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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85화 (85/221)

제85화 - 유마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샤를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면박을 주거나 멸시할 때 당당하게 나서서 상대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마음가짐. 그런 건 아무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곧 다리를 쩔뚝거리면서 지팡이를 땅에 짚으면서 걷는 요하네스가 등장했다. 그는 스스로 곧 죽을 사람이라고 선언한 것 치고는 정정해 보였다.

그가 들어오자 다들 기립했다가 요하네스가 자리에 앉자 함께 앉았다.

“들지.”

샤를은 요하네스가 식기를 들자 함께 식기를 들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먹었다.

양고기가 듬뿍 들어간 스튜. 맛있게 구워진 로스트 치킨. 버터와 치즈를 곁들여 구운 랍스터. 이국에서 들어왔다는 샥스핀 요리 등등.

아침 식사라고 하기엔 호화스러운 만찬이었다. 식사를 끝마친 뒤 요하네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지.”

에드워드가 그렇게 되묻자 요하네스가 말했다.

“아무도 진지하게 가문의 보물을 찾아볼 생각이 없어.”

“…….”

솔직히 말해서, 누가 진지하게 그 보물을 찾을 생각을 했겠는가. 심지어 뭔가 알아보려고 한 샤를조차도 막 절박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보물을 찾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한 명 빼고는 말이야. 내가 데오그란트에게 미리 준비시켜서 주라고 한 자료를 가져간 사람은 어제 단 한 명뿐이었다. 샤를.”

“예.”

샤를은 잠깐 생각하다 대답했다. 뭘 하려는 거지?

언제 와 있었는지 뒤에 기립해있던 데오그란트가 샤를에게 다가와 어떤 종이를 건넸다. 샤를이 살펴보니 그건 요하네스가 가진 메트로폴 중심지 쪽에 있는 토지 문서였다.

메트로폴 중심지의 땅값이 미쳐 날뛰는 걸 생각한다면 이건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저건 내 부동산의 일부다. 샤를에게 준다.”

“아버지!! 어떻게 그 유산을 서자에게 줍니까?!”

요하네스가 눈을 찌푸린 다음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닥쳐라! 이제 잘 알아들었겠지? 내 생각을 말이야. 지금 장난하는 거로 보이나? 이건 내 진심이야!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느긋하게 생각하지 마라! 기한도 주지. 다음 주 일요일까지다. 찾아내라! 가져와!”

이건 요하네스의 포상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가하는 경고였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욕심을 자극하는 방법이었다.

이제 누구도 어제처럼 느긋하게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었다.

샤를의 예상대로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몇몇은 샤를에게 문서를 내놓으라고 협박했고 가볍게 묵살한 샤를이 자리를 떠나자 혈안이 되어서 주변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이제 단순히 아버지가 미쳐서 하는 헛소리가 아니었다. 현실적인 이권이 걸려있는 셈이니 그들에게 있어서 다른 선택지가 없어 사활을 걸 수 밖에 없었다.

샤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다음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숲 밖으로 나간 나비는 어느 순간부터 흔적이 끊겼다.

그리고 심상 세계를 통해 플로나나 에세나에게 연락을 하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마치 거대한 벽 같은 것이 있어서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다.

추가적으로 정문은 하인들이 완전히 물리적으로 봉쇄했다고 했다. 거대한 판자로 아예 문을 막아버렸다고.

‘완전히 고립되었군.’

누구도 나가지 못한다고 한 말이 의례상 한 말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뭐야?”

샤를은 뒤뜰 아래를 걷는 사람을 발견했다. 형처럼 키는 크지만 어깨를 푹 숙이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세바스찬이 분명했다.

“뭐하는 거야?”

그런데 그의 행동이 이상했다. 그는 평범하게 셰퍼드 한 마리와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을 살피더니 샤를을 발견하지 못하고 안심을 한 듯, 그의 개에게 말을 걸었다.

“샤이디. 이제 아무도 없어.”

그러더니 옆에 있던 셰퍼드가 벌떡 일어나서 이족보행을 하더니 자기 목에 건 목줄을 풀면서 목을 매만졌다.

“아, 목아파.”

‘뭐야?’

샤를은 자신이 지금 제정신인건지 재차 확인해야 했다.

그들은 곧 빠르게 걸어서 뒤뜰 어디론 가로 사라졌다.

샤를은 상태창을 점검해보고 자신의 계몽수치가 컨트롤 불가능한 수준에 올라왔는지 확인한 뒤, 결론을 내렸다.

‘난 안 미쳤군.’

미친 건 세바스찬의 개 쪽이었다. 샤를은 그들이 무슨 미친 짓을 하는지는 제쳐두고 다시 무장한 채 겉으로는 코트를 걸친 채 저택 내부의 구조를 확인하기로 했다.

다음 주 일요일까지라면 약 열흘 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여태까지 찾지 못했던 물건이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저택은 본관, 동관, 서관으로 나뉘어 있었다. 샤를과 유마가 머무는 곳은 서관이었다.

동관에는 계모를 비롯해 그집 식구들이 다같이 모여있었다.

본관에는 요하네스와 시종들, 그리고 요하네스의 동생 엘리자베스 헥센이 머물렀다.

샤를이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서재였다. 요하네스가 아침 식사 자리를 뜨기 전에 서재를 써도 된다고 했으므로 이 안에서 정보를 좀 얻어볼 생각이었다.

서재에 들리자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드레스를 입은 이 원숭이는 비앙카의 애완동물이었다.

근데 뭔가 특이하다. 조금 전에 봤던 모습보다 원숭이의 털이……. 조금 더 길어져 있었다. 원숭이가 이렇게 털이 빨리 자라는 종이었나?

“지엔―! 어디있니? 지엔?”

멀리서 비앙카의 목소리가 들리자 원숭이는 겁에 질린 듯 몸을 움츠리더니 샤를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뭐야?’

비앙카가 서재 반대편에서 나오는데 그녀는 아주 날카로워 보이고 고급스러운 무늬가 들어가 있는 은제 가위를 들고 있었다.

“지엔! 이리와!”

원숭이는 비앙카가 강하게 명령하자 주눅 든 채 그녀의 앞으로 가서 비앙카의 팔을 타고 올라갔다.

“지엔! 저런 놈하고는 상종을 하면 안 돼요.”

샤를을 본 비앙카는 샤를이 완전히 무시로 일관한다는 걸 깨닫고 멸시의 말 몇 마디를 내뱉은 뒤 서재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가는 동안 손에 들린 책을 살폈는데 샤를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소아 간호? 왜 그런걸?’

원숭이, 가위, 소아 간호에 대한 책? 원숭이와 가위는 미용 목적이라는 건 소아 간호는 대체 뭐지?

방금 본 정보를 머릿속에 기억해둔 샤를은 서재로 들어갔다.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저택 내부의 구조도였다.

요하네스의 서재는 상당한 숫자의 책이 있었는데 샤를은 그중에 한 권을 찾아냈다.

내부의 구조도를 외우던 중에 그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군데군데 빈 곳이 너무 많아.’

동관, 서관에도 빈 부분이 있었는데 특히 지하실은 내부 구조도가 거의 비어있었다.

이부분을 정확히 탐사해야할 필요성을 느낀 샤를은 다른 책들도 살폈다.

구석에 낡고 제목도 없는 노트가 책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먼지가 한가득인 것을 보면 이 쪽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 같은데.

펼쳐보자 샤를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뭐지?”

그건 어떤 일기장이었다. 일기장의 주인은 자신의 이름을 적어뒀다. 샬롯 헥센. 줄임말이고 본래 이름은 샤를로테였다. 샤를의 생물학적 친모가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일기장이었다.

샤를은 그것을 꺼내서 살짝 펴보자 먼지가 풀풀 날리는 걸 보고 잠깐 눈을 찌푸린 다음 내용을 읽었다.

그러다 일기장이 생각 외로 묵직한 것을 깨달았다.

“뭐지?”

페이지를 펼치자 일기장 안쪽에 칼질해서 마름모꼴의 보라색 자수정이 박힌 목걸이를 담아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조사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밖에서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접고 가지고 나왔다.

서재로 누군가 들어왔는데 엘리자베스 헥센이었다. 샤를에게는 고모가 된다. 최소 오십은 넘었을 텐데, 얼핏 봐서는 소녀처럼 보였다. 가까이서 마주칠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서재를 나가면서 보니 조금 더 여러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중학생 수준…….

“안녕? 샤를?”

“안녕하십니까. 고모님.”

엘리자베스가 웃었다.

“옛날처럼 베스 고모라고 부르렴. 넌 커갈수록 점점 네 엄마 샤를로테를 닮아가는구나.”

샤를은 엘리자베스가 보여주는 호의 뒤에 숨겨진 생각을 읽으려 하고 있었다. 미소를 짓고 있어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묘한 부분에서 인간의 웃음을 흉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저희 어머니를 잘 아십니까?”

“그래. 우린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거든.”

샤를의 어머니, 샤를로테는 단순한 하녀가 아니었던 것인가?

“샤를로테는 조금 특별했어. 그 애는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거든.”

샤를은 엘리자베스의 목소리에서 부럽다는 어조를 느낄 수 있었다. 딸보다 더 사랑을 받은 하녀, 인가?

샤를은 그 말을 끝으로 작별을 고했다.

엘리자베스가 서재에 온 이유도 마찬가지로 보물을 찾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샤를은 저택의 구조도를 보면서 빈 공간을 찾으러 다녔다. 저택은 쓸데없이 넓고 고요했다. 낮에도 하인이 청소하고 있을 텐데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여기. 비어있군.”

설계도 상으로는 비어있는데 이곳에는 아주 거대한 초상화가 놓여 있었다. 비스타 헥센테르프의 거대한 초상화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가리고 있었다.

샤를은 초상화를 들었다. 꽤 묵직했지만 혼자서 들 수는 있었다.

초상화 뒤쪽을 살피자 문 같은 것이 있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창고문처럼 보였다. 그런데 자물쇠로 잠겨 있다.

‘열쇠가 필요하나?’

샤를은 주변을 잠깐 살핀 뒤에, 심상 세계에서 철검 한 자루를 꺼내서 자물쇠를 그대로 베어버렸다. 없애버린 자물쇠도 심상 세계로 넣어서 숨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났다. 조명이 없었지만 인프라비전을 사용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

안쪽은 긴 복도처럼 되어 있었다. 비밀 통로다.

설계도 상으로 보면……. 여긴 서관에서부터 동관까지 쭉 이어진 복도였다. 어둠 속을 헤치며 걷자 동관 뒤쪽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여기에 누군가 묵을 텐데.

“에드워드! 에드워드!”

샤를은 약간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심지어 작은 틈 사이로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유리로 되어 있어서 반대쪽에서는 이쪽을 볼 수 없는 것 같다.

안을 들여다보자 첫째 에드워드 헥센의 방이 보였다.

그의 방에는 어떤 앵무새가 있었다. 에드워드는 진작에 서재에서 가져온 책을 읽고 있었는지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앵무새가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 에드워드.”

“트위티. 무슨 일이니?”

에드워드는 밖에서 보여주던 폭급화고 다혈질적인 성격을 전혀 보이지 않고 아주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샤를은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는지 소름이 돋았다.

“에드워드. 넌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에드워드 넌 위대해질 거야.”

“난 위대해 질거야.”

“보물을 찾아! 보물을 찾아!”

“그래! 보물을 찾는 거야.”

에드워드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앵무새와 대화하고 있었다. 앵무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코치처럼 계속해서 에드워드에게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근데 처음 대화는 그럴 듯 했는데 점점 가면 갈수록 이상한 대화로 변하고 있었다.

“에드워드! 열심히 찾을 필요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잘 생각해봐. 네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더라도 누군가 너보다 먼저 보물을 찾을 수 있잖아?”

“그렇지.”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준비를 해두는 거야. 책상 서랍 안에 더블 배럴 샷건이 있어. 열어봐.”

“총이 있다고?”

에드워드는 서랍을 열면서 놀랍다는 듯 목소리를 올렸다. 샤를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지만 정말로 그가 샷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먼저 찾아낸 놈을 죽여! 그리고 빼앗는 거야!”

“그래. 트위티. 역시 너밖에 없어.”

“나만 믿어야 해. 에드워드. 이 저택에서는 누구도 믿으면 안 돼.”

“그렇게 할 게. 역시 암흑성도회. 제대로 된 교단인 것 같아. 너처럼 훌륭한 조언자를 보내주다니 말이야.”

‘뭐?’

그때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다. 에드워드가 서랍의 문을 닫고 밖에 있는 사람을 마주했다.

그는 비서인 데오그란트였다.

“서재에 들어왔던 사람들에 대한 보고입니다.”

“복도에서 얘기하지.”

문이 닫히자 샤를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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