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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프 마을 제누.
1. 엘프 마을 제누.
『 이름: 테드 크루시안.
종족: 인간.
칭호: -
정의: 고결한 영혼.
재능: 마법. 전투. 행운. 생산. 영혼.
속성: -
능력치: 힘-10, 민첩-10. 지능-10. 체력-10. 마력-10.
특수 능력치: 행운-20. 영력-30. 손재주-10. 내성-10』
《 고결한 눈 (Noble Eye) - F Rank, 0%
미약하지만 영력이 깃들어 있는 신안(神眼)입니다. 통찰력과 투시력을 가지게 되며 사물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생명체의 경우 일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 마법의 대가 (The Grand Archimage) - F Rank, 0%
모든 마법의 페널티를 감소시킵니다. 모든 마법의 효율이 상승합니다. 》
《 평화의 가호 (The Blessing of peace) - EX Rank
평화의 신의 가호입니다. 마음 내 평정을 유지하며 정신계 공격의 면역을 가집니다. 》
“오오….”
자신의 능력치를 살펴본 테드가 낮게 감탄 성을 흘렸다. 일반 능력치는 변함이 없지만, 특수능력치가 나타났다. 재능에 따라 나타나는 특수능력치는 올리기도 쉽지 않지만 일반 능력치보다 더 유용하고 효과가 좋다.
그가 회귀하기 전, 세 번째로 시작할 때도 제법 괜찮은 능력치였지만 지금은 더더욱 괜찮은 능력치다. 이 정도면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 중에선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신경 쓰이는 점은 정의(定義) 부분이다. 이 정의 부분의 경우 바뀔 수 있는데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시간 회귀를 하기 전 그의 정의(定義)는 ‘전진하는 마법사’였다. 고결한 영혼 같은 정의는 들어본 적도 없다.
특수능력치 영력도 모른다. 재능은 영혼과 관련되어 나타난 듯 한데 시간 회귀를 하기 전 테드가 처음으로 이 세계 ‘네메스’에 진입했을 때, 그의 재능은 ‘마법’과 ‘생산’뿐이었다. 그 외에 재능은 시간 회귀를 할 때 마다 늘어난 것이다.
테드는 정령력을 떠올렸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영력과 정령력은 다르다. 정령력이라면 영력이 아닌 정령력이라 적혀 있었을 것이다. 능력치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가 원하는 만큼 이 세계는 친절하지 않다.
“스킬이 놀랍네.”
특히나 고결한 눈의 경우 신안(神眼)이라는 설명이 있다. 영력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다. 다만, 신안의 경우 눈과 관련된 힘 중에서 최고 등급이라 할 수 있다. 이름을 보자면 그의 정의(定義)인 고결한 영혼과 관련되어 나타난 스킬인 듯하다.
“마법의 대가는 내가 기억하고 경험한 것들이 스킬로서 나타난 것이겠지.”
시간을 회귀해 그 몸이 열 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되어 ‘네메스’에 환생하게 되었지만 그에겐 경험과 기억이 온전히 남아 있다. 대마도사라 불렸었던 적이 있을 만큼 그는 마법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
“평화의 가호는 크루시안에게 받은 것이지.”
테드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두 번째 때 이것을 한 번 받은 적이 있다. 웬만한 정신 공격은 통하지도 않으며, 스킬 ‘명경지수’와 비슷한 효과로 감정을 추스를 수 있게 해준다.
“크루시안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클리어할 생각이 없어.”
그가 알고 있는 클리어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로 네메스 최강세력인 천족과 마족의 패배.
앞으로 15년 후, 거대한 전쟁이 일어난다. 도의 따윈 갖다버린 전쟁은 모든 종족이 참여한 거대한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천족과 마족은 중심이 되어있다.
“나는 이 세계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어.”
3번을 살면서 겨우 깨달았다. 사람답게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간단한 일인지.
후회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일어날 것을 알고서도 막지 않은 자신에게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 전쟁을 막는다. 세계를 위해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라는 이기적인 이유로 앞으로 일어날 혹은 정해져 있는 전쟁을 막는다.
“전쟁을 막을 방법은 알고 있어. 괜찮아.”
다짐하듯 중얼거리며 테드는 자신의 양손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거친 피부가 아닌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수염도 나지 않은 턱과 작은 코와 입의 감촉. 눈을 감은 채로 손끝의 감각을 의지해 가상의 얼굴을 상상한다.
신기한 점은 환생을 할 때마다 모습이 달라지는데 이번 모습은 조금 달랐다. 첫 번째 때는 갈색 장발의 소년으로 환생했었고, 두 번째는 푸른 머리의 소년으로 환생했다. 세 번째는 금발의 미소년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현재 지금 자신의 얼굴은 익숙하다. 바로 강성운의 어렸을 적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흐릿한 기억이 머릿속에서 복원되어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자신이 입고 있는 검은색의 면 옷이다. 검은색 신발은 상관없지만, 상의와 하의는 옷이라기 보단 옷감을 그대로 자른 것 같은 느낌이다. 주머니는 당연히 없었다.
테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검과 창, 활이 겨누어진 채 포위당해 있었다.
“인간의 아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입을 연 것은 테드의 정면에서 그 목에 검을 겨눈 회색 머리의 남성 엘프였다. 건장한 체격의 그는 검을 겨누며 갈색 눈동자를 차갑게 가라앉혔다.
테드는 본능적으로 눈동자를 살짝 굴려 주변을 파악한다. 엘프의 숫자는 13, 검이 6, 창이 3, 활이 4명이다.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은 테드가 몸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지만 주변 환경이 숲 속이기 때문이다. 엘프는 숲 속에서 능력치가 상승한다. 특히나 숲에서 기척을 숨기고 은밀히 행동하는 것에는 도가 텄다.
“아…, 그. 어쩌다 보니…?”
테드가 어색하게 대답하며 양손바닥을 편 채로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승산은 전혀 없다.
“항복입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그러고 보니 크루시안은 마을 근처라고 했다. 그 마을이 누구의 마을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인간이니 인간 마을 근처로 보내주는 게 보통 아닌가?
⁂ ⁂ ⁂
테드는 결국 회색 머리 엘프들에게 끌려 엘프 마을 내부의 감옥에 가게 되었다. 조사를 받았지만, 신분을 증명할 수 없는 것과 미약하지만 마력이 느껴지는 것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테드가 인간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엘프족 중에선 인간을 좋아하는 엘프족이 있는 반면 인간을 싫어하는 엘프도 있다. 테드를 이끌고 간 엘프들은 아이언 엘프는 그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후자 쪽이었다.
테드는 지하감옥 중에서 가장 끝에 위치한, 감옥치곤 제법 넓으면서도 창살에 녹이 쓴 세월이 느껴지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벽의 상단에 있는 작은 창문이 밖의 햇빛을 들여보내 주어 내부의 상태를 보여주었다. 좌변기가 있는 제법 괜찮은 감옥이었다. 무엇보다 놀랍게도 거기엔 선객이 먼저와 있었다.
“이야, 신입? 엄청 반갑네!”
지푸라기를 쌓아 놓은 곳에 앉아 있는 너구리 수인이었다. 나이는 대략 15살 정도로 보이지만 인간이 아니기에 확신할 수 없다.
갈색 머리의 짧은 단발의 여자였는데 관자놀이 근처가 아닌 머리 위에 너구리의 귀가 달려 있다. 허벅지 오른쪽에 놓여 있는 것은 통통한 너구리의 꼬리다.
수인은 체온이 높기 때문일까. 그녀는 적갈색의 튜브톱과 파란 청바지의 옷을 입고 있었다. 어깨와 배를 완전히 노출하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것은 절벽 같은 가슴 때문일까.
“신입! 지금 무례한 생각하지 않았어?”
가슴 부분을 너무 빤히 쳐다봤다.
“아니, 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가벼운 겉모습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반말이 튀어나왔다. 털털한 성격의 그녀는 테드의 반말에 관심 없다는 듯이 자신의 왼쪽을 손으로 툭툭 쳤다.
“이리와. 심심했는데 이야기나 들어보자. 신입.”
테드가 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 그래. 넌 무슨 죄를 저질렀어? 난 엘프 좀 죽였는데. 한 100명 정도?”
“아하하. 어린 게 허세 떨기는! 그 정도면 감옥이 아니라 지옥에 있겠지.”
겉보기에 수인 족은 짐승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남자는 몰라도 여자의 경우 자신의 털을 소중히 여기는 듯해서 산뜻한 냄새가 난다.
그녀의 왼쪽에 앉은 테드는 고개를 젖혀 천장을 바라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어려 보이는데, 진짜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환생했는데 재수 없게 엘프랑 마주쳤어.”
테드는 자신의 특수 능력치 중 행운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환생!? 사도였어!?”
그녀가 입과 눈을 크게 벌리며 물어왔다. 갑작스레 얼굴을 들이밀었기에 테드가 무리하게 몸을 옆으로 뺏다. 능력치가 낮아 그런지 지푸라기를 잡아 균형을 잡고 있는 양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도니까, 얼굴 좀 치워.”
네메스에 환생한 플레이어를 ‘이름 없는 신의 사도’라고 한다. 신의 사도라고 해서 대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네메스에는 10만이 넘는 신의 사도가 있다. 대우를 해주기엔 너무 많은 숫자다.
“난 막 환생한 사도를 보는 건 처음이야. 사도는 10살 무렵의 어린아이로 환생한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그녀가 고개를 빼자 그제야 테드가 몸을 안정된 자세로 바꾸었다. 아무리 놀랐다곤 하나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예의인지 참 궁금하다.
“너보다 연상이니까, 존댓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테드가 그녀에게 존댓말을 요구했다.
“…하? 고작 10살로밖에 보이지 않는 꼬마가 무슨 소리야.”
그녀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미간을 구겼지만 테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70살이 넘는 정신연령으로 보자면 잘 봐줘야 십대 중반의 그녀는 어린아이였다. 자신의 요구는 정당하다.
“너 말이야! 사도라 전생을 기억한다고 해도 지금은 꼬마로밖에 보이지 않거든! 아니, 환생했다면 사실은 막 태어난 갓난아기니까 꼬마 취급해주는 걸 고맙다고 생각하라고!”
“뭘 그리 정색을 하고 그래. 싫음 하지 마.”
“…너, 재수 없어.”
그녀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으며 테드는 주변을 살폈다. 감옥의 공간은 제법 넓다. 4~5명 정도 더 들어와도 공간이 남을 정도다. 지금 앉아 있는 지푸라기는 이불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감옥의 구석에는 좌변기가 있고 다른 벽은 막혀 있다. 정면에는 녹슨 창살이 촘촘히 박혀 있다. 어른이라면 손을 빼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테드의 손이라면 손목 정도는 빼내는 게 가능해 보인다. 테드는 창살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자연스레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잔뜩 녹이 슬어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름이 뭐야? 계속 너라고 할 순 없잖아.”
“테드 크루시안. 너는?”
“모나 러그. 모나라고 부르면 돼.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인간이지?”
모나의 물음에 테드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인간이 아니면 마족으로 보여?”
“검은 머리의 검은 눈이지만, 뿔이 없으니 인간이겠지. 간혹 뿔을 자른 마족이 있으니까. 혹시 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마족의 경우 검은 머리의 검은 눈을 가진 마족이 많다. 검은 머리만이라면 상관없지만 눈동자 색까지 검은 경우는 대부분이 마족이다. 또 마족의 경우 머리에 뿔이 있다. 이마에 있는 경우도 있고 정수리에 있는 경우도 있다.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숫자로 뿔을 가진 마족도 있다.
마족은 뿔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간혹 뿔이 없는 마족이 있다. 그 경우, 사고로 뿔을 잃었거나 범죄자로 벌을 받아 뿔이 잘린 마족이다.
“마족이 싫어?”
“싫어.”
모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고개까지 흔들며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거기엔 왠지 모를 증오가 느껴졌지만 테드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런데 너…, 모나는 왜 감옥에 있는 거야?”
“테드와 비슷한 경우야. 어제 숲을 가로지르다가 아이언 엘프 마을 제누와 맞닥뜨렸어.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늦어도 조심히 움직이는 건데. 신원만 확실하다면 풀어준다곤 했는데… 감정사가 마을에 없는 모양이라 좀 많이 늦네.”
이 세계에는 신분증이 있다. 시스템과 연동되는 물건으로 완벽하게 위조하는 게 불가능하다. 평범한 사람은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감정사는 감정스킬로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신분을 속이려면 신분증이 아닌 감정사를 속여야 한다.
모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어린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에 제아무리 테드라도 신경이 쓰였다.
“왜 급한 일이라도 있어?”
“응? 어머니가 아프셔서 말이야. 약을 가지고 돌아가는 와중에 잡혀버렸어. 위급한 건 아닌데 좀 걱정이 돼.”
애써 밝게 말하지만 목소리에는 걱정이 잔뜩 담겨있었다.
테드는 그런 그녀를 한 번 바라보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 면옷에 묻은 지푸라기를 털어내며 작은 창문 밖을 바라봤다. 밤이 되려면 한참 남았다.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급하다니 어쩔 수 없지.”
“응? 뭘 하려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는 모나에게 테드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멋있다기보다는 악동 같은 얼굴이었다.
“당연히 탈옥이지!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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