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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81화 (81/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81)

‘여기가 원래 이렇게 답답하고, 축축했었나?’

15레벨에 오른 후, 처음 들어왔었다.

곧장 린을 얻고는 빠져나오면서 한 번 더 거쳤었다.

이후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나 느낌에 기분이 좀 그랬다.

“됐어! 어차피 머물 것도 아니고….”

고개를 저어 잡념을 털어 냈다.

딸깍!

끼이익….

저택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낡은 문이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1층 안으로 넘어가는 게이트가 나타났다.

다시금 차오르는 숨에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게이트를 넘었다.

….

한 번 봤을 뿐이지만, 저택 1층 안의 전경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고는 오식이와 린을 소환했다.

“크르르….”

저택 1층 안을 처음 접한 오식이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밖에서 볼 때, 저주받은 저택의 한 층 높이는 다른 저택과 비교해 꽤 높았다.

그 차이는 안쪽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인 ‘실고’가 상당했다는 소리다.

뜬금없이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바깥세상의 일반적인 집이나 모텔 등에서는 오식이가 똑바로 서 있을 만한 곳이 없었다.

뭐, 늘 구부정하게 있기도 하거니와 모텔 등에서는 무조건 바닥에 철퍼덕 앉아 있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허리와 다리를 제대로 펴고 선다면 천장이 뚫리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저주받은 저택은 오식이가 살기에도 그리 나쁘지 않은 듯했다.

물론, 높이에서만 말이다.

문제는 넓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높이 만큼이나 저택 1층 전체의 면적도 넓었다.

30여 미터쯤 되는 가로와 그 반 정도는 되는 세로의 직사각형 모양.

군데군데 튼튼한 기둥이 세워져 있고, 방이나 어떤 공간을 나누는 벽도 있었지만, 확실히 넓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벽과 기둥을 비롯해 이 넓은 공간을 가득히 채운 듯한 가구와 선반, 장식품들 때문에 실제로 움직이고, 이동하는 부분에서는 나름 애를 먹어야 했다.

물론, 이 또한 오식이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그렇다는 말이었다.

일반 사이즈인 나와 린은 전혀 불편함이 없었으니까.

처음 접한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왠지 조심성을 잃은 것 같은 오식이에게 바로 주의를 건넸다.

“어제도 말했지만, 조심해야 해! 괜히 실수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크르르!”

오식이가 그제야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짓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녀석을 좀 더 지켜보다가 내 왼쪽에 서 있는 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기분이 어때?”

―네? 아, 괜찮습니다린.―

그런 의미로 물어본 것이 아니라, 질문을 바꿔 다시 물었다.

“음… 느낌이 어때?”

―느낌… 말씀이십니까린?―

“응, 뭔가 그립다거나 익숙하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 같은 거 없어?”

나와 함께 하며 이곳을 떠난 지 석 달이 훌쩍 넘었지만, 원래 이곳에서 살던 린이었기에 그런 느낌이나 감정 등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린의 반응은 의외였다.

―익숙함은 있습니다린. 그러나 그리움은….―

“아, 그래?”

―네.―

진심인 듯 단호하면서도 무덤덤한 린의 반응에 살짝 무안함을 느꼈다.

그에, 코끝을 한 번 찡긋하고는 다시금 사냥법과 계획을 빠르게 설명했다.

“…다들 알겠지?”

“크륵!”

“린!”

린과 오식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보자!”

내 말에 오식이가 조심스레 앞으로 나섰다.

다음으로는 린이 자리를 잡았다.

오식이의 뒤였지만, 얼마 간의 거리는 두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게이트와 그리 멀지 않은 현관 앞이었다.

스윽….

오식이와 린이 자리 잡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바로 옆의 벽에 걸린 선반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선반 위에 놓인 장식물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느낌을 물씬 전해 주는 도자기 타입의 코끼리 조각상이었다.

힐끔….

고개를 옆으로 빼며, 적당한 자리를 물색했다.

오식이 앞의 빈 곳… 카펫이 깔리지 않은 맨바닥이 좋을 듯싶었다.

자리를 확인하고는 당장에 코끼리 조각상을 집어 던졌다.

휘익….

빠르게 날아간 코끼리 조각상이 이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게 몇 초쯤이 흐르자, 우리가 서 있는 반대편에서 자그마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박사박….

“온다.”

내 외침에 오식이가 손에 든 모닝스타를 힘껏 꼬나쥐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아직은 할 일이 없는 린도 신중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그 사이, 자그맣던 발소리가 조금씩 커지는가 싶더니만, 기둥과 벽으로 가려진 곳에서 린… 아니, 클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륵?”

그 모습에 오식이가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고개를 뒤로 돌리고는 린을 힐끔거리기도 했다.

“야, 정신 차려! 린이 아니야!”

“크, 크륵….”

내 외침에도 오식이는 여전히 헷갈리는 눈치였다.

어제저녁, 미리 언질을 준 부분이었다.

‘이 자식!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까지 끄덕이더니만… 에휴!’

그랬는데….

막상 눈앞에서 일이 벌어지니 멘붕이 온 듯싶었다.

뭐, 쌍둥이(?)란 개념도 모를 것이고, 우리 편과 똑같이 생긴 적을 대면한 것도 처음이니,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기는 했다.

아무튼.

오식이가 처음 겪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모습을 드러낸 클린이 내가 던진 코끼리 조각상 근처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재빠르게 그것들을 빗자루로 쓸고, 쓰레받기에 담았다.

샤샥, 샥샥!

청소를 마친 클린이 우리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앞머리로 눈을 가린 터라 눈빛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노려보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어, 클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린린… 리이인!”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를 노려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한… 왠지 따짐과 투정이 가득히 담겨 있음은 확실했다.

역시 내 느낌은 정확했다.

―당신들 짓이야?―

“응?”

갑자기 터진 린의 말에 반문했다.

린도 곧장 말을 이었다.

―라고 물었습니다린.―

1초쯤 멍을 때렸다.

그러다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아하! 맞다. 너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구나?”

오식이와 냥이는 내가 머릿속으로 전달받지 못한 말들도 서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린과 오식이도 마찬가지로 그런 대화가 가능했다.

분명히 쓰는 언어는 다른 것 같은데, 일단은 그랬다.

하물며, 린과 클린은 동일 인물이다.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런 걸 다 따지고 든다면 애초에 던전이나 게이트, 각성자의 존재부터 파고들어야 할 터.

어쨌든.

동일 인물이든, 같은 종족이든 간에 같은 언어… ‘린린’이라 말하는 것이 똑같기에 알아들을 수 있는 게 당연했다.

뭐, 이쯤에서 ‘괴물들끼리니까 서로 대화할 수 있겠지’란 무척이나 당연해 보이는 말이나 추측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또 틀렸다.

냥이도 그렇고, 오식이도 그렇고, 와일드 울프나 버섯돌이 등의 말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더불어, 늘 ‘캬아아아!’거리는 정원사 놈들의 말도 역시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사항들로 봤을 때, 오식이와 린이 대화가 가능한 것은 내가 있기 때문인 듯했다.

정확히는 둘 다 나와 서약을 맺은 까닭에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나름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만 할 것 같은….

한 집 안에서 같이 일하던 린과 정원사 놈이 대화가 되지 않는 부분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또한 나나 서약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그건 말이지….

―오식 씨, 물러나세요린!―

여전히 사태 파악을 못 하고 멍을 때리는 오식이를 향해 소리친 린이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우리를 노려보던 클린도 움직였다.

“린! 리이인!”

기합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언제 바꿔 들었는지, 빗자루에서 먼지떨이를 손에 들고서는 단숨에 거리를 좁혀왔다.

그리고 오식이를 대신해 앞으로 나선 린을 향해 사정없이 먼지떨이를 내리쳤다.

‘끊어치기… 아니, 먼지 털기!’

클린의 먼지 털기가 린의 정수리를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클린의 공격을 예상한 린은 정확한 타이밍에 몸을 옆으로 틀며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한쪽으로 쏠린 몸과 자세를 이용해 역으로 공격을 펼쳤다.

“리인!”

린이 들고 있던 빗자루가 바닥에 바짝 붙어 반원을 그렸다.

크게 휘둘린 빗자루 솔이 먼지 털기를 사용한 후, 미처 자세를 가다듬지 못한 클린의 발목을 후려쳤다.

파아앗!

딱딱함과는 거리가 있는 소리와 함께 클린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그러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지며 넘어졌다.

“리이인!”

린의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옆으로 넘어져 있는 클린의 복부를 발끝으로 강하게 걷어찬 린이 이내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괴로워하는 클린의 목을 향해 쓰레받기를 내리쳤다.

콰악! 콰아악!

두 방….

단 두 번의 내리침에 클린의 목이 너덜거리며 반쯤 끊어졌다.

목숨 또한 끊어졌음은 당연했다.

푸시시….

하얀 연기와 함께 클린이 기화하듯 사라졌다.

스윽….

린이 가쁜 숨에 어깨를 들썩이며 뒤로 돌아섰다.

하얀 앞치마는 물론이고, 얼굴에도 클린의 붉은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흐미….’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동안, 귀엽고, 착하고, 순종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이건 뭐….

게다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클린을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죽였다는 것에 더욱더 살벌함과, 섬뜩함을 느껴야만 했다.

지금과 같은 느낌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바로 이전 던전의 5구역에서였다.

맞다.

귀염둥이 녀석이 같은 동족… 녀석의 부하가 분명한 와일드 울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격했던 일 말이다.

또한, 상황이 같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와 서약을 맺은 녀석들이 어쩌면 같은 편(?)이라고 볼 수 있는… 아니, 같은 편이었던 괴물들을 적으로 여기며, 거리낌 없이 사냥하고 죽였다,

그런 일들로 미루어 봤을 때, 나와 서약을 맺은 순간부터 녀석들은 종족이나 여타 괴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깨지게 되고, 전혀 다른 포지션에 서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뭐, 오식이나 냥이는 같은 종족을 마주한 적이 없었고, 귀염둥이는 종족은 같지만, 서열 자체가 다르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트랩 사냥을 통한 정원사 놈들의 떼죽음.

더불어 점차 레벨이 높아지며, 놈들과 맞서 싸우게 되는 일이 늘어나면서부터 보였던 린의 모습을 통해 조금 더 내 추측이 맞았음에 힘이 실렸다.

지금.

빼도 박도 못할 동족… 아니, 같은 인물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전혀 아랑곳없는 처신을 하는 린의 모습에 모호했던 추측은 완전한 확신으로 결론이 나 버렸다.

….

“린! 아직 안 끝났어!”

섬뜩한 모습으로 걸음을 옮기는 린을 향해 소리쳤다.

이내, 자그마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사박사박….

린이 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봤다.

나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집중하고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멍한 오식이를 향해서였다.

“인마! 너도 정신 좀 차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내 타박의 외침이 먹인 것일까?

아니면, 린의 섬뜩했던 행동이 뭔가를 깨닫게 한 것일까?

고개를 세차게 흔든 오식이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듯이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처억!”

린도 몸을 완전히 돌려세운 채, 손에 든 빗자루를 고쳐 잡고 있었다.

드디어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듯했다.

또한, 저주받은 저택 1층의 반격 내지는 저항(?)도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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