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54 >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7월 13일.
셰필드와 친선 경기가 있는 날.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매번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는 했다.
그것은 그의 전술적 성향에서도 잘 드러났다.
전형적인 4-1-2-3의 전술을 쓰는 그는 공격의 전개에 있어서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과감한 플레이를 좋아했다.
덕분에 자주 역습을 허용해서 실점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지만, 반대로 강팀을 상대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덕분에 울브스는 한국에서 새로운 EPL의 의적이라 불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친선 경기가 시작되었다.
박규태를 원톱으로 가스통 렌도와 엠마누엘 메르시에를 양쪽 윙 포워드로 배치한 울브스는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박규태가 최전방에서 수비수를 데리고 움직이면서 만든 공간을 엠마누엘이 마음껏 활용하면서 전반 20분 만에 4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허…… 엠마누엘이 저렇게 잘했나?”
“팍이 공간을 만들어주고 몸싸움을 해주면서 버티니까. 엠마누엘이 오히려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거야.”
“이렇게 되면…… 테오도 주전 싸움이 힘들겠는데?”
벤치에 앉은 선수들의 말처럼 테오 나두는 같은 자리의 경쟁자인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플레이에 초조함을 느꼈다.
‘젠장!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지? 지난 시즌에 완전히 죽을 썼던 녀석인데?’
전반전에 5골.
아무리 친선 경기라지만 전반전에 터진 5골의 가치를 깎아내릴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울브스는 많은 선수를 교체하면서 다양한 전술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3-4-3은 물론이고, 4-4-2와 4-2-3-1까지 꺼내 들면서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전술적인 능력을 모두 살폈다.
박규태도 전반전이 끝나고 벤치로 들어왔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2골을 도우며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기에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것은 없었다.
이어지는 7월 15일.
버튼과의 친선 경기에서도 박규태와 엠마누엘 메르시에는 찰떡같은 호흡을 보여주며 팀의 2 대 0 승리를 이끌었다.
박규태의 1골.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1골.
모두 임팩트 있는 상황에서 나온 골로 마이크 타이슨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동시에 테오 나두와 가스통 렌도.
두 선수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수비진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보여주며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레버쿠젠에서 영입한 누룰라 갱스가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상대의 기회를 모두 막아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시즌의 시작이 다가왔다.
유로파리그 2차 예선 1차전.
상대는 루마니아 1부리그 팀.
AFC 아스트라 지우르지우였다.
* * *
언제나 시즌의 시작은 설레는 법이다.
특히나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시즌의 첫 경기는 꼭 관람해야 하는 경기였다.
그렇기에 7월 22일에 있는 유로파리그 2차 예선 1차전을 보기 위해 많은 울브스의 팬들이 몰리뉴 스타디움을 찾았다.
찰스와 그의 친구들도 그런 축구팬들 중 한 명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꼭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으면 좋겠는데.”
“할 수 있을 거야! 우리의 폴이 이번 이적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선수들을 영입했으니까!”
“확실히 대단했지.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인 아구스틴 퀴논을 영입할 줄이야. 이건 우리 팀의 격이 올라갔다는 뜻이야.”
“그렇지. 거기다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인 톤 필크만을 우리 팀에 데려온 것도 대단했어.”
찰스의 말에 그의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공격수도 영입하지 않았어?”
“아! 나도 들었어. 리그 앙에서 35골을 넣고 득점왕을 수상한 대단한 선수라고. 이름이…… 뭐였지.”
“팍! 규태팍이야!”
“맞아! 황이랑 같은 한국 사람이지?”
“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잘할 수 있을까? 다른 리그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진 선수들이 많잖아.”
그들의 걱정도 일리는 있었다. 다른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진 선수도 상당히 많았으니까.
“오늘 경기에서 못하면 욕을 날려줄 거야.”
어떤 이는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박규태가 부진할 것이라 예상하고 욕을 내뱉을 준비부터 하고 있었다.
그렇게 관중석이 꽉 차고 얼마나 지났을까.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했다.
“울브스!! 파이팅!!”
“루마니아의 촌놈들에게 울브스의 무서움을 보여줘!”
“가스통! 너만 믿는다!”
울브스의 관중들이 내뱉는 함성과 응원이 이어지고 곧 경기가 시작되었다.
삐이이익!
AFC 아스트라는 자신들이 울브스보다 전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기 초반부터 그들은 라인을 내리고 울브스의 공격에 대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박규태가 우직하게 파고들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엠마누엘이 올려준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았다.
전반 4분 만에 나온 기회.
그가 침착하게 몸을 돌려 슈팅할 공간을 확보했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슈팅을 가져갔다.
철썩!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공이 골대를 흔드는 순간 울브스의 관중들이 큰 소리로 환호성을 내지르며 박규태의 골에 환호했다.
우아아아아아!
“그래! 그거야! 젠장!”
“팍! 팍이라고 했지? 저 녀석을 10년 계약해! 미쳤다고! 정말 미쳤어! 너무 쉽게 골을 넣었잖아!
당연히 박규태는 골을 넣기 무섭게 울브스의 관중석 가까이 달려갔다.
‘새로 이사를 왔으면 떡도 돌리고, 내가 누구인지 인사도 나눠야 인지상정이 아니겠어?’
촤아아악!
무릎 슬라이딩을 한 박규태.
그가 울브스의 팬들에게 소리쳤다.
“두 유 노 코리아? 아임 프롬 코리아! 커모오오오온!”
처음에는 조금 벙찐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보던 울브스의 팬들이 금방 정신을 차리고 박규태의 말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젠장! 그래! 슈퍼 코리안!! 골만 많이 넣어달라고! 그러면 내가 VTS 앨범 5개는 살게!”
“코리안 넘버원! 코리안 넘버원!”
“노 차이니즈! 노 재패니즈! 코리안 넘버원!”
그렇게 세레머니를 끝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박규태는 남은 시간 동안에도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쉽게 들어간 첫 골처럼 울브스는 아스트라를 상대로 전반전의 주도권을 잡고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전반 44분.
박규태가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잡아 놓았다가 아스트라의 수비진을 파고드는 엠마누엘 메르시에게 연결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가 골을 만들었다.
“해트트릭이야!! 젠장! 엠마누엘이 해트트릭을 했다고!”
“젠장! 오늘 무슨 날이야?”
“난 이렇게 죽어도 좋아! 너무 환상적인 경기력이야.”
전반전에 5골이나 허용한 아스트라.
울브스의 팬들은 광란에 빠져 있었다.
“엠마누엘! 엠마누엘! 엠마누엘!”
“팍! 팍! 팍! 팍! 팍!”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울브스의 선수들을 보면서 관중들이 전반전에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두 선수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당연히 하프타임 동안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압도적으로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준 팀을 칭찬했다.
콰직!
“좋았어!! 도전적으로!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내가 원하는 모든 움직임을 보여줬다! 최고였다! 제군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손에 쥐고 있던 사과가 즙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지적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것을 지적하기에는 자신의 목숨이 아까웠다.
“후반전도 다를 것은 없어! 계속해서 도전적으로 움직이고 망설임 없이 전방으로 공을 연결해! 공을 빼앗겨서 실점을 허용해도 좋아! 그건 실수를 한 너희의 잘못이 아니라 그런 지시를 내린 감독의 잘못이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전진해!”
그 말을 끝으로 하프타임이 끝났다.
이어진 후반전도 당연히 울브스가 AFC 아스트라를 쥐고 흔들며 압박했다.
아까처럼 골을 많이 넣지는 못했지만, 후반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울브스의 선수들은 아스트라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삐이익! 삐익! 삐이익!
그렇게 박규태의 울브스 첫 공식 데뷔전인 유로파리그 2차 예선 1차전이 끝났다.
경기의 결과는 9 대 0이었다.
박규태는 1골 2도움을 기록했고, MoM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가져갔다.
* * *
[박규태 울브스 데뷔전, 1골 2도움! 팀은 9 대 0 대승!]
[한국에 울리는 ‘코리안 넘버원!’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인의 심장을 뒤흔드는 장면!]
[(김찬식의 칼럼) 점점 발전하는 공격수! 박규태는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는가?]
[엠마누엘 메르시에, “팍은 환상적인 공격수. 그가 있기에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는 울브스를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을 수 있는 최고의 선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 “팍의 움직임에 만족했다. 그리고 도전적인 움직임을 가져간 선수들에게 감탄했다. 정말 멋진 경기.”]
-주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뽕이 차오른다! 여기 국뽕 한 사발!
-미쳤다. 엠마누엘 메르시에랑 호흡 봤음? 완전 티키타카로 뚫어버리던데?
-와…… 무슨 공격력이 이렇게 매섭냐?
-아스트라 수비진이 정신을 놓은 거 봤음?
-이런 울브스가 7위 하는 EPL은 도덕책……. 어떤 리그이기에 이런 팀이 리그 7위입니까?
시즌을 일찍 시작한 울브스.
유로파리그 예선 덕분에 이번 시즌에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라 예상이 되는 상황에서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덕분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2차전을 모두 2군으로 내보낼 수 있었고, 주전의 체력을 아끼면서 무난하게 3차 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유로파리그 3차 예선.
상대는 스위스 슈퍼리그의 강팀인 FC 시온이었다.
2차 예선과 다르게 3차 예선의 1차전에서 시온은 울브스를 상대로 제법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전반전에 제법 고전한 울브스.
하지만 이어지는 후반전에서 새로 투입된 테오 나두가 박규태가 건네준 패스를 받아 깔끔한 슈팅을 가져갔다.
철썩!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테오 나두는 박규태에게 달려와 엄지를 척 들면서 씩 웃었다.
“최고였어. 팍!”
“뭐야. ‘주-모우’ 세레머니는 안 해?”
“팍이 세레머니의 주인이잖아. 골을 넣고 먼저 우리 울브스의 팬들에게 보여주라고. 내가 특별히 양보하는 거야.”
테오 나두의 말에 박규태가 씩 웃었다.
“그래, 고맙다.”
유로파리그 3차 예선 1차전을 잡아낸 울브스.
드디어 프리미어리그 개막이 다가왔다.
개막전 상대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였다.
성적은 그리 좋지 않지만, 꽤 인기가 있는 구단이었다.
다만, 백인 인구가 많은 연고지를 가진 팀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인종차별적인 성향을 갖춘 팬들이 꽤 많았다.
덕분에 예전 손형민도 그렇고, 황지찬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팬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말이나 큰 야유를 듣기도 했다.
그렇기에 몇몇 한국 팬들은 걱정했다.
-원정 개막전이라서 김치팍에게 야유가 엄청 쏟아질 텐데……. 과연 그 부담감을 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
-잘 하겠지. 김치팍은 우리 대한민국의 영원한 9번이라고! 코리안 넘버원! 화이팅!
-제발 다치지 않고 경기를 잘 마쳤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027년 8월 8일.
2027-28 프리미어리그 개막이 찾아왔다.
* * *
“개고기나 먹는 어글리 코리안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필드에 입장하기 무섭게 쏟아지는 야유와 욕설.
같은 팀인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도끼눈으로 야유를 내뱉은 관중에게 같이 욕설을 내뱉으려던 것을 박규태가 만류했다.
“참아. 저런 것에 흔들리면 축구 오래 못해.”
태연한 박규태의 모습에 엠마누엘 메르시에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해……. 이게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선수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인가? 나도 팍을 본받아야겠어.’
그렇게 악수를 나누는 선수들.
웨스트햄의 주장인 캘리 윌슨이 박규태와 악수를 하면서 팬들의 거친 인종차별 발언을 사과했다.
“미안해. 우리 팬들이 워낙 극성맞아서.”
“뭐, 신경 안 써.”
“그래? 아무튼, 좋은 경기 해보자고.”
그의 말에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필드로 흩어진 선수들.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박규태가 공 앞에 섰다.
울브스의 선축으로 시작되는 경기.
박규태는 생각보다 골대에서 많이 나온 골키퍼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뜬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할 수 있겠는데?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박규태에게 공을 전달하고 옆으로 달려 나갔다.
그때였다.
뻐엉!
박규태가 공을 길게 골대로 차버렸다.
웨스트햄의 골키퍼인 앙헬 블랑코가 날아드는 초장거리 슈팅에 급히 몸을 뒤로 돌려 뛰어올랐지만, 골대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막을 수 없었다.
철썩!
경기 시작 5초 만에 나온 골.
박규태는 골을 넣자마자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었던 웨스트햄의 관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핑거 토네이도를 하며 펄쩍 뛰어올랐다.
“주-모우우!”
그 모습을 본 웨스트햄의 홈 관중이 들불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
“망할 동양인! 넌 오늘 살아서 돌아갈 생각하지 마!”
“이런 머더 뻐……!”
그를 향해 날아드는 오물들.
박규태가 끝으로 웨스트햄의 관중들에게 윙크와 손 키스를 날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우우우우우우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인 런던 스타디움이 야유와 욕설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55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