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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62화 (6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62)

‘아이퐁 727은 말이죠. 전 세계 어느 곳, 어디에서든 빵빵하게 안테나를 세워 사장님이 원하시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라고 했던, 핸드폰 가게 사장의 말은 거짓이었다.

“씨부레… 뭐? 전 세계 어디든이라고? 웃기시네! 당장 환불이다.”

미칠 듯이 끓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삭이며, 간신히 밤을 보냈다.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그렇게 늘 택시에서 내리는 곳 근처까지 왔을 때, 내내 깜빡거리기만 하던 스마트폰의 안테나가 반응했다.

“얼라리?”

딱 한 발짝 차이였다.

보금자리 쪽으로 올라가면 깜빡이고, 비포장의 도로로 내려오면 안테나가 섰다.

“허… 이런, 젠장!”

막무가내로 따지려던 불같은 마음이 순식간에 미적지근하게 식어 버렸다.

“그래도 환불해야겠지?”

고민이 됐다.

이곳에서도 한참이나 걸어 내려간 뒤,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서 또다시 한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 A 구역이었다.

지금껏 그냥저냥 살아오긴 했지만, 지금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수단이 손에 쥐어져 있는 상태.

또, 이곳까지 내려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는 했지만, A 구역까지 오가는 시간과 수고에 비교한다면 일도 아니긴 했다.

“흠….”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도무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고민에 나름으로 심각했다.

그때였다.

정확히 중간에 서 있던 마음을 한쪽으로 훅 기울어 버리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삑삑….

스마트폰 액정 상단의 오른쪽 끝.

그곳에 표시된 게이지 바가 깜빡거렸다.

배터리 표시였다.

순간, 머릿속에 놓치고 있던 부분이 떠올랐다.

‘맞다. 충전도 못 하는구나?’

깊은 산속의 동굴이다.

전기가 들어올 리 만무했다.

불편함을 떠나, 단 며칠 만에 무용지물이 될 터였고, 이 부분은 도무지 해결 방법이 없었다.

“역시, 환불이 답이었어!”

곧장 A 구역으로 향했다.

….

4시간 후.

A 구역을 방문한 뒤, 환불이 답이라고 외쳤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내 손에는 여전히 아이퐁 727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부르르릉….

털털털….

끼이익!

중고틱함이 물씬 풍기는 트럭도 함께였다.

그랬다.

스마트폰을 환불받기 위해 A 구역으로 갔다가는 트럭을 사 온 것이었다.

이 엉뚱하고,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결과의 시작은 A 구역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부터였다.

어떻게 환불을 받아야 좋을지를 생각하던 중, 택시의 앞자리에 주렁주렁 달린 것들을 보게 됐다.

방향제와 가족사진,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등을 말이다.

뭐, 그동안에도 심심치 않게 봤던 것이었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솔직히 이번에도 그랬다.

해서, 그냥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려다가 번뜩하는 것이 있어서 다시 고개를 바로 했다.

‘아! 차가 있으면, 충전을 할 수 있구나?’

빠르게 머리가 돌아갔다.

‘그래… 차가 있으면 이동도 편하고, 매번 택시 기사한테 설명할 필요도 없잖아?’

식료품과 화살을 사고 돌아올 때마다, 인적 없고, 길도 뭐 같은 곳까지의 안내라든가, 이동의 이유 등을 설명했어야 했다.

뭐, 이제는 정말 그렇기라도 한 듯 ‘비밀 작전 수행 중’이라는 거짓말을 뻔뻔스럽고, 능숙하게 한다지만, 사실 귀찮음이 이루 말할 수 없기는 했었다.

하지만, 만약에 차가 있다면, 그런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조달하는 물품의 양도 많아질 수 있고, 이동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게다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겼던 스마트폰의 충전도 가능해진다.

차를 사야 할 이유와 명분이 확실했다.

그래서 사기로 했다.

뽐내고, 멋 부릴 용도는 아니었다.

힘 좋고, 짐도 많이 싣는 트럭이면 됐다.

새 차는 더더욱 필요가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출고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적당한 가격에 돈만 주면 바로 끌고 갈 수 있는 중고차가 답이었다.

중고차 판매장에 도착해, 30분 만에 거래를 끝냈다.

스마트폰 가게에 들러 차량용 충전기와 보조 배터리도 몇 개 샀다.

그 뒤 신나게 차를 몰고 돌아왔다.

운전면허가 있었느냐, 운전은 잘하느냐 하는 등의 물음은 접어 두자.

짐꾼으로 지내던 5년 간, 먹고 살기 위해 대리 운전을 부업으로 하던 나였으니까.

“오케이! 이쪽에 두면 눈에 띄지도 않겠어!”

어차피 인적이 없는 곳이었다.

포장도 되지 않은 지랄 같은 길에 으슥하기까지 해서 올 때마다 택시 기사들이 그렇게나 찜찜해하고, 하나같이 이유를 묻지 않았던가.

차가 좀 크기는 했지만, 조금 더 안쪽의 무성한 풀로 뒤덮인 곳에 숨기면, 작정하고 찾지 않는 한 들키지 않을 터였다.

“흠… 위장 천막을 사서 덮어 두면 더 좋겠군.”

보완할 점을 살피고는 나의 첫 애마를 흐뭇하게 쳐다봤다.

* * *

이틀 뒤.

드디어 오식이의 상처가 모두 회복됐다.

“크아아아앙!”

우렁찬 포효를 뱉어 낼 만큼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잠시 정찰이라도 다녀와 볼까?”

5구역의 상황이 궁금했다.

갑자기 교감이 이루어지고, 서약까지 맺게 된 귀염둥이.

그 뒤로 기존의 패턴이나 틀에서 벗어나 버린 와일드 울프들의 행동.

더불어 엄청난 존재감을 내비치던 미지의 무언가까지….

그동안, 하염없이 시간이 남은 까닭에 혼자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당연히 와일드 울프들의 이상 행동에 관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나름의 가설도 세웠다.

우선, 5구역의 끝부분… 거대한 구덩이의 중심 부근에서 수많은 와일드 울프들이 지키고 있던 무언가.

그것의 정체가 귀염둥이였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성장하거나 진화하기 전인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보호하는 것.

그에, 놈들이 큰 이동이나 흐트러짐 없이 새까맣게 몰려 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것을 위해 코어가 파괴된 정화 던전이지만, 줄어드는 놈들의 수가 채워진 것은 아니었을까?

뭐, 지금껏 너무나… 아니, 막연하게 당연하다고 여기던 던전의 룰을 무시하는 부분은 솔직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었고,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기에 일단은 그쪽으로 생각을 두었다.

그것을 전제로 하면, 놈들의 이상 행동도 설명할 길이 생긴다.

교감을 통해 나에게 우두머리를 뺏긴(?) 놈들은 자신들을 통제하거나 지켜야 할 존재가 사라지게 되면서 ‘무리 생활’이라는 행동 패턴마저도 깨져 버린 것.

그로 인해 추가될 수 있는 예상 상황 하나.

‘더는 놈들의 수가 다시 채워지지 않을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또, 엄청난 살기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내게 존재감을 드러낸 미지의 무언가에 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해 둔 터였다.

‘제2의 우두머리’… 혹은 그에 버금가는 특별한 존재.

그게 아니라면, 당시의 상황이나 내 상태에 따른 착각 내지는 허상 같은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뭐, 모든 게 다 예상이고, 가설일뿐이었다.

지금.

그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5구역으로 가 볼 생각이었다.

….

5구역.

어둠의 장벽 앞.

잠시간의 휴식을 취했다.

정비를 마치고는 냥이를 앞세운 채, 장벽을 넘어 5구역으로 진입했다.

“조심해!”

―알았다냥!―

“너도!”

“크륵!”

잠에서 깨지 않는 귀염둥이는 소환하지 않았다.

5구역에 들어선 지 10분쯤 지났을까?

홀로 떠돌고 있는 와일드 울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놈들은?”

―없다냥!―

“좋아! 불러들여!”

냥이가 즉시 화살을 날려 놈을 유인했다.

함정인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든 놈은 오식이의 모닝스타에 대가리가 터져 버렸다.

“잘했어!”

“크르르르.”

내 칭찬에 오식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뿌듯해했다.

그에, 새초롬한 표정이 된 냥이를 향해서도 칭찬을 했다.

“냥아, 너도 잘했다.”

―뭐,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냥!―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어쩌지 못 하는 냥이었다.

피식하고는 자리를 이동했다.

….

처음 5구역에 들어섰을 때처럼, 와일드 울프들이 구역 전체에 퍼져 있었다.

한 마리씩 돌아다니는 경우는 허다했고, 다수가 모여 있기도 했다.

냥이가 날린 화살에 반응하여 동시에 달려들긴 했지만, 무리를 지어서 움직이는 패턴은 아니었다.

―이번엔 두 마리다냥!―

“오케이!”

하던 가락이 있기에 능숙하고, 여유롭게 놈들을 사냥해 나갔다.

그렇게 3일 후.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오식이의 레벨이 17로 올랐다.

“오오!”

―축하한다냥!―

“크르르!”

사냥은 더욱더 여유로워졌다.

….

5일 차.

내게도 변화가 생겼다.

끼이익!

평소처럼 안전하게 나무에 올라서는 활시위를 당겼다.

스킬 ‘가늘게 뜬 눈’은 쓸 필요도 없었다.

제법 빠르기는 했지만, 거리도 가까웠고, 놈이 정면으로 보이는 오식이만 인지한 채, 직선으로 내달린 까닭이었다.

“멍청한 놈.”

비웃음을 흘리며, 당겼던 활시위를 놓았다.

능숙해질 대로 능숙해져 이제는 거의 습관처럼 발동되는 더블샷이었다.

팅! 티딩!

쐐액! 쐐애액!

두 발의 화살이 연이어 날아갔다.

빠른 속도와 정신까지 다른 곳에 팔린 터라, 놈으로서는 피할 새도 없이 더블샷을 등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퍼억! 퍽!

“깨앵!”

놈이 펄쩍 뛰어오르며 깨갱댔다.

그 순간!

퍼어엉!

예상치 못한 폭음과 함께 놈의 등이 터져 나갔다.

“엥?”

―뭐, 뭐냥?―

나도 놀라고, 냥이도 놀랐다.

“깨앵… 깨앵….”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놈이 새우처럼 몸을 구부린 채 괴로워했다.

폭음과 함께 확실히 터져 나간 놈의 등은 붉게 물든 채, 걸레처럼 너덜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영문을 몰라 의아하고, 당황했다.

그런 내 귀로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킬 ‘더블샷’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 상승으로 인해, 더블샷에 ‘파탄’ 효과가 부여됩니다.]

“에? 파탄?”

처음 듣는 단어였다.

내가 아는 단어의 뜻과는 다른 의미이지 싶었다.

―파탄? 그게 뭐냥?―

냥이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여전히 쓰러져서 낑낑대고 있는 놈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다시금 침착하게 더블샷을 날렸다.

팅! 티딩!

쐐액! 쐐애액!

놈을 향해 날아간 두 발의 화살이 모두 명중했다.

이어, 직전과 똑같은 형태의 폭음과 터짐이 일었다.

화살이 꽂힌 부위가 목이었다.

폭발로 인해 놈의 대가리가 덜렁거리듯 꺾어졌다.

당연히 즉사였다.

“와우….”

굉장한 위력과 광경에 나도 모르게 탄사를 흘렸다.

냥이가 잽싸게 내 곁으로 다가와 졸라대듯 물었다.

―아, 뭐냥?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냥?―

신비한 목소리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 뒤 스킬창을 열어 더블샷을 확인했다.

숙련도의 단계를 표시하는 별이 4개 차 있었다.

“흐음… 벌써, 4단계나… 아니지, 그동안 엄청 쓰긴 했지.”

더블샷을 익힌 뒤로 수십 일이 지났다.

수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백은 족히 쐈을 터였다.

숙련도가 오르는 게 당연했다.

뭐,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달랐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활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도 늘 허리에 차고 다녔던 아수라 스워드의 추가 옵션.

A 클래스라 스킬 숙련도 10%를 덤으로 올려 받은 덕도 컸다.

아무튼.

“그나저나 이상하네? 왜 트리플샷이 아니고, 파탄이지?”

내가 알기로 더블샷의 숙련도를 4단계까지 올리면, 트리플샷을 익힐 수 있게 된다.

트리플샷은 말 그대로 세 발의 화살을 연속으로 날릴 수 있는 스킬이었다.

더불어 앞서도 말했지만, 파탄이란 건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이건 마치, B 클래스 이상의 검사 계열들이 쓰는 검풍….

“헉! 그렇구나, 검풍 같은 거였어!”

우연히 떠올린 생각에 무릎을 탁하고 쳤다.

그런 나를 향해 냥이가 물어왔다.

―트리플샷은 뭐냥? 파탄은 뭐고, 검풍은 또 뭐냥?―

그런 냥이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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