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56화 (56/199)

< 국뽕 박규태 선생 #56 >

옐로카드를 꺼내든 주심.

박규태는 주심의 판정에 순응했다.

“팬들을 자극하지 마.”

“물론이죠. EPL 데뷔골이라서 제가 좀 흥분했어요.”

“좋아, 오늘 경기에서 다치는 사람이 없이 끝났으면 좋겠어. 알겠지? 조금만 몸싸움이 심해지면 카드를 꺼낼 거야.”

웨스트햄의 주장인 캘리 윌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빛은 이미 박규태를 죽일 듯했다.

‘어쩌라고?’

거칠어질 것이 확실한 경기.

특히나 공격수인 박규태에게 심한 반칙이 들어올 것 같은 경기에서 그는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시작된 경기.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박규태를 노려보며 어떻게 구워삶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게 공이 가는 순간.

웨스트햄의 중앙 수비수인 조슈아 알레스가 달려들어 거친 몸싸움을 시도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팔꿈치까지 사용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팔꿈치에 닿은 느낌이 없는데, 상대가 필드에 쓰러져 얼굴을 부여잡고는 눈물까지 흘리며 바둥바둥 몸을 비틀고 있었다.

-아! 이건 너무 심한 반칙이죠!

-조슈아 알레스 선수가 옐로카드를 받았습니다.

-박규태 선수! 너무 고통스러워합니다.

“헤이! 너! 이 새끼야! 경기 끝나면 나한테 분쇄되고 싶어? 기억했어! 웨스트햄의 5번! 넌 나중에 나랑 진실의 방으로 가는 거야! 알겠어? 너 얼굴 기억했어!”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흥분해서 공중에 팔을 붕붕 휘두르며 조슈아 알레스에게 삿대질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전성기 시절의 권투선수인 마이크 타이슨이 글러브를 장착하고 사람 하나를 잡기 전의 모습과 비슷했다.

붕붕!

허공에 주먹질하며 조슈아 알레스에게 필드 밖으로 나와서 링에서 붙자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과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진 조슈아 알레스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의료진이 급히 필드로 들어왔다.

“괜찮아?”

“다행히 크게 맞지는 않았어요.”

천천히 일어나는 박규태.

웨스트햄의 관중들이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

우우우우우우!

그렇게 다시 시작된 경기.

하지만 경기가 재개되고 박규태가 또 필드에 쓰러졌다.

“아아아악!”

“주심 아니에요! 그냥 정당한 몸싸움이었어요!”

이번에는 조슈아 알레스의 파트너인 이반 오데츠의 반칙이었다.

조슈아 알레스와 다르게 딱히 별다른 반칙이 아니었지만, 오데츠의 손이 박규태의 유니폼을 붙잡는 순간 박규태가 절묘하게 뒤로 고꾸라지면서 쓰러졌다.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이라서 주심이나 VAR로 박규태의 헐리웃을 잡아낼 수 없었다.

-웨스트햄이 상당히 거칩니다.

-축구가 아닌 격투기를 보는 것 같아요.

-박규태 선수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심이 이번에는 경고만 하고서 물러납니다.

경기의 흐름이 두 번이나 끊겼다.

그리고 웨스트햄이 박규태의 공을 빼앗고 역습을 시도하려는 상황에서 발생한 반칙이었다.

‘역시…… 거친 몸싸움에는 엄살이 최고지.’

덕분에 역습을 노리고 있던 전반전의 웨스트햄은 자신들의 축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고오오오올!

-엠마누엘 메르시에!!

-오늘 경기 두 번째 골! 2 대 0으로 달아나는 울버햄튼 원더러스입니다! 상당히 좋은 슈팅이었습니다.

박규태가 전방에서 거친 몸싸움으로 고생을 하는 동안에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가스통 렌도.

두 명의 윙 포워드는 그야말로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고오오오올!

-울브스! 전반전에 3골이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샘 빈치의 득점!

-가스통 렌도의 킬패스가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중앙 미드필더 샘 빈치에게 제대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에 첫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샘 빈치 선수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전반전에 몰아넣은 3골.

박규태는 오늘 경기에서 철저하게 미끼의 구실을 하면서 2선에 있는 공격진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순간적으로 엉킨 수비진이 1골을 허용했지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더 도전적으로 움직이라며 독려했다.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3 대 1로 울브스가 압도하는 그림이었습니다.

하프타임.

라커룸에 들어선 선수들이 상당히 격양된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저 머저리 같은 녀석들에게 우리의 플레이를 보여줘서 진심으로 감사한다. 후반전에도 이렇게 도전적으로 움직이고 망설임 없이 전방으로 공을 연결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팍!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 너도 갚아줘!”

“그러다가 레드카드를 받으면 어떻게 하나요?”

“내가 상대 수비수 한 명의 코를 뭉개서 같이 나가줄게.”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저 괴물 감독은 곰과 싸워도 비등할 것이다.

박규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수들의 표정은 상당히 차분했다.

“좋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허슬이야. 실패해도 좋아! 내가 왜 25살 이하의 선수들만 영입해달라고 했는지는 내가 원하는 전술적인 지시를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너희는 젊어! 그리고 그 누구보다 내가 원하는 도전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어! 후반전에도 이렇게 보여줘! 오케이? 가서 웨스트햄 녀석들에게 울브스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

“옛썰!”

선수들이 라커룸을 나섰다.

* * *

후반전이 시작되고, 런던 스타디움이 야유로 가득했다.

우우우우우!

박규태와 울브스의 선수들에게 내뱉는 야유였지만, 2점 차이로 지고 있는 해머스의 선수들에게도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의미도 섞여 있었다.

당연히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수비진까지 끌어올리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꽤 결과를 만들었다.

-고오오오올!

-웨스트햄이 다시금 추격의 불씨를 키웠습니다!

-점수는 3 대 2! 이 경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경기를 보고 있는 시청자 여러분은 상당히 즐거울 것 같습니다.

-정말 경기의 템포가 빠르고 뜨겁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팬들이 내뱉은 환호성.

1점 차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들이 입을 바삐 움직였다.

(어글리 코리안! 어글리 코리안!)

(해머스의 망치에 이빨이 나가네!)

(어글리 코리안! 어글리 코리안!)

(재스퍼 다우스보다 골을 못 넣네!)

굉장히 단순한 음을 이용해서 만든 박규태를 조롱하는 노래에 몇몇 울브스 원정 팬들이 울컥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도 화가 잔뜩 났는지 애꿎은 물병을 폐기물 쓰레기로 만들었다.

웨스트햄의 감독인 루카스 주키비츠가 그 모습을 보고 몸을 움찔 떨었다.

아무튼, 실점을 허용하면서 3 대 2가 되었어도 울브스는 라인을 내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웨스트햄과 울브스의 공격진은 상대의 수비진을 뒤흔들었고,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후반 33분.

점점 지쳐가는 선수들.

그 사이에 잔디즙이 잔뜩 묻은 유니폼으로 기회를 기다리는 하이에나.

등번호 9번 박규태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반응이 없네?’

살짝 수비수의 뒤로 움직인 그는 웨스트햄의 수비수인 조슈아 알레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용히 엠마누엘 메르시에를 바라보는 박규태.

마침 공을 잡은 그는 중앙에서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박규태를 보고 낮고 빠른 크로스를 때렸다.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크로스!

조슈아 알레스가 자리를 잡고 공을 커트하려고 움직였는데, 그의 뒤에서 박규태가 튀어나와 공을 가슴으로 받았다.

공은 높게 떠올랐다.

박규태는 당연하다는 듯이 떠오른 공을 몸으로 밀면서 돌파를 시도했다.

-박규태! 파고듭니다!

-조슈아 알레스가 뒤에! 그리고 옆에서 이반 오데츠가 붙습니다! 중앙으로 파고든 가스통 렌도! 활짝 열렸습니다!

-박규태! 빠르게 결정해야 합니다!

보통이라면.

그리고 일반적인 선수라면.

가스통 렌도에게 패스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박규태는 공격수였다.

아무리 연계에 중심을 두고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찰떡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지만, 공격수는 골로 이야기해야 했다.

그렇기에 박규태의 발이 움직였다.

몸으로 밀어서 만든 공간, 살짝 뜬 공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박규태 슈우우우웃!

깔끔한 발리슛이었다.

발에 공이 닿는 순간 전기가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공이 골대에 들어가기도 전에 박규태는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 골이다.

철썩!

와아아아아!

울브스의 원정 팬들이 내뱉은 함성이 런던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골을 넣은 박규태는 그런 원정 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펄쩍 뛰어올랐다.

“주-모우!”

그의 환상적인 세레머니에 아까 웨스트햄의 팬들이 박규태를 조롱하기 위해 만든 돌림 노래를 변형해서 박규태의 응원가로 써먹기 시작했다.

(코리안 넘버원! 코리안 넘버원!)

(한국에서 온 최고의 공격수!)

(코리안 넘버원! 코리안 넘버원!)

(재스퍼보다 2,000만 파운드는 싸다네!)

(코리안 넘버원! 코리안 넘버원!)

우우우우!

다시금 야유를 내뱉는 웨스트햄의 관중들.

하지만 원정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팬들이 외치는 응원가는 계속해서 선명하게 들려왔다.

* * *

[울브스, 개막전에서 5 대 2 대승!]

[박규태 멀티골! 공격수 본능을 마음껏 뽐내다.]

[인종차별을 상대로 도발로 응수한 박규태!]

[경찰까지 동원된 EPL 개막전.]

[마이크 타이슨 감독, “인종차별? 내 앞에서 할 수 있으면 인정하겠다. 직접 와서 내 앞에서 N워드를 사용해라. 그러면 우리 팀 선수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도 봐주겠다. 다만, 그 사람의 목숨은 내가 보장할 수 없다.”]

[박규태, “웨스트햄이 너무 거칠었다. 물론 그것도 축구이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

-ㄷㄷㄷㄷ 마이크 타이슨……! 개무섭네; 저 아저씨 앞에서 N워드 쓰면 얼굴이 남아나지를 않을 듯.

-그냥 인종차별을 하지 말라는 뜻이네. ㅋㅋㅋ 누가 저 최종병기 앞에서 저런 말을 내뱉겠어.

-도발하는 순간에는 조금 걱정했는데, 두 번째 골에서는 그냥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김치팍에게 적응이 필요하다 했음?

-적응은 다른 EPL팀이 박규태에게 해야 하는 거지.

-이게 마따. 이게 맞는 것이여.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김치규태교의 분노를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김치규태교 일동)

5 대 2 대승.

막판에 코너킥에서 중앙 수비수인 앤디 수아즈가 헤딩으로 쐐기골을 넣으면서 경기가 끝났다.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에 경찰이 웨스트햄의 팬들을 먼저 내보냈고, 한참 뒤에야 울브스 팬들과 선수들이 런던 스타디움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웨스트햄이 부순 런던 스타디움의 휴지통이 꽤 많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박규태와 울브스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금방 유로파리그 3차 예선 2차전이 찾아왔으니까.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끝나고 하루 회복 훈련을 한 울브스의 선수들은 곧 스위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니까, 팍이 골을 넣고 팬들에게 달려가면서 소리쳤어. 내가 누구냐고! 그러자 소쇼의 팬들이 ‘슈퍼 코리안!’이라 대답하는 거야! 그걸 직접 보면 감탄만 나온다니까?”

테오 나두가 설명하는 박규태의 무용담에 울브스의 선수들이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고 있었다.

“그것보다 축구를 잘 하는 주문? 그게 뭔데?”

“주-모우! 축구를 2배 잘하게 만드는 주문이래.”

뭔가 의심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박규태가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2골을 넣는 것을 보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쥬-모우?”

“주-모우! 그 뒤에 ‘샤타내러!’까지 붙이면 완벽하다고 저번에 팍이 알려줬어.”

“샤타내러?”

박규태가 선수들을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끼어들었다.

“그래, 내가 주-모우를 선창하면, 너희가 ‘샤따내려’를 외치면 되는 거야. 해볼까? 주-모우!”

“샤타내러!”

“주-모우!”

“샤타내러!”

비행기 안이 시끌벅적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도 씩 웃으며 선수들 사이에 끼어들어 같이 ‘샤타내러!’를 외쳤다.

그리고 이 모습은 누군가 동영상으로 찍어서 울브스의 공식 미튜브 채널에 올리면서 퍼지게 되었다.

-오! 나 저거 들어봤어! 한국의 밈이었지?

-팍이 골을 넣으면 ‘Jumo!’를 외치는데, 우리가 그 외침 뒤에 후창으로 ‘샤타내러!’를 외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좋아! 우리도 보여주자!

-이번 3차 예선 2차전에서 골을 많이 넣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저 ‘샤타내러!’를 많이 외칠 수 있잖아!

-이번 원정까지 따라간 녀석들! ‘사타내러!’를 기억하고 있어! 알겠지? 우리 울브스의 단합력을 보여주자고!

그렇게 유로파리그 3차 예선 2차전이 찾아왔다.

후반전 10분이 막 지나가고 있는 상황.

3 대 0으로 앞서나가는 와중에 박규태가 팀의 4번째 골을 넣고는 원정 팬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 자신의 세레머니를 보여주었다.

“주-모우!”

그리고 그의 외침에 팬들이 응답했다.

샤타-내러!!!

< 국뽕 박규태 선생 #56 > 끝

ⓒ 엉심킬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