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71화 (471/501)

# 471

거래량 이격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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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와 이세하라 기계의 사장 니시무라 신이치, 그리고 통역으로 따라온 마츠이 요시타카가 지에이치 모빌에 도착하였다. 현관 앞에 송사장과 연구소장, 총무이사와 품질이사, 그리고 생산부장 두 명이 서 있었다.

구건호가 이세하라 기계의 사장에게 모빌의 임원들을 한사람씩 소개했다. 송사장은 이세하라 기계의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듯했다.

“유명한 기업인 이세하라 기계의 사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송사장이 명함을 이세하라 사장에게 주었다. 이세하라 사장도 송사장에게 명함을 주었다. 송사장은 명함을 같이 따라온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에게도 주었다.

“얼마 있으면 퇴근시간입니다. 현장을 미리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이세하라 사장이 송사장의 안내로 생산라인을 구경했다. 수백 명의 종업원이 질서 있게 앉아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도 마이머신 운동으로 깨끗하게 닦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다. 연구소도 구경하였다.

“나는 과거에 한국의 여러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이렇게 깨끗하고 질서 있는 공장은 보지 못했는데 한국도 이제는 많이 선진화가 된 것 같습니다.”

송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20여년 전에 S기업에 처음 입사하였을 때는 일본을 배우자는 말이 유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TQC를 배우러 많이 일본 공장을 갔었습니다.”

“흠, 그때는 그랬었지요.”

“일본의 TQC를 배우고, 챠트에 이시가와 다이어그램(물고기 모양의 뼈 그림으로 문제해결에 대한 관리기법)을 그리고 했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실은 우리 이세하라 기계도 TQC운동의 모범기업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전통이 남아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 해결엔 TQC기법을 사용합니다.”

송사장과 이세하라 기계의 사장은 의외로 서로 잘 통하는 듯싶었다. 구건호는 매출과 영업이익만 따지는 사람인데 TQC니 이사가와 다이어그램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니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어쨋든 둘이 잘 통하니 좋았다.

공장을 다 구경한 이세하라 사장은 송사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힘 있게 손을 흔들었다.

“잘 보았습니다. 생산 현장을 보면 그 회사 CEO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훌륭하게 잘 해 놓으셨습니다. 저도 기회가 있으면 일본에 가서도 한국에 이런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재에 밝은 오너인 구사장님과 탁월한 관리자인 CEO 송사장님이 계시니 지에이치 모빌의 앞날은 탄탄하리라고 저는 봅니다.”

“고맙습니다.”

이때 마당 한가운데로 음악이 흐르면서 방송이 나왔다. 현장 직원들에게 퇴근 시간을 알리는 음악인 것 같았다.

“지에이치 모빌의 종업원 여러분,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자리를 정돈하시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세하라 사장이 방송을 듣고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에게 물었다.

“저 소리가 무슨 소리요?”

“오늘 일 끝났으니 자리를 잘 정돈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이야기입니다.”

요시타카 선생의 이야기를 들은 이세하라 사장이 빙긋이 웃었다.

구건호와 이세하라 사장, 요시타카 선생 등이 한식당 승지원엘 갔다. 박종석 사장과 일본인 기술자들이 먼저 와 있었다.

이세하라 사장은 기분 좋게 한국 음식을 즐기고 술까지 마셨다. 일본인 기술자들도 자기들이 평소에 쳐다보지도 못했던 이세하라 사장과 함께 술을 마시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세하라 사장이 물었다.

“미우라 정밀에 있을 때보다도 타국에 와서 근무하니 애로사항이 많겠습니다. 잠자리와 음식은 괜찮습니까?”

야나기 마사토시 공장장이 말했다.

“박종석 사장님이 공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좋은 아파트를 잡아주어 불편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맥주도 한잔씩 하고 인도어에 가서 골프도 즐기고 온천욕도 즐깁니다.”

“온천욕요?“

“여기서 가까운 거리에 온양온천이 있습니다.”

“오, 그래요?”

기분 좋게 식사를 한 이세하라 사장을 구건호는 숙소인 서울 마포의 가든 호텔까지 모셔다 주었다. 이세하라 사장은 구건호와 지에이치 모빌, 그리고 지에이치 정밀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갔다.

다음날은 금요일 이었다.

이 날도 구건호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디욘 코리아의 주가 동향만 살폈다.

[거참, 이상하네. 연말 장세를 본다면 지금부터 올라가면 안 되는데 연일 사자 세력이 들어오네. 거래량 이격도가 점점 커지고 있어.]

[이거 이러다가 연말에는 다른 주식 다 올라가는데 디욘 코리아만 상승 피로감에 미끄러지는 것이 아니야? 금감원 사이트에 공시를 해야 할 감사보고서는 내년 3월이나 나오니까 금년 4/4분기 실적은 1월 초에 발표해 버릴까?]

[거래량 이격도가 오늘도 높게 나타나네.]

거래량 이격도란 그날의 거래량을 이동 평균치로 나누어서 100% 이상이면 매입 세력이 아주 강함을 나타낸다. 주식의 중, 단기 지표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동 평균치는 25일간의 거래량 합계를 25로 나누어 구한다.

SH 투자 파트너스의 손근수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접니다. 오늘 디욘 코리아 주식 시세 보셨습니까?”

“보았습니다.”

“오늘도 매입세력이 강하게 들어오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이제 슬슬 던져볼까요?”

“던지지 마세요. 좀 더 두고 보지요.”

“이러다가 이격도가 100%이하로 반전하는 수도 있습니다. 아깝습니다.”

“연말 장세가 있으니까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겁니다. 두고 보세요.”

“우리가 확보한 300만주 다 던지면 지금도 30억은 먹습니다. 해 볼만 하잖습니까?”

“던질 시기가 되면 연락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책이나 보고 있겠습니다.”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하였다.

송사장이 구건호 방엘 들어왔다.

“지에이치 미디어에 근무한다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저한테 전화를 걸어왔네요.”

“요시타카 선생이요? 왜요?”

“이세하라 기계 사장이 여기 공장을 보고 그래도 이미지가 좋았던 모양입니다. 두 번이나 공장을 잘해 놓았다고 칭찬을 했답니다.”

“허허, 그래요? 송사장님이 잘하고 계시니까 그런 말도 듣는 것 아닙니까?“

“디욘 코리아는 요즘 주가가 올라가는 것 같던데요?”

“원래 연말에는 좀 올라가잖습니까? 배당을 겨냥하고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구건호가 다시 말했다.

“참, 디욘 코리아 이야기가 나온 김에 디욘 코리아 인사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하시죠.”

“인사문제는 아직 시간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12월 초에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긴 하지만 그래도 초보적인 윤곽은 지금 잡아 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임원인사문제는 이사회 결정사항 아닙니까? 디욘 코리아의 한국 측 출자사인 모빌의 등기이사는 현재 3명입니다. 송사장님과 저와 인천에 사시는 제 아버님이 아닙니까?”

“등기이사는 그렇습니다.”

“그럼 3명의 이사 중 2사람이 모였으니 이사회 하는 것으로 하지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런데 참, 사외이사로 등기가 되어있는 아버님은 여기서 지급해 드리는 급여 300으로 괜찮겠습니까? 더 안올려 드려도 되겠습니까? 요즘 노인들도 해외여행이나 의료비용 때문에 돈 많이 들어간다고 하던데요?”

“됐습니다. 이 문제는 모빌의 인사문제를 다룰 12월 초에나 의논하시죠.”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했다.

“내가 디욘 코리아 사장으로 있는 것은 12월 15일까지입니다. 사장 자리는 미국인들에게 넘겨주고 이사장으로 물러앉아야 합니다.”

“예,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디욘 본사에서 보내는 사장은 새로 누가 올지, 아니면 지금 있는 애덤 캐슬러 사장이 승진해서 앉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애덤 캐슬러는 여기에서 사장을 하면서 눌러 있을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테지요. 호서대학 원어민 교사하고 연애하는 중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한국인 부사장을 앉혀야 되는데 현재로서는 김전무 외엔 대안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김전무가 서열이 제일 빠르니 그렇게 되겠지요. 지금 모빌에서도 부사장급으론 보낼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김전무가 전무가 된지 2년밖에 안된 사람이라 그게 좀 걸립니다.”

“상황이 그러면 시켜줘야지요. 지금 디욘 코리아 부사장은 김전무가 된다는 데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나도 김전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생산현장을 지휘할 임원이 필요해서 유희열 부장을 올려줄까 합니다.”

“유부장도 차장에서 부장이 된지 2년밖에 안된 사람이지만 거기서 공장장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해야 되겠지요. 유부장이 임원이 되면 촉탁으로 있는 연구소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하긴 촉탁을 2년 시켜주었으니까 구사장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준 건 사실입니다. 요즘 조기 퇴직도 많은 세상인데 정년을 2년이나 연장해 주었으니 촉탁 연구소장님도 구사장님께 많이 고마워 여길 겁니다.”

“그리고 윤상무는 그대로 변동 없이 유임시키고 상임감사는 디욘 코리아를 상장시키는데 공이 많았고 또 그가 빠지게 되면 재무 쪽이 너무 약하게 될 것 같아 상임감사도 임기를 2년간 연기시켜 줄까합니다.”

“디욘 코리아는 경리 조명숙 차장만으로는 상장사 재무 일을 다 소화하기는 어렵겠지요. 상임감사 임기 연장은 저도 찬성합니다. 그런데 상장사는 상임감사가 등기를 해줘야 하므로 등기이사가 되겠네요.”

“디욘 코리아는 회사가 모빌보다 작아도 등기 이사가 4명이나 됩니다.”

“옛 4명요? 누구누구입니까?”

“합자사이기 때문에 미국 측 대표와 한국 측 대표는 당연히 들어가야 됩니다. 김전무가 부사장이 된다면 김전무와 애덤 캐슬러가 들어가지요. 그리고 나도 이사회장이니까 당연히 들어가고 상임감사가 들어가니까 4명이 되는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지금 사장님과 이야기 나눈 건 12월 15일자로 공표하면 되겠네요.”

“그럴 예정입니다.”

“그럼 모빌도 그때 같이 하겠습니다. 여기 임원인사는 한명입니다. 생산부장을 이사 승진시키는 것 한명 뿐입니다.”

“그 안에 중간관리자 승진 후보자 심사는 다 해놓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정밀로 갔다. 사장실에서 박종석 사장이 공장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지에이치 정밀은 구건호 방을 따로 만들어 놓지를 않아서 어디 있을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았다. 여직원이 와서 말했다.

“회의실로 잠깐 모시겠습니다. 박사장님께 구사장님 오셨다고 말씀 드릴까요?”

“아니오, 중요한 회의 중인 모양인데 말씀 드릴 필요 없어요. 여기서 기다리죠. 신문이나 있으면 갖다 줘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여직원이 갖다 준 차를 마시며 신문을 보았다. 신문을 보고 있는데 누가 덜컹하고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누가 있네. 여기 말고 다른데 가서 이야기 하자.”

누가 회의실로 이야기 하러 들어왔다가 구건호를 보고 도로 나간 것 같았다.

[허허, 이거 내 방을 만들 걸 잘못했네. 하지만 조그만 회사에 구사장 방, 박사장 방을 만들면 되겠어? 나도 12월 15일자 인사 발표할 때 회장으로 가야지 안 되겠네.]

한참 후에 박종석 사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형, 언제 왔어? 미리 말해 주었으면 내가 여기서 회의를 하지. 지에이치 그룹의 오너 회장님께서 초라하게 여기서 나를 기다리니 말이 돼?”

“괜찮아.”

“내 방으로 와. 회의 다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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