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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61화 (61/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61)

특성 개화를 통해 각성자들이 얻게 되는 직업은 실로 다양하다.

너무나 다양해서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벅찰 수준.

그런 수많은 직업 중에서 가장 희귀하고, 특별한 것을 꼽으라 한다면, 열에 아홉은 ‘마법사’라고 답할 것이다.

맞다.

그대들의 머릿속에 지금 떠오른 바로 그것!

마른하늘에서 번개를 치게 하고, 손바닥 위에 불덩어리를 만들어 날리며, 얼음으로 된 화살을 비처럼 쏟아지게 하는 등의 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하는 자.

그들이 바로 마법사다.

마법사는 판타지를 주제로 한 게임이나 소설, 만화나 영화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해서, 모르는 이들은 흔하게 여기거나 딱히 대단치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모르니까 하는 소리다.

백에 하나… 아니, 천 명 중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희귀 직업이고, 사용하는 스킬이나 능력 자체만 봐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었으니까.

아, 그렇게 따지면 나는 더 특별한 존재인가?

천에 하나는커녕, 수만 중에서도 아는 이조차 없을 정도니 말이다.

후훗!

아무튼.

마법사가 다른 직업군의 각성자와 뚜렷이 구분되는 게 있다.

바로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마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예 상태창에 숫자나 그래프 등으로 표기까지 되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마법사는 특별하고, 희귀하다.

또한, 엄청나게 강하다.

해서, 그들은 어디를 가나 특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물론, 그만한 수준이 되어야겠지만….

천분의 일을 논할 만큼 극도로 희박한 확률로 얻게 되는 희귀한 직업.

그 와중에 특급 이상의 대우를 받을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정통 마법사’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100명이 채 안 될 정도다.

이유는 당연히 있다.

그것도 여러 개나 있다.

첫째, 마법사는 ‘던전 깡패’이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마나를 이용해 마법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던전 안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들의 특징과도 같은 마나가 바깥세상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기에 그렇다.

해서, 던전 밖에서의 그들은 그냥 일반인이나 다름이 없다.

당연히 활성화 게이트 주변으로는 다가가지도 못한다.

또, 괜히 으스대거나 해서 앙심을 사고, 누군가에게 밉보여 눈 밖에 난다면, 대들지도 못하고 바로 저승행 열차를 타야만 한다.

물론, 각성자들 사이의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길드나 국가 간에 트러블이 있을 시, 가장 먼저 제거되는 것이 마법사다.

둘째, 마법 스킬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마법 스킬은 무척이나 강력하다.

웬만한 레벨 차는 그냥 무시할 정도다.

그런 엄청난 마법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마나’와 ‘수인’, 그리고 ‘집중력’이다.

마나는 마법사라는 직업을 얻으면 자연적으로 따라온다.

하지만, 그것을 채우고, 키우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레벨이 올라도 기본 피지컬이 그대로인 것처럼 그들의 마나 통도 커지지 않는다.

또, 특별히 마나를 채울 수 있는 회복약이나 스킬 같은 것도 없다.

소모된 마나는 자연적으로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그 속도 또한 무지하게 느리다.

뭐, 마나 통을 키워 주거나 회복 속도를 올려주는 아이템이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수인은 마법 스킬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손과 손가락의 동작을 말한다.

스킬마다 각각 다른 수인에 순서와 타이밍이 어긋나면 마법은 발동되지 않는다.

뭐, 기본적인 스킬들이야 그나마 간단하고, 쉽다지만, 말이 그렇지 다들 죽을 맛이라 하며 혀부터 내두른다.

기본도 그런데, 고 레벨이 되면서 얻게 되는 상위 마법의 수인은… 그냥 패스하자.

마지막으로 집중력.

집중력은 모든 직업군이 스킬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필수 요소다.

하지만, 마법사의 집중력은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 ‘고도의’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람이 너무 깊이 생각하거나 과한 집중력을 발하다 보면, 뇌가 과부하를 일으켜 두통이 인다는 것을 말이다.

두통 정도로 끝나면 그나마 괜찮다.

그것이 잘못되면, 뇌가 망가질 수도 있다.

정신이 나가고, 미쳐 버린다는 소리다.

해서, 마법사들은 정기적으로 정신 질환 검사를 받아야만 하고, 그것이 법으로까지 지정되어 있다.

이는, 다음의 이유와도 무척이나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셋째, 마법 스킬은 ‘양날의 검’이다.

다시 말하지만, 마법 스킬은 하나하나가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웬만한 레벨 차를 무시하고 적을 불태우거나 산산조각 내 버린다.

하지만, 아군에게도 그 피해가 갈 수 있다.

마법사의 기본 스킬인 ‘파이어 볼’처럼 단발적인 마법도 위험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주변을 눈보라로 얼려 버리는 ‘스톰 샤워’나 전격이 비처럼 쏟아지는 ‘기가 레인’ 같은 범위 마법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함께하던 동료나 아군마저도 싹쓸이가 될 수 있다.

예시가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던전 시대의 초창기에 활동하던 어떤 마법사 하나가 지랄 같은 ‘몹 스틸’과 적반하장에 꼭지가 돌아서는 30명이나 되는 길드원 전체를 태우고, 얼리고, 조져 버린 유명한 사건 실화가 있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기에 마법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집중력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

한순간의 실수나 정신이 잠깐 나가기라도 한다면, 함께하는 동료… 더 독하게 말하면, 가족이나 연인까지도 제 손으로 죽여 버리는 불상사를 일으킬 수 있다.

당연히 ‘살인자’라는 인생의 오점 같은 타이틀도 얻게 된다.

뭐,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어려움이 있다.

해서, 특성 개화를 통해 희박한 확률로 마법사가 된다고 해도, 전부 다 기뻐하거나 제대로 된 길을 가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헌터 생활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은 호기롭게 도전하다가 중도 포기를 한다.

검술이나 궁술 등을 따로 익혀 마법을 서브로 사용하는 특이한 형태를 띠기도 한다.

뭐가 됐든, 상위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제대로 사용하는 ‘정통 마법사’는 손에 꼽힐 정도로 너무나 적다.

….

떠들다 보니까 쓸데없는 얘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내가 그렇게나 익히고 싶은 스킬 ‘윈드 커터’가 바로 마법사의 스킬 중 하나였다.

그것도 30레벨에 올라서야 생성되는 나름 중상위급의 마법 스킬이었다.

뭐, 레벨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아니,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4레벨에 궁수 계열이 10레벨에서나 배울 수 있는 더블샷을 사용한 나니까.

그런 의미에서 직업도 문제가 없… 아니다. 있다.

직업이 마법사가 아니기에 마법 스킬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마나’가 내게는 없었다.

이는, 활과 화살이 없는 데 더블샷을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니, 그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활과 화살은 돈을 주고 살 수라도 있지….

마나는 당최 무슨 짓을 어떻게 한다 해도 절대로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젠장!”

답이 없음에 입 밖으로 실망과 화를 표출했다.

꽤 크고도 과감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실망과 화가 풀리지 않고 모자란 탓에 테이블을 주먹으로 세게 내려쳤다.

쾅!

“엄마, 깜짝이야!”

“아, 놀라라… 아, 뭐야?”

간지 철철에 여자들이 보면 환장한다고 게거품을 물어대던 핸드폰 가게 사장의 말과는 다르게 아이퐁 727로는 전혀 반응이 없던 옆 테이블 여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물론, 전혀 기쁠 리가 없었다.

* * *

4시간 뒤.

보금자리 동굴 앞마당.

“이런 젠자아아아앙! 이런 개 씨X라아아아아아알!”

주변이 떠나가라, 목구멍이 찢어져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뿐만 아니라, 온몸을 이용해 난리블루스에 지랄 같은 마음을 마구잡이로 표했다.

그에, 오식이는 물론이고, 한 번 잠들면 절대 깨지 않는 귀염둥이까지 깨어나 울어댔다.

“크르르….”

“갸릉… 깨애앵, 깨애앵….”

당연히 냥이는 귀를 틀어막은 채 거침없이 쏴댔다.

―아우, 시끄럽다냥! 미친 거 아니냥?―

그런 냥이를 향해 분노의 외침을 발산했다.

“그래, 미쳤다! 완전 미쳤다아아아! 그게 뭐? 어? 아우우우우우!”

아무리 지랄을 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지만,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분이 더 쌓이는 듯했다.

혹시, 윈드 커터를 배우지 못하는 것에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거냐고?

아니다.

뭐, 그것도 엄청나게 짜증이 나긴 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한숨을 연달아 뱉어 낼 만큼….

하지만, 어떻게 해도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약간의 미련이 남기는 했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럼, 왜 이러고 있냐고?

글쎄, 내 얘기를 좀 들어 봐라.

그러면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당연히 그러겠구나, 그럴 만도 하겠구나 하며 다들 공감하게 할 테니 말이다.

약 4시간 전.

윈드 커터를 배울 수 없음에 한동안 짜증을 내다가 커피숍을 나섰다.

그 후 당분간 먹고, 쓸 식료품과 화살 등을 사러 돌아다녔다.

웬만한 장정 서넛의 몫을 하는 오식이가 아픈 관계로 나와 냥이가 짊어질 수 있는 정도로만 샀다.

그 뒤,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에고, 힘들어라….”

―아우, 죽겠다냥….―

오식이의 부재는 컸다.

그나마 물량을 맞춰서 적당히 샀는데도 짐은 많았고, 무거웠다.

힘은 모르겠지만, 키와 덩치 때문에 냥이보다 내가 더 많은 짐을 들어야 한다는 걸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 그동안의 트레이닝으로 전보다 체력이 부쩍 좋아졌지만, 보금자리까지 향하는 산길은 너무나 가파르고, 험난했다.

뭐, 거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보금자리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짐들을 정리했다.

쉬고 있는 게 미안했던지,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데도 오식이가 도움을 자처했다.

그에, 짐을 날라서 힘들다고 유세를 떨던 냥이도 마지못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만 처자는 귀염둥이… 깨어나도 마땅히 도울 일이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꺼내 놓기는 했다.

“후우, 끝났다. 다들 수고했어!”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하고는 신상으로 사 온 육포와 통조림을 나눠 먹었다.

조금 늦은 저녁 식사였고, 어차피 따로 할 일이 없기에 다들 쉬기로 했다.

던전 안의 임시 거처로 들어갈까도 했었다.

자리를 옮기고, 모닥불도 다시 피워야 하는 게 귀찮았다.

“여기서 자도 괜찮겠어? 그냥 카드 속으로 들어갈래?”

불도 없이 자는 게 힘들까 봐 물었지만, 오식이는 괜찮다고 했다.

대신에 먹을 것을 잔뜩 가져다 줬다.

“여기에 둘 테니까, 배고프면 알아서 먹어.”

오식이의 만족스럽고 행복해 보이는 웃음을 볼 수 있었다.

피식하고는 동굴로 들어왔다.

“으으, 삭신이야….”

오랜만에 눕는 동굴 속 텐트가 무척이나 포근했다.

팔과 다리를 주무르는데, 냥이가 냉큼 내 옆으로 다가와 누웠다.

―역시, 여기가 최고다냥!―

동굴과 텐트가 처음인 귀염둥이도 만족하는 듯했다.

“Zzz….”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뒤척….

불편한 몸을 옆으로 뒤집었다.

뭔가가 허벅지를 찔렀다.

주섬주섬 만져 보니 스마트폰이었다.

별생각 없이 꺼내서 화면을 터치했다.

“엥?”

스마트폰 액정 상단에 표시된 불길한 느낌표 하나.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

수신 불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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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부터였다.

내가 미친놈이 된 것이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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