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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7화 (7/202)

#7

재회

근거리에서 활은 직사로 날아간다. 그 궤적을 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 덕분이다.

그래서 에드는 그걸 연습했다. 성공 확률은 대충 3할 정도. 사실 트롤 짓을 하던 토미오가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10레벨에 오르면서 관통 스킬을 얻어서 인간의 얇은 피부 정도는 그냥 뚫을 수 있었다. 토미오의 목을 뚫고 트라칸을 잡는 것이 더 쉽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3할에 승부를 걸었다.

어지간하면 목을 잘라내야 죽는 악마가 미간에 화살이 박혔다고 그대로 죽은 것도 다행이었다. 만약 그 일격에 죽지 않았다면 저렇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 토미오도 죽었을 테니까.

“악마는 죽었습니다.”

에드의 말에 아론이 달려가서 바닥에 떨어진 토미오에게 회복 주문을 걸어주었다. 아론의 신성력을 생각하면 죽을 일은 없어 보였다.

그사이 에드는 바닥에 쓰러진 톨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예. 덕분에요.”

에드가 톨을 일으켜 주자 그는 횃불에 다시 불을 붙이고는 비명을 지르다가 치료를 받고 혼절한 토미오를 바라보았다. 톨은 헛헛하게 웃고는 말했다.

“검술이 뛰어나다고 악마를 잘 잡는 것은 아니군요.”

토미오의 검술이 뛰어났다면 저리 어이없게 자신의 어깨를 내주지는 않았겠지.

바델도 그렇고 토미오도 그렇고 그저 시골에서 어깨에 힘을 줄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굳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톨은 앞으로도 이 영지에서 살아갈 테니까.

아론이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했습니다. 토미오 경을 데리고 여길 벗어나도록 하죠.”

“그 전에 회수할 건 회수해야죠.”

에드는 트라칸의 시체로 다가가 화살을 뽑고, 헌팅 나이프를 뽑아서 그 목을 잘라냈다. 몇 번의 칼질로 머리를 잘라내서 그걸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아론은 안색이 핼쑥해졌다.

“그, 그건 뭐하시려고 챙기시는 겁니까?”

“뭐든 증거가 있어야 믿더라고요.”

솔직히 경험치를 얻었으니 끝났다고 할 수 있지만, 굳이 머리를 잘라가는 것은 광산을 다시 가동해도 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였다.

에드가 트라칸의 커다란 머리를 집어 들고 가는 모습에 토미오를 업은 톨이 물었다.

“악마의 피는 사람을 중독 시킨다는데 괜찮으십니까?”

“악마의 피를 복용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습니다.”

톨에게서 횃불을 건네받은 아론이 앞장섰고, 그 뒤를 톨이 토미오를 업은 채 따랐다. 마지막으로 가장 뒤에서 에드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따랐다.

풀플레이트 메일까지 입은 채로 기절한 덕분에 톨은 그를 업고 가면서 땀을 뻘뻘 흘렸지만, 굳이 그를 도와줄 마음은 없었다. 괜히 자신이 나서는 것보다는 톨이 업고 나가야 토미오가 그에게 조금 더 잘해줄 테니까.

그렇게 동굴을 벗어났을 때 동굴 입구에는 병사들과 광부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아론이 횃불을 들고나오고, 톨이 토미오를 업고 나오는 모습에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어렸다.

토벌에 실패한 거라고 여기던 그들의 시야에 가장 뒤에서 걸어오는 에드의 손에 들린 트라칸의 머리가 잡혔다.

“저, 저거!”

“진짜 악마가 있었네!”

얼핏 봐도 거의 성인 장정 상체만 한 크기의 머리니 그것만으로 사람들이 놀라며 경탄하는 것도 당연했다.

톨은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토미오를 내려놓았다. 살짝 내던진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착각이었으리라.

톨은 땀을 닦으며 말했다.

“광산의 악마는 여기 이 분이 잡으셨네.”

톨이 에드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옆에서 아론이 그 말에 동조해 주었다.

“악마 사냥꾼 에드님이십니다. 광산의 악마를 잡아주셨습니다.”

톨이 한 말에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사제 아론의 말에 모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악마를 잡아주면 오히려 사람들은 더 두려워하기 마련인데 광산에서 일하는 상남자들이라 그런지 크게 기뻐했다. 그런 환호가 에드는 오랜만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향수를 불어 일으켰다.

이 빌어먹을 세계에 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환호성은 당연했다. 감히 그에 견줄만한 이들도 없었고, 세계 최정상에 있었던 인기인이었으니까.

에드는 손에 들고 있는 트라칸의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광부들이 더 열광했다.

마차를 구해서 돌아온 대저택에서 베릴 남작은 에드가 가지고 온 트라칸의 머리를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악마 사냥꾼. 고맙소.”

베릴 남작은 영지 내에 나타난 악마를 잡아 준 것에 기뻐하다가 마차에서 기절한 토미오를 내리는 것을 보고는 인상을 굳혔다.

“어찌 된 일이오?”

에드는 잠시 토미오를 바라보다가 그를 이해해주기로 했다. 어쩌면 그건 아론이 걸어준 용기를 심어주는 마법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

“용맹한 토미오 경이 악마의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쉽게 사냥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용기 있는 돌진이 아니었다면 위험했을 겁니다.”

에드는 원래 이런 말은 못했다. 거짓말을 못하고 솔직히 말하는 성격이었는데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귀족 앞에서 그렇게 했다가 목이 날아갈 뻔했다.

그 뒤로는 가능하면 기분을 맞춰주고 있는데 언제고 귀족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해지면 그때는 국물도 없다.

양쪽 어깨 갑옷에 난 구멍을 보고 베릴 남작이 아론을 돌아보았다.

“사제님. 앞으로 토미오 경이 검을 드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근력을 온전히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검을 들 수 있을 겁니다.”

“다행이군요. 아스트론 교에는 따로 성의를 표시하겠습니다.”

베릴 남작 정도로 돈이 많은 이가 성의 표시라고 말했다면 꽤 많은 기부금을 받으리라.

에드는 트라칸의 머리를 베릴 남작에게 넘기고 아론의 교회로 향했다. 베릴 남작에게 금화 오십 닢을 받았던 것도 그 몫을 충분히 했기에 더는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아칼란과 마찬가지로 아스트론 교단과는 연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았기에 아론의 교회에 마지막으로 들른 것뿐이다.

아론은 에드에게 차를 내주고는 미소를 지었다. 다시 봐도 그의 미소는 남자도 홀릴 미소였다.

“교단에는 이번 악마 소탕 건에 대한 보고를 올릴 생각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괜히 한 번 튕겨 보았다. 아스트론 교단에 매달리는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론은 그 말에 고개를 내젓고는 답했다.

“아닙니다. 악마를 직접 잡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에 대해 포상을 건의할 생각입니다.”

아스트론 교단의 포상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궁수에게 어울리는 성유물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성유물을 구한다면 수렵과 사냥의 신인 다이아나의 성유물을 구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들의 신전은 워낙에 은밀한 곳에 있어서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을 찾는다고 해도 성유물을 가지고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포상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약소하지만, 이거라도 받아 주십시오.”

아론이 내준 것은 그의 목에 걸고 있던 아스트론 교단의 증표였다.

“그건 사제님의 증표가 아닙니까?”

“제가 처음 신성력을 깨우쳤을 때 베네딕토 대주교님이 주셨던 것입니다. 대주교님도 물려받은 것이라 하셨고, 저 또한 이것으로 매일 기도를 드렸으니 삿된 기운을 막아줄 겁니다.”

대를 이어서 기도했다면 성유물은 되지 못해도 적어도 유물급 이상의 장비다. 궁수에게 있어 가장 취약한 것은 저주와 신비. 신비야 피해내면 그만이지만 저주는 그렇지 않았다.

저주를 막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귀한 것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론이 눈웃음을 지었다.

“신을 받아들이는 제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이런 기물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스트론님도 악마를 사냥하는 에드님이 이걸 가지시길 바라실 겁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에드는 증표를 받아 목에 걸었다.

아론이 손을 내밀어 그 증표에 가져다 대고 눈을 감았다. 작게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그의 모습에 증표가 다시 한번 푸른빛에 둘러싸였다.

베네딕토 대주교가 전대 대주교에게서 물려받은 증표를 내렸다는 것은 아론은 곧 대주교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말. 이렇게 또 하나의 연을 맺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에드는 차를 쭉 마신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떠나실 겁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악마들에게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그 증표를 보이신다면 아스트론 교회를 언제든 이용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당신의 앞날에 언제나 아스트론의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아스트론의 영광이 함께 하길.”

아스트론 교단의 힘은 아칼란 보다도 더 거대하다. 그런 교회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리라.

에드는 아론의 배웅을 받으며 교회를 나섰다. 언제나처럼 마을을 떠날 생각이었는데 교회 앞에는 엘리스가 시녀와 함께 나와 있었다.

그녀는 에드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떠나시는 건가요?”

에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스가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서 내밀었다.

“제 목숨을 구해준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약소하지만 이것이라도 악마를 사냥하는 길에 여비로 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에드는 마다치 않았다. 받아든 주머니에서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보석류가 들어있는 것 같은데 어쩌면 금화 오십 닢보다 더 큰 돈이 될지도 몰랐다.

켈피와 트라칸, 하급 악마 둘을 잡고 이런 고수익을 낼 줄은 몰랐다.

에드는 손을 내밀어 엘리스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아가씨의 앞날에도 아스트론의 영광이 함께 하기를.”

엘리스가 얼굴을 붉히고는 에드에게 빠르게 말했다.

“에, 에드님에게도 아스트론의 영광이 함께 하시길.”

에드는 씨익 웃어 보이고는 말에 올라타 그대로 떠났다. 먼지만 남기고 떠나는 에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엘리스의 곁에 선 아론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엘리스 자매님. 괜찮으시다면 같이 기도할까요?”

엘리스는 그 말에 애써 밝게 미소 지으며 아론을 돌아보았다.

“예. 기도할래요!”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겼기에 에드는 처음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발길이 닫는 대로 이동하며 악마에 대한 소문을 쫓아 그들을 죽여왔다.

하지만 이만한 돈이 생겼다면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다.

성유물까지는 무리지만, 적어도 유물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의 돈.

더 강한 악마를 잡기 위해서는 레벨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장비도 때에 맞춰서 업그레이드해줘야 했다.

그래서 트라비아 왕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아인 강을 이용한 교역으로 성장한 베른 시에 도착했다.

베른 시는 돈을 주고 못 구하는 것이 없다는 교역 도시.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향락도 함께 하는 도시였다. 여자와 도박, 술을 살 수 있는 향락가를 가로지르는 거리에서 눈요기하며 말을 몰던 에드의 앞에 낯익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뵙네요.”

아칼란의 소나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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