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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66화 (166/202)

#166

의심

떡 벌어진 어깨. 둘러쓰고 있는 곰 가죽을 보면, 사실상 곰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덩치를 자랑한다. 곰 가죽을 벗겨 보고 그만한 덩치라는 것에 놀랄 정도의 거구의 사내.

게다가 덥수룩한 수염을 세 가닥으로 나눠서 꼬고 있어서 얼핏 보면 바이킹을 떠올리게 된다.

창문으로 수그리고 들어온 그가 몸을 일으키자 가뜩이나 좁게 느껴지던 방이 더 작게 느껴진다. 그건 단순히 그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드레드가 뿜어내는 격 때문이기도 했다.

펜드래건 때도 느꼈는데 이 대악마 슬레이어들이 뿜어내는 격은 성장하고 나니 더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에드도 대악마 슬레이어가 됐음에도 아직 드레드와 붙었을 때 이길 수 있을까 물어본다면 고개가 절로 내저어질 정도다.

도망은 칠 수 있겠지만, 승산은 보이지 않는 이.

여기 있는 이들이 다 덤비면 어떻게 되겠지만,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정도의 강자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거지?”

에드는 상대가 전작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알고, 그가 3영웅의 하나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도 알면서도 악마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다고 여겼기에 그에게 날을 세워서 말을 꺼냈다.

언제든 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는 자라는 가정하에 대화를 시작하자 드레드는 씨익 웃고는 자신의 가죽을 들어 보였다. 그가 보여준 오른쪽 옆구리에는 지금도 흉측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

저런 상처를 입었는데 어떻게 살아남았나 궁금할 정도의 끔찍한 상처. 거의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이 났었던 상처가 아문 흔적이었다.

16년이 지났는데도 저리 끔찍하게 남은 것을 보면 당시에는 정말 사경을 헤맸을 상처였다.

“네비로스를 죽일 수 있었지만, 사실 양패구상이나 다름없었지. 나도 죽어야 할 상처였는데 놈은 오히려 내 상처를 스스로 수복하고 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놈과 싸우는 중이지.”

너무나 태연하게 말해서 이게 정말 악마와 싸우는 중인 인물인지 믿기지 않았다.

드레드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그렇게들 서 있으니 부담스럽군. 어디들 앉지 그러나?”

에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일행을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이곳에 모두 앉아있기는 힘들었다. 그러니 이야기를 주도할 이들만 남겼다.

아린과 에드, 노리스, 테인이 남았다.

앞에 셋은 그들만 있으면 어떻게든 시간은 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고, 테인은 드레드와 인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방안의 인원들이 정리되었다. 아마 다른 이들은 방에서 나갔지만, 이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리라.

그들을 내보내면서도 걱정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능력이면 이 방에서 나누는 대화 정도는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드레드는 그렇게 방이 정리되자 일행을 돌아보다가 테인과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었다.

“오랜만이군. 영감.”

드레드의 인사에 테인은 흘흘 웃었다.

“죽기 전에 다시 볼 줄은 몰랐지만, 자네가 이런 상태일 줄은 더욱 몰랐군. 왜 일찍 찾아오지 않았나?”

“영감한테 해부당하고 싶지는 않았거든.”

테인은 그 말에 껄껄 웃고는 의자에 앉아서 외눈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교단들을 찾아가 보지.”

“나는 신을 믿지 않아.”

드루이드는 자연의 정령들을 믿고 섬길 뿐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런 그가 교단을 찾아간다는 것은 우스운 일일 터. 악마들을 상대하고 대악마를 잡으러 가는 동안 교단과 협조를 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협조일 뿐이다.

드레드의 시선이 아린을 향했다. 아린은 드레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잘 컸으니 된 거겠지. 베네딕토가 큰소리치더니 이렇게까지 잘 키울 줄은 몰랐군.”

“절 기억하시는군요.”

“그럼. 그때 그 남매를 어떻게 잊을까?”

드레드가 크로셀의 손에서 구출한 남매. 에드는 아린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녀에게 있어 드레드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이였으니까.

드레드는 손을 들어 보이고는 에드에게 시선을 주었다. 드레드가 찾아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에드였기에 그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악마 사냥꾼.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것은 물론이고, 악마를 사냥할 때의 그 냉철함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우선 사과하지.”

에드는 드레드가 반가우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에드가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라그록스와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격리’는 사실 놈을 가두는 함정이었는데 함정을 발동하기 전에 끝내버리더군.”

“함정? 그거 때문에 신과의 연결이 끊겨서 상당히 위험했었는데?”

드레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대악마와의 싸움에서 신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에드는 그 말에 설득당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대악마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신과의 연결을 끊어서 사제나 다른 이들을 전투에서 거의 배제하는 형식을 쓴다.

사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신이 그곳에 강신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에드는 드레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뭘 바라고 찾아온 거지?”

드레드는 팔짱을 낀 채 에드를 바라보았다. 무식할 정도로 두꺼운 팔뚝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내 안의 네비로스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놈의 그릇이 될만한 것이 있어야 해.”

“그게 누군데?”

“다른 대악마.”

에드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당신의 몸 안에 깃든 대악마를 꺼내기 위해 다른 대악마를 만나라?”

드레드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빈사 상태의 대악마의 몸이라면 놈이 넘어갈 테지.”

“그럼 멀쩡해진 놈을 또 죽여야 하는데?”

에드의 질문에 드레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내가 돕는다는 점이 다르겠지.”

이미 대악마를 잡아 본 드레드의 지원은 확실히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굉장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대악마를 연달아 두 번을 잡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라그록스를 잡는 데만 해도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넣었는데?

물론 이번에 성유물 화살을 많이 얻었으니 훨씬 이로운 상태이기는 하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테인이 얘기를 꺼냈다.

“사실 대악마를 잡을 수만 있다면 나는 찬성일세.”

악마를 잡는 것에 언제나 진심인 테인이라면 충분히 동의할 만했다. 에드가 고민하는 사이에 아린이 입을 열었다.

“아스트론의 뜻도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에드는 그 말에 아스트론의 예언을 떠올렸다. 이곳에서 기다리면 찾아올 이가 있다고 했었다.

그것이 드레드인가?

그렇다면 아스트론은 이번 기회에 대악마 하나와 드레드의 몸에 깃들어 있는 네비로스도 함께 제거하려는 계획일까?

에드는 노리스를 돌아보았다. 쌍룡사에 전해져오는 예언대로라면 열 개의 손가락이 하늘을 찢을 거라 했다.

그중 하나를 일행이 잘라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아홉. 그중 둘을 제거할 기회인 건가?

일행의 실력은 크게 성장했다. 제라드 일행까지 합류한 지금이라면 대악마를 사냥하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다만 대악마라는 존재의 위치를 찾을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라그록스도 아스트론이 아린에게 혈마석을 쫓을 수 있는 재능을 주었기에 추적이 가능했다.

“대악마는 죽이는 것보다 찾는 것이 더 문제라는 건 알지 않나?”

“알지. 그리고 자네가 네프사엘의 표적이 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에드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네프사엘이라면 자신에게 이를 갈고 있을 터였다. 네프사엘의 계파를 거의 박살 내놨으니 직접 나설 만도 했다.

“그래서?”

“낚아야지.”

에드는 그 말에 드레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드레드는 그런 에드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자네를 미끼로 써서.”

악마와 싸우는 드루이드의 경험치는 얼마일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드레드는 16년의 시간 동안 그저 몸속의 대악마와 싸우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는 네프사엘의 동향을 살폈고, 네프사엘이 나타날 곳을 추려냈다.

그렇게 매드 몽키를 타고 아인 강을 가로질러 네프사엘의 영역이라는 왕국의 북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에드는 매드 몽키 갑판에서 제라드와 팔씨름을 하는 드레드를 바라보았다. 저 곰과 같은 사내는 여전히 주의해서 살펴야 했다.

악마와 싸우고 있는 것인지 악마에게 넘어간 것인지 파악을 할 수 없었으니.

어쩌면 그는 네프사엘에게 일행을 넘기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악마에게 넘어가서 네프사엘과 합작을 벌이는 것일 지도.

그랬기에 방심하지 않고 그를 살폈다.

쾅!

야만 전사인 제라드의 손등이 테이블에 처박혔다. 시작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라 제라드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다시 한판 붙읍시다!”

“골드를 걸어야지.”

팔씨름 한판에 1골드짜리. 제라드가 씩씩거리며 1골드를 꺼내고는 다시 팔씨름했다가 바로 패했다.

제라드가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하는 데는 10골드가 들었다.

드레드의 힘이라면 제라드가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곰의 정령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제라드를 발라버리고 있는 드레드의 힘은 놀라울 정도다.

그런 드레드가 제라드의 골드를 뜯어내느라 적당히 힘 조절을 했나 보다. 그러지 않았다면 제라드가 진즉에 포기했을 테니까.

“내가 이 돈으로 술을 사지.”

제라드는 또 히죽 웃으며 그 말을 받고 있었다. 드레드의 손에서 놀아나는 제라드를 바라보고 있던 에드의 곁으로 테인이 다가왔다.

테인은 드레드에게 받은 몇 가지 약초를 빻는 중이었다.

드루이드인 드레드는 약초학에도 능했고, 그가 캔 약초는 몇 배나 효능이 좋다고 했다. 테인은 드레드에게 받은 약초 몇 개를 조합하기 위해서 약초를 빻고 있었다.

“걱정되나?”

“그가 드레드인지 아니면 그의 껍질을 뒤집어쓴 네비로스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요.”

3영웅의 하나인 드레드는 금세 일행들에게 섞일 수 있었다. 아린마저도 어렸을 적에 자신을 구해주었던 생명의 은인이었기에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일행 중 유일하게 드레드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에드와 노리스 둘뿐이었다.

테인은 빻은 약초를 코로 가져가 향을 맡아보고 살짝 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은 좋은 습관이지.”

에드가 테인을 돌아보자 그는 빻은 약초를 유리병에 담으며 말했다.

“이번에 수도로 돌아 가거든 대악마에게도 통할 독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네.”

“정말입니까?”

그런 독이 있다면 에드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일단 에드의 화살은 적의 피부를 관통하니 곧장 중독 시킬 수 있을 테니까.

“내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 얻은 약초 덕분에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네. 돌아가면 시험해봐야겠지.”

“다행이군요.”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신성력을 다루는 이들보다는 활을 쓰는 에드가 더 적합한 인물이니 테인은 에드의 편을 들어주었다.

“믿어주세요.”

에드는 확신을 주는 목소리로 답하고는 드레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벌어진 술판에서 그는 단숨에 좌중을 사로잡고 있었다.

에드는 칠채비도를 닦으면서 드레드의 넓은 등을 바라보았다.

넓은 게 과녁으로 쓰기 딱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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