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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56화 (156/202)

#156

괴물

아조렐 시의 신전에 들어선 에드는 코를 찌르는 악취에 인상을 굳혀야만 했다.

앞장서 걷던 라야는 털털해 보이던 모습과 다르게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앞장서며 말을 꺼냈다.

“이곳이 습격받은 것은 나흘 전이야. 동시에 세 곳 정도의 신전들이 계속해서 공격받고 있어서 교황 성하께서는 부마인 펜드래건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그분이라도 몸은 하나이니 한 곳을 조사해서 추적하는 중이시고 나머지 둘은 우리 성기사단이 맡았어. 그리고 이곳은 내가 맡았어.”

신전의 기도실은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라야는 기도실 중앙에 모아놓은 시체들을 덮은 천을 들춰 보이며 말했다.

“사인을 살펴보면 혼자 한 게 아니야. 다른 곳은 혼자서 벌인 일이 틀림없는데 여기서 보면 이건 적어도 셋 이상의 흔적이 남아 있어.”

아린이 보기에도 그랬다. 어떤 시체들은 잡아 뜯겨 죽었고, 다른 이들은 날카로운 발톱에 베인 듯 조각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머리만 으깨져 있었다.

“이게 정말 악마가 한 일일까요?”

아린의 물음에 옆에 있던 테인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그 상처들을 살피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상처만 보면 악마가 저지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 이것들을 보게.”

테인이 가리킨 상처를 보이면서 말했다.

“머리가 으깨진 이들을 보면 이건 주먹질이야. 악마들이라고 주먹질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드물어. 다만 이만한 괴력을 내는 인간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건데.”

“가능한 놈들이 있습니다.”

에드의 대답에 테인이 돌아보기에 순순히 답해주었다.

“크로셀의 손가락들만 해도 충분히 이 정도 일은 벌일 수 있습니다.”

라야가 그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크로셀이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감히 교단을 건드린다고?”

라야의 전신에서 사나운 살기가 이는 것을 보고도 에드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라그록스가 혈마석을 전해주고 난 뒤로는 전과 비할 수 없이 강해졌습니다. 아론 주교를 노릴 때도 그들은 교회를 공격했었죠.”

라야가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크로셀이 만약 이 일을 벌였다고 해도 우리가 항상 뒤처지기만 하니 미치겠네.”

에드는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피가 튄 부분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읽은 에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가 뿌려진 곳의 흔적을 보니 세 가지 방식으로 죽인 듯 피가 뿌려져 있었는데 어째 그 중심이 하나다. 마치 한 명이 세 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닐까 싶은 상황.

에드는 그걸 바라보다가 물었다.

“신전 습격 사건이 혹시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까?”

라야는 그 물음에 고개를 내젓고는 품에서 지도를 꺼냈다. 지도를 펼쳐 보인 라야가 표시된 곳들을 보여줬다.

“세 마리 악마라고 여겼던 자들이 남긴 흔적은 이렇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트라비아 왕국의 남쪽에서 띄엄띄엄 벌어지고 있어요.”

에드는 지도에 표시된 곳들을 보았다. 지도에는 도시들이 나와 있었고, 습격을 받은 곳은 습격받은 날짜까지 적혀 있었다. 생각보다 당한 곳이 많기도 했지만, 몇 가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이 도시 간의 간격을 생각하면 하루 만에 오갈 수 있는 곳이 아닌데요? 말로 달려도 사흘은 걸릴 거리인데.”

라야가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그러니까 미치겠다는 거죠.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기에 그 거리를 하루 만에 주파한 건지. 흔적을 흉내낸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에드의 옆에서 지도를 살피던 아린도 인상을 굳혔다. 벌써 습격당한 신전이 열일곱 개가 넘었다. 마틴 대주교가 말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

“선배님. 그런데 이 정도로 큰일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네요.”

라야가 머리를 긁적이고 뒤를 돌아보자 웨인이 앞으로 나섰다.

“일반인이나 귀족을 죽였다면 훨씬 더 알려졌을 텐데 신전과 교회만 공격하고 있어. 마치 우리 교단에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테인은 그 말에 수염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악마들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아스트론 교단만큼 죽이고 싶은 곳이 또 있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크로셀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웨인의 자조 섞인 중얼거림에 라야가 그의 등을 팡팡 쳤다.

“야! 악마 새끼들이 우리를 죽이고 싶어 한다면 기뻐할 일이지. 우리가 일을 잘한 거니까. 뭘 중얼거리고 있어.”

“다음 목적지도 찾지 못하고 있고, 뒤만 쫓고 있으니 미칠 일입니다. 신전과 교회에 수사들을 파견 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피해만 늘어나는 상황이니.”

에드는 그 말을 듣다가 물었다.

“혹시 다음 목표를 특정할 수 없겠습니까?”

라야가 고개를 내저었다.

“도시를 따라서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규칙도 찾지 못해서 예상 목표를 특정하지 못했어요.”

에드는 고민하다가 문득 주위에 느껴지는 것이 있어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보았다. 심안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들. 그것은 원혼들이었다.

에드가 그걸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원혼을 달래는 추령식은 치르지 않은 겁니까?”

라야가 그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성기사단만 움직이고 있으니까. 추령식을 하려면 최소한 주교급 사제는 되어야 하는데 이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위험해서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어서요.”

“그럴수야 없죠.”

아린이 신성력을 일으키려고 하기에 에드가 서둘러 그녀의 팔목을 붙들었다.

“잠깐만요.”

아린이 신성력을 후광처럼 몸에만 두른 상태에서 멈췄기에 에드가 설명했다.

“원혼들에게 물으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디에고에게 부탁하죠.”

웨인이 살짝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디에고라면 아린의 퇴마행을 함께 한다는 사령술사 말입니까?”

“예.”

뭔가 탐탁지 않은 웨인의 뒤통수에 라야의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빠악!

그 움직임을 보니 라야의 손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쾌검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 손바닥을 피하지 못한 웨인이 비명을 삼킬 때 라야가 에드를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

“부탁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에드는 직접 가서 디에고를 데리고 왔다. 성기사들을 만나는 자리에는 나서지 않던 디에고였기에 신전에 들어오는 것을 주저했지만, 안에 들어와서 보이는 끔찍한 참상을 보고는 인상을 굳혔다.

에드는 그런 디에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저리 끔찍한 죽임을 당한 이들의 원혼이야. 원혼을 달래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흉수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 네가 알아봐 줘. 할 수 있겠어?”

“해볼게요.”

디에고가 고개를 들고는 손을 내밀었다. 디에고의 손길에 신전을 떠돌던 원혼들이 날아와서 그의 손길 위에서 휘돌기 시작했다. 그걸 바라보던 디에고가 가만히 눈을 감고 소통하더니 인상이 점점 굳어졌다.

잠시 후에 디에고가 눈을 뜨더니 입을 열었다.

“흉수에 대해서 알아냈어요.”

“정말?”

라야가 디에고에게 다가와서는 물었다.

“흉수가 누구야? 악마야? 사람이야? 그리고 놈들은 어디로 갔어?”

라야가 쏟아내는 질문에 디에고는 흠칫 뒤로 물러났다. 웨인이 라야의 망토를 잡고 뒤로 당겼다.

“야! 미쳤냐?”

“그렇게 갑자기 들이밀면 알던 거도 까먹겠어요. 물러나 봐요.”

라야가 입을 비죽 내밀 때 디에고가 입을 열었다.

“원혼들이 본 대로라면 이 자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은 아니에요.”

“어떻게 생겼는데?”

라야가 나서서 묻자 디에고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등에 날개가 달려있고, 양쪽 어깨에서 머리가 솟아났어요. 옆구리 밑으로도 팔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인간이 맞는가 싶어요.”

테인이 그 말에 인상을 찌푸린 채 답했다.

“상급 악마가 인간으로 변신한 것이라면 설명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런 형태의 상급 악마는 없다.”

에드는 디에고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비상식적인 속도를 이해할 수 있겠네요.”

“어깨에서 튀어나온 머리는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어요. 옆구리에서 튀어나온 손톱은 칼날과 같았고, 기형적으로 커다란 근육의 오른 주먹은 상대의 머리를 으깼어요.”

디에고는 말을 하면서도 그 끔찍한 광경이 떠오른 건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리 뛰어난 사령술사고 악마와 수도 없이 싸움을 해왔지만, 원혼이 보여준 끔찍한 살해 현장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두려워 보였다.

에드는 그 말을 듣고는 물었다.

“어디로 갔는지도 알아?”

“신전에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인 후에 날개를 펼치고는 서쪽으로 날아갔어요.”

디에고의 대답을 들은 에드는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라야를 돌아보았다.

“지도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라야가 지도를 펼치자 에드가 서쪽을 쭉 훑어보았다. 서쪽으로는 도시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그중에 신전이 있는 곳들을 위주로 살폈다.

교회와 신전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었지만, 날짜대로라면 교회를 지나 신전으로 넘어간 후에는 교회는 공격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신전이라면 서쪽에 큰 신전이 하나 있었다. 오블로 시의 신전이었는데 말을 타고 달린다면 못해도 십 일은 달려야 할 거리였다.

에드가 라야를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오블로 시의 신전도 습격을 당했습니까?”

“아직 그런 소식은 없었어요.”

에드는 라야의 대답에 디에고를 돌아보았다.

“닉과 퓨리는 얼마나 빨리 날 수 있어?”

“아직 전력으로 날아보지는 않았어요.”

“여기 하루 만에 갈 수 있을까?”

지도를 바라보던 디에고가 뺨을 긁적이고는 답했다.

“저 지도 볼 줄 모르는데요?”

“말로는 십 일은 달려야 할 거리야.”

디에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 정도라면 가능해요. 그런데 안장이 하나뿐이잖아요.”

카산드라가 와서 안장을 넘길 때 에드가 혼자 만났기에 다른 이들은 몰랐다. 다크를 비롯해서 마차까지 두고 갈 수 없기에 빠른 이동 수단을 얻었음에도 안장을 쓸 일은 없었는데 이 일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였다.

“안장은 왔어. 하지만 얼마나 태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모두가 가는 것은 무리겠지?”

“덱스 형이 탔을 때랑 엠마를 태웠을 때랑 제 마력 소모량에 차이가 있었어요.”

에드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쪽에 있는 신전 중 가장 큰 곳을 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전력을 다해서 밤에 날아야만 했는데 너무 여럿이 갔다가 따라잡지 못하면 그것만큼 큰 일도 없었다.

“세 명. 너까지 네 명이면 가능할까?”

“해볼게요.”

테인이 옆에서 그 말을 듣고는 물었다.

“누구랑 같이 갈 건가?”

“아린과 노리스. 그 둘과 함께 갈 겁니다.”

덱스가 들으면 난리 칠 테지만 가장 강한 전력이 가서 잡아야 할 것 같았다. 그 형상은 키메라와 같았는데 얼마나 강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에드 혼자서 가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대악마와 싸워본 후라 혼자서는 무리라는 것도 알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간격을 보는 자신의 눈이 통하지 않는 예도 있었으니까.

라야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오블로 시의 신전이 위험하다는 건가요?”

“예상할 뿐입니다. 적이 노리는 신전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보아서 그곳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고 봐서요. 아직 무사하다고 하니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거리를 하루 만에 갈 수 있다고요?”

에드는 디에고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말했다.

“우리에게는 디에고가 있으니까요.”

라야는 아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막내야 부탁할게. 일단 오블로 시의 신전에도 조심하라고 전할 테니 놈을 막아줘.”

아린이 그녀의 부탁에 굳세게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는 신성력을 일으켜 원혼들을 승천시켰다.

에드는 그리폰이 이렇게 빠르게 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달리는 말보다 몇 배나 빠르게 나는 데다가 길과 산도 그냥 타 넘고 직선으로 날아가니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에드의 뒤에 타고 있던 아린도 마찬가지였다. 신성력을 완전히 갈무리해서 닉이 놀라지 않게 한 아린은 에드의 뒤에 앉은 채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에드의 허리에 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에드가 입을 열었다.

“조금만 참아요.”

“으. 알겠어요.”

조금만 참으라고 했지만, 이렇게 빨리 날아도 한참을 날아야 할 거리였다.

옆에서는 디에고가 노리스와 함께 퓨리를 타고나는 중이었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나는 중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날아서 아린의 손에도 힘이 슬슬 빠질 때쯤 되어서야 오블로 시가 눈에 들어왔다.

성벽과 그 너머의 신전까지 눈에 담고 있던 에드는 인상을 굳혔다. 저 멀리서 비명이 들리고 있었다.

“디에고!”

디에고가 그 말에 크리스탈 해골을 꺼내 들었다. 원혼이 깃들었던 크리스탈 해골에서 원혼들이 날아와 닉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디에고가 낮게 주문을 외자 닉의 속도가 폭발적으로 올랐다. 저 멀리 있던 신전이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왔다.

“형! 한계에요!”

밤이 깊도록 두 마리 사령을 극한까지 날게 한 데다가 마지막에 원혼을 이용해서 가속까지 한 디에고의 마력이 한계에 달했다. 닉의 몸이 흐려지더니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신전이 코앞이라 닉이 소환이 해제되었음에도 그리 높지 않아 뛰어내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린이 먼저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신전의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에드는 그런 아린의 뒤를 따라 신전 안으로 들어가며 신관과 수사들을 학살하고 있는 괴물을 보았다.

머리가 셋에 팔이 네 개. 등에 날개를 단 괴물을 본 에드는 곧장 화살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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