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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4화 (4/153)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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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학교에 등교하니 아니나 다를까 반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이상했다. 나를 힐끔 바라보고, 내 옆에 앉아 있는 녀석을 힐끔 힐끔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도 그럴게 내가 바로 어제 '취향은 오타쿠'발언과 반에서 유일 오타쿠라고 강제 덕밍아웃 당한 녀석이 한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새 학기 두 번째 날답게 서로를 소개하고 금세 친해진 애들이 몇몇 보이지만 나나 내 옆에 잇는 녀석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다. 내 옆에 있는 녀석이야 덕밍아웃 당했으니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는 듯싶고.

나는- 뭐랄까. 예전부터 사람들이 잘 다가오지 못한다. 같은 반 여학생 몇 명은 내가 지긋이 바라본 것만으로 다시는 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뭐냐, 대체. 바라보면 저주받는 인형이냐 내가.

분위기지 분위기. 내 외모 때문에 다가 올려는 녀석들은 몇몇 있었지만 전생부터 이어진 나의 '아무도 다가오지 마, 나는 아웃사이더니까!'라는 베리어의 앞에 모조리 격퇴 당하고 있었다.

고고하고 아름답고, 몹시도 우수한 나란 녀석은 보통의 아이들에게 그림의 꽃 같은 존재인 모양이다. 실제로 안 것은 중학생 때.

우연히 다른 학생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아름답지만 누구도 다가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존재. 인간미 없는 인형과 같다고 했던가.

...그건 아닌데. 나도 모르는 세에 '다가오지 마, 베리어'는 터무니없이 레벨업한 모양이다. 전생에는 그냥 '아 꺼림직 해. 피해 가자' 이 레벨이었는데. 지금은 '접근하지 마시오.' 라는 수식어가 붙어 버린 모양이다. 죽었다 살아나서 강해지다니, 무슨 사이어인도 아니고.

그에 반면에-

" 왜 그러지?"

내 옆에 있는 녀석은 뭔가 신기한 것을 보는 눈으로 힐끔힐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할 줄 몰라 힐끔 힐끔 보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이 녀석은 나를 무슨 신기한 생물 보듯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내가 갑자기 묻자 녀석은 깜짝 놀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 그게 말이지... 어제부터 좀 고민했는데 수연이는 애니메이션 같은 거 봐?"

" 에에-"

" 뭐, 뭐야 그 경멸이 가득담긴 눈은?!"

" 뜬금없이 동급으로 취급하는 기분이라."

" 나와 동급이란 건 경멸당할 정도의 레벨이냐……."

" 그 이하."

" 이하냐!"

윤아와 대화하는 것을 보며 느꼈지만 이 녀석 재능이 있네. 딴지라던가 태클이라던가.

" 딴지나, 태클이나 똑같은 말이지만……."

" 어머, 너무 말꼬리 잡는 남자는 인기 없어?"

" 그렇게 무표정하고 무감정하게 말하기엔 전혀 어울리는 말투가 아닌걸."

피식 웃으며 상혁은 답해 왔다. 오랜 시간 단련한 나의 무표정은 쉽사리 깨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이제야 좀 나아졌네. 신기하다는 듯이 힐끔거리는 시선은 나도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라 부담스러웠는데 이제야 좀 평범한 시선으로 바뀐 것 같았다.

분위기도 괜찮아졌으니 이제 방금 전 했던 상혁의 질문에 대답해도 좋을 것 같았다.

" 봐."

내가 가볍게 답한 말에 상혁은 무슨 말인지 생각하는 듯싶더니 곧 자신이 아까 전 했던 '애니메이션을 봐?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환한 얼굴로 나에게 말해 왔다.

" 오, 진짜? 그럼 그거지, 너도 오타쿠?"

아니 이 녀석이 무슨 말을 이렇게 직설적으로 하는 거야. 나는 녀석에게 최대한 냉담한 표정을 맥스로 해서 차가운 눈으로 상혁을 응시했다.

" 너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

" 뭐야 갑자기 살의만만?"

아직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듯싶다.

" 아니, 그냥 죽어라."

" 사형선고냐?!

내 남극보다 차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었는지 상혁은 책상을 부여잡고 바들바들 떨고 있엇다. 내 냉담함MAX의 시선을 버티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은 엘사다.

" 어제부터 생각했지만 바보네. 아니 구더기라고 해야 하나."

" 인간에서 단숨에 파리 유충이 되어 버리다니……."

" 아무리 내가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했지만 단번에 오타쿠 확정시키는 것은 좀 그렇지 않아?"

녀석은 그제야 알아차린 듯 어색하게 웃었다. 계속 말했듯이 '오타쿠'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기다가 나 같은 여자의 경우 그런 것에 더욱 민감한 법이다. 아무리 옆에서 소꿉친구가 계속 사랑의 어필을 하더라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초 둔감남 상혁이지만 다행히도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듯싶었다.

" 아, 미안-. 역시 그렇게 오타쿠라고 말하면 신경 쓰이고 기분 나쁘겠지..."

" 사실 신경 따위 쓰지 않지만."

" 어쩌라는 거야 대체."

후, 이제야 조용해졌군. 할 말을 잃은 상혁에게 1교시 수업 시간이 시작되니 교과서를 꺼내 놓을 것을 잊지 않게 말하며 나는 천천히 1교시, 수학 수업을 기대하며 교과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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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학생들의 공복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으로, 제대로 영향 공급을 해주지 않으면 오후 수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시간이다. 물론, 타 고등학교와 달리 유연 고등학교는 오후 수업이 대체로 일찍 끝나서 부 활동이나 자체적으로 독서실, 또는 선택적 교육을 활용하지만 어쨌든 오후 수업에 앞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은 매한가지다.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경우 급식실에서 대부분 식사하지만 유연 고등학교의 경우 좀더 다채로운 방향을 존중하는 편이다. 특히 부잣집이 많다 보니 급식 메뉴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았기에, 급식을 먹지 않는 경우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허락하는 것이 그런 경우였다.

하지만 일반 적인 학생들은 대부분 급식실에서 먹는 편이고, 지금 나처럼 도시락을 가져오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나의 경우엔 나의 우월한 요리 실력을 뽐냄과 동시에, 그 요리 실력에 입이 터무니없이 높아져서 급식이 도저히 입이 맞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외였던 점은 상혁과 윤아 또한 도시락 파였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옥상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던 나의 앞에 당연하다는 듯이 앉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나조차 예상하지 못한 돌발 이벤트였다.

' 예상보다 프랜드 호감도가 올라간 건가. 재밌어서 계속 괴롭히기만 한 기분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에 앉다니.'

아침에 신기하다는 듯이 힐끔거릴 때 깨달았지만 이 녀석에겐 나의 '아무도 다가오지 마, 나는 아웃사이더니까 베리어-줄여서 '다가오지 마 베리어'-가 전혀 먹히지 않는 기분이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고, 지렁이도 꿈틀할 줄 안다더니 그런 건가.

" 이녀석 엄청 실례인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물론 네가 지렁이나 굼벵이라고 하는건을 부정하진 않지만."

" 너희들에게 나는 그런 존재냐."

실례, 속으로 말한다는 것이 입 밖으로 꺼낸 모양이었다.

" 왜 내 앞에 앉는 걸까?"

내가 차가운 눈으로 말하자 상혁은 순간 움찔하더니 이내 예의 그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해 왔다.

" 기왕이면 너와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

-. 음.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라 순간 반응을 하지 못해 버렸다. 뭐지 이 녀석. 진짜로 천연인가. 진짜로 라이트노벨 주인공 같은 녀석. 다른 녀석들도 감히 나의 외모에 다가오지 못하는데 이 녀석은 이리 아무렇지도 않아 하다니 조금 충격이다.

" 마, 맞아. 상혁이도 좀처럼 친구가 별로 없었으니까."

옆에서 윤아가 거들듯이 말했지만 나로선 의아할 따름이다. 친구도 없었으면서 나한텐 아무렇지도 않게 말거는 거냐. 내가 다른 학생들보다 말 걸기 쉽게 느껴질지는 몰랐는데. 아니면 상혁이라는 놈은 일정 수준 이상의 미인이 아니면 말을 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건가.

문득 추리한 것이지만 충분히 신빙성 있다고 본다.

내가 그렇게 진지하게 추리하고 있는 동안 두 명은 태연하게 내 앞에서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 자 그러면 먹을까-. 윤아 너는 오늘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신 거야?"

" 아니, 오늘은 엄마가 바빠서 아빠가 도시락 싸는 걸 도와주셨어."

나의 앞에서 태연하게 도시락을 까는 두 명에게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도 좀 그러니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둘의 도시락을 구경이나 해볼까. 참고로 나의 도시락 평가는 몹시 냉정해. 도시락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거든, 이런 나의 앞에서 도시락을 까다니 그야말로 무모하구나!

" 와, 상혁이 네 도시락은 오늘도 맛있어 보이네. 오늘도 상희 누나가 만든 거야?"

" 응, 요세 누나가 뭔가 불이 붙어 버려서 말이야. 이것저것 실험적으로 도전해본다는 기분이 강해서."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두 명의 도시락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먼저 상혁이 것을 보자면 본인이 싸지 않은 도시락인데다가 심지어 누나가 만든 도시락인 모양이다. 핫, 현실의 누나가 동생에게 도시락을 직접 만들다니,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아마 누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현실의 누나는 자신의 동생을 쇼핑할 때 물건 셔틀이나, 무거운 물건을 처리할 때 필요한 돌쇠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를 제외하면 누나에게 있어 남동생은 시시콜콜 태클을 거는 귀찮은 존재이며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 지박령에 불과하다는 걸.

아무튼 그런 누나란 존재가 동생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주다니.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알지 못하는 라노벨 속이 아닌 가 진지하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 ...크, 그건 넘어가도.'

도시락으로서의 완성도도 훌륭하다. 나의 도시락도 충분히 훌륭하고 완벽했다고 자부했지만 이 도시락은 나의 도시락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다. 완벽한 영양 벨런스에 맛도 챙기고 있다. 도시락으로서 가히 만점. 이 정도면 숙달된 주부의 솜씨조차 뛰어넘는다.

솔직히 감탄했다.

이렇게 뛰어나면 솔직히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후, 새롭게 안목을 넓힌 기분이군. 역시 세상을 넓어.

" 으~. 역시 상희 누나가 싸준 도시락과 내가 싼 도시락을 비교하면 너무 비참한데."

상혁이의 도시락을 보고 크게 개안한 나는 옆에서 울상을 짓는 윤아의 도시락을 봤다. 우선 이것은 자기 자신이 싼 도시락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을 기본으로 해서 만든 도시락인 모양이다. 요즘 제대로 밥이나 반찬을 만들 줄 아는 녀석들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기특하고 먹을 만한 도시락이다.

물론- 그건 고등학교 레벨이고. 소꿉친구로서는 뭐랄까.

" 훗."

" 뭐야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윤아는 자신의 도시락을 보고 내가 비웃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도끼눈을 뜨며 내가 먹던 도시락을 쳐다보고는 뒷걸음질 쳤다.

" 읏-! 설마 상희 누나 말고 이 정도의 도시락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는."

후후……. 너도 제법이긴 했어. 소꿉친구력을 숫자로 계산하자면 1300정도일까.

하지만 저의 히로인력은 53만입니다.

" 뭐하는 거야. 빨리 안 먹으면 점심시간 끝난다고."

상혁의 말에 애써 정신을 차린 윤아였지만 계속해서 내 도시락을 힐끔 힐끔 바라보는 것이 아무래도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낀 모양이다. 그런 불안해하는 표정을 보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그렇다고 해야 하나, 요사이 이 녀석들 만나고 느끼는 거지만 나 환생하고 나서 은근히 S라고 생각된다. 괴롭히는 거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 그동안 딱히 다른 녀석들과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말할 기회가 되니 특히 그런 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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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 먹고 나니 점심시간은 대략 2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우리들은 어째서인지 나란히 옥상에 앉아서 매점에서 사온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내 생에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점심시간을 보내게 되다니.

" 그나저나 수연이는 생각보다 차갑지 않네."

"...? 무슨 소리지?"

딸기우유를 마시던 윤아는 문득 생각난 듯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럴 리가, 난 아직도 다가오지마 베리어를 절찬 전개 중이고 무표정 무감정한 얼굴을 내보이고 있는데.

" 아아, 그래. 나도 수연이 보고 많이 놀랐어. 얼굴처럼 성격까지 그리 냉담한 것 같지는 않더라고.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는 애들의 말을 들어보자면 완전 얼음 여왕이던데."

얼음여왕이라니, 내가 무슨 엘사냐. let it go라도 불러야 할 모양이다. 나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중학 시절엔 그렇게나 부끄러운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것이 이런 걸까. 만약 그때 알았다면 부끄러움에 자다가도 이불을 걷어찼을지 모른다.

" 나도 나도. 어제 만난 뒤로 하도 궁금해져서 오늘 반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다가가기 힘들고 완전 도도해 보인다고 평이 자자하던데."

직설적으로 말하면 친구한 명 못 만들 정도로 사교성이 없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 -딱히. 거절한 적은 없어. 단지 내가 아니라 그쪽에서 거절했을 뿐."

애초에 다가오지도 않았거든. 다가간 적도 없고.

이렇게 말한 나의 표정과 말투가 생각보다 좀 쓸쓸했던 모양이다. 갑작스럽게 윤아가 나를 껴안아 온 것을 보면.

핫. 안기고서 안거지만 윤아는 꽤나 글래머였다. 어쩌면 나보다 더. 갑작스럽게 미묘한 패배감이 가슴속에 느껴졌다.

" 으~~. 걱정하지 마! 지금은 우리라는 친구가 있잖아! 상혁이도 구제할 도리 없는 아웃사이더고! 우리는 거절하지 않을 테니까!"

깜짝이야. 친구란 것이 원래 이리 갑작스럽게 되어 있는 건가. 분명 내 기억으론 윤아의 귀에 '나 오타쿠를 싫어하지 않아'하고 놀려 준 것이 전부고. 대화는 점심시간에 조금한 것이 다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손만 잡고 잤을 뿐인데 임신한다는 것이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 윤아야 좀 떨어져. 곤란하다는 얼굴이잖아."

정확히는 곤란 하다기 보단 당혹스런 얼굴이다.

" 음~~~. 그렇지! 이렇게 된 거 내가 이 학교에서 아는 선배 한명 있는데 소개 시켜 줄게! 그 선배는 중학 시절에 사교성이 완전 핵폐기물이던 상혁이와도 사이좋게 지내 주던 좋은 선배니까 수연이와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야."

" 그 이야긴 나도 핵폐기물인 저 녀석과 동급...?"

좀 충격이다. 내 사교성이 핵폐기물급 이라니. 난 그냥 평범한 아웃사이더였을 뿐인데. 고상하게 말하면 도도했을 뿐인고.

" 에이, 설마.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좋은 선배라서 소개시켜 주고 싶어. 우리 둘이 이 학교에 지원한 것도 그 선배와 다시 만나고 싶어서라는 이유도 있는 걸?"

" 내가 핵폐기물이라는 건 정정하지 않네. 나 울어도 좋은 거지?"

윤아의 말에 옆에서 상혁은 이미 엎드려 울고 있었다. 솔직히 진짜 울고 있어서 조금 충격 받았다.

" -근데 왜 굳이 나에게."

갑자기 이렇게 친해지려고 하는 거지? 분명 내가 어제 선전포고하듯 그런 말을 하고 갔으니 위기의식을 느꼈으면 느꼈지 이렇게 잘해 줄 필요성은 없을 텐데.

내가 그런 시선을 담아 윤아를 바라보자 윤아는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 나도 몰라. 그냥 친해지고 싶은걸. 어제 네가 한말은 솔직히 그렇게까지 신경 쓰진 않아."

거기까지 말한 윤아는 돌렸던 시선을 재차 나에게 마주쳐 오며.

" 어제 상혁이를 도와줬지? 알고 있어. 네가 오타쿠가 좋다고 한건 그때 자기소개를 한 뒤 오타쿠라는 이름으로 놀림 당하던 상혁이를 돕기 위해서 라는 걸. 덕분에 반에서 상혁이에게 오타쿠라고 해코지하기 위해 다가가려는 녀석은 보이지 않았지."

윤아는 그렇게 말한 뒤에 빙긋 웃었다. 짧은 단발머리가 어깨위로 가지런히 흔들렸다.

" 소꿉친구로서 고마웠어. 그래서 친해지고 싶었어. 단지 그뿐이야."

그녀의 말은 시원하리만치 나의 마음에 다가왔다. 이렇게까지 나의 앞에서 말해준 것은 솔직히 윤아가 처음이었다. 이런 여자아이와 여태껏 소꿉친구로서 함께한 상혁이가 부러워질 정도로. 아무리 생각해도 저녀석 라노벨 주인공이라니까. 아니라면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가 소꿉친구일리가 없잖아!

" 알았어. 치, 친구라는 거지."

뭔가 오글거려서 제대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아마 분명 내 얼굴은 조금 붉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 헤에,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 ......."

계속 바라보지 말라니까. 내가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고 윤아가 내 앞에서 방긋 웃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상혁은, 이내 모든 눈물을 쏟아 냈는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해 왔다. 솔직한 심정으로 도저히 바라보기 힘든 꼴불견인 모습이었다.

" 그럼 이제 점심시간도 5분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니 슬슬 내려가도록 하자. 다음 시간은 언어니까 늦으면 박살날걸."

상혁의 말에 나와 윤아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담임선생님의 과목이라면 늦어선 안 되지. 거기다가 그녀의 행동을 보자면 제대로 수업 시간에 오지 않을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옥상 문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 길을 아직은 좀 쌀쌀한 바람이 감싸 안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나는 그 쌀쌀한 바람마저 조금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건 아마, 오늘이 내가 전생과 현생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날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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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21kb채우고 싶었는데 미묘하게 부족하네요. 처음쓰는 일상물이라 많이 긴장됩니다.

부족한점이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덤으로 전편의 코멘트에 답하자면 제가 예전에 쓰던 글들은 모두 습작화 상태구요.

제가 만들려는 부는 대략- 현시연 1대의 분위기? 보시다시피 약간 오타쿠 문화가 나오다보니까요. 물론 그런것과 전혀 상관없는 윤아를 비롯한 몇명이 더있기는 합니다.

이지만- 뭐 솔직히 아직은 고민중이에요. 오타쿠 관련 부로 해야할지. 나친적처럼 잉여로운 부를 해야할지. 내청춘처럼 뭔가 제대로 활동하는 부로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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