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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55화 (155/202)

#155

조사단

잠시 길옆에 마차를 세우고 자리를 잡은 이들은 오랜만의 회포를 풀었다.

“오랜만이군.”

“여전하십니다.”

테인과 마틴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에드는 흐뭇했다. 악마의 시대를 클리어한 후에 그곳에 나왔던 이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했었다.

이곳에 와서 소문으로 듣기는 했었지만, 그때의 인물들이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에드의 시선이 아론과 아린을 향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현실 남매와는 달랐다. 아마도 한 명은 성기사단에서 크고 한 명은 교리를 파고들었으니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때 말콤과 알론이 에드에게 다가왔다.

“소식은 듣고 있었소. 마젤타 왕국에 넘어가서는 제대로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별일 없으셨소?”

“마젤타 왕국에 라그록스가 만들어 놓은 악마들을 처리하고 지옥의 문을 닫았습니다.”

“지옥의 문이라고 하셨소?”

말콤과 알론의 표정에 경악이 스쳤다. 그 둘은 성기사다 보니 지옥의 문이 얼마나 큰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것을 고작 저만한 인원으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교단의 전력이 모두 나서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열리기 전이라면 모를까 열리고 나서는 아스트론 교단의 힘만으로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고생했소.”

둘이 진심으로 하는 말에 에드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지옥의 문을 막으면서 레벨도 오르고 상당한 득을 봤으니까.

“죽음의 숲을 정화하러 가시는 겁니까?”

말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곳에서 죽은 이들이 많아 그 원혼을 달래주는 추모식을 치르고 정화식도 진행할 예정이오.”

“그런데 아론은 왜 이곳에 온 겁니까?”

“마틴 대주교님이 이번 일을 배정받았는데 이번 일의 규모가 워낙 크기에 아론 주교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주교요?”

“품은 신성력은 이미 대주교급이나 단번에 올라갈 수 없었기에 주교로 올라갔소.”

에드는 그 말에 아론을 돌아보았다. 아린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론은 확실히 신성력이 출중했다. 게다가 그는 ‘볼’ 줄 알았으니까.

에드도 탐나는 실력자인 아론이 그래도 주교로 올라갔다니 다행이었다.

“마틴 대주교님은 이미 대악마도 사냥하셨던 전적이 있는 데다가 신성 마법의 대가이신지라 아론 주교를 후계로 삼고 싶어 하시오. 사실 이만한 기회가 흔한 것이 아니기에 함께 온 것이오.”

“그랬군요.”

그때 아린과 대화를 나누던 아론이 에드에게 다가왔다.

“에드님 이런 곳에서 볼 줄은 몰랐군요.”

“마틴 대주교님이 온다는 말은 들었는데 아론도 올 줄은 몰랐습니다.”

“총본회에서 마틴 대주교님 밑에서 배우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에드는 고개를 돌려 마틴을 바라보았다. 실눈의 마틴 대주교는 테인과 회포를 풀었는지 어느새 다가와서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린 경의 퇴마행을 돕고 있다지요. 여러모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넉살 좋게 미소를 지은 마틴 대주교는 노리스를 돌아보았다.

“쌍룡사의 호법승을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노리스가 반장해 보이자 마틴 대주교는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펜드래건과 함께 했던 여행에도 이렇게 마음이 맞는 이들이 함께했었죠.”

에드도 그 말에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펜드래건을 플레이할 때 함께 했던 이들의 얼굴을. 그리고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성기사 아린부터 시작해서 사령술사 디에고까지 자신과 함께 하는 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이미 이들이 함께 헤쳐나온 길도 3영웅의 위업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그만큼 대단한 이들이다.

마틴 대주교는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디에고를 돌아보았다.

“우리 때보다 더 다채로운 조합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누구에게도 예의 바르게 대하는 마틴 대주교다운 말투였다. 그는 디에고에게 시선을 준 채 말을 이었다.

“듣자 하니 죽음의 숲에 있는 원혼을 모두 거둬들였다고 들었습니다. 덕분에 일이 크게 줄어들었군요.”

원혼을 달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것도 5만에 달하는 원혼을 달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 그런데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운이 좋았습니다.”

크리스탈 해골이라는 귀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감히 시도도 못 해 봤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마틴 대주교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앞으로의 길이 더 험난할 것 같아서 아론 주교를 내주고 싶지만, 그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조금 더 준비되면 함께 하도록 보내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다가다 만나 잠깐 회포를 풀었던 것. 계속 함께 있을 수는 없기에 헤어져야 함을 알았다. 다들 말에 오르고 마차에 올랐을 때 마틴 대주교가 입을 열었다.

“교단의 신전이나 교회에 대한 습격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를 추격하기 위해 성기사들이 파견 나갔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트라비아 왕국 내에서 아스트론 교단을 습격하는 미친놈이 누굴까?

지금 당장 두 대악마가 판을 치는 상황이니 어떤 놈이 그런 짓을 벌였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악마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대악마라고 해도 교단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두려워했었는데 지금 하는 양을 지켜보면 그것마저 감수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어쩌면 그들이 서로 손을 잡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상황이든 이쪽에서 이로울 것은 없었다.

대악마와 싸울 정도로 강해졌다고 해도 피해 없이 잡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악마 둘이 손을 잡는다면 필패다.

테인은 마틴 대주교를 보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너야말로 조심해라. 신전을 습격할 정도라면 아스트론 교단에 아주 이를 갈고 있는 간덩이가 부은 놈인 것 같으니.”

“테인도 조심하십시오.”

“흐흐흐. 나야 악마를 죽일 수만 있다면 내 늙은 목숨 하나 못 던지겠나?”

마틴 대주교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테인의 악마에 대한 증오는 익히 알아왔지만, 새삼 그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심 또 조심하십시오.”

마틴 대주교가 마차에 올랐고, 마지막으로 마차에 오르던 아론도 축언을 남겨주고 떠났다.

“아스트론의 영광이 여러분의 앞길에 함께하길.”

“아스트론의 영광이 함께하길. 다시 볼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에드의 말에 활짝 웃어 보인 아론이 마차에 올랐고, 각자의 마차는 각자의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틴 대주교와 아론을 만나고 첫 야영지에서 에드는 테인을 찾아갔다. 대악마라고 해도 감히 교단에 적대하지 못한다. 그들이 숨어 지내는 것은 교단이 작정하고 토벌에 나서면 그들이 위험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단이 공격받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교단이 두렵지 않다거나 다른 뜻을 품은 것일 수도 있었기에 그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였다.

마침 트라비아 왕국으로 왔으니 이제 테인의 정보력이 제구실을 할 수 있으니 그에게 묻기로 했다.

테인은 에드가 자신을 찾아오자 악마 총람을 덮었다. 말벗이 되어주던 엠마도 낮에는 악마 총람 공부에 열을 올리지만, 밤이 되면 그리핀 라이더가 되어 하늘을 나는 것에 흠뻑 취해 있었기에 테인은 혼자 밤을 보내는 중이었기에 에드의 방문이 반가웠다.

“어쩐 일인가?”

“저희가 마젤타 왕국에 가 있는 동안 트라비아 왕국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교단이 습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으니까요.”

테인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일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지. 대악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벌일 수 없는 일이니.”

트라비아 왕국은 에드가 아린을 만난 후로 쉬지 않고 하급부터 중급까지 악마들을 열심히 잡았다. 특히 네프사엘이 그들을 노리면서 더 많은 악마를 죽였기에 이제는 악마가 많이 남지 않았을 거라 여겼는데 어디서 나타난 악마들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대악마씩이나 돼서 직접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으니.

테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내가 한 번 알아보겠네.”

“그리고 혹시 여력이 되신다면 악마 사냥을 하던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흐음. 좋은 생각이군.”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알아보겠네.”

에드는 테인이라면 금세 알아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테인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에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심안에 잡히는 존재가 있어 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파사삭.

숲의 나뭇가지를 뚫고 나타난 것은 카산드라였다. 그녀는 에드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활짝 웃었다.

“벌써 여기까지 오셨을 줄은 몰랐네요.”

“마젤타 왕국에서만 활동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럴 리가요. 고객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죠.”

에드는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하나둘 안장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모두 8개의 안장을 가져온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안장은 전부 8개 1,600골드입니다.”

에드가 금패를 꺼내서 건네자 그걸 받아 챙긴 카산드라가 웃으며 허리에 차고 다닐 크기의 가방을 꺼내 보이더니 물었다.

“혹시 이것도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그건 뭐죠?”

“무한의 화살집과는 조금 다른 용도이기는 한데 안장을 넣고 다니기에 충분한 크기의 가방입니다.”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도 마치 아공간 가방처럼 물건들을 넣고 다닐 수 있었기에 그런 물건도 있겠다 싶었는데 정말로 있을 줄은 몰랐다.

“안장만 넣을 수 있는 겁니까?”

“설마요. 대충 여관방 하나 크기의 부피만큼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이에요. 가격이 비싸기는 한데 생각보다 쓸모가 많아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죠.”

여행자에게 있어 방 하나 크기만큼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은 천금을 주고도 아깝지 않은 가방이기는 했다.

“그 어려운 걸 구해오셨군요.”

카산드라가 활짝 웃었다.

“아무래도 안장을 들고 이동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요.”

“좋습니다. 얼마죠?”

“이건 하나에 1,000골드에요.”

1,000골드면 최상급 유물도 살 수 있는 금액. 그런 돈을 고작 가방 하나에 써야 하나 싶지만, 굳이 안장이 아니라고 해도 이 가방은 사고 싶었다.

에드가 순순히 금패 열 개를 더 꺼내서 건네주자 카산드라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오늘도 큰 거래 감사합니다.”

에드는 가방에 안장을 하나씩 넣어보며 말했다.

“트라비아 왕국에 악마들이 판친다고 하니 돌아가는 길에 주의하세요.”

카산드라는 에드의 말에 미소를 짓고는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까운 곳의 신전 하나에서 끔찍하게 죽은 이들이 발견되어서 마젤타 왕국으로 돌아가려고요. 그래도 언제든 부르시면 찾아올 테니 연락 주세요.”

“가까운 곳의 신전이 당했다고요?”

카산드라는 고개를 끄덕인 채 답했다.

“길을 따라 하루만 가면 볼 수 있는 아조렐 시의 신전인데 사흘 정도 전에 당했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아스트론의 성기사들이 파견되었다고 하니 곧 진압되겠죠.”

그렇게 쉽게 진압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랬다면 아직까지 그 이야기가 전해질 리는 없을 테니까.

카산드라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여 보이고 떠났다. 그녀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에드는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안장을 넣은 가방을 챙겼다.

아조렐 시.

트라비아 왕국 남부에서 펠만 시 다음으로 큰 곳으로 남부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성문을 지키고 있는 이들부터가 아스트론 교단의 수사들이었다. 그들은 멀리서부터 에드 일행의 마차를 보고는 안으로 연락을 보냈고, 곧 성기사들이 성문까지 그들을 찾아왔다.

“선배님!”

아린이 다가오는 한 쌍의 남녀 성기사들을 보고 인사를 건네자 여자 성기사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아린에게 다가와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린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여인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우리 막내! 이게 얼마만이야!”

호기롭게 웃음을 터트리는 여인을 보면서 그녀의 뒤에서 따라온 성기사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라야 선배. 그렇게 웃고 떠들 때가 아닙니다.”

라야라고 불린 여인은 아린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답했다.

“악마 새끼들 잡으러 가는 건 잡으러 가는 거고 반가운 건 반가운 거야. 웨인.”

라야는 아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온 김에 좀 도와다오. 막내야.”

아린이 돌아보기에 에드가 미소지은 채 답했다.

“악마를 잡는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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