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67화 (167/202)

#167

대화

매드 몽키를 타고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네프사엘이 출몰할 것으로 알고 있는 곳은 아인 강에서 떨어져 있어 어쩔 수 없이 다들 말을 구해서 이동해야 했다.

대악마라면 대도시를 노릴 것 같지만, 드레드의 설명에 따르면 트라비아 왕국 북부 몇 개의 마을들에 그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매드 몽키를 정박하고 말을 타고 트라비아 왕국의 북부의 마을들을 순회하기로 하고 이동하던 중에 에드는 북부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 마을에는 성인 남성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러다 보니 도시가 아닌 마을에서는 먹을 것조차 구하기 힘들어 보였다.

트라비아 왕국 북부에 있는 달리아 왕국과의 전쟁이 벌어졌고, 그 뒤로 달리아 왕국을 점령하고 있는 제 2왕자의 군대를 정벌하기 위해 다시 병사들을 징집했다.

특히나 북부에서 병력을 끌어모았기에 지금 이곳은 남성들이 없다 보니 마을의 노동력이 떨어져 남은 아이와 여인, 노인들이 굶주리고 있었다.

트라비아 왕국의 중앙과 남부에 동부까지 오갔지만, 이 정도로 열악한 환경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행은 돈이 있었지만, 그 돈으로 뭔가를 사줄 수도 없었다.

트라비아 왕국에서 보낸 달리아 왕국 정벌군이 재차 달리아 왕국을 침공하려고 하는 지금은 상인들도 몸을 사리는 중이어서 상인도 구경하기 힘들었다.

아린이 교회를 찾아가 보았지만, 교회에는 사람이 없었다. 텅 빈 교회에 아린은 망연자실했지만, 일행은 자리를 잡고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불을 피우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을에서 굶주린 아이들이 하나둘 교회로 모였다. 아린은 그 모습을 보고는 에드를 돌아보며 물었다.

“음식을 나눠줘도 될까요?”

에드는 대답 대신 더그를 바라보았다. 사실상 음식을 준비하고 나눠주는 것은 모두 그가 책임지고 있었으니까.

에드의 시선을 받은 더그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가까운 도시에 가면 음식을 보급받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그러려면 돌아가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아린이 아이들에게라도 먹을 것을 나눠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아린이 말린 빵을 아이들에게 하나둘 나눠줬다. 모인 아이들이라고 해봐야 열두 명.

아이들에게 두 개씩 빵을 나눠줘 가족들과도 나눠 먹으라고 말한 아린은 아이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교회를 책임질 사제는 어디 갔기에.”

아스트론 교단은 트라비아 왕국의 국교이기도 하지만 대륙에서 가장 잘 나가는 교단이다. 돈이야 넘쳐나니 이렇게 사람들이 굶주린다면 교단의 곳간을 풀어서 인심을 쌓아왔다.

그런데 이곳에는 오히려 교회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는지 곳곳에 거미줄까지 처져 있는 것이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에드는 아린의 말에 테인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트라비아 왕국 내에서는 테인의 정보력이 가장 믿을만 했으니까.

테인은 그 시선을 받고는 담담히 답했다.

“교단 총본회에서 사제들을 불러 모은 것 같군.”

“총본회에서요?”

“어떻게 보면 사제들을 살리기 위해 한 선택일 지도 모르네.”

아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테인을 바라보았다. 테인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설명해주었다.

“달리아 왕국은 아스트론 교단을 국교로 섬기지도 않는 곳이네. 그리고 달리아 왕국을 점령하고 있는 점령군과 그 점령군을 치러 가는 정벌군 모두 트라비아 왕국의 사람들이지. 자기 왕국에서 트라비아 왕국의 병사들이 싸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달리아 왕국이 입을 테니 그들도 국경을 넘어올 가능성이 크지.”

트라비아 왕국의 국경이 튼튼하다고 하지만 달리아 왕국은 레인저 부대를 키우는 곳이다. 길이 아닌 곳으로 돌아서 트라비아 왕국을 치러도 올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노리기 가장 좋은 곳이 어디겠는가? 일반 민가라고 해봐야 먹고 살 걱정이 태산인 이들이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을 테니 가장 좋은 먹잇감이지.”

테인의 얘기를 들은 아린은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대악마를 잡겠다는 퇴마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전쟁 때문에 굶어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악마의 손에 죽는 이들보다 전쟁과 기아로 죽어가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아린이 걱정하고 있을 때 에드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고는 말했다.

“도시에 가면 아스트론 교단의 교회가 있을 테니 그곳에 이곳들의 소식을 전하고 지원이라도 하자고 건의해 보도록 하죠. 그리고 우리도 앞으로 넉넉하게 식량을 준비해서 도움을 주도록 하고요.”

아린이 만든 신성 마차는 총본회로 보내서 끌고 오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차 하나를 끌고 있었다. 일행 중 마차에 올라야 할 이는 테인 밖에 없었지만, 짐 마차 하나를 더 구한다고 해도 어려울 것은 없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북부의 모든 마을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 그래도 자신들의 눈이 닿는 곳, 그들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 도움을 줄 정도는 되리라.

에드는 아린을 위로해주고는 더그가 만든 스튜와 준비해온 마른 빵을 건네주며 말했다.

“우리는 또 다른 대악마와 싸우러 가는 길이에요. 잘 먹고, 잘 쉬어서 최상의 상태로 대비해야 하는 건 알죠?”

아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른 빵을 스튜에 적셔서 먹기 시작했다. 그들이 마을 아이들에게 나눠준 식량이라고 해봐야 오늘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수준밖에 안 될 터.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지만, 다음 목적지를 가까운 도시로 변경했으니 그곳에서 교단의 도움을 받고 식량을 구해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아린이 식사를 시작하기에 에드도 마른 빵을 스튜에 찍어서 먹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며칠 사이에 드레드는 일행 중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그런 드레드와 덱스, 제라드가 보이지 않았다.

덱스와 제라드 모두 요즘에는 드레드와의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덱스의 신체 능력은 이제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기에 그 능력을 모두 발휘해서 대련할 만한 상대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그런 덱스에게 드레드와의 대련은 한계까지 쏟아낼 수 좋은 기회였기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틈만 나면 이렇게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제라드도 문신을 쓰는 법에 대해서 드레드에게 배우는 중이었다.

드레드는 제라드와 대련을 해보고는 그 또한 대악마를 상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력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에게 문신에 대해서 알려줬다.

드루이드처럼 완벽히 정령을 불러내서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신하는 것만으로 근력을 늘릴 수 있기에 제라드는 흔쾌히 그것에 응하고는 문신을 받았다.

저 문신도 드루이드로 플레이할 때 후반부에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였는데 드레드는 그걸 태연히 해줄 정도가 되었다. 16년의 시간을 놀고 있지만은 않았던 듯 그렇게 문신을 해주고 제라드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문신의 힘을 온전히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제라드도 드레드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 둘은 드레드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묘하게 팀이 분열되는 것 같아 언짢았지만, 드레드가 전해주는 것은 모두 도움이 되는 것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지지도 못했다.

에드의 시선은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론멜을 향했다.

론멜은 대악마의 팔을 시트라에게 바친 뒤로 묘하게 말수가 줄어들고 기도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트라에게 한마디 들은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에드는 식사를 마치고 디에고에게 눈짓해서 함께 밖으로 나왔다.

교회 뒤편에서 대련하는 이들을 흘끔 본 디에고가 물었다.

“순찰 가려는 거죠?”

“그래. 네프사엘을 만난다고 해도 어떻게든 빠져나올 수는 있을 테니까.”

혼자서 대악마를 잡으라고 한다면 체력이 약해서 힘들겠지만, 그게 아니라 몸을 빼내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닉과 퓨리를 소환한 디에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에드는 닉의 등에 올라 천천히 떠올랐다. 옆에서 디에고가 함께 날아오르는 동안 에드는 저 밑에서 덱스를 쓰러트린 채 하늘을 올려다보던 드레드와 눈을 마주쳤다.

어두운 밤. 불길한 붉은 눈을 보니 인상이 굳어졌지만, 드레드가 저곳에서 난동을 피운다고 해도 충분히 제압할 만한 이들이 남아 있으니 미끼인 자신은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하늘로 높이 솟구친 에드는 놀라운 시력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심안으로는 닿지 않는 거리라도 매의 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좋아진 시력으로 먼 곳도 살필 수 있었다.

하늘에 오르니 근처에 마을 몇 개가 몰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하나의 마을은 오십 호에서 백 호 사이였는데 그런 마을이 일곱 개 정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을마다 불 하나 켜 놓은 곳이 없어 저물어가는 노을에 오히려 음산하게만 보였다.

에드는 그런 마을들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라면 사람이 부족하지도 않겠네.”

“무슨 뜻이에요?”

디에고가 옆으로 다가와 묻는 말에 에드는 주위를 손으로 가리키며 답했다.

“대악마라서 도시에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마을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 대악마가 지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흐음. 그렇기는 한데 교회가 철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작정하고 속이려고 하면 교회의 주임 사제 정도 속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

상급 악마만 해도 충분히 가능할 일을 대악마가 못할까?

“그럼 이 근처에서 만날 수도 있겠네요?”

“그래. 그러니 정찰을 가보자.”

디에고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닉과 퓨리를 조정해서 마을들의 상공을 지나가기로 했다.

에드는 만약 이 마을 중 네프사엘이 있다면 자신이 이렇게 따로 일행에서 떨어져 나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정찰을 도는 동안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네프사엘이 몸을 사리는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모두 모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에드가 디에고의 등을 두드려주며 수고했다 말해주고 아린에게 가려는데 불쑥 앞을 막아서는 그림자가 있었다. 교회 안에 피운 모닥불의 불빛이 만든 음영 때문에 더욱 위협적으로 보이는 드레드였다.

“잠깐 볼 수 있을까?”

에드는 드레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드가 일행들을 사로잡았지만, 에드는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랬기에 알게 모르게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도 사실이었다.

드레드가 이렇게 따로 이야기하자고 하니 에드도 순순히 그의 뒤를 따랐다. 드레드를 따라서 교회 뒤편으로 가니 그곳에는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었다.

세 명도 앉을 법한 긴 의자에 털썩 앉는 드레드를 보고 에드는 그의 맞은편에 있는 우물에 기대섰다.

“무슨 일로 부른 거지?”

드레드는 그런 에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픽 웃음을 흘렸다.

“정말이지 자네는 빈틈이 없군.”

드레드가 본 에드는 상당히 예의가 바른 인물이었다. 악마를 사냥하는 데는 악마보다 더한 인간이라고 들었지만, 테인을 대하는 태도나 다른 이들을 대할 때도 예의 바르게 행동했지만, 자신을 대할 때는 언제나 저렇게 선을 긋고 있었다.

마치 조금의 정도 주지 않으려는 모습.

그래서 드레드는 오히려 더 믿음이 갔다.

일행에게 섞여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고 있었지만, 자신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게 자신이 한 일인지 네비로스가 하는 일인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네. 그저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일세.”

에드가 아무런 말도 없이 바라보자 드레드가 품에서 하나의 화살을 꺼내서 내밀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화살이었는데 맹수의 이빨로 만든 화살촉과 두 가닥의 나뭇가지가 꼬여서 만들어진 화살대.

그 안에 품은 힘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화살이었다.

드레드가 내민 화살을 에드가 받아들고 눈빛으로 묻자 그가 웃으며 답했다.

“혹시나 자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내가 아니라 네비로스로 보인다면 그 화살로 날 쏘게. 늑대 정령의 가호를 받은 그 화살이라면 나와 내가 품고 있을 네비로스를 함께 죽일 수 있을 걸세.”

에드는 자신의 판단에 목숨을 내맡기는 드레드를 보며 화살을 챙겨 먼저 교회로 돌아가며 말했다.

“네비로스에게 지지 마.”

드레드는 에드가 교회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몸속의 네비로스를 확실히 죽일 방법을 찾아냈지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때까지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만약은 대비했기에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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