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70화 (470/501)

# 470

거래량 이격도 (2)

(470)

구건호는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보다가도 디욘 코리아의 주식이 궁금해서 수시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쳐다보았다.

“정말 누군가가 올려놓고 개미들 달라붙으면 바로 훑어가네. 내 주식 올라가서 나야 좋지만 지금 담는 놈은 누굴까? 동호회일까? 큰손일까? 기관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디어에 근무하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구건호가 있는 18층 사무실로 올라왔다.

“어서 오십시오, 요시타카 선생.”

“이세하라 기계에서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전에 지에이치 정밀의 박종석 사장님이 일본 갈 때 저도 따라 가지 않습니까? 그때 명함을 주었었는데 거기의 해외 구매담당 임원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 그래요? 무슨 일이랍니까?”

“지에이치 정밀을 방문하겠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박종석 사장에게 알려주어야겠군요. 구매담당 임원 혼자 온다고 합니까?”

“아닙니다. 사장이 직접 온답니다.”

“사장이요? 3천명 종업원을 거느린 큰 기업 사장이 직접 한국의 작은 납품업체를 방문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거기 사장이 이번에 한일 경제인 모임 행사가 있어 온답니다.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들하고 같이 온답니다. 온 김에 지에이치 정밀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래요?”

“그리고 대주주인 구사장님도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나를요? 그, 그러죠.”

“내일 한국에 오시는데 행사에 참석하고 모레는 여의도에서 의원들하고 점심을 같이 하는 모양입니다. 식사 후는 자유시간이니까 모레 목요일 오후에 만나면 어떨까 합니다.”

“저는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시타카 선생이 나가고 나서 구건호는 바로 박종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사장? 나다.”

“어, 형.”

“모레 오후에 이세하라 기계의 사장이 지에이치 정밀을 들린다고 한다.”

“이세하라 사장이? 구매담당 임원이 아니고 사장이 직접 온다는 건가?”

“그런 모양이야.”

“거 참, 이해가 안가네. 일본의 큰 기업 사장이 조그만 한국 업체를 왜 와? 협력업체가 한둘이 아닐 텐데.”

“일부러 오는 것이 아니고 한일 경제인 모임 행사가 있는 모양이야. 거기에 일본 자민당 의원들하고 같이 온다고 했어. 그래서 거기 들렸다가 잠깐 지에이치 정밀을 보고 가려는 것 같아.”

“흠, 그런가?”

“혹시 사장 이름을 알면 알려줘. 환영 현수막 하나 걸어 놀 테니까.”

“현수막?”

“응, 이세하라 기계의 ‘누구누구 사장 방문 환영’ 하는 것 말이야.”

“에이, 그렇게 까지야 뭘.”

“아니야, 옆에 있는 제약회사 공장에 보니까 누가 오는지 그런 걸 붙여 놨더라고. 폼 나잖아?”

“하하, 알았다. 그럼 내가 요시타카 선생에게 말해서 알려주도록 할게.”

구건호가 요시타카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신다고 하는 이세하라 기계의 사장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니시무라 신이치(西村愼一)입니다.”

“한자로 어떻게 쓰죠?”

“문자 보내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이세하라 기계 사장님은 오후 1시 30분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앞으로 차를 보내줄 수 있겠냐고 하던데요?”

“제 차를 보내드리죠. 그날 요시타카 선생님이 통역을 하셔야 하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통화를 끝내고 계속 컴퓨터 모니터 화면만 보았다.

“사자 세력이 돈이 많은가 누르면서 담는 것 같지도 않네.”

디욘 코리아 주식의 유통물량은 원래 많지가 않았다. 거기다가 최근에 구건호가 300만주나 사들이자 유통주식수가 더욱 줄어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세력은 주가를 누르지 않고 올리고 사들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올린 것은 아니었다. 개미들이 공포가 들도록 마이너스 10프로까지 뺏으나 개미들이 투매는 커녕 물량이 안 나오자 올리고 터는 방식을 취한 것 같았다.

“디욘 코리아가 아무리 실적이 좋다고 해도 이렇게 올리고 사면 나중에 되팔 때 수익이 발생할까?”

다음날도 주가는 상승했다. 화요일과 수요일 연 이틀 상승하였다.

“이렇게 사자 세력이 강하면 올라갈 수밖에 없지.”

구건호는 자기가 사들인 시세보다 얼마나 올랐나 계산해 보았다.

“약 15%는 올라갔네. 슬슬 주식을 팔라고 손근수 사장에게 이야기 할까? 에이, 묵혀둬야지. 연말 지나고 실적발표 나면 30% 정도는 올라가겠지. 그때 까지 기다려 보자.”

목요일이 되었다. 이세하라 기계의 사장과 여의도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구건호는 승용차와 요시타카 선생만 여의도로 보낼까 하다가 자기도 직접 여의도로 가기로 했다. 마침 요시타카 선생이 구건호가 있는 곳으로 왔다.

“여의도는 저도 함께 가지요.”

“아, 사장님도 직접 가십니까?”

“거물급이 오셨는데 제가 접대하러 가야지요. 중요 인사가 오면 대통령도 공항에 영접을 나가잖습니까?”

구건호와 요시타카 선생은 함께 벤트리 승용차를 타고 여의도로 갔다. 의원회관 앞에서 이세하라 기계의 대표 취체역 사장을 만났다. 구건호가 앞으로 가서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를 하였다.

“구건호입니다.”

“오, 구사장님이시군요. 니시무라 신이치라고 합니다.”

이세하라 사장도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를 하였다. 정장에 청색 넥타이를 맨 단정하게 생긴 70대였다. 얼굴에 검버섯도 있고 머리가 희끗희끗했지만 곱게 늙은 사람으로 보였다.

“차만 보내지 구사장님께서 이렇게 직접 오셨네요.”

“아닙니다. 제가 당연히 모시러 와야지요.”

“생각보단 구사장님이 젊어 보이시네요. 사업을 왕성하게 할 연령으로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구건호와 이세하라 사장이 명함을 서로 교환하였다. 이때 옆에 있던 키가 큰 사람도 명함을 꺼내 구건호에게 주었다.

“한일 경제인 포럼의 상근부회장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구건호입니다.”

“니시무라 신이치 사장님은 저희가 모셔야하는데 구사장님이 모셔준다니 고맙습니다.”

“별 말씀 다 하십니다. 신이치 사장님은 저희 중요 거래처 사장님이십니다.”

구건호가 이세하라 사장을 모시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세하라 사장이 말했다.

“고속도로 주변에 큰 건물이 많이 들어섰군요. 몇 년 전 왔을 때 보다 더 발전한 것 같습니다.”

이세하라 사장은 이 말을 하고선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오후 3시경 천안시 백석농공단지에 있는 지에이치 정밀 공장에 도착하였다.

구건호가 이세하라 사장을 모시고 공장 정문을 들어서자 제복 입은 경비원이 칼같이 거수경례를 붙였다.

이세하라 사장은 정문에 붙은 현수막을 보고 빙긋이 웃었다. 현수막에는 ‘이세하라 기계 니시무라 신이치 사장 방문 환영’이란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다.

현관 앞에는 박종석 사장이 공장 간부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제복을 단정하게 입은 박종석이 뛰어와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이세하라 사장이 웃으며 박종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세하라 사장은 박종석과 구면이었다.

“공장이 너무 작고 인원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곳까지 사장님께서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구건호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

[저 녀석이 언제 저렇게 점잖아 졌지? 인사도 칼같이 하고 말도 온갖 예의는 다 갖추어서 하네. 사장 역할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박종석은 공장장을 소개했다.

“저희는 공장장이 두 분입니다. 한 분은 디욘 코리아의 기계를 제작하는 부서를 관장하고 있고 한분은 이세하라 캄 샤프트와 밸브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장입니다.”

공장장 두 사람이 인사를 하였다.

“이 분은 낯이 좀 익는데?”

“맞습니다. 미우라 정밀의 공장장이었던 야나기 마사토시입니다.”

“오, 그래요?”

박종석이 또 점잖게 이야기를 하였다.

“미우라 정밀의 인력과 기계장비가 그대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우라 정밀에서 근무했던 기술자는 몇 분 더 여기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박종석의 이 말에 이세하라 사장은 신뢰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박종석이 통역 겸 총무 일을 하는 직원으로 뽑은 여직원이 차를 가져왔다. 쌍화차였다. 접시에 천안명물 호두과자도 몇 개 담아서 내왔다.

박종석이 웃으며 말했다.

“몸에 좋은 쌍화차입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것은 이 고장 명물인 천안 호두과자입니다.”

구건호는 박종석의 이런 모습을 보고 제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짜식, 제법이네. 이세하라 사장이 연세가 높은 분이니까 쌍화차를 내오고 호두과자까지 준비했네.]

이세하라 사장은 쌍화차를 마시고 호두과자 한 알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종석이 차를 가져오고 한쪽 끝에 앉은 통역을 소개했다.

“저희 회사 여직원인데 일본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여직원이 인사를 하자 이세하라 사장이 웃으며 손을 내밀어 주었다.

“어디서 공부했어요?”

“쓰쿠바 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오, 그래요? 이바라키 현에 있는 대학이군요. 반갑습니다.”

박종석이 파워포인트로 뽑은 회사소개 자료를 이세하라 사장에게 주었다.

“아직 카다로그를 준비 못했습니다. 파워포인트로 뽑은 자료입니다.”

박종석 사장이 간단히 회사 설명을 하였다. 통역은 요시타카 선생이 하지 않고 여직원이 통역을 했다.

구건호는 박종석이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자료를 꺼내놓자 또 미소를 지었다.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만들고 박종석이 대단하네. 잘했다. 박종석.]

박종석은 대충 회사설명을 마치고 현장으로 이세하라 사장을 안내했다. 이세하라 사장은 디욘 코리아 기계 조립과정을 구경하고 트윈 스크류를 보았다.

“흠, 잘 깎았군요.“

이세하라 사장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웨스트 몰딩에서 보내준 트윈 스크류를 지에이치 정밀에서 깎은 줄 알고 있었다. 박종석은 이세하라 납품용 기계를 생산하는 곳으로 이세하라 사장을 안내했다. 작업을 하던 기술자들이 일어나 일본어로 인사를 하자 이세하라 사장은 다소 놀라는 기색이었다.

“일본인 기술자들이 있다는 것이 맞는 모양이네.”

이세하라 사장은 일본인 기술자들에게 몇 마디 질문도 했다.

“미우라 정밀에서 근무 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기계장비, 테스터기 모두 이곳으로 옮겼고 저희들도 다 따라왔습니다.”

이세하라 사장은 아주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구건호가 박종석에게 물었다.

“이세하라 사장님께서 여기서 식사를 하고 가실 수 있도록 예약을 하지.”

“그렇지 않아도 다 해두었어. 가까운 백석동 승지원에 예약을 해두었어. 여기에 있는 일본인 기술자 3명도 같이 참석할 예정이야.”

구건호가 이세하라 사장에게 말했다.

“박종석 사장이 저녁식사 장소를 예약한 모양입니다. 식사시간까지는 아직 빠르니까 저희 지에이치 모빌을 보시겠습니까? 이 근처에 있습니다.”

“이 근처에 있다고요? 그럼 한번 봅시다.”

구건호가 송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에이치 정밀의 중요거래처인 이세하라 사장을 모시고 갑니다. 자리에 계실 거죠?”

“예, 지금 공장 안에 있습니다.”

구건호는 직산으로 가는 도중 스마트폰으로 팍스넷에 들어가 주식시세를 보았다.

“흠, 디욘 코리아의 거래량 이격도가 계속 100%이상에서 놀고 있네. 이거 사자 세력이 몇 일째 강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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