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20화 (220/308)

[220]

“양 선수, 대단합니다. 1라운드부터 강렬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스피드입니다. 최강철의 레프트 잽, 빠릅니다. 최강철 선수는 이번 경기를 위해 레프트 잽을 진화시켜 온 것 같습니다. 윤 위원님, 최강철 선수의 레프트 잽으로 인해 레너드가 쉽사리 반격을 하지 못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최강철 선수의 레프트 잽, 정말 무섭군요. 저런 레프트 잽은 제가 복싱 해설을 하면서 처음 봤습니다. 오랫동안 최강철 선수의 경기를 지켜봤으나 이런 레프트 잽을 가져온 것도 처음이군요. 레너드 선수는 레프트 잽에서 밀리고 있어요. 하지만 백중세의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은 그의 반사 신경과 스텝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최강철 선수의 라이트 스트레이트! 피하는 레너드, 레너드 오른쪽으로 돕니다. 라이트 훅! 레너드의 단발 공격. 최강철 선수의 관자놀이를 직격합니다! 그러나 최강철 선수, 암 블로킹으로 막았습니다! 반격, 최강철 선수, 레너드를 따라 들어갑니다. 원투 스트레이트! 라이트 보디. 레너드의 레프트 훅! 최강철 선수 맞았습니다! 쇼트 훅에 걸렸습니다. 그러나 최강철, 그대로 밀고 들어갑니다. 다시 라이트 보디, 레프트! 연속되는 보디 공격. 최강철 선수의 보디 공격이 계속 터집니다. 뒤로 물러서는 레너드. 정신없이 빠른 공수 전환입니다! 1라운드부터 양 선수, 격돌입니다!”

“최강철 선수, 레너드의 연타를 조심해야 합니다! 들어갈 때 레너드의 라이트 단발 훅에 여러 선수가 걸려서 쓰러졌어요. 가딩을 조금 더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가딩을 올리면 공격 속도가 줄어들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워낙 레너드의 반격이 날카로워서 먼저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최강철 선수의 맷집이 상당히 좋지만 들어가다 카운터를 맞으면 충격을 받습니다.”

이종엽의 질문에 윤근모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적셨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링의 중앙에서는 최강철과 레너드가 빛살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를 향해 전광석화처럼 주먹을 날리고 있는 중이었다.

* * *

“어떠냐?”

“아직 안 보여주네요. 뭘 준비하고 나왔는지 전혀 노출하지 않습니다.”

“펀치력은 어때?”

“견딜 만합니다. 정타를 몇 대 맞았지만 흔들거리지는 않습니다.”

“정말 빠른 놈이다. 마크 브릴랜드 못지않은 것 같아.”

“그래요. 더군다나 조금만 허점이 보이면 펀치가 날아옵니다. 얼마나 반사 신경이 뛰어난지 정타를 거의 허용하지 않네요.”

“그래도 네가 이겼다. 1라운드에서는 레너드가 더 맞았어. 그러니까 이대로 진행하면서 끌고 나가. 저 친구가 뭘 가져왔는지 보자고.”

“알겠습니다.”

윤성호가 끊듯이 말을 하자 최강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연한 말이다.

레너드도 그렇겠지만 자신 역시 준비한 것을 아직 꺼내 들지 않았다.

천재가 무엇을 준비했는지 먼저 봐야 한다.

자신에 대해서 철저히 연구했을 테니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깨뜨릴 비책을 만들어서 훈련했을 것이다.

보자, 레너드.

당신이 가져온 것을 꺼내봐.

공이 울리자 최강철은 링의 중앙으로 나가며 레너드의 눈을 확인했다.

여전히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포커페이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

이런 눈은 무섭다.

감정의 기복이 없다는 것은 냉정함을 유지한다는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노출하지 않음으로써 순식간에 목 줄기를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쉬익!

최강철은 접근하면서 다시 레프트 잽부터 꺼내 들었다.

연사.

레너드는 최강철의 레프트 잽을 무력화하기 위해 적정 거리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난 채 외곽으로 돌았다.

공격하고 싶으면 자신의 전권으로 먼저 들어오라는 신호였다.

레프트 잽이 닿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자 빡빡한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레너드의 코너에서 자신의 레프트 잽이 무섭다는 걸 알고 즉각적으로 내놓은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단숨에 소화해 내는 레너드의 능력도 대단하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을 게 분명한데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정확하게 레프트 잽의 범위에서 벗어나 움직였다.

공격하기 위해서는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 한 발이 레너드에게는 반격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레너드는 최강철이 펼치는 팬케이크 압박 스텝을 간단하게 격파하며 계속 링을 돌았다.

백스텝과 사이드스텝의 정교한 조화.

레너드는 두 가지 스텝만으로 팬케이크 스텝을 격파하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스피드다.

오랜 링 경험으로 여러 번 팬케이크 압박 스텝을 당해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강철은 잠시도 쉬지 않고 그의 전권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이 준비한 전략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레너드가 쉴 수 없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레프트 잽이 레너드의 거리 확보로 무력화되었으나 최강철의 공격 전체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압박.

레너드의 거리를 무너뜨리며 파고든 최강철은 꾸준히 전진해서 복부와 안면을 향해 연타를 날렸다.

치고받는 난타전.

레너드는 단 한 번도 최강철의 공격에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반드시 반격을 가한 후 뒤로 빠졌는데 그냥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오른쪽으로 돌았다.

수없이 치고받는 격전.

이걸 보고 뭐라고 해야 할까.

소문난 잔치는 먹을 것이 없다고 했지만 두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이미 자지러질 대로 자지러져 있었다.

눈이 호강한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강자들의 경기를 지켜봤지만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복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펀치의 교환이 마치 정교한 기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았다.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최적화된 동작을 만들어내고 있는 최강철과 레너드는 그들이 왜 최강의 자리에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긴장의 연속.

예술 속에 담겨 있는 시퍼런 칼날.

양 선수가 주고받는 펀치에 숨겨 있는 살기가 오금을 저리게 만들 정도다.

그랬기에 관중들은 일어선 채 환호성도 지르지 못했다.

끝없이 밀려드는 긴장감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 * *

“아우, 오줌 쌀 뻔했네.”

“나도 그랬어. 난 빤쓰에 조금 지린 것 같다.”

미친 듯이 달려서 화장실에 다녀온 김영호와 류광일은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5라운드가 끝난 지금까지 팽팽한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1라운드에서만 약간 우세를 보였던 최강철은 레너드의 파이팅에 말려들어 효율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그건 레너드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의 방어력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한 방, 한 방에서 나오는 펀치들이 전부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 선수는 기가 막힌 방어력으로 상대의 펀치들을 흘려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긴장감으로 잠실야구장이 폭발할 것 같았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레너드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최강철의 주위를 빙빙 돌며 펀치를 내고 있었는데 반격하는 속도와 위력이 관중들의 몸을 움찔거리게 만들 만큼 무시무시했다.

“역시 레너드야. 강철이 공격을 저리 쉽게 피하는 놈은 처음이야.”

“휴우, 그러게 말이다. 더군다나 워낙 스피드가 빨라서 접근전도 쉽지 않아. 저놈 발은 모터를 달아놓은 같아.”

“기다려 봐. 강철이가 아직 인파이팅에 시동을 걸지 않았어. 레너드가 아무리 움직임이 좋아도 강철이의 인파이팅에 걸리면 끝내 잡힐 거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아. 레너드가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단 말이야.”

“야, 전문가. 너 왜 사람 불안하게 만들어. 왜! 뭐가 이상한데!”

“그냥, 느낌이 그렇다고. 야, 시작한다. 조용해.”

김영호가 류광일의 움직임을 제어하며 화면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주변 사람들이 그를 따라 눈을 고정시켰다.

이제 김영호는 주변 사람들에게 해설자가 되어 있었다.

시합 전부터 워낙 해박한 복싱 지식을 떠들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쉬는 시간마다 그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 * *

“정말 철저히 준비해 나왔구나. 저 자식, 네 펀치 패턴을 읽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이대로 끌고 나가면 위험하겠다. 네 생각은 어때?”

“스텝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어요. 체력 훈련이 그만큼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압박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일러.”

“아뇨, 뒤로 갈수록 더 부담되는 경기를 해야 해요. 지금이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윤 관장의 우려에 최강철이 머리를 흔들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성일이 나섰다.

“강철아, 아직 레너드는 준비해 온 걸 꺼내지 않았어. 지금까지 경기는 주로 네 공격을 차단하고 반격하는 수준이었단 말이야.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어때?”

“뭘 기다리는지 몰라도 더 이상은 안 돼. 판정으로 가면 불리해져. 점점 레너드의 경기 패턴이 올라가고 있단 말이야.”

“고집 부리지 마!”

“그냥 나한테 맡겨라. 실업자는 만들지 않을 테니까.”

최강철은 소릴 지르는 이성일을 향해 빙긋 웃어주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런 후 천천히 링의 중앙을 향해 걸어 나갔다.

6라운드.

최강철은 여전히 같은 패턴으로 레너드를 압박해 들어갔다.

대단하다, 레너드.

같은 패턴의 경기가 계속되자 점점 펀치의 효율성에서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루시퍼에게 받은 운동신경은 인간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었으나 레너드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았다.

더군다나 무패를 기록하며 쌓아왔던 링 경험으로 그는 효율적인 방어와 반격을 병행하며 꾸준히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를 거야.

네가 먼저 꺼내 들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하지.

최강철은 레너드가 만들어놓은 거리를 무너뜨리며 빠르게 파고들었다.

자신의 콤비네이션 펀치를 꺼내 들면서.

드디어 시작된 공포의 콤비네이션 펀치.

허리케인이란 별명을 만들어냈던 그의 콤비네이션 펀치들이 레너드의 전신을 향해 작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너드의 대처는 눈부셨다.

최강철이 콤비네이션 펀치를 꺼내 들자 그는 외곽으로 돌던 스텝을 멈추고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빠져나갔다.

같이 부딪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공격에 실패한 최강철의 얼굴에서 슬그머니 웃음이 떠올랐다.

이것도 준비한 거냐.

하지만 너무 단조로운 거 아냐?

당신의 스피드가 빠른 건 인정하지만 내 스피드도 그에 못지않다는 걸 왜 몰라!

뒤로 물러난 레너드를 향해 최강철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따라붙었다.

공격에 실패해도 상관없다.

당신이 어떤 훈련을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만의 스타일로 당신을 부술 것이다.

위잉, 위잉… 윙!

기어코 레너드의 스텝을 따라잡은 최강철이 전광석화처럼 칼을 꺼내 들었다.

복부에 이어 안면으로 올라오는 전매특허 허리케인 콤비네이션 펀치들이 레너드를 향해 터지기 시작했다.

레너드가 위빙과 더킹, 암 블로킹과 패링 등 모든 방어 기술을 동원해서 막았으나 최강철의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손을 붙잡고 긴장한 채 지켜보던 관중들의 입에서 드디어 함성이 터져 나왔다.

불꽃같은 최강철의 공격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라던 관중들은 기어코 고대하던 장면이 연출되자 서서히 발광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최강철은 피하는 레너드를 계속 따르며 펀치를 연사시켰다.

도망가게 만들면 이 공격에 의미가 사라진다.

그때 빠른 스텝으로 뒤로 물러서던 레너드의 신형이 갑자기 멈췄다.

그런 후 최강철의 콤비네이션 펀치에 맞서며 무수한 펀치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기습이다.

콰앙……!

레너드의 라이트 훅이 남산만 하게 보이며 눈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피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렸으나 이미 늦었다.

머리에서 환한 불빛이 피어오르며 정신이 멍해졌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으나 뇌에 전해진 충격에 균형이 무너지며 캔버스 위를 뒹굴었다.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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