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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60화 (6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60)

한참이나 머리를 굴리며 고민했다.

몇 번이나 잠들어 있는 귀염둥이 녀석을 쳐다보기도 했다.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깨어 있어도 가르쳐 주지 못 하겠지?’

아마도 그럴 듯싶었다.

지금껏 귀염둥이의 말을 전달받은 적이 없었다.

물론, 울음소리를 들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말’과 ‘생각’은 아니었다.

다들 알겠지만, 오식이도 그렇고, 냥이도 그렇고… 내 귀로 들리는 음성과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말이 달랐다.

하지만, 귀염둥이는 음성이나 말이 똑같았다.

‘아직 말을 배우지 못한 아기라 그럴 거야.’

말을 배우지 못한 갓난아이가 울음으로 제 생각이나 상태를 알리는 것처럼 귀염둥이 또한 그런 것이라 여겨졌다.

‘스킬들은 그냥 본능적으로 쓴 거겠지?’

정확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다.

뭐가 됐든, 녀석에게 스킬을 배울 수 없다는 결론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제대로 된 정보 하나 없이 맨몸으로 부딪쳐//혀가며, 카드 소환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살면서 그리 많다고 여기지 않았던 인내와 끈기… 일명 ‘노가다 마인드’ 내지는 ‘근성의 세포’가 탑재된 놈이란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 이번에도 나 자신을 믿고서 도전할 생각이었다.

“으음….”

눈을 지그시 감고는 당시의 일을 세세하게 떠올렸다.

윈드 커터를 생성해 내던 귀염둥이의 모습을 말이다.

“여기서 이렇게… 아니, 이런 식이었던가?”

생각에 집중했다.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하면서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몸짓이 절로 행해졌다.

바닥을 네 발로 기었고, 귀염둥이가 했던 것처럼 앞발… 아니, 오른손을 위로 들었다가 땅을 쳐댔다.

물론, 뭔가가 이루어질 리 없었다.

“췟! 무슨 감이라도 잡혀야 해 먹지….”

투덜거리면서도 몇 번이나 같은 짓을 반복했다.

스윽….

툭!

스윽….

팟!

개처럼 엎드린 채, 꽤 다양한 방식으로 오른손을 위로 들었다가 땅바닥을 내리쳤다.

그때였다.

뭔가 감이 왔다.

“…?!”

윈드 커터와 관련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괜히 등골이 싸늘해지는 느낌.

뭔가 찝찝하면서도 싸한….

휘익….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저쪽 끝에 자리를 잡고 휴식 중이던 냥이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나 표정이 뭐 같았다.

화끈….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빠르게 시선을 피하고는 괜히 헛기침을 해댔다.

“흠, 흠!”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지 마! 관심 꺼라, 제발….’

간절한 바람을 ‘개무시’하듯 냥이가 슬금슬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방금 했던 짓은 뭐냥?―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냥.―

“아아, 시, 실은… 바닥에 뭔가 떨어진 것 같아서 그거 주우려고… 하하!”

빠르게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놨다.

그러나 눈치가 빠른 냥이었다.

내 멋쩍음과 어색함을 캐치하고서는 집요함을 발했다.

―사실대로 말하라냥! 궁금하다냥!―

“쩝! 그게 말이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심심하던 차에 잘 걸렸던 것일까?

냥이는 그동안 성격을 죽인 채 너무나 얌전히 있었던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관심 폭발에 폭풍과도 같은 의견을 쉬지 않고 쏟아 냈다.

뭐, 10여 분간이나 쉬지 않고 떠들어댄 냥이의 얘기를 종합하고, 축약하여 결론을 내리자면, 바깥세상의 정보… 인터넷의 힘을 빌리라는 것이었다.

“흐음….”

그렇지 않아도 재정비를 위해 외출을 해야 하기는 했다.

가는 길에 PC방에 들러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 될 터.

문제는 오식이였다.

“오식이가 저 모양인데, 괜찮을까?”

―그냥 두고 가도 아무 문제 없다냥.―

냥이가 냉정함을 풀풀 풍기며 대답하고는 오식이를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중립의 입장이어야 했지만, 환자인 오식이에게 마음이 기우는 게 당연했다.

해서, 살짝 머뭇거리다가 녀석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 혼자 있을 수 있어? 아니면, 같이 갈까?”

내 물음에 오식이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초쯤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는 슬쩍 눈치를 보며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크르….”

아픔을 호소하는 앓는 소리까지 내면서였다.

그런 오식이의 모습에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시간도 꽤 흘렀고, 상처도 많이 회복된 터였다.

아니, 막말로…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밥 먹자!’라는 말에 벌떡 일어났던 녀석이었다.

남보다 몇 배나 빠른 회복력을 가지고 있어, 그 사이에 더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을 리도 없었다.

녀석이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는 것도 그렇고, 아픔을 어필하는 것도 모두 ‘뻥’이란 얘기다.

‘허, 이 자식이….’

오식이의 약은 짓에 입꼬리가 절로 실룩거리려 했다.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아랫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하지만, 눈치 빠른 냥이를 속일 수는 없었다.

누가 봐도 한 마디 쏴붙일 것 같은 표정으로 냥이가 몸을 움찔거렸다.

그런 냥이를 향해 급히 손을 뻗었다.

스윽… 턱!

폭격… 아니, 폭언을 날리려던 찰나에 어깨를 잡힌 냥이가 바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얼굴에는 심기 불편한 물음표가 그려져 있었다.

어떤 마음인지 다 알겠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러고는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쉿….”

내 행동의 의미를 파악한 냥이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치켜세우고 있던 어깨를 툭 떨어뜨렸다.

그리고 돌아섰다.

완전히 마음을 푼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 준 냥이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땡큐.”

* * *

정리할 마정석과 와일드 울프의 이빨을 챙기고는 A 구역으로 향했다.

도착해서는 빠르게 가져온 것들을 팔았다.

이번에도 통장이 두둑해졌다.

“그럼, PC방부터 가 볼까나?”

PC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가다가는 걸음을 멈췄다.

눈길을 잡아끄는 내용의 광고판 때문이었다.

―――――

=파격 세일=

사장님이 미쳤어요!

100% 공짜!

―――――

스마트폰 얘기였다.

‘흐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30여 분 뒤, 가게를 나왔다.

내 손에는 최신형의 스마트폰인 ‘아이퐁 727’이 들려 있었다.

그것도 무 약정에 기곗값을 완납한 완전한 내 소유의 것이 말이다.

“들어가세요, 호개… 아니, 고객님!”

등 뒤에서 날아드는 인사를 뒤로하고는 PC방이 아닌, 근처 커피숍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다들 알겠지만, 이제는 PC방에 갈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

커피숍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목을 한 번 축이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혼잣말 같지 않은 혼잣말을 뱉어 냈다.

“아이퐁 727이 얼마나 좋은지 좀 볼까?”

옆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여자들을 향한 어필이었다.

뭐, 일부러 티를 잔뜩 냈음에도 그녀들의 이렇다 할 반응을 얻을 수는 없었다.

“쩝….”

여자들의 반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아이퐁 727의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진심, 빠르고, 편하고, 간편했다.

‘흐흐, 사길 잘했어!’

이제는 언제나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할 터였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가졌다는 설렘과 만족스러운 성능….

우연이 살짝 섞이긴 했지만, 이전보다 편하고,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든 나의 기막힌 상황 판단에 우쭐대며 감탄하느라, 너무나 당연한 문제점들을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에 앞서….

이번 외출의 진정한 이유이자, 목적이었던 와일드 울프 킹의 스킬 등에 관한 얘기부터 살짝 풀어 보자면….

일단,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고, 여기저기 수도 없이 게시된 정보는 일반 와일드 울프에 관한 것들이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게다가 어차피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확인할 이유도 없었다.

와일드 울프 킹에 관한 정보도 많았다.

일반 괴물도 아니고 보스급의 괴물인데, 생각보다 정보가 많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됐고, 그에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헐… 와일드 울프 킹들로만 바글대는 던전이 있다고?”

그랬다.

놈들이 일반 괴물들처럼 돌아다니는 ‘와일드 울프 킹 존’ 내지는 ‘와일드 울프 킹 밭’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놈은 보스급 괴물이다.

그런 놈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바글바글 하다는 게 말이나 될까.

주르륵….

일반 와일드 울프 열 마리도 벅차고, 감당할 수 없는 마당에 그보다 몇 배나 강한 놈들이 몰려다니는 걸 머릿속에 떠올리자 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만큼 받아들이기조차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후에 몇 개의 글을 더 찾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다는 게 문제였다.

와일드 울프 킹의 레벨은 45다.

겨우 12레벨인 내 수준에서는 꿈에서라도 맞닥뜨리기조차 끔찍한 일일 테지만, 45를 뛰어넘는 고 레벨의 각성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나는 보스급이라고 강조했지만, 어떤 이들은 준 보스급, 또 어떤 이들에게는 일반 괴물 정도… 더 나아가서는 동네 똥개만큼으로도 생각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수준이 되겠지?”

까마득히 먼 훗날의 일이라는 것과 엄청난 노력, 눈에 훤한 고생 등이 먼저 떠오르긴 했지만, 놈들을 눈앞에 두고도 콧방귀를 뀔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귀염둥이… 어린 와일드 울프 킹에 관한 정보도 꽤 많았다.

초라하고, 얄팍한 내 지식수준을 다시금 깨달았다.

역시나 놈들만으로 구성된 던전과 구역이 다수 존재했으며, 그중에는 ‘진화’의 단계를 직접 볼 수 있는 곳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놈들은 동족형은 물론, 선공형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귀염둥이처럼 잠들어 있는 게 대부분이었고, 공격을 받아야만 그제야 잠에서 깨어나 반격을 한단다.

그 때문인지, 잠들어 있는 놈들의 레벨은 2레벨 수준.

하지만, 깨어나면 10레벨 정도로 바뀌게 되고, 그에 따른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흐음… 그래서 레벨이 물음표였군.’

궁금증을 자아내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래도 뭔가 해소된 기분에 가슴이 시원해졌다.

내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들도 대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주목’과 ‘하울링’ 스킬의 효과 등이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또, 오식이에게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수십 마리의 와일드 울프들을 단번에 산산조각 내 버린 것은 ‘핏빛 달의 분노’ 스킬이 맞았다.

더불어 와일드 울프 킹으로 진화한 후의 윈드 커터가 무려 3미터에 달하도록 늘어나며, 발동시간은 물론이고, 움직임까지 빨라진다는 걸 알게 됐다.

‘역시… 무조건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어!’

더욱더 윈드 커터를 향한 마음이 커져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궁금하고, 필요로 했던 윈드 커터의 시전이나 발동에 관한 정보를 찾기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와일드 울프 킹과 관련된 글에서는 도무지 원하는 수준의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흐음….”

잠시 낙담했다가는 아예, 윈드 커터를 따로 검색했다.

좌르륵….

엄청날 정도로 많은 양의 게시글이 나타났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쩝!”

씁쓸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며, 그중 하나를 터치한 뒤, 화면에 뜬 내용을 빠르게 읽어 나갔다.

겨우 서너 줄쯤 읽었을까?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씁쓸함이 입안 가득히 퍼졌다.

엄청난 실망감과 함께였다.

“허… 나는 사용 못 한다는 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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