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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32화 (32/221)

제32화 - 에브렌 린덴의 저택으로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샤를은 보니가 모는 마차를 타고 난 뒤 보니를 대기 시킨 뒤에 지하철(subway)에서 내려 갈아탔다.

덜컹. 덜컹.

‘현대의 지하철과는 비교도 안 되지만, 신기하긴 하네.’

현대의 역사에서 최초의 지하철은 영국이었다. 무려 1863년에 개통된 물건으로 그 시대에 한반도는 철종이 죽기 1년 전 조선 시대였다.

어둠 속의 지하철을 타고 시 반대편까지 온 샤를은 세인트 생시르 거리에 도착했다. 하늘은 우중충한 먹구름에 가득 차 있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이미 샤를은 우산을 챙긴 상태였다.

꽤 허름해 보이는 건물. 공단에서도 가까운 위치의 평범한 집이었다. 그리고 샤를이 이 집에 온 것에는 몇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바로 빌트워치라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게임상에서 수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그가 최고의 기술자라고 불렀다. 지금 샤를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움직였다. 정확히 말하면 투자겠지. 초인종을 누르자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작업용 앞치마를 두르고 외알 안경을 낀 남자는 멀대같은 인상에 콧수염을 기른 중년인이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신지?”

“빌트워치씨가 맞습니까?”

“예. 누구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샤를 헥센이라고 합니다. 오늘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투자에 관해서입니다.”

“예에? 이,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빌트워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차고처럼 개조된 1층 집이 보였다. 그는 메트로폴의 중산층으로 아버지께 받은 재산을 이용해서 지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자동차였다. 차고처럼 변한 곳 옆에 지금 개조중인 자동차가 한 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빌트워치는 이후 포드라는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게 자동차군요.”

“아, 어디서 듣고 오셨습니까?”

홍차를 내온 빌트워치가 말했다.

“신문에서 보고 왔지요. 투자를 원하는 발명가들에 관한 신문 말입니다.”

“아, 메트로폴 타임지에 올라와 있는 걸 보셨군요. 맞습니다. 저는 마차를 대체할만한 자동차라는 물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빌트워치는 악수를 하려다가 자신의 손에 기름이 묻었다는 것을 알고 앞치마에 슥슥 닦았지만, 기름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샤를은 싱긋 웃으면서 그와 악수했다. 장갑이 더러워졌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저는 돈이 조금 있는 투자자입니다. 와인 사업을 비롯해서 여러 차례 사업을 확장해 나가려던 차에 신문에서 빌트워치 선생님의 자동차를 보고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혁신이다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 맞습니다. 자동차야말로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마차를 없애버릴 혁신이 될 것입니다.”

“개발 진척도는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하군요.”

샤를은 빌트워치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건 게임에서도 여러 번 써먹은 수법이었다. 가능성이 보이니 다른 투자자들이 붙기 전에 먼저 투자 약속을 하는 것. 우선 3만 파운드를 쾌척하는 것으로 빌트워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추가 투자는 앞으로의 진척도를 보고 개시하도록 하지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빌트워치는 구원자라도 만난 것처럼 눈을 반짝였고 샤를은 그의 호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누구든 돈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샤를은 중절모를 쓰고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나왔다. 그는 신비학과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 없을 사람이었지만 지금 투자한 자금줄이 앞으로 돌아올 것이었다.

오전의 투자 약속을 끝낸 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되돌아오자 벌써 정오였다. 지하철 앞에서 기다리는 보니의 마차를 타고 에브렌 린덴의 저택으로 향했다.

“…….”

샤를은 뭔가 잘못 봤나 싶었다. 에브렌 린덴의 저택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주인! 여기가 저택 맞아?

-주소는 맞는 것 같은데. 보니가 주소를 틀리게 갈 리가 없으니까.

-음 몬가……. 몬가 정상이 아니다…….

파기나레코르도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저택을 두른 아주 높은 담장은 마치 교도소에 설치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꺼운 콘크리트 담장. 위에는 철사를 둘러서 담장을 넘지 못하게 막아뒀다.

저택 입구에서 웬 동양인 남자가 나타났다. 눈이 가늘어서 마치 실눈을 뜬 것 같은 남자는 경비원인 듯 제복을 입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에브렌 린덴 부인의 초대를 받고 왔습니다.”

보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초대장을 꺼내서 경비원에게 건넸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샤를은 그 경비원을 보면서 그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알아챘다. 그건 일종의 경멸과 귀찮음이 섞여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확인되었습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그 안에 담긴 기이함이 마음에 걸린다. 경비원의 안내를 받아 샤를이 안으로 들어서자 저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담장 내부의 저택은 건물은 총 2개였는데 ㄱ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다. 하나는 크긴 하지만 다른 건물보다 작았다.

길이가 짧은 쪽이 본관이고 길쭉한 쪽이 별채다.

이상한 것은, 길쭉한 별채 쪽 건물에 아이들이 몇몇 보였다는 점이었다. 호기심이 있는 몇몇 아이들이 창문으로 누군가 들어온 사람을 확인하려는 보다가 옆을 돌아보더니 화들짝 놀라서 커텐을 쳤다.

“이쪽으로 오시죠.”

샤를이 안내된 것은 본관의 입구였다. 마차에서 내린 뒤 파기나레코르를 품속에 집어넣고 움직였다. 바깥과는 다르게 그늘이 져 있었다.

들어서자 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화학 약품의 냄새 같은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보통 저택에서 날 만한 냄새는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병동이라도 있는 건가.’

응접실로 안내되자 에브렌 린덴 부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펑퍼짐한 검은색 옷을 입고 희미하게 웃으면서 나왔다. 얼굴에 하얗게 바른 화장품에서 희미하게 약품 냄새가 배어있는 것 같다.

“어서오세요. 이렇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게 되었군요.”

“아닙니다. 린덴 부인.”

“나는 탐정님의 능력에 대해서 매우 감탄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딸아이는 아직도 깊은 어둠 속에 갇혀 있었겠죠.”

“…….”

표정에서 감사하다는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잠깐 드러난 눈빛에서 상대를 어떻게 요리해야 괜찮을지 싶은 포식자의 눈동자가 엿보였다.

그때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면서 웃는 소리였다.

“응? 이 집에 아이들이 있습니까?”

“아, 모르고 계셨군요. 저는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이 집은 넓기만 하지 너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에요.”

“그럼 반대편 건물은 전부 고아원인 모양이군요. 집을 고아원으로 개조하자고 했는데 남편분은 괜찮으신 건가요?”

“그이도 좋다고 하더군요.”

묘한데. 샤를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고아원으로 개조한 사람이 있다니.

“이렇게 초대를 드린 이유는 당신의 추리력을 한 번 더 빌릴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에요.”

“무슨 일이십니까?”

“고아원에 아이들이 꽤 많은데, 저택이 너무 넓다 보니 가끔 아이들이 사라지곤 한답니다. 저희는 도저히 그 아이를 찾을 수가 없어서요. 사용인들과 다 같이 함께 찾아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저택 안에 있는 건 확실한가요?”

“그럼요.”

에브렌 린덴은 희미하게 웃었다. 샤를은 자신의 질문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저택 주변을 두른 담장은 성인 남성이 있어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경비원들이 저격 소총만 들고 있었으면 이곳이 교도소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삼엄함이었다.

“이번 의뢰 비용은 그리 많지는 않을 테지만, 아이를 찾아주신다면 제가 정말 감사할 것 같네요.”

샤를은 보통 이런 의뢰는 거절하겠지만 그는 에브렌 린덴 부인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왔다. 그러니 당연히 수락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요.”

“아. 잘됐네요. 몽푀르 집사――.”

린덴 부인의 뒤에서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집사가 나타났다. 그는 꽤 키가 크고 허리가 꼿꼿한 노인이었는데 흰머리가 가득했지만, 얼굴에 뺨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상처가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마님.”

“탐정님께 집안을 좀 안내해드려요. 이런저런 협조도 해드리고요.”

“알겠습니다.”

샤를이 노인의 상처를 바라보고 있자 린덴 부인이 말했다.

“호호. 젊었을 적에 전쟁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때 생긴 상처라고 하더군요.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요.”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쪽으로 오시죠.”

몽푀르 집사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손을 가리켰다. 샤를이 그를 따라 걸어가는데 약품 냄새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몽푀르가 말했다.

“집안을 소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조금 냄새가 나실 겁니다.”

“왜 소독하죠?”

“마님께서 결벽증이 있으셔서 말입니다. 항상 집안을 소독해두고 있죠.”

“흐음.”

그러고보니 린덴 부인은 항상 하얀색 장갑을 끼고 있었던 것 같다. 결벽증이라. 그런 사람이 고아원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들여?

샤를은 이 저택에서 약품 냄새 대신 다른 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 알 수 없는 음모의 독한 악취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소독약 냄새는 다른 건물에 도착하니 그럭저럭 없어졌다. ㄱ자에서 좀 긴 건물에 들어섰다.

“아이는 어디서부터 사라졌습니까?”

“마지막으로 본 건 저쪽 주방에서였습니다.”

집사의 안내를 따라 들어서자 주방에서 고기 요리 냄새가 났다. 미트 파이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주방장은 50대의 뚱뚱한 남성으로 메기처럼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아, 집사님. 무슨 일이십니까.”

“주방장. 이쪽은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주실 탐정님이라네.”

“아 그래요? 여긴 무슨 볼일이라도.”

“여기서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면서요?”

샤를이 묻자 주방장이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그렇죠.”

“사라진 아이에 대해서 말씀 좀 해주시죠.”

“그 아이의 이름은 그웬입니다.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인데 좀 밝은색입니다. 남양인과 백인 혼혈이고요. 음 또 뭐가 있지. 아, 그래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옵니다. 나이는 10살이고요.”

샤를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방을 살폈다. 절로 인상을 찡그릴만한 위생 상태였다. 밀은 정상인 것 같은데 밀이 담긴 가죽 포대는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 인상을 풍겼으며 바닥에는 찌든 때가 있다.

솥 몇 개는 낡은 데다가 여기저기 구겨진 부분이 보인다. 오븐은 꽤 컸다. 오븐 안에서 미트파이가 구워지는 것 같은데 오븐 주변도 역시 그렇게 위생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쥐가 나와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들 것 같다. 아마 틈을 뒤지면 쥐구멍이 보일 수도 있겠다.

린덴 부인의 거짓말 하나를 찾아냈다.

‘사용인과 함께 아이를 찾아봤다고? 전혀 그럴 것 같지는 않네. 아마도 시켜놓고 자신은 다른 일을 했을 테지.’

이렇게 더러운 주방에 결벽증을 가진 사람은 절대 못 온다. 아마 숨 쉬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을 느낄 것이 분명했다.

“이제부턴 저 혼자 돌아다녀도 될까요? 이곳저곳 조사해야할 것 같습니다.”

“예? 아, 물론이지요.”

떨떠름하다는 듯 집사가 말했다. 샤를은 그의 속내를 간파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뒤따르면서 감시하려는 속셈인 것 같군. 아마도 에브렌 린덴이 내린 명령이겠지.’

-아이를 찾아달라는데 감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아이를 찾는 게 목적이 아닐지도 모르지.

샤를은 이 기이한 저택을 홀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뒤에 미행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같은 곳을 봐도 샤를이 얻어낸 정보와 다른 사람이 얻어낸 정보는 천지차이였다.

작은 머리카락. 냄새, 평소와 다른 사소한 부분마저도 샤를은 정보로 취합된다.

-근데 뭔가 알아낸 거라도 있어?

-핏자국이 있었어.

그건 짐승의 핏자국은 아니었다. 여러 단서들이 샤를을 기묘한 결말로 이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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