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80)
“끄에에엑!”
“캬아악! 캬악!”
“크으윽… 큭!”
실로,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초특급 난리 환장 블루스 파티가 벌어졌다.
간이 트랩을 사용한 오른쪽 정원에서였다.
“역시,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잘 걸리는군!”
눈에 훤히 보이는 구덩이조차도 피하지 못하고 넘어졌던 놈들이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간이 트랩은 거의 쥐약이나 마찬가지였다.
구덩이는 구덩이 대로, 간이 트랩은 간이 트랩 대로 그냥 대놓고 걸려댔다.
그 와중에 생각지 못한 이점도 보였다.
이전까지는 놈들이 들고 있던 거대 전지가위에 의한 피해가 주를 이루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놈들의 발끝에 걸리고 채여 뽑혀 버린 작은 말뚝이 또 다른 트랩이 되어 놈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호오… 뾰족한 트랩을 깔아놔도 좋겠는걸?”
조금 더 효율적이게 수정 보완할 요소를 찾은 듯하여 머릿속에 새겨 놓았다.
“어때? 이만하면 괜찮지?”
―네… 대단합니다린.―
린이 대답 후에도 입을 반쯤 벌린 채 넋을 뺐다.
그녀의 의심과 불신은 완전히 사라졌을 터였다.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둔 간이 트랩 쪽과는 달리, 반대쪽 상황은 처참한 실패를 보여 주고 있었다.
눈에 띄는 구덩이를 보고도 무작정 달려들다가 피해를 보던 놈들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대놓고 눈에 들어오는 트랩에는 차마 걸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웃긴 것은….
놈들이 밧줄 하나에 가로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와글와글하며, 바글바글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광경이 마치, 마라톤 대회의 출발 직전 상황을 연상케 했다.
“놈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보군… 쩝!”
내 실수를 인정하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두 가지 트랩을 두고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지 못한 채, 두근거렸던 상황이 어째 좀 부끄럽기까지 했다.
“차라리 이쪽도 낚싯줄을 사용할 걸 그랬나?”
그랬더라면 조금 더 괜찮은 결과… 진짜 비교 불가의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인님.―
딴생각에 빠져 있던 나를 린의 목소리가 깨워 냈다.
반쯤 멍을 때리며 반응했다.
“응?”
―이제 문을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린. 놈들이….―
“아, 그래? 어? 그, 그래, 넘어가자!”
겨우겨우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놈들이 돌바닥 길 가까이 다가온 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뒷걸음질 쳐 철창문을 빠져나왔다.
‘실패도 있었지만, 수확이 더 크니까 괜찮아!’
대놓고 변명하기가 쪽팔려서 속으로만 위안 삼은 채, 철창문의 투명한 막에 달라붙어 발광하는 놈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
30분 후.
놈들이 사라지고 나서 다시 정원으로 들어왔다.
한 번 더 놈들을 대거 불러냈다.
“크에엑!”
“캬악! 캬캭! 끄윽!”
“끄아악!”
간이 트랩 쪽은 이번에도 난장판을 이루며, 대박을 쳤다.
누가 봐도 이쪽이 답이라 여기고도 남을 결과였다.
마찬가지로 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던 왼쪽 정원.
시작과 동시에 고개가 절로 저어지기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간이 트랩 쪽의 놈들이 거의 다 처리됐을 즈음.
멍청하게 갇혀 있던 놈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싹둑! 싹둑!
놈들이 거대 전지가위로 밧줄을 잘라댔다.
순식간에 밧줄 트랩이 제 기능을 잃었다.
오식이와 함께 10여 줄도 넘게 깔아 놓은 덕에 그나마 시간을 벌 수는 있었다.
“췟! 안 되겠다. 바로 넘어가자!”
더 두고 볼 것도 없이 철창문을 넘어 정원을 빠져나왔다.
….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수정과 보완을 해 가며, 나름 완벽한 트랩 사냥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는 자세하게 기록된 저주받은 저택의 공략법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크크! 이걸 공유하면 아주 난리가 나겠지?”
분명히 그럴 것이다.
저주받은 저택 던전을 두고서 큰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돈은 돈 대로, 경험치는 경험치 대로 무지막지하게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해서, 15레벨 마정석이 넘쳐날 만큼 쌓여갔다.
한꺼번에 몰아서 팔았다가 괜한 의심을 살 수도 있을 정도였다.
경험치도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경험치가 두 배인 상태였기에 비록, 셋이서 나눠 먹는 페널티가 있음에도 빠른 레벨 업… 소위 말하는 ‘광렙’ 모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트랩 사냥을 시작한 지, 2일 차에 린의 레벨이 13으로 올랐다.
5일 차에는 내 레벨이 17로 올랐다.
수정과 보안을 거쳐 트랩 사냥의 최종 버전이 완성된 일주일 후부터는 본격적인 광렙 모드가 발동했다.
당일에는 린이 14레벨을 찍었다.
이틀 후 오전에는 내 레벨이 올랐고, 늦은 오후에는 오식이도 레벨이 올랐다.
그렇게 한 달.
드디어 오식이가 20레벨을 찍게 됐다.
정말로 감격스러웠다.
“오오! 완전 축하! 앞자리가 바뀌다니… 크흡!”
특성 개화를 한 지, 1년 하고도 거의 반년이 더 지났다.
트랩 사냥과 광렙 모드에 돌입하기 전… 무려 1년이란 시간을 넘도록 갖은 개고생을 다 해 가며 올린 게 고작 16레벨이었다.
15레벨에서 시작한 오식이는 겨우 3레벨을 올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2레벨을 올리고, 20레벨에 도달하다니….
지나간 개고생의 시간이 허탈하기도 했지만, 드디어 빛을 보는 것만 같아서 너무나 기쁘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
실로 엄청나고 대단한 광렙 모드는 계속 이어졌다.
오식이가 20레벨에 오른 지 보름쯤 지나서 드디어 나도 20레벨을 찍을 수 있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엇! 드, 드디어….”
오식이 때보다 더 놀랍고, 기뻤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정도였다.
―주인님, 축하드립니다린!―
―형… 님… 축… 하….―
린과 오식이의 축하를 받으며, 뜨거워진 눈가를 대놓고 닦아 내기도 했다.
20레벨이 되면서 이전에 겪었던… 10레벨에 있었던 일이 다시금 일어났다.
[스킬 ‘교감’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교감의 범위가 소폭 늘어납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교감의 파장이 소폭 강해집니다.]
[스킬 ‘소환’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소환 시간이 소폭 단축됩니다.]
[스킬 ‘봉인’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봉인 시간이 소폭 단축됩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단축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크게 와 닿지 않는 수준이었다.
확인이 불가능한 교감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어쨌든.
계속된 광렙 모드에 트랩 사냥을 시작한 지 약 석 달.
나는 21레벨이 되었고, 오식이는 23레벨이 되었다.
그리고 린은 만렙인 20레벨에 오를 수 있었다.
* * *
“온다! 다들 준비해!”
완벽에 가까운 트랩 밭을 간신히 뚫고서 돌바닥 길까지 넘어온 정원사 놈들.
그 수가 다섯이나 됐다.
하지만, 놈들은 이제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린린!”
하이톤의 기합과 함께 린의 바닥 쓸기가 작렬했다.
“키엑!”
“켁!”
“크엑!”
갖가지 괴성을 내지르며 놈들이 우왕좌왕했다.
그중 두 놈은 반원을 그린 빗자루 솔에 발목을 맞고는 바닥에 벌러덩 자빠졌다.
“크르르….”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오식이의 모닝스타가 놈들의 뚝배기와 몸뚱이에 마구잡이로 내리꽂혔다.
퍼억! 퍽! 퍽! 퍽!
저항할 틈도 없이 피떡이 된 놈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키익!”
“캬아아아!”
“캬악!”
린의 바닥 쓸기를 피한 놈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괴성을 질러댔다.
두려움 때문에 막상 달려들지는 못한 채였다.
그런 놈들을 향해 재빨리 몸을 날렸다.
파앗!
점프와 함께 머리 위로 치켜든 아수라 스워드를 힘껏 내리 긁었다.
촤하악!
진한 손맛이 느껴졌다.
“키익?”
나와 마주 선 놈이 의아한 표정과 반응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쩌어억!
정수리부터 벌어진 세로의 틈이 짙어지며, 놈의 몸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다음은 너!”
외침과 함께 아수라 스워드를 횡으로 그었다.
이번에도 제법 쏠쏠한 손맛이 느껴졌다.
확인을 뒤로하고는 다시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놈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번쩍!
검날이 놈의 정수리에 닿기 직전, 빛이 번쩍였다.
스킬 ‘끊어치기’의 2단계가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직후, 놈의 뚝배기가 수박처럼 터져 버렸다.
“이크!”
산산이 터진 살점들과 핏덩이들을 피해 급히 뒤로 물러났다.
머리를 잃고 비틀대던 놈이 무너지듯 쓰러지다가 이내 재가 되어 흩날렸다.
툭툭!
발끝으로 아수라 스워드를 가볍게 차며, 검 날에 묻은 이물질들을 털어 냈다.
“오늘은 여기까지!”
사냥을 마치겠다는 말을 전했다.
당장에 오식이와 린이 양쪽으로 흩어졌다.
오늘 하루의 성과… 정원 잔디밭에 널려 있는 마정석을 수거하기 위함이었다.
….
오식이와 린이 열심히 마정석을 수거하는 동안, 물끄러미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늘 곁에 두고도 일부러 관심을 쏟지 않던 저택이 흐릿하게 보였다.
“흠….”
진작부터 린… 아니, 클린이 나오는 저주받은 저택 1층의 사냥법을 찾아보고, 나름으로 연구도 했다.
언젠가는 들어가고, 클리어 해야 했으니, 미리미리 준비를 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지금이라면, 어느 정도는 비벼 볼 수 있지 않을까?’
저주받은 저택 1층을 클리어 하기 위한 최소 레벨은 20 이상이었다.
당연했다.
클린의 레벨이 20이었으니까.
그렇다고 20레벨 혼자서 클리어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괜한 객기로 도전했다가는 바로 패배의 쓴맛을 보거나 목숨을 잃을 터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 모두 20레벨 이상이 됐다.
시기상으로 또는 레벨로 봤을 때, 지금쯤 들어가는 것이 적절한 타이밍일 수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요즈음에 유독 느껴지는 조바심과 답답함이 때가 됐음을 부추기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경험치가 필요하다.
게다가 레벨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 그 양은 더욱더 증가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오식이의 레벨 업 속도는 이전보다 현전하게 느려졌다.
셋이 아닌, 둘이서 경험치를 나눠 먹는 데도 말이다.
무슨 소리냐고?
이미 린은 만렙을 찍었다.
더는 레벨이 오르지 않을 것이고, 경험치도 필요치 않게 된다.
그러니 나와 오식이만 경험치를 먹게 된다는 얘기다.
뭐, 정확한 것은 아니다.
린이 20레벨을 찍은 후부터 얼추 계산해 본 나와 오식이의 레벨 업 속도가 그랬고, 여타의 게임 등에서도 그런 룰이 적용되기에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을 뿐이었다.
아무튼.
해서, 아무리 쉽고, 안전하다고는 해도 이제는 더 강한 놈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 중이었었다.
그곳은 당연히 저택 1층이고 말이다.
“괜찮겠지?”
신중하게 고민했다.
의외로 결론은 쉽게 내려졌다.
일단은 도전해 보는 것으로 말이다.
“그래, 힘들면 다시 나와서 레벨을 올리면 되니까!”
그랬다.
그러면 될 일이었다.
….
저녁을 먹으면서 오식이와 린에게 내 생각을 전했다.
그런 뒤 저택 1층의 공략법 등을 설명해 줬다.
린이야 알아듣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오식이는 달랐다.
“크르르….”
“됐어, 인마! 넌 어차피 실전 타입이잖아? 몇 번 하다 보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녀석에게 통용되고, 잘 먹히는 말로 자신감을 심어 주며 브리핑을 끝냈다.
그렇게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하기로 했다.
* * *
날이 밝았다.
첫 번째 시도 만에 뼈 아픈 고배를 마실지, 아니면 새로운 사냥터로 자리매김을 할지 모를 도전이 진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후우우….”
깊은 심호흡으로 안정을 취한 뒤, 정원에서 저택으로 넘어가는 흐릿한 막을 넘어갔다.
“응?”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느낌이 몸으로 확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