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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87화 (87/155)

87. 또 다른 부모.

87. 또 다른 부모.

“사랑스러운 내 아들 마르둑.”

엔키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였다.

“수라들과 손잡고 신들에게 덤볐으니 어쩔 수 없었지.”

아미가 말하였다.

“닥쳐라! 큰 신들을 제외한 신들이나 인간, 수라들은 모두 내 손에서 그 뿌리가 나누어졌다. 그 증거로 다른 인간과 다른 종족의 자식인 하프는 자손을 남길 순 없지만, 그 뿌리가 같은 수라와 인간은 자손을 남길 수 있지. 내가 보기엔 그들은 다 같단 말이다. ”

제법 점잖은 척하던 엔키가 본색을 드러낸다. 한때는 닌이기쿠(빛나는 눈의 주인)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아름다웠던 그였지만 지금은 노망한 미친 늙은이에 불과했다.

“아비인 나! 엔키의 숙원을 풀어주려고 한 효자인 아들이다. 네년이 함부로 말할 아들이 아니란 말이다.”

엔키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흥! 나의 아버지 닌우르타의 벼락을 맞고 실패했을 때 엔키 너는 뭐라고 했지? ‘이자는 나의 아들이 아니다.’라고 했나?”

아미는 엔키가 아크에게 손 못 대게 신경을 분산 시킬려고 목숨을 걸고 비아냥거렸다.

“뭣이라! 이 년이 넌 지금도 내가 손댈 수 있어!”

아미는 각오했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았고 엔키가 아미에게 다가갔다. 그때!

콰앙!

“?!”

“?!”

거울을 통해 굉음이 터져 나왔다.

※ ※ ※

아미와 엔키가 대화를 나누기 몇 분 전.

마르둑이 처음에는 아다파들을 향해 돌진했다. 항상 장난으로만 여기던 아다파들이 제온과 더불어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 표정을 지었다.

“?”

이에 아크 및 동료들은 의아해했다. 항상 어느 상황이건 모든 것을 장난으로 여기던 아다파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자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문은 금세 풀렸다.

쾅!

“으아악!”

마르둑은 한 아다파의 몸을 잡고 팔부터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아까 마르둑이 피를 마신다는 말이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인육을 먹겠다는 뜻 인 줄은 이제 알았다.

까드득, 까드득

마르둑이 소년의 모습인 아다파의 살점을 물어뜯는 것을 보자 아다파들은 공황에 빠졌다.

“살려줘!”

“으아앙!”

아크 일행도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크....... 크흑....... 흑.”

제온은 완전히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울고 있었다. 아다파들이 마르둑을 처음 봤을 때 얼어붙은 것은 동족을 잡아먹는 포식자에 대한 본능적 경고였을 것이다.

쾅!

쾅!

“안 돼!”

아다파들이 소리를 질렀다. 이 장소의 출입구가 모두 막힌 것이다.

“어딜 가려고 먹이들이!”

마르둑은 그새 다 먹었는지 다른 아다파를 먹으려고 움직였다.

“으아아!”

아이들은 완전히 공포에 물들었다.

“주군. 보고만 있을 겁니까?”

드라이가 말하였다.

그때 아크의 마음속에는.

-내버려 둬. 어차피 구해줘도 다른 이들을 죽일 놈들이야 그렇지 않아?

-네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험에 빠뜨리게 한 녀석들이야 그냥 놔둬.

-죽으라고 해 어차피 남이야!

이러한 말들이 계속 아크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닥쳐!”

아크가 소리를 질렀다.

“?”

이에 당황하는 드라이와 동료들.

파앗!

그리고 순식간에 마르둑에게 쇄도하는 아크!

“나 혼자 간다!”

아크는 크리드에 일반 오라를 주입하여 휘둘렀다.

콰앙!

푸슉!

“크아악!”

마침 한 아다파를 잡아서 먹으려던 마르둑은 아크에게 참격을 허용했다.

“적을 앞에 두고 자꾸 먹으려고만 해선 쓰나!”

쾅!

아크는 막대한 마나로 강화한 오른발로 마르둑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리고 마르둑은 벽에 꼴사납게 벽에 박혔다.

“으아악!”

살아남은 아다파는 공포에 질린 채 도망쳤다.

“야! 아다파들 그리고 제온. 모두 한쪽 구석에 도망쳐서 가 있어. 방해된다.”

마르둑은 박힌 뿔을 뽑아낸 뒤 무기를 들고 아크 앞에 섰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아크에게 허용한 참격의 상처는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호오~”

아크의 반응은 여유로웠다. 사실 지금 몸에 넘치는 힘들론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하군. 붉은 머리. 손님이 왔는데 밥만 먹어서 말이야.”

마르둑은 점잖은 척 아크에게 말한다. 조금 전까진 게걸스럽게 아다파들을 먹으려고 했으면서 말이다.

“아~ 괜찮아. 내 뒤에 저 사람들 보이지? 저 사람들 내 동료들인데 엄청나게 강해. 그런데 합심 안 한하고 나 혼자 온 거야.”

마르둑의 힘줄이 꿈틀댔다.

“이유가 뭐지?”

“내가 지금 상태가 이상한데 내가 폭주했을 때 막아줄 사람들이 필요해서 말이야. 그리고 네 녀석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아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르둑이 양손에 들고 있던 불꽃 대검과 얼음 대검을 내리쳤다.

그런데.

“끝낼 수 있겠군.”

“?!”

아크는 자연스럽게 크리드로 두 검을 동시에 내려치는 참격을 가볍게 막았다.

놀라는 마르둑.

‘이 자식 큰 신인가? 아닌데 큰 신의 기운은 없는데.’

“이제 내 차례지?”

아크가 말했고 크리드에 골드 오라를 부여하려 했지만.

‘음?!’

아까의 참격에 이어 왜인지 안 되었다. 그래서 대신 일반 오라를 쓰는데.

화르르!

파지직!

골드 오라를 썼을 때 보다 더욱 강렬한 기운의 하이 오라 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점프한 뒤, 참격을 날리는 아크.

“크흡.”

마르둑은 숨을 참은 뒤 아크의 참격을 막았다.

쾅!

콰앙!

점프한 뒤 공중에서 내지른 참격은 엄청난 굉음을 내었고 그 충격파가 그 공간을 지배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크의 독무대!

콰앙!

쾅!

콰앙!

아크가 검을 한번 내지를 때마다 충격파가 퍼졌고 마르둑은 불과 얼음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도저히 쓸 기회가 없었다. 결국.

채카앙!

검이 튕겨 만세 자세로 자세가 풀린 마르둑. 아크는.

쓰겅!

촤아악!

“크아악!”

마르둑은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고. 아크는 담담했다.

“우리의 주군이 저렇게 강했던가?”

란데르그가 한마디 했고.

“.......”

드라이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카셀은 냉정히 상황을 분석하다가 아크가 골드 오라를 사용하지 않는 점에 의문이 들었다.

그때.

“안 돼!”

그 방의 확성기에서 어떤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아들을 죽이지 마라!”

“엔키 님!”

목소리의 주인은 엔키였고 아다파들은 엔키를 불렀다.

“이 자식 아다파들을 먹던데 네 녀석이 시킨 거야 이 녀석이 마음대로 한 거야? 사실대로 말해.”

“......내가 시킨 거다. 아다파들의 피를 마심으로써 더욱더 강해지게 설계했지.”

“엔키 님!”

아다파들과 제온은 일동 충격에 빠진다.

“닥쳐! 네 녀석은 내가 만든 작품이다. 작품이 더 좋게 쓰이기 위해 결정하는 것은 주인인 나야!”

“그래? 그럼.”

푸슉!

“안 돼!”

아크는 기습적으로 마르둑의 목을 잘랐다. 일동 놀랐지만 반응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그다음으로 아크는 빠르게 움직였다. 아누투를 최대한으로 써서 아미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 ※ ※

“크흐흑!”

엔키는 자기 아들인 마르둑이 죽자 충격에 빠졌다.

‘아크.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미는 속으로 안심했다. 하지만 위험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 개자식 나의 꿈을 이뤄줄 아들을....... 오냐! 이제 그럼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는 지옥을 보여주마! 여기는 절대 못 찾아낼 것이다. 메긴을 사용해서 만든 공간이거든. 크흐흐흐.”

엔키는 그리 말하며 아미에게 다가갔다.

“안 돼! 오지마! 이 개자식아!”

아미는 발버둥을 쳤지만 엔키가 만들어낸 특수 구속 구로 인해 마나는커녕 메긴도 발동되지 않았다.

엔키가 아미의 다리를 만지려 하는 그 순간!

쾅!

문이 부서지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

“휴우~ 빡빡해.”

붉은 머리에 황금빛 눈동자. 아크가 아미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 아니 어떻게 여길?!”

아크는 엔키가 하려는 짓과 아미의 눈물 젖은 표정을 보았다.

“그건 지옥에서 마음껏 구상해라 천재 과학자.”

아크는 그리 말하곤 엔키를 침대에서 끌어내 지금 자신의 몸속에 있는 기운을 엔키의 뇌 속에 억지로 집어넣었다.

“크아악!”

“골통 깨지겠지? 나도 모르겠는데 지금 내 상태가 이래. 아니, 나의 메긴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강조했으니 나보다 더하겠군. 여하튼 살아있는 채로 지옥을 맞보아라.”

“크아악! 꺽! 꺼억!”

엔키는 지금 살아오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의 홍수에 정신이 있었다. 좋았던 점은 없고 안 좋았던 기억들이 공격적으로 엔키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그때의 감정들도 말이다.

‘이대로 놔두면 정신이 붕괴해서 죽겠지.’

아크는 엔키는 내버려 둔 채로 아미에게 가서 팔다리에 묶인 구속 구를 크리드로 베어 없애줬다.

촹! 촤앙!

“아크!”

“아미! 괜찮아?”

“응! 무사해 아크. 고마워. 큰일 나기 전에 구해줘서.”

아미가 품에 안기자 아크의 마음속에 어지러웠던 것들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아크! 내 말 들리나?

“크리, 아까 전까진 조용하다가. 이제 말을 거냐? 눈치 없게?”

아크는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며 농담을 하였다.

-농담할 때가 아니야 바보야! 너 하마터면 암룡에게 잡아먹힐 뻔했어!

‘알아, 크리.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있게 해줘 잔소리는 나중에 들을게.’

크리는 더 조언을 해주려고 했지만 온종일 아미를 찾으러 다닌 아크의 마음에 이제야 비로써 안정을 찾아가는 게 느껴졌기에 가만히 있기로 한다.

좀 진정이 되고 난 뒤 아크는 아미와 그 방을 메긴을 사용하여 나오고 동료들을 보았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아까 전엔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드라이가 걱정되어 물었다.

카셀 또한 아크를 관찰했으나 이제는 그러한 징후가 없었음을 알았다.

“아미, 괜찮은 것이오?”

“그래 란데르그만 나를 걱정해주네. 호호.”

“미안해 아미.”

“죄송합니다. 아미 님.”

드라이와 카셀이 얼굴이 붉어진 채로 말한다.

“그럼 정리를 해보실까?”

아크는 공황에 빠진 제온과 나머지 아다파들을 불러 모은다.

“자! 이제 너희들을 탄생시킨 엔키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너희들은 자유다.”

하지만 다른 아다파들이랑 제온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여는 제온.

“저....... 아크 형. 이제 우리들은 뭐하면 되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제발 알려줘!”

간절히 답을 구하는 제온 그리고 다른 아다파들도 경청한다. 이에 아크의 대답은!

“모른다.”

“!”

답을 구하는 자들은 물론 동료들까지 당황한다.

“하지만 너희들은 살아있다. 그리고 너희들은 어리다. 아직 세상의 보호가 필요하다. 살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뭐 하면 좋을지 각자 생각해보도록!”

“하지만 형! 우리들은 창조자가 겨우 먹이로 되게끔 만들어졌어. 근데 포식자는 이제 없어, 우리들은 이제 살 이유가 없어진 거야!”

“그럼 저 죽어있는 마르둑의 입속에 들어가면 되겠네.”

“?!”

아크는 다정히 제온의 양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너희들은 살아있어서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포식자가 없어져서 자유를 얻었다. 이 이상 어떤 상을 원하지?”

“?!”

아크는 모두 들을 수 있게 목소리에 마나를 부여하여 말했다.

“낳아준 자만 부모냐? 아니다. 또 하나의 부모는 이 세상에 선과 악을 가르쳐주고 정의가 뭔지 또 살아있음으로써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자가 부모다!”

아크는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그런 부모 같은 국가를 세우겠다. 너희들은 모두 나의 백성들이다. 더는 무서워하지 마라! 내가 지켜주겠다! 이 세상이 너희에게 기쁨으로 다가오게끔 하겠다!”

제온과 아다파들은 모두 놀랐다. 방금 그 말은 국가 선포를 한다는 말이고 갈 곳 없는 그들을 모두 백성으로 한명 한명을 인격자로 대우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같이 가자! 애들아!”

갈 곳 없는 아이들은 기뻤으나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제온이 손뼉을 치며 말한다.

“예전 카다른에 갔을 때 멋진 말엔 이렇게 손뼉 치는 걸 봤어.”

아이들은 하나둘씩 손뼉을 치더니 이내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와아아!”

짝, 짝, 짝

“우와아아!”

“헤헤헤.”

아크의 동료들도 손뼉을 치며 말한다.

“우리 주군 좀 멋있지 않소이까?”

“동감.”

“동감입니다.”

“난 진즉에 알았지롱~”

아미는 자랑스럽게 아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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