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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92화 (192/202)

#192

악마의 계획

구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에드와 노리스가 나서서 심안으로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을 구해내니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구조하는 인원들이 모두 다 괴력을 지닌 초인들이니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들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에드도 기본적인 근력 수치가 이미 어지간한 성기사들도 울고 갈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레벨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늘어난 근력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구조하기를 한 시간. 더는 건물의 잔해에 깔린 생존자는 없었다.

에드는 구조를 마치고 무너진 건물의 옥상에 걸터앉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건물이 무너졌어도 숨만 붙어있으면 어떻게든 살릴 수 있었다.

프라몬드를 상대할 때는 성기사와 종자, 수사들만 나왔지만 아스트론 교단에서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사제들까지 나와서 회복 주문을 거니 숨만 붙어있으면 됐다.

하지만 숨이 끊어진 이들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죽어버린 이들의 수는 파악한 것만 이십칠 명.

그들은 구해내지 못했다.

에드의 머리 위에 앉아있던 마리포사가 입을 열었다.

[이걸 막을 줄은 몰랐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도와줘도 돼?”

[안 될 것도 없지.]

마리포사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되나 모르겠네.]

“뭐가?”

[이번 대혼란은 대악마의 승리가 돼야 했지만, 네 일행이 그걸 막았어. 그리고 신은 대악마의 제물로 힘을 얻었지. 균형이 깨지고 있어.]

“왜? 신들이 수작이라도 부린다는 거야?”

마리포사는 그 말에 날아올라 에드의 앞에 떠올랐다.

[넌 신을 믿어?]

에드는 가만히 마리포사를 바라보았다. 낙원을 만들어 인간들을 대혼란에서 구해주려고 했다는 이 요정왕. 이 녀석은 믿을만한가?

신들에 대해 믿냐고 묻는다면 믿지 않는다. 그들의 신성력이 대악마를 잡는 데 도움이 되니 쓰고 있을 뿐.

어차피 서로 돕고 돕는 관계가 아닌가?

“난 너도 안 믿어. 그러니 헛소리하지 마.”

마리포사는 에드의 앞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신은 제대로 박혀있는 것 같군. 그렇게 자신만을 믿어라.]

에드는 다가오는 노리스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도 온통 먼지를 뒤집어쓴 상태였다.

“아스트론 교단의 신전에서 잠깐 보자고 하더군요.”

“그러죠.”

구조도 끝났으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에드는 노리스와 함께 그들이 모인 곳으로 이동했다.

대악마들도 제물로 바치고 온 덕에 아린은 전보다 더 강력한 후광을 등에 업고 있었다.

퓨리도 날아와 일행이 모여 있는 신전으로 날아왔다. 신전 앞에서 바닥에 내려선 퓨리가 날개를 접자 그 위에 타고 있던 이들이 모두 그곳에서 내렸다.

론멜도 달라졌지만, 덱스도 확실히 달라졌다. 두 가지 기운을 품고 있던 덱스였는데 이번에 시트라의 기운을 얻어서 그런지 전과 다르게 시트라의 신성력을 더 많이 품은 것 같았다.

누가 보면 시트라의 성기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비록 두 가지 신성력을 품고 있다고 하지만 시트라의 신성력만 놓고 본다면 시트라 교단 내에도 비교될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신성력을 품고 있기는 했다.

그들과 함께 디에고가 다가오자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대주교의 법복을 걸친 이가 디에고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이곳은 아스트론의 영광이 함께 하는 신전이네. 대악마를 따라서 그 죄를 씻는 중이라고는 하나 자네가 안에 들어오는 것은 무리가 있겠군.”

타미엔 대주교는 이단심문관이었기에 사령술사가 아무리 예언을 돕고 있다고 해도 신전에 들어오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이들이 도시를 구해준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대주교!”

다리온이 인상을 굳힌 채 소리쳤지만, 타미엔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스터 팔라딘. 내 말이 틀린 말은 아니잖소.”

에드는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면 디에고는 일행이 된 이후에 신전에 들어가지 않았다. 보통 호텔에 남는 이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어차피 에드도 굳이 그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에드는 디에고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디에고. 우리는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예. 형.”

에드가 디에고와 함께 떠나자 론멜은 타미엔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스트론 교단 이름에 똥칠을 하는군.”

“뭐라?”

타미엔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론멜에게 달려들 수는 없었다. 론멜의 직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가 뿜어내는 섬뜩한 파멸의 신성력 때문이었다.

시트라의 화신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강대한 론멜의 신성력은 그의 의지에 따라 밖으로 투사되었다.

타미엔의 얼굴이 핼쑥해질 때 덱스가 그런 론멜을 막았다.

“가서 술이나 한잔하자. 론멜.”

론멜은 타미엔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뒤돌아섰다. 생각해 보면 남의 교단을 탓할 때가 아니었다. 시트라의 교단에도 그런 멍청한 이들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난리가 났었으니까.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아린은 한숨을 내쉬더니 마스터 팔라딘 다리온을 바라보았다.

“저도 그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보고는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하겠습니다.”

“보고를 따로 할 것 없다.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내가 다 보았으니. 일행에게 돌아가도 좋다.”

아린이 가슴에 주먹을 대 보이고는 떠나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타미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스터 팔라딘.”

“대주교. 그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대악마들을 막지 못했을 것이오.”

타미엔은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 뿐 굳이 사과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다리온은 자신을 따라온 말콤에게 구조된 이들에게 담요와 먹을 것을 준비해 주라는 말을 남기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멀쩡한 여관을 찾은 이들은 그곳에 들러 술과 음식들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에 아린이 홀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에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온 겁니까?”

“보고는 받지 않으신다고 하셔서요.”

아린은 에드의 앞에 와서는 품에서 칠채비도를 꺼내서 건넸다. 에드는 칠채비도를 받아들고는 그것들을 살펴봤다.

프라몬드의 몸에 박아 넣었었는데 전투가 끝나고 사람들을 구조하러 움직이느라 잊고 있었다. 덕분에 아스트론의 축복을 받았다.

외형의 변화는 없었지만, 그 안에 깃든 아스트론의 신성력이 상당했다. 어떤 능력의 변화가 생겼는지 써먹어 봐야 알 것 같았다.

아린이 디에고를 돌아보았을 때 여관으로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마스터 팔라딘 다리온.

그가 들어와 일행에게 다가왔다. 다리온은 디에고의 앞에 서서는 가슴에 주먹을 얹고는 깊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자네에게 한 무례를 용서하게. 내가 대신 사과하지.”

디에고는 그 말에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사실 그곳으로 가서는 안 됐는데 제가 경솔했습니다.”

디에고는 악마의 피를 이어받은 데다가 사령술사이기까지 했다. 아스트론 교단에서 인가받고 활동하고 있다지만 그를 척살하러 이단심문관이 나서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니 디에고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이 대혼란을 잠재우고 왕도로 돌아가 엠마와 함께 살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리온은 디에고의 말에 쓴웃음을 짓고는 품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내 건넸다.

“사과의 의미로 받아줄 수 있겠나?”

디에고는 에드를 흘끔 바라보았다. 에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디에고가 다리온이 건넨 것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에드는 그런 다리온을 잠깐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건넸다.

“부탁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이게 뭐요?”

“대악마의 독입니다. 대악마의 가죽을 도려내서 만든 것인데 이걸 왕도에 있는 부마 펜드래건의 저택에 있는 테인에게 보내주세요.”

다리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죽 주머니를 잘 챙겼다.

“책임지고 보내주겠소.”

다리온은 에드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있는 마리포사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그건 뭐요? 요정인가?”

“요정왕이라고 하는데 안개를 일으킬 수 있고, 지금 저희를 돕고 있습니다.”

다리온은 신기하다는 듯 요정왕 마리포사를 바라보았다. 요정에 대한 것은 아스트론 교단에도 전해져왔다.

고대의 종족 중 하나로 장난치기 좋아하고 그들만의 낙원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종종 아이들을 낙원으로 데리고 간다고 했던가?

다만 그렇게 갔던 이들 중 돌아온 이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과거에는 요정들을 사냥했다고 들었다. 그런 요정들의 왕이라니?

다행이라면 그 요정들의 왕이 일행을 돕는다는 정도였다.

아린은 보고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다리온이 직접 온 이상 의심했던 부분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대악마가 둘이 모이려 했고, 대악마 프라몬드가 도시 지하로 움직인 것으로 비추어 보건 데 이곳에서도 뭔가 술수를 부리려고 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리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 지하에 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좋아. 그럼 지하수로로 성기사들을 보내도록 하겠네. 무슨 일이 있다면 도움을 청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아린의 씩씩한 대답을 들은 다리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일행들의 면면을 천천히 살펴보고는 가슴에 주먹을 얹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대들의 도움 덕에 수많은 이가 목숨을 구했소. 그들의 대표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겠소.”

마스터 팔라딘이 고개 숙여가며 전한 진심은 일행에게도 전해졌다.

다리온이 떠나자 곧 음식들이 나왔다. 에드 일행이 시키지 않았던 음식까지 한가득 쌓이기에 일행이 돌아보자 주인장이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들어보니 도시를 구해준 영웅들인 것 같은데 오늘 음식값은 안 받겠소. 마음껏 드시구려.”

공짜는 사양할 마음이 없었다.

“잘 먹겠습니다.”

일행이 음식에 집중할 때 디에고가 헛바람을 삼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디에고가 다리온이 주고 간 주머니 안을 보여줬다.

그곳에는 금패가 수북이 들어있었다. 못해도 몇만 골드는 되어 보였다.

디에고가 부담스러워 하며 주머니를 에드에게 내밀었다.

“형이 관리해 주세요.”

에드는 디에고가 건네준 주머니를 잘 닫아서 디에고의 품속에 쑥 밀어 넣었다.

“그건 네가 받은 돈이야.”

“고작 사과의 의미로 준 돈일 리가 없잖아요. 저희의 도움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요?”

“그거 없어도 우리는 넉넉하니 신경끄고. 나중에 엠마 선물이나 사줘.”

디에고는 너무 큰 돈에 당황했지만, 엠마의 이름을 듣더니 곧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품에 넣은 주머니 위로 손을 올리더니 일행을 돌아보았다.

“다들 괜찮으신 거 맞죠? 제가 챙겨요?”

덱스가 웃음을 터트리더니 론멜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마스터 팔라딘이 그래도 경우가 있네. 그렇지 않아?”

론멜은 허겁지겁 요리를 뜯다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디에고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자는 주머니가 두둑해야 돼. 넣어 둬.”

다들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도시의 지하에 들어간 성기사들은 그곳에 거대한 결계가 있는 것을 파악했고, 그걸 해체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것을 황급히 마스터 팔라딘에게 보고했고, 다리온은 그곳으로 가서는 커다란 알을 하나 볼 수 있었다.

사람도 들어갈 만한 크기의 알은 술법진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마력을 주입했는지 그것이 품고 있는 마력이 심상치 않았다.

다리온은 그걸 바라보며 말콤에게 말했다.

“가서 아린 일행을 이곳으로 불러오게.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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