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21화 (221/308)

[221]

“최강철 선수,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드디어 허리케인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원투 스트레이트. 이어지는 양 훅, 어퍼컷! 엄청난 펀치 세례입니다. 레너드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강철, 빠르게 따라붙습니다. 최강철 선수의 스피드는 레너드의 스피드에 비해 느리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펀치 샤워. 레너드 쩔쩔맵니다. 악! 레너드 반격합니다! 최강철 선수… 다운입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최강철 선수가 다운되었습니다!”

“기습을 받았습니다! 레너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충격이 있습니다!”

“레프리가 카운터를 셉니다. 최강철 선수, 일어나 주기를 바랍니다. 아… 이게 웬일입니까!”

이종엽의 안색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

당연히 옆에 있던 윤근모도 벌떡 일어난 채 안타까움에 젖어 어쩔 줄 모르는 중이었다.

최강철이 압도적인 러시를 시작하자 흥분해 있던 관중들은 레너드의 반격에 최강철이 쓰러지자 경악이 담긴 함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캔버스에 쓰러지지 않았던 최강철의 다운에 모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최강철, 카운트 7에 일어났습니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최강철 선수, 두 주먹을 들어 올려 보입니다. 다시 경기 시작됩니다! 도망가야 합니다. 충격이 풀릴 때까지 견뎌야 합니다. 다가서는 레너드, 가공할 공격을 퍼붓습니다! 최강철 선수, 반격하지 않고 뒤로 물러섭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최강철 선수 견뎌내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직 1분이나 남았습니다. 대주면 안 됩니다. 빠져나가야 합니다!”

“충격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더킹으로 피하는 최강철! 그러나 레너드 물러서는 최강철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쫓아갑니다. 강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 피했습니다. 사이드로 돌아야 됩니다. 피해야 됩니다!”

“주먹을 내면 더 위험합니다! 일단 충격에서 회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드를 하면서 뒤로 물러나야 됩니다.”

“아… 이걸 어쩝니까. 최강철 선수, 로프에 기대고 있습니다. 레너드의 일방적인 공격! 이때 최강철 선수의 쇼트 훅! 레너드 맞았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최강철, 원투 스트레이트. 아직 괜찮은 것 같습니다. 펀치의 날카로움이 살아 있습니다!”

핀치에 몰렸던 최강철이 로프에서 벗어나며 반격을 가하자 곧 죽을 것 같았던 이종엽의 목소리가 하늘을 뚫고 올라갈 것처럼 커졌다.

누가 캐스터고 누가 해설자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종엽과 윤근모는 번갈아 가며 떠들고 있었는데 최강철이 대미지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자 하나님께 고맙다고 기도하는 표정을 지은 채 미친 사람처럼 떠들어댔다.

* * *

“아악!”

잠실 경기장이 한꺼번에 비명으로 사로잡혔다.

공격을 하던 최강철이 레너드의 반격으로 인해 다운을 당하자 잠실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2만 명의 국민이 동시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뒤로 벌렁 쓰러졌던 최강철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다.

언제나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통쾌한 승리를 안겨주었던 최강철의 다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다시 일어난 최강철이 계속 공격을 당하자 사람들은 두 손을 붙잡고 온몸을 떨어댔다.

“강철아, 힘내라. 강철아!”

“뒤로 도망가. 도망가란 말이야!”

“아이고… 맞으면 안 돼, 이 자식아! 제발 도망가라고!”

김영호와 류광일이 번갈아 가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들어도 상관없다.

오직 이 순간은 최강철이 충격에서 벗어나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느리게 가는 시간이 더없이 원망스러웠다.

무려 1분이나 남은 이 시간이 그들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김영호와 류광일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 것은 뒤로 물러서며 레너드의 공격을 피하던 최강철이 로프에 묶여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때였다.

“피해, 제발… 피해!”

“빠져나와. 거기 있으면 안 돼! 강철아, 힘 좀 내. 여기서 지면 안 돼!”

레너드의 공격이 계속되자 김영호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경기.

최강철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패배.

생각하기조차 싫은 단어다.

최강철이 패배한다는 건 대한민국 전체가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이미 여자들은 비명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중이었다.

마치 사슴의 울음소리처럼 그녀들의 비명은 애처롭고 날카로웠다.

눈물의 애원.

이 위기를 이겨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이었고 소망이었다.

그 소망이 기적을 일으킨 것일까.

최강철이 갑자기 힘을 내면서 레너드의 안면을 두들기고 앞으로 전진해 나오자 잠실 야구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함성을 내질렀다.

“그래, 강철아. 죽여, 죽여!”

* * *

힘들었던 6라운드가 끝나고 코너로 돌아오자 윤성호가 물병을 들어 최강철의 얼굴에 뿌렸다.

조금이라도 더 정신이 들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다.

윤성호와 이성일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잘 버텼다. 괜찮아?”

“괜찮습니다.”

“씨발, 저 새끼가 준비한 게 졸트(Jolt)였구만. 거기에 네 콤비네이션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왔어.”

윤성호가 이를 갈며 최강철의 목덜미를 풀어주었다.

다운을 당했을 때 목에 충격이 갔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분석.

레너드는 최강철의 콤비네이션 펀치에 맞서기 위해 졸트(Jolt) 콤비네이션을 만들어놓았다.

졸트(Jolt)는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예리한 각도에서 뿜어내는 펀치로 스피드를 최대화시키는 기술이었다.

쉽게 이야기해서 일반적인 펀치 콤비네이션보다 한 박자 빠른 펀치란 이야기다.

최강철이 당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뒤로 도망가다가 급작스럽게 날아온 기습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방어를 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어쩔래?”

“다시 해야죠. 레너드가 준비한 게 졸트라면 같은 방법으로 싸우겠습니다.”

“넌 졸트를 연습하지 않았잖아!”

“대신 쇼트 콤비네이션이 있잖습니까. 그거면 졸트와 충분히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레너드의 발을 묶어놔야 해.”

“묶어야죠. 어차피 둘 중의 하나는 죽습니다. 그리고 죽는 건 레너드가 될 겁니다.”

레너드는 휴식을 끝나고 나온 최강철이 생생한 모습을 보이자 금방 공격을 가해 오지 않았다.

여전히 냉정했고 여전히 차가웠다.

오히려 공격에 나선 것은 최강철이었다.

최강철은 어느새 회복된 빠른 스텝으로 링 주위를 돌면서 기회를 노리는 레너드를 향해 폭발적으로 뛰어들었다.

레너드가 물러섰으나 자석처럼 따라붙었다.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레너드의 스텝과 펀치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왔으나 최강철은 가드를 바짝 올린 채 끝없이 따라붙었다.

함부로 펀치를 난사하지 않았다.

복서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펀치를 내기 위해 가딩이 무너졌을 때였다.

더군다나 레너드 같은 선수에게 공격을 하다가 허점이 노출되면 6라운드처럼 불의의 일격을 받게 된다.

최강철은 레너드가 숨겨놓았던 비장의 무기를 확인하자 즉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압박을 가했다.

아무리 졸트 펀치가 예리해도 완벽한 가딩을 뚫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지금 증명되고 있었다.

강력한 압박에 레너드가 순간순간 멈추며 다운을 시켰던 졸트 펀치를 폭발시켰지만 최강철은 완벽한 가딩으로 막아내며 쇼트 펀치를 복부에 집중시켰다.

조금이라도 레너드의 스텝을 무디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오늘 이 시합을 위해 이성일이 준비한 것은 바로 이 복부 공격과 체력전이었다.

레너드는 최강철보다 8살이 더 많다.

그가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했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나이에서 오는 체력 저하가 최강철보다 심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더군다나 최강철의 체력은 12라운드를 풀로 뛸 만큼 대단했기에 이성일은 주저 없이 이 전략을 선택했다.

잠시도 쉬지 않게 만든다는 것.

끊임없는 접근전.

관중들이 질려 할 만큼 끈질긴 섀도였다.

비록 자신의 콤비네이션 펀치와 천적 관계인 레너드의 졸트(Jolt) 때문에 무차별적인 펀치를 퍼붓지는 못했지만 최강철은 레너드의 발이 잡힐 때마다 쇼트 콤비네이션을 꺼내 들고 복부를 중점적으로 두들겼다.

물론 그 와중에 여러 번 공격을 당했다.

쇼트 펀치였음에도 복부 공격을 시행할 때는 안면이 비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최강철은 난타전을 피하지 않았다.

알고 당하는 공격은 무섭지 않다.

그리고 맞붙어서 싸우는 난타전에서는 충격을 받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최강철 선수, 또다시 접근전을 펼칩니다. 레너드의 공격이 만만치 않지만 최강철 선수, 불도저처럼 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체력전을 펼치는 것 같습니다. 최강철 선수는 레너드의 체력을 줄여 발을 묶어버릴 생각인 것 같아요.”

“특유의 불꽃같은 콤비네이션 펀치가 나오지 않고 있는 건 왜 그럴까요?”

“레너드 선수의 반격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강철 선수는 7라운드부터 지금까지 계속 쇼트 펀치를 중점적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그렇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최강철 선수, 레너드를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번개처럼 터지는 복부 공격, 안면으로 올라갑니다. 레너드도 피하지 않고 맞불을 놓습니다. 저게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졸트(Jolt) 펀치죠?”

“그렇습니다. 레너드 선수의 양 옆구리를 보십시오. 펀치가 옆구리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런 상태에서 어떻게 저 정도로 예리한 펀치를 구사할 수 있을까요? 정말 대단한 기술입니다.”

“아마 최강철 선수를 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걸 겁니다. 예전의 레너드는 저런 펀치를 거의 쓰지 않았거든요.”

“두 선수, 끝없이 움직이며 부딪치고 있습니다! 최강철 선수, 잠시도 레너드를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앗! 최강철 선수의 라이트 훅. 레너드, 맞았습니다! 레너드, 뒤로 물러납니다. 멀찍이 도망가는 레너드. 아… 이때 공이 울렸습니다. 아쉽습니다. 최강철 선수의 공격이 성공되는 순간 9라운드가 끝났습니다. 윤 위원님 마지막에 최강철 선수가 쓴 공격은 쇼트가 아니었죠?”

“그렇습니다. 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 터뜨린 공격이었습니다. 레너드가 대미지를 입었을 겁니다. 워낙 날카로운 공격이었거든요. 공이 울린 게 정말 아쉽습니다.”

“이제 종반전에 들어서게 됩니다. 위원님, 지금까지 최강철 선수가 잘 싸워줬는데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이대로 판정으로 가면 불리합니다. 최강철 선수는 다운까지 당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점수에서 뒤질 것 같습니다.”

“계속 공격을 했잖습니까?”

“보신 것처럼 계속 공격은 했지만 유효타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레너드의 방어력은 대단해서 대부분의 공격을 흘려 버렸거든요. 일반인들에게는 최강철 선수가 잘 싸운 것처럼 보이겠지만 심판들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아, 그럼 어쩌면 좋겠습니까. 이제 3라운드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윤근모의 말을 들은 이종엽의 목소리가 금방 걱정스럽게 변했다.

정신없이 중계를 하느라 점수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윤근모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윤근모가 기대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최강철 선수를 믿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최강철 선수가 사전 작업을 했다고 확신합니다. 최강철 선수도 지금 자신이 유리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아직도 3라운드가 남았습니다. 최강철 선수가 이 3라운드 안에서 레너드를 쓰러뜨려 줄 거라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최강철은 빗방울처럼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는 윤성호를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졌다.

그 시선을 받으며 윤성호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시선을 받을 때마다 새로운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왜?”

“헉헉… 지금 지고 있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대로 마지막까지 계속 가면 아마 질 거다.”

“마지막까지 안 갑니다.”

숨을 조절하던 최강철이 의외의 말을 꺼내자 윤성호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무슨 소리야?”

“이번 라운드에 끝내겠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무리하다가는 아까처럼 당할 수도 있어!”

“아뇨. 레너드의 발이 무뎌지기 시작했어요. 하긴, 이 정도로 버틴 것도 대단하죠. 헌즈는 불과 3라운드 만에 발이 묶였는데 무려 9라운드를 버텼으니 과연 레너드입니다.”

“내가 보기엔 아직도 괜찮아 보이던데?”

“숨소리와 따라잡히는 스텝만 봐도 압니다. 레너드는 이제 지쳤어요. 여기서 더 압박하면 버티지 못합니다.”

“정말이냐?”

“내가 왜 거짓말을 합니까. 성일아, 네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디?”

최강철이 묻자 이성일의 눈이 번쩍거렸다.

그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강철이 묻자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묻어났다.

“보였다. 그런데 완전히 맛이 가지는 않았어.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지금이 타이밍인 것 같다. 관장님 말씀대로 판정으로 가면 불리해. 여기서 끝장을 봐야한다.”

“오케이. 관장님도 동의하는 거죠?”

“그래, 씨발. 어차피 안 되면 지는 거 아니겠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장을 보자.”

윤성호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래서 원 팀이다.

모두의 생각과 판단이 동일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랬기에 최강철은 공이 울리는 순간 바람처럼 링의 중앙을 향해 뛰어나갔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