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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222화 (222/308)

[222]

쉬익, 쐐액!

오른쪽으로 도는 레너드의 품을 향해 뛰어든 최강철이 다시 복부를 두들겼다.

펀치가 나오는 순간 레너드의 양 훅이 얼굴을 향해 날아왔으나 최강철은 펀치를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팡… 팡… 파앙!

따라잡는 속도가 점점 쉬워진다.

그만큼 레너드가 지쳤다는 걸 의미했다.

입이 슬쩍 벌어진 게 보였다.

백전노장답게 적을 향해 지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최강철의 눈에는 그것이 헐떡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지겨울 것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접근해 오는 최강철의 대시에 레너드는 백스텝과 사이드스텝을 이용해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이 더 벌어지고 있었다.

최강철은 펀치를 허용해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접근해서 쇼트를 날렸다.

이제 점점 간격이 좁혀지며 난전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

아직도 나는 괜찮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야.

쇼트 펀치라고 해서 위력이 없는 게 아니다.

간격을 완벽하게 좁힌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최강철의 쇼트는 무서운 위력이 담겨 있었다.

물론 레너드의 졸트 펀치도 그냥 있지 않았지만 라운드 중반이 넘어가자 서서히 균형이 최강철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무차별적인 난사.

공포의 허리케인 콤비네이션 펀치와 강도는 다르지만 바짝 붙은 상태에서 날아가는 최강철의 쇼트 펀치들이 레너드의 전신을 두들겼다.

레너드는 계속해서 링을 돌고 있었으나 점점 움직임이 둔해져 갔다.

그동안 계속해서 공략당한 복부가 다리를 무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품까지 근접해 온 최강철은 향해 무시무시한 연타를 퍼부었다.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만큼 마술과 같은 거리 확보다.

품까지 파고들었음에도 레너드는 스텝을 한 발 비껴내는 것만으로 거리를 확보하며 자신의 졸트 펀치를 터뜨렸다.

관중석에서는 이미 비명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끝장을 보겠다는 듯 무섭게 파고드는 최강철과 이에 맞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터뜨리는 레너드의 졸트 펀치가 링의 전반에서 번개가 내리꽂듯 격돌했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빨랐으며 치명적이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경기 종반인 10라운드였음에도 조금도 무뎌지지 않은 채 상대를 향해 칼날 같은 주먹을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그 균형은 라운드 종반으로 치닫자 최강철의 압도적인 우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펀치를 내는 숫자에서 차이가 났다.

최강철은 라운드가 시작된 순간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파고들며 펀치를 터뜨리고 있었지만 레너드는 종반으로 갈수록 펀치가 나오는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것이 경기를 일방적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최강철은 슬그머니 이를 악물었다.

기어코 레너드의 발이 잡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밀면 결국 견디지 못하고 코너까지 밀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너로 밀 수만 있다면 이 경기는 끝난다.

레너드의 입이 이젠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었다.

거칠게 터지는 숨소리.

“헉, 헉…….”

가슴팍에 붙어 펀치를 갈기고 있었음에도 그의 숨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하지만 레너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코너나 로프에서 벗어나며 반격을 가해왔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

이 정도의 압박에서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은 이 경기를 이기기 위해 그가 얼마나 혹독한 체력 훈련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강철은 레너드의 눈을 노려보며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때리고 맞았다.

그럼에도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한 것은 그만큼 서로의 방어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근접전에서 펼치는 펀치들이었기 때문에 강도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만약 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 이런 펀치들을 주고받았다면 둘 중 하나는 벌써 캔버스에 뒹굴었을 것이다.

최강철이 결국 코너에 레너드를 몰아넣은 것은 경기를 30초 남겨두었을 때였다.

쇼트 훅에 안면이 걸린 레너드가 충격을 받고 뒤로 물러서는 걸 최강철이 그대로 몸통으로 박아 코너로 몰아넣었다.

코너로 레너드가 박히자 최강철의 쇼트 콤비네이션이 휘몰아쳤다.

복부에서 시작해서 안면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복부로 내려왔는데 그 짧은 순간 50여 발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레너드는 안면을 완벽하게 가딩하며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최강철의 펀치를 막기에는 가딩만으로는 부족했다.

더킹과 위빙, 스웨잉 같은 기술들은 코너에 박혀 폭풍처럼 몰아치는 펀치를 방어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레너드는 완벽한 가딩 상태에서도 반격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최강철의 펀치에 난타를 당했다.

그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완벽에 가까운 방어 기술로 피니시 블로를 피했다는 것과 천부적인 반사 신경으로 정타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수한 펀치를 허용한 레너드는 공이 울리자 휘청거리며 겨우 자신의 코너로 돌아갔다.

완벽하게 체력이 방전된 모습이었다.

윤성호는 최강철이 코너로 돌아오자 무림 고수처럼 로프를 타고 넘어오며 의자를 꺼냈다.

그는 레너드가 휘청거리며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자 이미 경기가 끝난 것처럼 잔뜩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강철아, 잘했다. 우리 작전이 통했다.”

“헉… 헉, 당연히 그래야죠.”

“저 자식, 완전히 체력이 고갈된 것 같다. 조금만 더 밀면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대단하네요. 코너에 박혀서도 절대 그냥 맞지 않잖아요. 저도 정신이 얼얼할 정도로 맞았습니다.”

“인마, 저놈은 더 맞았어!”

“성일아, 물 좀 줘라.”

윤성호가 어깨를 주무르며 상기된 얼굴로 이성일이 들고 있던 물병을 찾았다.

그러자 이성일이 급히 그의 입에 물병을 틀어박으며 총알같이 떠들었다.

“강철아, 레너드의 상태를 보니까 마지막 전략을 쓸 때가 온 것 같다. 어때?”

“응, 맞아.”

“그냥 못 끝냈기 때문에 다시 살아날 수 있어. 마무리 잘해야 돼!”

“알았다.”

최강철은 공이 울리자 다시 앞으로 튀어 나갔다.

10라운드에서 끝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레너드의 정신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것이 천재의 위용이란 말인가.

조금씩 비껴내는 방어 기술을 보면서 그가 왜 천재이자 전설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헌즈가 그를 이기지 못한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이 되었다.

아무리 강력한 펀치를 가지고 있어도 이런 정도의 방어 능력을 가진 레너드를 쓰러뜨리기엔 헌즈의 세기가 부족하다.

쉬고 돌아온 레너드의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회복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안 된다.

한 번 소진된 체력은 잠시의 휴식으로 완벽하게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강철은 결코 여기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불끈 다가선 그의 펀치가 화살처럼 뻗어나가 레너드의 전신에 다시 작렬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서 날아온 졸트 펀치들이 자신의 안면과 복부에 꽂혔으나 최강철은 펀치를 멈추지 않았다.

레너드도 그랬지만 자신 역시 그에 못지않은 방어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씩 펀치를 비껴 맞으며 끝없이 전진을 거듭했다.

체력이 떨어진 상대에게 시간을 준다는 것 바보 같은 짓이다.

이윽고 라운드 중반까지 진행되자 레너드의 입이 10라운드 종반보다 더 벌어졌다.

완벽하게 체력이 고갈된 모습이었다.

그때부터 최강철은 자신의 거리를 확보하고 레프트 잽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젠 더 이상 모험을 걸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레너드에게는 지옥문이 열린다.

파앙… 팡… 팡!

스트레이트에 버금가는 레프트 잽이 레너드의 안면을 연신 훑어냈다.

그런 후 균형이 무너진 레너드의 전신을 향해 최강철의 원투 스트레이트와 양 훅이 번개처럼 파고들었다.

레너드의 반격을 완벽하게 차단한 후 확보된 거리에서 던진 펀치들이었다.

반격을 위해서는 체력이 뒤따라 줘야 하지만 레너드에게는 이미 그런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최강철이 접근해 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만 마지막 반격을 통해 상황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강철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은 채 창처럼 날카로운 레프트 잽으로 선제공격을 가한 후 빈 곳을 골라 펀치를 날렸다.

펀치의 강도가 달라졌다.

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 던지는 펀치는 해머로 때리는 것처럼 묵직한 위력을 가진 채 레너드의 복부와 안면을 연신 흔들어놨다.

비틀거리며 레너드가 물러서는 걸 보면서도 최강철은 접근전을 펼치지 않고 완벽하게 거리를 확보한 채 잠시도 펀치를 쉬지 않았다.

일방적인 경기.

비틀비틀.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맞고 뒤로 물러서는 레너드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최강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런 후 앞으로 파고들며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콤비네이션 펀치를 꺼내 들었다.

졸트 펀치로 반격을 해올 테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다운을 당한 것은 기습을 받았기 때문이고 그때는 레너드의 체력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콰앙, 쾅… 쾅… 바바바방!

어디서 이런 체력이 나오는 것일까.

레너드를 향해 최강철의 펀치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완벽하게 가딩을 한 채 로프에 밀린 레너드는 이제 반격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도 알 것이다.

이런 가딩으로는 최강철의 공격을 결코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다.

뇌전처럼 쏟아지는 최강철의 펀치가 점점 레너드의 가딩을 끌어내렸다.

온갖 방어 기술을 동원하며 막았지만 최강철은 빈 곳을 골라가며 때렸기 때문에 그의 가딩은 시간이 갈수록 흔들렸다.

최강철이 슬그머니 이를 악물고 눈동자가 풀린 레너드의 옆구리를 통타한 후 곧바로 돌고래가 솟구치는 것처럼 옆구리를 막기 위해 내려온 가드를 뚫고 어퍼컷을 올려쳤다.

털컥!

레너드의 고개가 치켜드는 순간.

번개 같은 양 훅이 들려진 그의 안면을 박살 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터진 펀치들이었다.

최강철은 펀치가 그의 안면에 작렬한 순간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 허물어지듯 쓰러지는 레너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설의 침몰.

쓰러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짠하게 울려 왔다.

정말 대단했다, 레너드.

당신과 같은 복서를 상대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

“최강철 선수,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접근전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바로 그 공포의 허리케인 콤비네이션입니다. 레너드 로프에 몰려 바짝 몸을 웅크린 채 방어합니다. 하지만 견디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미 주먹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최강철, 정말 무시무시한 인파이팅입니다! 라이트 훅, 복부에 정확하게 들어갔습니다. 악! 어퍼컷, 번개 같은 양 훅! 레너드 쓰러졌습니다! 일어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레너드가 침몰했습니다. 레프리, 카운터를 세지 않습니다. 이겼습니다!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우리의 자랑, 대한민국의 영웅, 최강철 선수가 레너드를 KO로 이겼습니다! 들리십니까. 지금 MGM호텔 특설 링은 새로운 전설을 연호하는 함성으로 뜨거워져 있습니다! 최강철 선수, 감사합니다. 불의의 일격으로 다운까지 당했음에도 불리함을 극복하고 다시 불꽃같은 투지로 승리를 한 우리의 영웅. 최강철 선수,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합니다. 잘했습니다! 최강철 선수, 정말 잘했습니다!”

“최강철 선수, 두 팔을 번쩍 들어 승리를 확인합니다. 정말 감격스러운 장면입니다. 이런 선수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이종엽과 윤근모가 번갈아 가며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경기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는 그들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담겨 있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다운을 당했을 때는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고 다시 공격을 시작할 때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시 살아 오신 것처럼 기뻤다.

“와아, 와아!”

관중들의 환호가 마치 천둥처럼 울려 퍼져 경기장이 온통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종엽이 다시 입을 열었다.

“레너드 선수, 다행스럽게 의식을 차리고 일어납니다. 레너드, 최강철 선수에게 다가갑니다. 아직도 다리가 풀려 있군요.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최강철 선수의 승리를 축하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훌륭합니다. 저런 심성이 있었기에 레너드 선수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겁니다. 윤 위원님, 우리 최강철 선수가 레너드를 안아주고 있습니다. 정말 따뜻한 모습입니다.”

“매너하면 최강철 선수도 복서 중에서는 최고로 꼽히죠. 명승부를 연출한 두 선수 모두 정말 훌륭합니다.”

“저는 이런 선수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두 선수에게 경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종엽이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을 훔쳐내며 웃음을 보였다.

이런 순간.

자신의 삶에서 또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영원히 잊지 못할 이 순간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그는 옆에 서 있는 윤근모의 손을 굳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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