이 잘못 변질하여 표출될 때 나오는 기운이야. 지금 아크 너의 태극사신무의 힘은 이제 극의에 도달하고 있어. 이제 카다른에 도착하면 황룡의 기운을 쓸 수 있게 수련을 해야 해.
아크 또한 위험한 힘을 계속 쓸 순 없었다. 비록 그 힘이 치명적으로 강하고 매력적이라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라의 힘을 쓴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크는 몇 분간 더 기운을 갈무리하고 일어난다.
“후우~”
-지금의 기분은 어때?
“상쾌해 크리. 확실히 이제는 힘을 잘 조절할 수 있어.”
아크는 그리 말하고는 엔키가 메긴을 이용해 만든 방으로 향하였다.
저벅저벅
아크는 엔키를 더욱더 고통 속에 두고 싶었지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이제 진정된 김에 아크의 메긴을 이용한 정신공격을 풀어주려 한다.
그러나
“?!”
-이게 무슨!
아크와 크리는 깜짝 놀란다. 분명 엔키의 방은 메긴을 고도로 활용하여 들어올 수 있는 방인데.
지금 엔키의 모습은 머리가 잘리고 몸통만이 있었다.
“침입자?!”
아크는 황급히 밖으로 나가서 동료들에게 침입자가 있다고 말하고는 에리두를 수색하였다.
그러나 에리두에는 어떠한 흔적도 없었고 다만 아크가 부신 입구에 여분의 예비 문을 달았는데 그곳에 고열의 불에 녹은 흔적만이 있을 뿐이었다.
※ ※ ※
침입자로 인한 한바탕 소동이 진정되었을 무렵 아크 일행과 아다파들이 탄 에리두는 카다른에 거의 도달하였다.
카셀이 엔키의 연구 자료와 이동 요새 에리두를 조사하여 마도 공학으로 만들어진 몇 가지의 기계들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주군. 이 장치를 사용한다면 밖의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카셀이 아크에게 설명한다.
“그것참 신기한 장치로군. 망원경 같지는 않은데.”
아크는 이 신기한 유리가 있는 장치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이에 카셀이 설명한다.
“밖의 상황을 실제로 본 것처럼은 못 보지만 대략적인 밖의 상황을 주변의 마나를 이용한 표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로 들어 주변에 어떠한 기운을 가진 자들이 있는 것을 보는 것이죠. 아! 참고로 이 유리는 모니터라는 것입니다.”
“?!”
카셀을 제외한 아크 일행은 놀란다. 그런 것이 있다면 정탐할 때 굉장히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아다파들을 통해 알아낸 바로는 이 요새 에리두는 무(MU)라고 불린 고대 비행선 중 하나입니다. 하늘을 날 수도 있다는 말이죠.”
“정말입니까?”
드라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이 요새를 잘 조사하면 획기적인 물건들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무려 고대의 대홍수 전의 물건이니까요.”
지금의 비행정은 배 모양의 모습으로 하늘을 간신히 날아오르긴 하지만 이 무 또는 ‘쉠’이라고 불린 고대의 비행정은 하늘을 날고 공중에서 무서운 무기로 폭격을 가할 수도 있는 고대의 병기였다.
카셀이 또 다른 기록을 찾아낸 것은 대홍수를 일으킨 존재는 창조주 안이 아니라 엔릴과 큰 신들이라는 존재들이었다. (아크와 아미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 당시에 인간들의 죄가 크다고 했지만, 사실은 고도로 발달한 인류문명을 초기화하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그만큼 고대의 물건은 엄청난 기술력이 있는 것이었다.
아크 일행이 놀라는 중에 카셀이 말했다.
“그럼 주군. 이제 카다른도 다 와 가니 한번 보시겠습니까?”
카셀은 처음에 말했던 모니터라는 유리로 만든 기계장치로 아크를 불렀다.
아크는 기대하며 그 모니터를 봤다.
팟! 파앗!
모니터가 빛나더니 이내 모형으로 이루어진 영상이 비쳤다. 카다른의 성벽이 표시되었다.
그런데.
점점 카다른의 성벽에 붉은 반점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의문점을 품은 아크가 카셀에게 묻는다.
“카셀 이 붉은 반점은 뭐지?”
“음? 이건 그러니까 어?! 불입니다. 불을 나타낸 표식입니다.”
카셀이 당황하며 말한다.
“뭐?!”
아크와 다른 일행들도 당황하였다. 카다른 성벽에 불이라니 그건 어떠한 세력이 침범했다는 뜻이었다.
“당장 에리두의 속력을 높여라! 카다른으로 바로 간다!”
아크가 카셀에게 명령했다.
카셀 또한 이 상황에 당황했지만, 곧 냉철하게 상황을 이해했다.
“넵, 주군.”
카셀은 에리두를 조종하기 시작했고 아크는 다른 동료들에게 말했다.
“모두 도착하면 바로 전투를 할 수 있게 준비해라.”
“옙! 주군.”
드라이와 란데르그는 그리 말하고 전투 준비를 했다. 아크 또한 크리드를 꺼내고 기운을 조절했다.
-아크 너무 흥분하면 안 돼 알겠지?
크리의 조언을 들으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아크였다.
“아미. 너는 이 아이들과 같이 있어.”
“알겠어. 아크.”
아미는 순순히 아크의 말을 따른다.
그러한 와중에 카셀은 모니터를 보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모니터에는 강력한 기운이 수치로 표시된 하나의 표식이 있어. 이건 이그나이트 공작의 표식인가?’
카셀은 아크와 동료들이 걱정할까 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왜인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 ※ ※
이윽고 도달한 에리두 아크와 동료들은 바로 에리두에서 내리고 카다른으로 향한다.
아크와 동료들에 비친 카다른은 불꽃에 휩싸인 채 타고 있었다.
“어서 가자!”
“넵!”
아크는 주작의 힘을 사용해 동료들을 데리고 바로 카다른의 궁전으로 향하였다.
파아앗!
슈우웅!
성에 도착한 아크 일행.
“어서 빨리 움직여라! 어?! 주군!”
수하들을 재촉하던 경비 부대장이 아크를 발견했다.
“무슨 일인가!”
아크는 그 경비 부대장에게 상황설명을 요구했다.
“정말 주군입니까? 흐흐흑, 다행입니다. 이제라도 오셔서. 저희는 이제 살았습니다.”
아크를 보자 급기야 눈물을 글썽이는 부 경비대장. 아크는 다시 한번 상황설명을 재촉하는데.
“넵, 주군. 적의 기습입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성 밖에서 불꽃이 일더니 이내 성안으로 들어와서 그것을 막던 병사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카다른으로 오는 길목은 렌 사부님이 막고 계시는데....... 렌 사부님의 진영이 뚫렸단 말인가?’
아크는 렌 사부가 졌다는 사실이 안 믿겼다.
“적은 모두 몇 명인가?”
“한 명....... 단 한 명에 이렇게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
단 한 명에게 요새인 카다른이 이렇게 엉망이 되었단 말인가. 아크와 동료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럼 그 한 명은 지금 어디에 있나?”
아크만이 이성을 유지한 채 말한다.
“지금 카다른 궁전의 대정원에 이그나이트 공작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사들이 계속 지원을 나가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습니다.”
카다른에 홀로 들어와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든 자이다. 풀 컨디션의 제노라도 힘들 지경인데 지금의 제노는 부상 중이다. 상대가 될 리가 없을 것이다.
“알겠다. 너는 병사들을 이끌고 백성들을 보호하라! 그리고 나 아크 벨이 동료들과 다시 돌아왔다고 전하여라. 나와 동료들은 그 침입자를 막으러 가겠다.”
아크는 그리 말하고는 동료들과 카다른 궁전의 대정원으로 신속히 움직였다.
타 타 탁!
아크와 동료들이 대정원에 도착하고 눈에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이 불에 타는 모습이었다. 병사들은 대부분이 죽어있었고 제노는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형님!”
아크가 제노를 불렀고 이윽고 불꽃 속에서 한 명의 사람이 나타난다.
다크 블루 머리카락 색에 진녹색 눈동자 그리고 붉은 로브 차림을 하고 거대한 낫을 든 남자.
“란셀 형?”
카셀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하였다.
‘저자가 란셀?’
아크는 란셀이라는 자를 처음 보았지만 카셀과 비슷한 외모에 바로 이해가 갔다.
“아....... 크.”
제노는 아크를 발견하고는 체력이 다했는지 쓰러진다.
“란데르그, 드라이. 제노 형님을 데리고 물러서!”
란데르그와 드라이에게 명령하는 아크. 그리고 카셀에게 말한다.
“카셀, 일단은 뒤로 물러나 있어라. 명령이다.”
아크의 단호한 말에 카셀은 명령을 따른다.
란셀은 흥미롭다는 듯이 상황을 보았다. 아크는 그런 란셀을 적대감이 가득한 눈을 보았는데.
불꽃 때문에 잘 안 보였던 란셀의 왼쪽 손을 보니 유이가 머리채를 잡힌 채 있었다.
“유이!”
아크가 놀라 소리친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군. 예언의 아이.”
란셀이 말하고 아크의 적대감이 최고치를 찌른다.
“너 무슨 짓이지? 전사가 여자를 인질로 잡다니.”
“후후후, 전사의 길은 진즉에 포기했다. 나는 그저 일족을 대표하는 복수귀일뿐.”
“너!”
아크는 마음속으로부터 탁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아크......”
유이가 정신을 차리며 아크를 본다. 아크도 유이를 자세히 보는데 얼굴과 몸에 맞은 흔적이 있었다.
“너! 이 개자식!”
“크크큭, 그래. .그렇게 분노해라. 우리 일족과 나 또한 소중한 것을 잃는 고통을 겪었다.”
“?!”
아크의 뇌리에 한 가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생각이 들었다.
란셀이 유이의 머리채를 잡은 채 들어 올리고 아크에게 던진다.
“유이!”
아크는 유이를 잡으려 한다.
그때!
란셀이 낫을 유이와 아크에게 휘둘렀다.
파아앗!
촤아악!
“크아악!”
“주군!”
“아크!”
드라이와 란데르그가 소리를 지른다. 카셀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유이의 등을 깊게 베었고 아크는 유이를 보호하고자 몸을 날려 왼팔이 잘려나갔다.
아크의 뇌리에 스쳤던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크크큭! 소중한 것을 잃어봐야 공평하지 안 그래? 아크?”
아크는 왼팔이 잘려나간 고통에도 유이를 살폈다.
‘크으윽! 아직 살아있어 어서 유이를 살려야 해.’
“어딜!”
란셀이 기운을 방출한다.
드라이와 란데르그가 달려들어 란셀을 공격했고 카셀이 아크와 유이를 데리고 뒤로 물러선다.
“주군......”
“카셀! 어서 유이에게 회복 마법을!”
“하지만 주군이......”
“크윽! 난 괜찮다 어서 유이를 살려라! 명령이다.”
카셀은 유이에게 회복 마법을 부여했고 그러나 가망이 없었다. 겨우 시간을 늦추는 것일 뿐.
“아....... 아크.”
겨우 눈을 뜨는 유이.
“어, 나야 아크. 어서 힘을 내!”
“흑, 흐윽. 마지막엔 짐만 되었네....... 미안해 아크.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아크와 유이의 눈에 눈물이 흘러넘쳤다.
“무슨 소리야! 유이 너는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었어!”
“미안해 아크.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었는데. 쿨럭, 쿨럭.”
유이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온다.
“유이! 정신 차려! 유이!”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해....... 아크.”
“나도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유이!”
아크가 그리 말할 때 유이의 두 눈이 초점을 잃었다.
“아....... 안 돼! 안 돼 아아아....... 안 돼! 유이!”
아크는 눈물을 쏟아내며 절규하였다.
“크아악! 란셀!”
콰카카카!
아크의 기운이 탁해지더니 이내 폭발하듯 기운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